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배삼식 희곡)

1945 (배삼식 희곡)

$13.00
Description
두고 온 1945년의 기억
혐오와 배제 위에 쌓아올린 비루한 역사의 ‘잔여’에 대해 묻다

한국 최고의 스토리텔러 배삼식
식민지 시대 ‘허’의 미학과 ‘생’의 감각을 담아낸 2편의 신작 출간
「1945」 해방됐다는 소문이 들려온 1945년. 만주 이곳저곳을 떠돌던 조선인들이 조선으로 가는 기차를 기다리기 위해 잠시 전재민 구제소에 머문다. 일본군 위안소에서 능욕의 세월을 견딘 명숙과 미즈코는 과거를 숨긴 채 구제소로 숨어들고, 함께 가자는 미즈코를 떨쳐 내지 못한 명숙은 미즈코를 벙어리 동생으로 속여 자매 행세를 한다. 가난, 전염병, 중국인들의 핍박으로 전전긍긍하던 그들의 손에 드디어 조선행 기차표가 주어지지만 명숙과 미즈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심상치 않다. 2017년 명동예술극장에서 초연.

「적로」 1941년 가을 경성. 고향 진도로 내려갔다는 종기와 그의 소리를 잘 알아주는 계선이 이별주를 마시는데 젓대 연주로 명성이 자자하던 두 사람 앞에 의문의 인력거꾼이 등장한다. 그가 데려다준 곳에는 십수 년 전 불현듯 사라져 버린 기생 산월이 앉아 있다. 국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두 인물, 대금 명인 박종기와 그의 절친한 벗 김계선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대금 산조의 창시자로 진도아리랑을 창작한 예술가박종기는 엄청난 연습량으로 밤낮없이 대금을 불어 신접한 경지에 이르렀는데, 그의 연주에 산새가 날아왔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그는 죽는 순간까지 악기를 연주하다 세상을 떠날 정도로 예술혼을 불태웠다. 한편 그의 절친한 친구이자 궁중 악사였던 김계선은 민요, 무가반주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활동한 인물로, 「적로」는 예술혼으로 자신의 삶을 채운 두 예인을 통해 우리 인생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운데 홀연히 사라진 기생 산월의 인생이 아련하게 펼쳐진다. 2017년 서울 돈화문 국악당에서 초연.
저자

배삼식

1970년전주에서태어났다.서울대학교인류학과를졸업하고한국예술종합학교연극원극작과전문사과정을마쳤다.1998년「하얀동그라미」로데뷔했다.2003년극단미추의전속작가이자대표작가로활동하며「삼국지」,「마포황부자」,「쾌걸박씨」등의마당극과뮤지컬「정글이야기」(창작),「허삼관매혈기」(각색)를비롯해「최승희」(창작),「벽속의요정」(각색),「열하일기만보」(창작),「거트루드」(창작),「은세계」(창작)등다수의작품을만들었다.이후「하얀앵두」(창작),「피맛골연가」(창작),「3월의눈」(창작),「벌」(창작)등왕성한작품활동을선보이며우리시대를대표하는극작가로자리매김했다.2007년「열하일기만보」로대산문학상과동아연극상희곡상을,2008년「거트루드」로김상열연극상을,2009년「하얀앵두」로동아연극상희곡상을,2015년「먼데서오는여자」로차범석희곡상을,2017년「1945」로'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올해의작품상을수상했다.동덕여대문예창작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서문
1945
적로
작품해설_당신이문득나를알아볼때까지/권여선(소설가)

출판사 서평

▶“막상해방된사람들가운데서도해방의기쁨을느낄수없었던
떠도는영혼을위한이야기”-고선웅(연출가)

▶“혐오와배제로가려진우리역사의맨얼굴을드러내는「1945」는
‘생존’을위해인간됨을버려야했고,또한‘실존’을위해인간됨을고민했던
사람들의역사를통해해방이후의혼란을구체적으로조명하고있다.”
-공연과이론을위한모임올해의작품상선정이유에서

배삼식신작희곡집『1945』가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한국현대사바깥에위치한개인들의말과행동을따뜻하고개성적인시선으로그려온배삼식은작가들이신뢰하는작가이자독자들이사랑하는작가이며평단이환호하는작가다.희곡은무대공연을전제한예술장르이지만,배삼식의희곡은읽는것만으로도휘몰아쳐온다.개인들의일상에대한섬세한묘사,소박하면서도여백으로가득한말,정적이고아름다운지문들.무엇보다중심의목소리가부재한다성적세계가발견하는누락된주체들.배삼식의작품은언제나따듯하게전복하고마지막순간까지기억한다.신작『1945』는식민지시대의절망과혼란을담은희곡2편을담은희곡집이다.한번도중심을향했던적없는배삼식의시선이이번에는,중심을만들기위해골몰했던해방이후의역사를향한다.

