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없는 일 (김혜지 소설집 | 반양장)

대가 없는 일 (김혜지 소설집 | 반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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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대가 없이 주어지는 건 없어.”

간신히 꿈꾼 것은 악몽이 되고,
벗어나려 디딘 발이 다른 발을 넘어뜨릴 때
꿈에서 깨어난, 넘어진 곳을 돌아본 이들이
천천히 부르는 노래 같은 고백
저자

김혜지

1984년서울에서태어났다.한국예술종합학교영상원영화과에서시나리오를전공하고,다수의장편영화시나리오를각색했다.2011년부터10년동안광고회사TBWAKOREA에서카피라이터로일했다.2019년《매일신문》신춘문예에「꽃」이당선되며소설을발표하기시작했다.현진건문학상신인상을수상했다.

목차

언니7
그녀가「오,사랑」을부를때41
지아튜브103
꽃113
아가야,어서오렴139
나쁜피177
제주행213

작가의말251

작품해설
우리의최선이우리를해치지않도록_이지은(문학평론가)255

추천의글271

출판사 서평

2019년《매일신문》신춘문예로등단한김혜지의첫소설집『대가없는일』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김혜지는‘작가의말’을통해“생의일들에제대로된우선순위를두기위해오래다닌회사를나왔다”고밝힌다.10년간광고회사의카피라이터로일하던그는15초남짓으로흘러가던‘속도의세계’에서더오래바라보고느리게담아내는‘소설의세계’로몸을틀었다.느리지만무거울펜으로김혜지가처음만든이야기는학교폭력에시달리는청소년의이야기(등단작「꽃」)였다.작가는세상의‘대세’들과같은속도로나아가지못하고,그들이지닌삶의처세를익히기힘들고,그들같은결과를낼수없는이들을본다.요령은없고다만최선을다할뿐이라생의요철앞에어쩔줄몰라하고말문이막혀버린이들의목소리를상상한다.각자의속도대로성실하게달리지만순식간에고꾸라지거나자꾸만뒤처지는사람들의이상하고슬픈걸음에대해쓴다.작가가무척이나오래돌본이야기들을읽으며우리는그의눈과손이닿은곳을한번더보게될것이다.『대가없는일』에수록된일곱편의소설을따라읽는일은고꾸라진이의무릎에묻은흙을털어주고,뒤처지는이들의뒷모습을바라보는일에다름아닐것이다.

■신음과울음사이에서침묵하기
김혜지가주목하는인물들은‘세상’과‘나’사이에서휘청이는이들이라고도할수있다.‘정상속도’혹은‘정상인상태’가되고싶은이들과,남들이말하는정상보다는‘오롯한나’이고싶은이들.그러나두갈래의소망모두자꾸만좌절되는이들이소설집『대가없는일』에는등장한다.
수록작「아가야,어서오렴」의주인공인‘현주’는회사에서유일하게출산계획이있다는이유만으로상사에게눈총을받으며,동시에바라는대로이루어지지않는임신때문에괴로운난임시술을끝없이시도한다.현주의고통은오롯이생생하지만,어렵지않게임신하고출산한친구들은육아의어려움을토로하고,비혼인친구들은이시대에왜사서고생이냐는듯한눈빛을보내온다.결국현주가마음둘곳은비슷한처지의여자들이모인곳,인터넷난임카페뿐이다.
반면「그녀가「오,사랑」을부를때」의주인공‘진희’는시나리오를전공한대학시절동경하고따르던선배‘은주’와의추억을회상한다.쓰는일도사는일도‘보통’,‘무난’,‘정상’등의말들과는거리가멀던날들.글은더디쓰이고돈도제대로받지못하던날을떠올리게된데는무엇보다은주의죽음이있다.타인에게속고자신을의심하며아무도사랑하지못하게되었던‘나’와그래서포기했던‘쓰기’를다시붙들려고할때,가장먼저떠오르는이는보통사람처럼살지못해도쓰는일을가장사랑했던어느선배다.
작가는저마다아주간절히바라는것이있는인물들의울음이터지는순간을,혹은울음이삼켜지는순간을바라보려한다.어떤이들이꿈꾸는것이어리석은지어리숙한지판단하기이전에,말소리밑에나직이깔리는것이신음인지울음인지,혹은그무엇도아닌다른소리인지듣기위해귀기울인다.

■변명과비명사이에숨은감정들
묵묵한고통을담아낸소설들이있는한편,『대가없는일』을구성하는또다른목소리들이있다.이들은안전거리를확보하지않은채자신을그대로발설한다.자신을방어하고변명하며상대를꼬집고공격하려하지만,스스로망설이고마는순간이있다.그들의새되고볼멘목소리사이에웅크린것은무엇일까?
「지아튜브」는키즈유튜브채널‘지아튜브’의주인공‘지아’가막내작가로일했던‘희진언니’에게보내는편지다.희진언니는‘유명키즈유튜브채널,지아튜브의진실을고발합니다.’라는제목으로인터넷에글을썼다.그결과지아는가족의사업이던유튜브채널을,엄마아빠의사랑을,친구들의부러움을잃었다.지아는희진언니에게지아튜브를돌려내라고화를내지만,그사이의어떤진심을숨기지는못한다.지아야,찍기싫으면안찍어도돼,하던희진언니의목소리를떠올리는순간만큼은.
「언니」의주인공‘은영’은육아인플루언서‘주희’와만나던첫순간부터돌이킬수없이어그러졌던순간을어느영화의내레이션처럼차분히털어놓는다.그러나그목소리로재현되는장면들은생의어느때보다드라마틱하다.무리에서가장인기있는사람에게단짝으로선택받는순간,그와함께평소에누릴수없는것들을누리고타인의시선을받는순간,그러다가한순간에느끼는격차와배신감.주희를동경하고,닮고싶어하다가은영은보이지않는계정뒤에숨어그를공격하기에이른다.
「지아튜브」속지아의목소리가내걸돌려내라고지르는비명처럼들린다면,「언니」의은영이내뱉는목소리는그래서그만제가그랬어요,하는변명에가깝게들리기도한다.다만서로다른상황에처한두여자의긴긴고백에는공격한자와공격당한자를가릴수없는,편지를받을이와보내는이가나누었던기묘한감정이있다.사랑과배신감이함께이고미움과고마움이함께인이름붙일수없는감정들.작가는편지를이루는한줄사이사이에그런것들을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