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시의모더니티의출발:김수영의시
김수영은소시민의일상을통해비겁한자신을질책하는한편,눈에보이지않는적과맞서기위해이를악무는시인이다.정신적나태에빠지지않기위해끊임없이전선을확인하는냉철함과그러한냉철함에서비롯되는긴장감을일상적소재에서발견하는독창적인시인이기도하다.김수영은그의시를통해모든것이시가될수있고,모든것에시가있다는것을과감하고전위적인작법으로보여준다.때문에시의수록순서는발표연도를기준으로하지않고,김수영이시도한다양한스타일을다채롭게감상할수있도록구성하였다.따라서제목만봐도어느구절이떠오르는반가운시와처음보는것같지만어쩐지익숙한시들을나란히읽을수있다.「풀」,「폭포」,「구름의파수병」,「어느날고궁을나오면서」등우리가한번쯤은들어보고읽어보았을김수영의대표시부터「애정지둔」,「여름뜰」,「나의가족」등소시민의일상과자신의생활에대한김수영식사랑을담은매력적인시편들을선별하여묶었다.이는세상과자신을향해타협없이꾸짖다가도골목과아이와마당을향해너털웃음을보이는시인의모습과닮아있다.
■날카로운현실인식과솔직한자기성찰:김수영의산문
김수영의시만큼이나사랑받는것이김수영의산문이다.혹자는김수영의산문이없었다면김수영의시또한없었을것이라고말하기도한다.김수영산문의특징을한마디로정의하자면읽는이를놀라게할정로도스스로를까발리는솔직함이다.그만큼김수영의산문은김수영의현실과시,자신과세상에대해지닌태도를거침없이보여준다.「내가겪은포로생활」,「양계변명」,「시인의정신은미지」등그는산문을통해서그가포로수용소에수용당했을당시의기록,생활을돕던양계에대한기억,자신의시와시론에대한태도를드러낸다.김수영은시만큼이나빛나는그의산문에서날카롭게벼린문장으로,꼿꼿한정신으로,시민으로서의삶과시인으로서의태도에대해끊임없이성찰하며나태해지기를경계한다.정치참여에대해일갈하고문학에대한소신발언을쏟아내는동시에,자신이뱉는이야기에대해스스로가먼저지킬것을밀어붙이고몰아붙이는양면의노력이김수영의산문에는있다.바깥으로는눈치보지않는산문을발표하면서,일기에는더소박하고자연스러운말을적으려했던김수영의독특한매력도함께엿볼수있다.
■여전히생생한,‘아직쓰는중인’우리의작가:김수영의미완성소설
『디에센셜김수영』의마지막수록작은그가생전에미처완성하지못한장편소설「의용군」이다.김수영을소설로만나는일은우리가미처알지못한김수영의새로운모습을알게되는일이며,익숙하다고여겨온시인을만나는색다른방식일것이다.또한김수영이과거에썼으나현재까지끝나지않은소설,미완의결말에대해독자들이이후를상상하게될작품을읽는일은과거와현재와미래가맞물리는순간을경험하는일과닮았다.아직끝나지않은그의소설을마지막순서로읽으며,‘여전히쓰고있는’김수영과만나게되기를바라는마음으로그의미완성소설을수록하였다.그렇게한권의김수영읽기를끝마치고또다른김수영읽기가시작되기를,미완성으로끝나는이책이독자들에게무한한시작이되었으면하는바람이다.끝나지않은소설을마지막으로우리는김수영의처음과끝을함께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