산 자들

산 자들

$14.15
Description
리얼하면서도 재치 있게 그려낸 한낮의 노동
장강명의 연작소설 『산 자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문예지에서 발표된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연작소설로, 우리 삶의 현장에서 익숙하게 발생하는 일화를 발췌해 거대하고 흐릿한 적의 실체를 또렷하게 보여주는 10편의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노동과 경제 문제를 드러내는 소설들은 각각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 총 3부로 나누어 수록되었다.

한국 사회의 억압 구조 안에서 가해자나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는 양상을 절묘하게 포착한 《공장 밖에서》, 어느 중견 기업에서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한 부서의 직원들을 구조 조정하는 이야기를 담은 《대기발령》, 목 좋은 어느 지하철역 근처에 차례로 들어선 빵집들의 무한경쟁기 《현수동 빵집 삼국지》 등의 소설을 통해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과 그러한 현실을 빚어내는 경제 구조를 동시에 보여 준다.
한국의 비인간적인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비극의 구조를 절묘하게 포착하며 2010년대 서민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 이 작품은 한국의 노동 현실을 알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리얼한 소설로서 당대 문제에 공감하게 만드는 측면 이외, 한 걸음 뒤에서 소설의 주제를 관망하며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사안을 다시 보게 만든다.
저자

장강명

연세대공대졸업뒤건설회사를다니다그만두고동아일보에입사해11년동안사회부,정치부,산업부기자로일했다.기자로일하면서이달의기자상,관훈언론상,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대상등을받았다.장편소설『표백』으로한겨레문학상을받으며소설가로데뷔했다.장편소설『열광금지,에바로드』로수림문학상,장편소설『댓글부대』로제주4·3평화문학상과오늘의작가상,『그믐,또는당신이세계를기억하는방식』으...

목차

1부자르기
알바생자르기
대기발령
공장밖에서

2부싸우기
현수동빵집삼국지
사람사는집
카메라테스트
대외활동의신

3부버티기
모두,친절하다
음악의가격
새들은나는게재미있을까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산자들’은누구인가

『산자들』은취업,해고,구조조정,자영업,재건축등을소재로한국사회의노동현실과그러한현실을빚어내는경제구조를동시에보여준다.제목인‘산자들’은수록작중「공장밖에서」에서나오는표현이다.파업중인공장옥상에현수막이걸려있고,현수막에는“해고는살인이다.”라는문구가적혀있다.해고는살인이었으므로해고당한사람들은‘죽은자’이고해고자명단에오르지않은사람들은‘산자’인셈이다.그러나‘산자들’역시괴롭기는마찬가지다.한국사회의억압구조에사로잡혀몸과마음모두옴짝달싹못한채그저살아만있을따름이기때문이다.소설은이러한구조안에서가해자나피해자가분리되지않고서로가서로를억압하는양상을절묘하게포착한다.

■실감나고흡인력있는스토리

구조조정과파업,빵집들의유혈경쟁,재개발과재건축,취업난등소설이다루고있는소재는오늘날일자리를둘러싸고벌어지는문제들을총체적으로보여준다.다양한세대,다양한상황에처한사람들은누구도악인이아니지만서로가서로에게적이되기도한다.공생하거나상생할수없는무한경쟁의구도안에서승자없는싸움을계속하지만정작그들은어떤것도결정하지않았고무엇도결정할수없다.이격렬하고도공허한싸움이편편마다개성적인인물과상황을통해변주된다.몰입해서순식간에읽고나면방금지나온곳이해당문제의뇌관이고폐부였음을알게되는식이다.

■풍자와비애,유머와냉소

심각하고처연한문제지만이야기를드러내는방식은외려명쾌하고가볍다.더욱이부조리한현실의덫에걸린사람들의이야기에는풍자와비애,유머와냉소가적절한비율로섞여있다.『산자들』은리얼한소설로서당대문제에공감하게만드는측면이외,한걸음뒤에서소설의주제를관망하며균형잡힌시선으로사안을다시보게만든다.장강명작가의탁월함이돋보이는부분이다.「알바생자르기」를읽으며‘해고’가만들어낸갈등의현장을직시하게된독자들은여덟편의작품을거쳐마지막작품「새들은나는게재미있을까」에이르러정의롭지못한사회에어떻게대처해야하는지곰곰이생각하게될것이다.‘산자들’의이고단하고지난한여정위에서우리삶은어디에서있는걸까.직면하고돌아보는사이세상을바라보는또다른시선이시작되고있을것이다.

■줄거리

「알바생자르기」
외국계중소기업에서비정규직근로자를해고하게된중간간부의이야기.사장은잡무를하고있는혜미가무능하다고여기고주인공인중간간부에게해고를지시한다.중간간부는그런지시에복잡한심정이다.혜미의처지가딱해보여서다.그런한편혜미의태도가좋지않은것도사실이다.경제적으로합리적인선택은혜미를해고하는것이다.주인공은어떤선택을할까.그리고혜미의반응은?