■한국인의영점지대,1945년
폐허의0년.2차세계대전은수많은난민을남겼다.그중에서도아시아의난민수는압도적으로많았으며한국인도예외는아니다.그들중어떤사람은고향으로돌아가고싶었고어떤사람은고향만아니면괜찮았으며어떤사람은어디로가야할지알수없었다.각자의욕망과과거를지닌이들앞에어느날갑자기도착한해방.장막이걷히자사람들은서로를구분짓기시작했다.용감한사람,비열한사람,저항한사람,배신한사람,강한사람,약한사람……그가운데요구되는한국인의정체성.그러나과연그런것이있을까.오염되지않은정체성을요구하는목소리는어디에서나오는것일까.정체성에대해논할때배제되는‘불순한것’들은어디로가는것일까.누구도하나의정체성으로범주화될수없었지만구분은조선으로가기위한첫번째관문이었다.귀환이시작된것이다.

표제작인「1945」는해방됐다는소식이전해진이후,만주에살던조선인들이고향으로돌아가는열차를타기위해머물던전재민(戰災民)구제소를배경으로한이야기다.죽을고비를함께넘기며위안소를탈출한명숙과미즈코를비롯해각자의사연을품고있는이들은조선행기차를타기위해전재민구제소에머무는중이다.생존에대한강렬한욕망과극한의상황속에서도결코사라지지않는인간애가뒤섞이며빚어내는전쟁이후의혼란.「1945」는역사의뒤안길에서조명받지못했던인간군상을통해생의감각을결여하고있는역사의공백을복원한다.

■삶의언어로다시쓰는해방의역사

셰익스피어는훌륭한수집가이자편집자였다.그의독창성은새로운것을만들어내는데있지않고기존에존재하는것을새로이편집하는데있었다.배삼식작가역시각종수기나논픽션,다큐멘터리등에서수집한자료들을작품안에서인용하거나변주해새로운작품으로거듭나게한다.이번작품에서도기존의작품들을적절히인용하고변주한자료와기록이눈에띈다.특히채만식,염상섭,김만선,허준등의작가들이남겼던만주체험과귀국체험이야기는추상적인이해로만존재하는1945년을생생한감각이숨쉬는1945년으로다시쓰는데가장중요한자료가되었다.

공인된역사에서는드러나지않는개인의욕망을통해1945년이란시간을다시쓰고자하는것은「1945」를집필한작가의가장큰목표이기도했다.“선입견,고정관념을내려놓고,그시대를살아갔던인간들의구체적인의지,삶을향한욕망,도덕적윤리적판단너머에있는삶의모습을충실하게,치우침없이그려보고자했다.중심인물은있겠지만작은역할하나라도저에게는다소중하다.비열해보여도제각각의지옥을살아가고있는사람들이다.”

■만주장춘과전재민구제소,귀환의문학
민족과국가바깥으로밀려났던사람들이그안으로들어오는순간은문학적이다.욕망과욕망이부딪치고희망과절망은아직자리잡지못했다.독립운동뿐만아니라각자의구체적인의지와욕망을갖고있는사람들이다같이기차를기다리는것자체가극적이다.다양한과거와현재와미래를지닌군상들이함께모여들어뒤섞이고,잠시같이있다가흩어지는장춘의조선인전재민구제소라는공간은「1945」가담고있는주제를집약적으로응축시키고있는공간이다.만주야말로해방이후역사의맨얼굴을가장잘보여줄수있는,우리가충분히들여다보지않은문학적공간이다.

■작품해설에서

제목이주는선입견과달리「1945」는해방의감격을노래한작품이아니다.해방은되었으나제대로해방되지못한국외의전재민들이고국으로돌아오기위해목숨을걸고아귀다툼하는,어쩌면전쟁보다더무섭고혼란스러운전쟁이후의역사를그린다.「1945」는공연을떠나서읽는것만으로도휘몰아쳐오는희곡으로,위안소를탈출한위안부여성명숙과미즈코가전재민구제소에서공동생활을하다고국으로돌아오는여정을통해해방직후해외에있었던조선인들이어떤곤경과생존의파란을겪고귀환했는지를보여주는드라마다.-권여선(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