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 (양장본 Hardcover)

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 (양장본 Hardcover)

$16.00
Description
표표한 시인 허연의 빗나간 문장과 빛나는 생각
다르게 흘러온 자만이 쓸 수 있는 신비로운 아포리즘
1995년, 무명의 젊은 시인이 발표한 첫 시집이 청춘들 사이에서 불꽃처럼 번져 나간다. 그 시집의 제목은 불온한 검은 피. 지금도 문청들은 이 검은 시집을 읽으며 불온한 피를 수혈받는다. 그러나 누구도 더 이상 그의 시를 보지 못했다. 그는 한 권의 시집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듯했다. 또 다른 시집으로 돌아온 그가 피의 건재함을 확인시켜 주기 전까진. 그로부터 10년 만에 출간한 시집 『나쁜 소년이 서 있다』는 말 그대로 화려한 복귀작이었다. 중년의 방황을 담은 이 시집은 평단과 대중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이후 시인을 상징할 페르소나를 선사하기도 했다. 나쁜 소년. 이후 허연은 『내가 원하는 천사』 『오십 미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등 새로운 시집을 출간할 때마다 특유의 슬픔과 허무로 점점 더 많은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독자적이고도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갔다. 그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독자는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러나 그를 둘러싼 이미지는 여전히 신비와 베일이 아닐까. ‘나쁜 소년’ 허연의 산문집 『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는 시 쓰는 일이 아니고서는 좀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허연의 첫 자전적 에세이다. 등단 이래 20여 년 동안 산문집을 출간한 적은 있었지만 대체로 고전 작품에 대한 안내서이거나 고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해설서 성격의 책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는 지난 십수 년 동안 신문 칼럼, 잡지, 소셜 네트워크 등 여러 매체들에 쓴 아포리즘과 길고 짧은 산문들을 선별해 수록했다. 그의 삶이 흘러온 내력을 보여 주는 동시에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노력한 또 하나의 내력을 보여 주는 글들이다. 다른 시공간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쓰인 글들을 모아 주는 키워드는 ‘기분’이다. 삶의 기쁨과 슬픔, 사랑과 이별을 통해 경험한 그리움과 회한, 예술 작품을 보면서 경험한 황홀과 경이, 낯선 여행지를 거니는 동안 발견한 외로움과 고독, 세상을 향한 냉소와 비판,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감동과 경외. 한마디로 이 책은 허연을 구성하는 이성과 감성의 총체를 보여 준다. 그리고 이 총체적 기분들은 우리 자신의 기분들과도 무척 닮았다.

시시한 날씨는 없다. 다른 날씨가 있을 뿐이다. 기분에 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시시한 기분은 없다. 다른 기분이 있을 뿐이다. 흐르는 강물이 한순간도 제자리에 멈춰 서 있지 않은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다. 우리는 매 순간 다른 기분으로 살아간다. 그 많은, 숱한 기분들의 총합이 바로 나의 삶이자 당신의 삶이며 지금의 우리는 우리가 경험한 기분의 총합이다. 우리의 삶이 하나의 예술품이라면 지금의 ‘나’를 만든 그 모든 기분들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것이야말로 ‘나’라는 작품을 위한 미학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은 기쁘고 슬픈, 그립고 후회되는, 황홀하고 경이로운, 두렵고 무서운, 냉소적이고 비판적인 기분들을 겪고 견디며 점점 더 깊은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우리의 삶을 바라보는 가장 예술적인 관점이다.
저자

허연

서울도심에서나고자랐다.오랫동안꿈꿔온가톨릭사제의길을포기하고시인의길을선택,스물여섯살에「권진규의장례식」외7편의시가《현대시세계》신인상에당선되며등단했다.『불온한검은피』『나쁜소년이서있다』『내가원하는천사』『오십미터』『당신은언제노래가되지』등다섯권의시집을냈다.
연세대학교에서저널리즘석사학위를추계예술대학교에서문화예술학박사학위를받았다.일본게이오대학미디어연구소연구원을지냈다.
문청들의교과서이자청춘의경전으로불리는첫시집『불온한검은피』에서부터성과속의세계를동시에살아내는실존주의자의허무를노래하는근작에이르기까지,예술적광기와심리적허기가불협하며만들어낸시적착란은매번새롭게아름다운폐허의한복판을만들어내며허연의시가지닌독자적리듬과독보적색채의근간이되었다.
시집외에도『고전여행자의책』『가와바타야스나리』『시의미소』등고전을탐닉하며쌓아올린지성과취향을바탕으로독자들에게명작의세계를안내하는저서를다수출간했다.현대문학상,시작작품상,김종철문학상,한국출판학술상등을받았다.매일경제신문문화선임기자로재직중이다.

