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자리 별에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 (최승호 그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쌍둥이자리 별에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 (최승호 그림 시집 | 양장본 Hardcover)

$14.80
Description
최승호가 발견하고 재해석한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
최승호가 발견하고 재해석한
한글의 조형적 아름다움

최승호 그림 시집 『쌍둥이자리 별에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1977년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 시와 동시를 아우르며 눈부신 성취를 만들어 온 최승호 시인이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은 한글로 그린 ‘그림 시집’이다.
‘그림 시’는 단어와 단어의 의미를 연결해 문장을 만드는 기존의 언어 사용 방식에서 벗어나, 단순한 단어의 나열로 형태를 만들어 그림으로 보여 주는 시의 한 형식인 ‘구체시’의 일종이다. 최승호 시인은 ‘구체시’를 ‘그림 시’로 새로이 명명해 소개하며, 구체시의 현대적 기원이 된 2차 세계대전 이후 문학운동이라는 정치적 의미를 덜어내고 언어의 직관적 형태가 주는 즐거움에 다시금 주목해 볼 것을 제안한다.
최승호 시인의 45년 시력에서 ‘그림 시’의 탄생은 어쩌면 이미 오래전 예고된 것이었다. 말놀이 동시집이 출간되었을 당시 “그야말로 언어끼리 자유롭게 놀아 스스로 지어졌다.”고 말한 시인의 말에서 드러나는 놀라움과 기쁨처럼, 말놀이를 만난 후 시인은 언어의 조형성과 말의 회화성, 말과 말이 만나 빚어내는 우연한 음악성에 오랜 시간 매료되었다. 이제 시인의 시 세계에서 생략할 수 없는 주요한 형식이자 분기점이 된 ‘말놀이 시’는 ‘그림 시’를 시도하며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와 동시에서 이토록 무궁무진한 형식 실험이 가능한 바탕에는 최승호 시인의 타고난 동물적 직관력이 있다. 시선집 『얼음의 자서전』이 독일에 번역 출간되었을 당시 받은 ‘양서류적 상상력’이라는 평처럼 젊은 날 최승호 시인이 온몸으로 호흡하고 변온하며 현대문명의 허무와 생태계의 위기를 가감 없이 응시하고 말했다면, 오늘날 최승호 시인은 그 직관의 힘으로 언어에 붙은 불필요한 오염물을 깨끗이 떼어내고 가장 순수한 면모를 발견해 보여 주려 한다. 한국문학에 익숙한 독자들과 더불어 아동과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까지, ‘지금 여기’의 언어가 생소하고 낯선 이들도 아무런 설명 없이 함께 웃음 지을 수 있는 한글을 새로이 발굴해 느껴 보자고 제안한다.

“젊은 날 마음이 어두울 때 램프처럼 찾아온 문장들을 나는 기억한다.
그 문장들의 메아리 같은 그림들을 한글로 그려 보았다.”

시인이 서두에서 밝혔듯 이 그림 시집은 작품마다 시인이 오랫동안 기억 속에 간직해 온 ‘한 문장’과 이를 통해 떠올린 심상을 한글로 그린 한 편의 ‘그림 시’로 구성되어 있다. 표제작 ‘쌍둥이자리 별에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를 보면, 헤라클레이토스의 “사람은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없다.”라는 문장 곁에 ‘무’라는 단어를 반복해 그린 우주 공간과 쌍둥이자리가 놓여 있다. 쌍둥이자리 별에 ‘무’라는 ‘다른 시간’이 흐른다면, 그곳에서 우리는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 있는 것일까? 시간조차 흐르지 않는 것일까? 단 한 문장과 그림만으로 깊은 고민에 잠기게 한다.
최승호의 그림 시는 대부분 동식물들의 이름으로 그려져 있다. 시인이 오래 환경운동에 몸담았다는 사실을 돌이켜 보면 그 이름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 ‘펭귄’, ‘사막여우’, ‘흑염소’부터 알락하늘소, 알락똥풍뎅이 등 서로 다른 종이지만 이름을 가족의 돌림자처럼 공유하는 ‘알락 친구들’, 금빛노랑불나방, 교차무늬주홍테불나방처럼 이름만으로 서로 다른 형태와 생물학적 연관성을 동시에 보여 주는 ‘불나방들’까지, 그 종류와 표현 방식도 다양하다. 하나의 단어로도 그 모습과 형태, 생태적 관계까지 상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이 이름들은 언어의 자연스러운 리듬감이 만들어 내는 활기와 생명력을 넘어,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을 떠올리게 하며 이 세계의 신비로움을 느끼게 만든다.
저자

최승호

춘천에서태어났다.『대설주의보』『세속도시의즐거움』『눈사람자살사건』등의시집을비롯해어린이를위한‘말놀이동시집’‘최승호와방시혁의말놀이동요집’시리즈가있다.‘말놀이동시집’시리즈는말과말의우연한결합에서오는엉뚱한결말과기발한상상력을통해언어에대한새로운감각을열어주는작품으로어린이동시의새지평을열었다는평을받는다.시선집『얼음의자서전』이아르헨티나,독일,일본에서번역출간됐다.오늘의작가상,김수영문학상,대산문학상,현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펭귄10
비속의나귀12
제비나비14
게자리별의발걸음16
띄엄띄엄18
봄밤20
긴수염하늘소22
가랑잎나비24
자작나무숲속의호랑이26
황룡사구층목탑터28
목이긴남자의방30
술병속의신천옹32
사막여우34
굴렁쇠36
갯지렁이38
흰수염고래40
은하수한잔마시게42
쌍둥이자리별에는다른시간이흐른다44
노을지도46
알락친구들48
해바라기50
불나방들52
사막의모래시계54
오후다섯시의로봇56
흑염소58
호랑이탈60
장수하늘소62
현금지급기,아니면변기64
똥덩어리속의똥풍뎅이들66
거머리의시간68
쿵,넘어진눈사람70
이별에서의이별72
뼈뿐인뼈74
웃는일만남은해골76
유령해파리78
가슴이찢어진허수아비80
별먼지,혹은남자와여자82
넘어지다84
라르고,라는이름의멋진장의차86
무덤88
왕의그림자90
어디론가가고있는자벌레92
바다위로날아오르는가오리94
도요새96
코끼리모양의술항아리98
앤디워홀의바나나100
물속의달을건지는긴팔원숭이102
농부의손104
쥐코밥상106
꿈없는날들을위한장아찌108
개구리110
심해아귀112
자코메티와함께걸어간낙타114

작품해설117
한글비주얼포엠의새로운가능성_류신(문학평론가·중앙대학교유럽문화학부교수)
출처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