「대기발령」
어느중견기업에서더이상필요가없어진한부서의직원들을구조조정하는이야기.기업은여러가지보상을제시하는데,그보상을도저히받아들일수없다고반발하는사람도있고부족하지만그것이라도챙겨야한다고주장하는사람도있다.다른부서의직원들은그정도보상이면나쁘지않다고여긴다.자신의거취를쉽사리결정하지못한직원들은대기발령상태에서서로갈등하고반목하게된다.

「공장밖에서」
생산성이너무악화돼문을닫게된공장이있다.회사는큰폭의감원계획을발표하고정리해고대상자를선정한다.해고대상자들은이계획에반발,공장을무력으로점거한다.안그래도경영상태가좋지않은기업이었는데공장점거사태가길어지자정말문을닫게될지경에이른다.공장안에있는해고대상자들의저항이너무격렬한나머지정부에서는이문제에개입하기꺼린다.그러자공장밖에있던직원들이'폭도들로부터공장을되찾자'며직접무기를들고나선다.작가는구조조정을추진하는회사대표의입장도보여준다.회사를살리려면그수밖에없다.회생계획이해고계획이고해고계획인회생계획인아이러니한상황에타협점은있을까.

「현수동빵집삼국지」
목좋은어느지하철역근처에차례로들어선빵집들의무한경쟁기.100m남짓되는거리에빵집세곳이경쟁하며승자없는게임을이어간다.그중두곳은프랜차이즈빵집으로,본사방침에따라운영하느라온가족이병들어가고나머지한곳인동네빵집은지속가능하지않은방식으로스스로를착취하느라점점더벼랑끝으로몰린다.무한경쟁속에서“함께죽는싸움”을멈추지못하는서글픈생존현장.

「사람사는집」
선녀는현수8구역의북동쪽경계선에있는빌라2층에세들어살았다.처음에는전세였으나15년전부터월세를내고있다.보증금500만원에월40만원.그러다마포구현수8구역밤섬캐슬아파트재건축발표가나고,철거민대책위원회가조직된다.가진돈으로는어디도갈데없는선녀역시위원회에가입한다.갈등은간단하지않다.세입자와가옥주의갈등.철거민과철거용역층층의갈등…재개발로인한아귀다툼의현장에서점차철거되어가는집들을바라보는선녀의사정이담담하게이어진다.

「카메라테스트」
열아홉번연속으로서류전형에서떨어진지민은서류전형이없는한방송사아나운서공채카메라테스트받게된다.지민은지망생들사이에서유명하다는뷰티숍을예약하고새벽3시에메이크업을받으러간다.그때부터이어지는긴장의연속.스무번째에이르러드디어카메라테스트를받게되었고,새벽3시부터시작된공채시험대장정의끝에지민은과연웃을수있을까.비현실적이고초현실적인경쟁률에실낱같은희망을거는지망생들의시험기가비애섞인풍경을배경으로펼쳐진다.

「대외활동의신」
그의이름은신이다.‘대외활동의신’은그가운영하는블로그와페이스북,트위터계정의이름이다.신은대외활동합격팁과정보,대외활동을할때유용한각종요령들을그곳에몇년이나모아왔다.면접관은신의대외활동이력을보고질문을가한다.314군데에응모해58군데합격했고그중25군데에서는상도받은신.하지만면접관은이같은신의활동이그저취업을위한스펙쌓기가아니냐고폄훼한다.신이들려주는대외활동의역사.신은면접관을반격하고원하는일을할수있을까?

「모두,친절하다」
서비스센터,당일배송,이사업체,배달서비스….화나는상황들이속출하지만누구도책임자가아니기때문에누구에게도화를낼수없는어느부부의하루.너무세분화되어있고구분되어있는시스템이만들어내는한편의부조리극은모두친절하도록설계되어있는현대노동과경제의구조가만들어내는웃지못할상황을보여준다.

「음악의가격」
소설가인‘나’는함께독서팟캐스트를진행하는뮤지션의공연을보러갔다가행사뒤풀이자리에서‘음악노동자연대가입신청서’를돌리는인디밴드‘지푸라기개’를만난다.얼마후북콘서트자리에서다시만난‘지푸라기개’로부터무제한스트리밍의시대에디지털유통기술이도입되며음반사,출판사같은기존아날로그유통사자리의현재에대해알게된다.콘텐츠시장의부흥은미래사회에예술의가치를어떻게변화시킬까.

「새들은나는게재미있을까?」
급식비리사건에맞선고교남학생들의유쾌하고진지한성장담.'급식비리'에대해맞서기자회견도불사하는기준,기준의의견에함께하는주원과나,기준의행동을대학에가기위한수단쯤으로치부하는호웅.이들은모두시사토론동아리회원이다.기자회견으로한차례주목을끈이들은결정적승부수를던지기위해새로운작전을도모한다.한편‘나’는정의같은건대학들어간이후로미뤄도된다는어머니의간곡한설득에마음이흔들린다.

■작가의말에서
“지금여기서우리가매일이야기하는한낮의노동과경제문제들을기록하고싶었습니다.부조리하고비인간적인장면들을단순히전시하기보다는왜,어떻게,그런현장이빚어졌는지를소설이라는형식으로들여다보고싶었습니다.공감없는이해는자주잔인해지고,이해가결여된공감은종종공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