목차

프롤로그

1부기쁨과슬픔은나도모르게자리를바꾸어앉았다13
2부누구나최선을다해아프다83
3부사랑스럽고초라한지구를거니는일143
4부예외의날들이시작됐을때시를쓰기시작했다183
5부오늘벌어진일다진화다243
6부무너지는사람이좋다275

출판사 서평

■기쁨과슬픔
그는쓴다.“인간의진실은슬픔에더가깝다”고.하지만그는이렇게도쓴다.“기쁨과슬픔은나도모르는사이자리를바꾸어앉았다”고.그러니둘을구분하려는모든시도는헛수고이거나결국헛수고에그칠가능성이높다.우리는많은슬픔을견뎌야하지만그슬픔의진실은보이지않는곳에있기때문이다.1부에서는기쁨과슬픔어느한쪽으로환원할수없는생의순간들에대해기록한다.

■그리움과회한
시간이휩쓸고간자리엔그리움이남는다.가족에대한그리움,이제는돌아갈수없는어느봄날에대한추억,두번다시볼수없는친구와보냈던한밤의열정……그러나시간이흐른다고해서모두가그리움의대상이되는것은아니다.그리움은그저주어지는시간의부속물이아니라시간을거스르는자만이성취할수있는의지의결과이기때문이다.잊지않으려는마음이그리움의목록을늘어뜨린다.2부에서시인은그리워했던순간들을그때그순간처럼떠올린다.

■황홀과경이
예술작품과만나는격렬한순간에우리의내면은변형된다.허연의삶을연대기로표기하면중요한구간들에는다음과같은항목들이올지모른다.피카소의「게르니카」앞에서말문을잃었던날,권진규의조각을보며본질만남은인간의형상을봤던날,손상기의「공작도시」앞에서전율했던날,에릭사티의음악을듣고프랜시스베이컨의그림을보며영혼의각도가반쯤이동했던날……소년이었을때부터미술잡지를끼고살았던허연에게새로운예술가를발견하는일은자기자신을발견하는일이기도했다.일상이줄수없는황홀한순간을안겨주는예술과의만남은우리로하여금다른존재를꿈꾸게하는유일한스승일지도모른다.3부에서는예술작품앞에서경험한잊을수없는순간들을다룬다.

■여행과외로움
스물일곱살,두사람을떠나보낸후그는한국을훌쩍떠난다.몇번이나울었던실크로드의길들은지금도잊히지않는다.순하고슬픈사람들이먼저떠오르는스리랑카,눈이시려서눈물이나는『설국』의고장에치고유자와,공기마저도아름다운곳부에노스아이레스,광기와사랑을같은뜻으로쓰는곳안달루시아,길고느렸던나일강의추억.4부에는여행지에서만난낯선기분들을담았다.인간은외롭다.그리고여행은자신의외로움과마주하는일이다.

■냉소,그리고단독자
그럼에도사람들이허연에게서맨먼저떠올리는이미지는냉소와비딱함이아닐까.그의칼럼을읽어온독자들이라면그가쓰는지성과논리의언어에더익숙함을느낄지도모를일이다.세상을향한냉소와사유의색ᄁᆞᆯ이돋보이는5부는무리짓기를누구보다싫어하고만장일치라면도망부터치고보는그의‘불편한성격’이고스란히드러나는글들로구성되었다.경직된내면에숨통을틔워주는글들이기도하고우리마음속에잠재되어있는삐딱함에의욕망을건드리는글들이기도하다.

■경외
6부의제목은‘무너지는사람이아름답다’이다.6부에서는그가존경했던삶들을관통하는경외감이두드러진다.살면서한번쯤존재만으로도빛이나는아름다운사람을만난다.혹은그런사람을만나고싶다.그들은무너져도아름답다.무너질수있었기에아름답다.허연의마음에두려울정도로아름다워보였던사람들은누구일까.그들을떠올렸던순간들을따라가다보면어느새우리마음속에도그들을향한경외감이물드는것같다.

허연은이책의프롤로그에서자신의삶에깊이각인된어느영화의대사를인용한다.“모두들어쩌다지금의자신이되지.”그렇다.우리는모두어쩌다지금의자신이된다.이책을읽는동안당신이‘읽는’것은지금의허연을만든기분들일테지만,이책을읽으며당신이‘만나는’것은지금의당신을만든수많은기분들일것이다.그책의목록은전혀다른순서와구성으로채워질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