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마음 (김유담 소설집)

돌보는 마음 (김유담 소설집)

$13.00
Description
신동엽문학상, 김유정작가상 수상 작가
김유담 소설집

김유정작가상 수상작 「안(安)」 수록
“아이 키우는 동안
생각 너무 많이 하지 말고
그냥 버티면서 커리어 지켜.”

위태롭게 흔들리는 가족의 삶을
지탱하는 단 한 사람의 노동,
돌보는 사람을 돌보지 않는 세상에서
조용히 분투하는 마음

김유담 소설집 『돌보는 마음』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16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유담 작가는 첫 소설집 『탬버린』으로 신동엽문학상을, 이듬해 「안(安)」으로 김유정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착실한 행보만큼 탄탄한 성과를 만들어 왔다. “당대의 실제적인 삶”을 직시하면서 고유의 리듬과 정동을 담아냈다는 신동엽문학상의 심사평과 여성 개인의 정체성을 통해 “동시대의 내밀한 부정(不淨)”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김유정작가상의 심사평이 증명하듯, 김유담은 개인의 삶과 지금 이 시대를 가장 넓고 세밀하게 그리는 젊은 작가로 자리하고 있다.
저자

김유담

1983년부산에서태어나경남밀양에서성장했다.2016년《서울신문》신춘문예를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는소설집『탬버린』,장편소설『이완의자세』등이있다.신동엽문학상,김유정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
대추9
안(安)25
경자75

2부
연주의절반97
조리원천국133
돌보는마음143
내이웃과의거리191

3부
입원213
특별재난지역225
태풍주의보263

작가의말282
작품해설284
우리집이야기_허윤(문학평론가)
추천의글299

출판사 서평

첫소설집『탬버린』과장편소설『이완의자세』를통해,꿈을찾아고향을떠나대도시로향한여성들의삶과성장통을보여주었던김유담작가는이번『돌보는마음』에서는돌봄노동을홀로감내하는각계각층의여성에주목한다.타인의‘건강과안녕’을목적으로하는돌봄노동을결혼과동시에떠안게된이들은목적만큼이나광범위한책임과의무를맞닥뜨린다.해설에서허윤문학평론가가이들이처한상황을‘돌봄회로’라고표현한것처럼,한번시작된돌봄은꼬리에꼬리를물고다른의무와노동으로이어진다.특히전세계의건강을위협한코로나19팬데믹과경제위기는돌봄노동의책임과의무를더욱크고무겁게만들었다.

집,병원,직장등대도시와지역의일상적인공간에위치하는우리사회‘돌봄’현장곳곳에서이야기를시작하는『돌보는마음』은청소년과노년,전업주부와감정노동종사자등각계각층의시선으로돌봄의현실과마음을펼쳐보인다.김유담작가는실제존재하는것만큼이나표정과말투,은근한뉘앙스가생생히살아숨쉬는인물들을통해우리실생활의면면과광범위한사회적분위기를세밀하게보여준다.특히한인물의시점으로여러타인의입장과마음을동시에바라보고,그사이에서형성되는미묘한권력관계를능수능란하게드러내는김유담작가의탁월한장점은『돌보는마음』에서가장빛을발한다.김유담작가는『돌보는마음』을통해애정과절망을오가는이율배반적인돌봄의감정과돌봄을둘러싼관계의역학을경유해,지금우리사회여러세대,지역,계층의현실과불안을들여다보고사회구조적모순까지바라본다.

스스로를“돌보는사람,그리고쓰는사람.”이라고작가의말을통해소개한것처럼,김유담작가는‘돌보는마음’을자신의정체성으로기꺼이끌어안은‘돌보는사람’이기도하다.특히김유담작가에게팬데믹은학교와어린이집의폐쇄로발생한돌봄공백이고스란히가정의부담으로돌아오는것을절절히체감한시기였다.이시기를거치며완성된『돌보는마음』에는혼란하고기이한사회적분위기와돌보는사람의보편적이고내밀한마음이고스란히담겼다.김유담작가가보여주는‘돌보는마음’에는잔잔하고단단한애정과애틋함,희미하게스치는원망,질투,열등감,절박함과같은감정들까지도저마다의빛을발한다.『돌보는마음』의인물들은김유담작가가꺼내어준크고작은감정들을딛고그다음의일상을향해나아간다.

