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의 마음으로

유령의 마음으로

$13.00
Description
어느 날, 나와 꼭 닮았지만
나보다 정확한 마음을 가진
유령이 나타난다면
신인 소설가 임선우의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미 임선우라는 이름과 마주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2019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선우는 고요하고도 능청스러운 환상을 부려 놓은 소설들을 착실히 발표해 왔으며, 풍경이 다른 섬들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덟 편의 작품들이 마침내 한 권의 책으로 엮여 나왔다.

현실은 막막하고, 관계는 지난하고, 일상은 그 모든 막막하고 지난한 것들이 반복되는 무대다. 평범한 일상에 “아무런 예고 없이”(평론가 황예인) 펼쳐지는 임선우식 환상은 “‘나’와 타인의 관계의 문을 열어 주는 매개”임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위한 역할로서 작용”(소유정)한다. 이러한 평가는 곧, 타인과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소멸해 가고 있는 현실에 임선우의 소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 대한 답이 되어 준다. 유령, 변종 해파리, 나무가 된 사람 등 환상적 존재들은 일상적인 사건처럼 삶에 스며 인물들을 긴긴 생각에 잠기도록 만든다. 왜 내 삶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와 똑같이 생긴 유령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쉬이 끝나지 않는 고민들은 점점 인물의 삶 전반에 대한 고민으로 넓어지고, 독자들의 곁에도 어느새 책 속 유령이 건넨 따스한 생각들이 깊숙이 스며 있을 것이다.
저자

임선우

1995년서울에서태어났다.2019년[문학사상]신인문학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저서로『유령의마음으로』『왜가리클럽』(공저)등이있다.

목차

유령의마음으로7
빛이나지않아요33
여름은물빛처럼73
낯선밤에우리는107
집에가서자야지139
동면하는남자177
알래스카는아니지만205
커튼콜,연장전,라스트팡235

작가의말261
작품해설
마음을살려내는이야기_황예인(문학평론가)264
추천의글_박솔뫼(소설가)279

출판사 서평

우리가사는곳은이미이상하니까
삶에어떤일이일어나도임선우의인물들은기꺼이받아들일준비가되어있다.자신과똑같이생긴유령이빵집카운터에엎드려자고있을때에도‘나’는잠시놀랄뿐,그날부터유령과모든것을함께한다.(「유령의마음으로」)변온동물로변해버린자신이겨울잠을잘수있게야산에묻어달라는낯선남자의요청에도‘나’는잠깐고민에빠질뿐,삽을들고남자와함께산을오른다.(「동면하는남자」)무슨일이일어나도곧장수용하곤하는‘나’의모습에서우리는거꾸로이미이상해질대로이상해진세계를떠올리게된다.인물들이어떻게이렇게아무렇지도않을수있지생각하다가도우리가현실속에서겪어낸보다극악하고충격적인일들을기억해낸다.이런세계에서라면작은환상쯤,믿지않으리라는법이없는것이다.결국우리는인물들의기꺼운마음에도,놀라운적응력에도이내끄덕거리게된다.

누군가를골똘히생각하는이의신중한얼굴
『유령의마음으로』의인물들은골똘한얼굴을하고있다.다만,소설이시작될때에는자신의막막한현실에매몰되어고민이가득한얼굴이었다면,소설이끝날때쯤에는누군가를깊이생각하느라골똘해진얼굴이된다.고된삶에치여무거웠던표정이누군가를사랑하고위하는데열중하는얼굴로변해가는것.인물들의내면에이렇듯중대한변화가일어나는미묘한순간을,임선우의소설은세밀하게포착한다.「커튼콜,연장전,라스트팡」의‘나’는돌풍에떨어진중국집간판에맞아즉사한뒤이승에서부여받은마지막100시간동안‘나’의염원대신처음만난유령의꿈을이뤄주고자분투한다.아이돌이꿈이었던그유령의노래를도시구석구석울려퍼지게하는데성공하자‘나’는영영모를것같던자신의꿈에대해서도비로소짐작해보게된다.「빛이나지않아요」의‘나’는꿈을포기하고얻은직장에서만난,해파리로변해가는고객의이야기를들으며그를가장인간답게만드는것이무엇인지생각에잠긴다.“지선씨가보았을빛,단한번의빛만을생각할것이다.”라는마지막문장의다짐처럼,그생각은‘나’의삶이잃어버린빛까지밝혀준다.

나의삶을튼튼히가꾸려는이의단단한얼굴
임선우의인물들은다른이들에게조심스레곁을내어주면서도자신의삶을돌보는일을소홀히하지않는다.상대가겪었을슬픔의크기를짐작하고,자신도그만큼의슬픔을내보일수있게되었지만그들은서로에게온전히의지하기보다는각자의삶을튼튼하게가꾸기로한다.“그들은제힘으로각자의시간을통과하고있으며,그제힘덕분에상대를적절한거리에둔채공존할수있는것”이라는평론가황예인의해설처럼인물들은변함없이자기삶의자리를지킨다.「여름은물빛처럼」의두인물,‘나’와‘산’이각자사랑하는사람이죽거나사라진아픔을안고도서로덤덤히그날의일과를나누는것처럼.「낯선밤에우리는」의두친구가자주만나함께밥을먹으면서도말하기어려운서로의어려움에대해서는말을아끼는것처럼.임선우가내보이는적당한온기의관계는현실의어려움,잔뜩엉킨관계속에서휘청거리는이들에게정답같은장면이되어준다.그가제시한관계안에서라면우리는쓰러지지않고,오랫동안잘서있을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