어떤감정적파고에휘말리더라도있는힘껏내일로움직여나아가는김유담의인물들은우리일상의모습과도닮아있다.김유담의인물들이꿈꾸는새로운가능성은우리가꿈꾸는그것과그리멀지않다.그렇게김유담의소설은현실의삶을투명하게드러내는방식으로우리에게가장가까운위로가된다.『돌보는마음』을따라도착한저마다의결말에서우리가돌아보게되는것은다름아닌우리자신의‘곁’이다.내곁에서나를보살펴준사람들.나를보살핀손길과미처들여다보지못한그마음의어제와오늘을잠잠히가늠해보게된다.오늘도있는힘껏어디론가움직여나아가고있을가장보통의마음을.



■‘집안여자’의자리
『돌보는마음』1부는여러세대여성들의시선으로‘집안여자’를둘러싼돌봄노동의기울어진역학관계를바라본다.「안(安)」은가정에대한헌신을여성의도리라고말하는큰엄마와여자일수록능력이있어야한다고다그치는엄마사이에서자란‘나’의입장에서이시대의결혼을이야기한다.무능력한아빠의몫까지경제적책임을짊어지고평생자신의일을놓지않았던엄마와‘나’를포함해집안친척모두를살뜰히보살피며살아온큰엄마는극명히상반된가치관을보여준다.‘나’는시어머니와남편이정형화된‘집안여자’의역할에‘나’를끼워맞추려할때마다두엄마의삶을돌아보고,직접조언도구해보지만그어느쪽에서도시원한해답을찾을수없다.어느쪽을선택해도가족을돌보는동안나를돌볼수없고,나를돌보려하면이기적이라는비난이돌아오는비합리적인상황은달라지지않는것이다.‘나’는평생집안가족모두를돌봤지만누구에게도그만큼의돌봄을받지못한채돌아가신큰엄마의장례식장에서이혼결심을굳힌다.김유담작가는두엄마의삶을깊이들여다보고그들모두가보지않은길을선택한‘나’를통해개인의대가없는희생만으로점철된돌봄노동의스산하도록부조리한단면을선명히보여준다.


■이시대의엄마가되는법
2부는예전과는달라진이시대의‘엄마다움’에주목한다.김유담작가는‘엄마’가시작되는장소로‘산후조리원’을들여다본다.「조리원천국」에서산후조리원은아이를낳은여성들이몸을회복하는공간이자아이를돌보고키우는기술을습득하는곳으로,오직“젖잘나오는산모”가되는데몰두하게만드는공간이다.이곳의계급은바깥에서의사회적성취와무관하게‘아이를잘먹이고키우는’순으로새로정립된다.주인공은이곳에서전형적인‘엄마’의역할이스스로에게점점덧입혀지는것을공포로느낀다.「돌보는마음」은복직을앞둔워킹맘‘미연’을통해사회와가정에서의돌봄노동을다양하게조명한다.회사에서미연은고객응대업무에서감정노동을거부하는부하직원과친절을강요하는고객을관리하고,집에서는베이비시터를관리한다.회사와집,두곳에서사람을돌보는미연은끝없이그들의물리적·감정적노동과지불할비용을저울질한다.사회적여건,경제적이득,자기자신의노동까지도끝없이저울질하며,최선의결정을내리려하지만어쩐지결과는늘미진하다.이미진함앞에서우리가발견하게되는것은뜻밖에도이전보다복잡하고비대해진돌봄노동의무게,그리고제대로된논의없이공백으로남겨져있던돌봄의대가와비용이다.


■노인이노인을돌보는사회
3부는돌봄노동의부조리함이가장극명하게드러나는노인돌봄의현장으로향한다.돌봄노동을전담하던여성은노인이되어서도같은노인가족을돌본다.「특별재난지역」의‘일남’은아이들을다키우고나서도남편과손녀,요양병원에있는치매걸린아버지까지돌보는노년여성이다.손녀를가르치고키우는일은예전과같지않고,아버지를돌보는일도팬데믹으로모든것이달라졌다.‘일남’은있는힘껏가족을돌보지만,자신이아무것도모른다는생각과앞으로도영영알수없으리라는불안에서서히사로잡힌다.「태풍주의보」는노년에졸혼을결심한‘희숙’과노년에결혼을결심한‘명주’를통해결혼과여성의삶을새로운각도로비춘다.희숙은결혼후예전과전혀다른모습이되어집안일에몰두하는명주를생경하게바라보며,자신의과거와명주의미래를어렴풋이빗대어가늠해본다.원망도증오도없이졸혼을선택한희숙의마음에는그가쓸고닦고매만진집안풍경들이가득하다.우리는무심한표정으로새로운삶을모색하는희숙으로부터그마음을둘러싼현실을돌아보게된다.돌보는마음을끝내스스로멈추게만드는지금이곳의현실을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