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뭐래도 하마 (김선재 소설집)

누가 뭐래도 하마 (김선재 소설집)

$12.00
Description
“까맣게 잊었던 과거가 낙석처럼
눈앞에 굴러떨어지는 날이 있다.”

죽지 못해 사는 사람과 살기 위해 잊는 사람
고장난 시계와 조각난 기억으로 맞추어 보는 삶의 조건
시와 소설을 오가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선보이는 ‘전방위 작가’ 김선재의 신작 소설집 『누가 뭐래도 하마』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번 소설집에는 그간 작가가 천착해 온 주제인 ‘죽음’과 ‘기억’에 대한 사유가 한층 더 짙게 드러난다. 김선재가 붙드는 삶의 진실은 지나왔다고 생각한 과거, 잊었다고 생각한 기억으로 꾸역꾸역 되돌아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사정과 사연에 있다. 소설의 인물들은 서로 다른 사연을 지녔지만 어쩐지 비슷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갑작스레 걸려 온 전화, 어느 날 가게 된 낯선 도시, 오랜만에 만나게 된 사람을 통해 까맣게 지웠던 삶으로 되돌아간다. 오래 비워 둔 집에 시계가 고장 난 채 걸려 있듯, 그들 마음속에 걸린 시계는 늘 같은 시간을 가리킨다. 김선재는 ‘살기 위해’ 마음속 시계에서 어떤 시간을 지워 버렸지만 결국 늘 그 시간을 되풀이해 살아 온 사람들의 표정 없는 표정에 주목한다.
저자

김선재

1971년통영출생.숭실대학교문예창작학과박사과정을수료했다.2006년《실천문학》에소설을,2007년《현대문학》에시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얼룩의탄생』,『목성에서의하루』,소설집『그녀가보인다』,연작소설집『어디에도어디서도』,장편소설『내이름은술래』가있다.

목차

누가뭐래도하마7
한낮의디지43
일일시고일79
아는사람115
아무도모른다153
죽지않는사람들169
남은사람207
3번국도241

작가의말279

작품해설281
사람의조건_노태훈

출판사 서평

■기억을지운우리의삶은의미가있을까?
김선재는고통스러운과거를지닌인물들의목소리를담아내되섣불리그들의회복이나치유를암시하지않는다.잊었던기억이되돌아오는일은25년만에만난사촌과한낮뙤약볕아래묘지에속수무책서있는것만큼(「한낮의디지」)이나괴롭고견디기힘든일이다.가난한마음에,여유없는시기에무시하거나건너뛰기로한어떤기억들은오랜시간이지난뒤찾아온다.3년만에다시만나느닷없이“도를아느냐”고묻는과외학생이털어놓는트라우마에떠올리고싶지않던자신의일그러진면을떠올리게되는일(「아는사람」).그기억들은묻는다.삶에서이런기억을빼버리고,우리는왜살아야하는걸까?그시간을빼버린채살았던삶은어떤의미가있는걸까?인물들이보여주는잊으려는의지,외면하려는태도는아이러니하게도그들이결코그기억과시간에서놓여날수없음을더욱분명하게지시한다.도망치려했던스스로의삶의궤적,보려하지않던나이테를직시하고자각하는순간.작가는그런‘잊으려는다짐’이파열되는순간들을붙든다.우리가사는동안‘왜사는가?’와‘무엇을기억할것인가?’사이에서고민할때마다,김선재의소설이필요할것이다.

■기억을품고우리는삶을살아갈수있을까?
작가가던지는질문은동전처럼앞뒤를지닌다.살기위해잊은,그러나완전히잊지는못하는이들의이야기를들려줌과동시에‘모든것을기억하는일’에대한의심도내려놓지않는다.「죽지않는사람들」의노인‘안병수’는늙고병들어기력을잃어가는와중에도불쑥불쑥“사람답게살고싶으냐”는한마디를떠올리는데,그말을들었을때그가보낸나날들은지옥과다름없던하루하루다.「3번국도」에서한달간의유급휴가를받은스포츠칼럼니스트는여행지에서자신이기억하지못하는사건이있음을서서히깨닫는다.그런남자에게주변사람들은“산사람은살궁리를해야”한다는말을되풀이할뿐이다.어떤기억과함께라면살아도죽은것처럼살게되는인물을보여주며,작가는비슷하지만다른질문을남긴다.잊었던과거는기어코우리에게되돌아온다.그러나고통스러운기억들을고스란히안은채라면우리는살아갈수있을까?이질문은기억과망각이라는능력을함께지닌,인간인우리가살아가는동안내내유효할것이다.『누가뭐래도하마』는이러한물음에소설의외형을씌워건네려면어떤식이어야할지를유심히고민하여탄생한‘질문의책’이다.

■작품소개
누가뭐래도하마
▶‘양’은엄마에게버림받고‘유조씨’의집에서생활한다.기상시간과식사량,끼니마다염분의정도를지키며건강관리에몰두하는유조씨는양의체중조절,식사량관리에도열을올린다.“사람답게”식욕을견디라는유조씨의말에양이떠올리는건언젠가동물원에서본,‘먹고싶을때먹고싸고싶을때싸는’동물의일을당당하고우아하게해내는하마다.

한낮의디지
▶25년만에걸려온사촌언니의전화.‘나’에게그것은영문모를것이다.작은항구근처에살던큰이모의막내딸,‘디지’는오래전‘나’의집에얹혀산적이있다.‘나’의아버지의묘지에가자는디지의제안을수락한‘나’는한낮의묘지에서디지에게그때왜갑자기사라졌는지묻는다.오래전에물었어야할질문을하는‘나’에게디지는되묻는다.“넌정말몰랐니?”

일일시고일
▶어머니의죽음을수습하기위해P시로간‘남자’는어머니가운영하던게스트하우스의마지막손님인‘소녀’와마주친다.예정되어있던연인의이별통보를보류하고,예상치못한어머니의죽음과맞닥뜨린남자의사연만큼이나돌아갈곳도나아갈곳도없어보이는소녀의사연을듣는다.게스트하우스에서낯선이와치킨을뜯으며,결국혼자가되리라는사실을무섭도록예감하며.

아는사람
▶‘지혜’는오래전‘나’의과외학생이었다.‘나’는지혜에게7년간과외를했고,지혜가대학에진학한후로도느슨하게연락을이어왔다.3년전‘나’의결혼식에지혜가오지않은이후로멀어졌던관계는지혜의연락으로다시이어진다.‘나’의반응에는상관하지않고전화를걸어자신이겪은성폭력트라우마를늘어놓는지혜로인해‘나’는일그러졌던그때의기억을소환한다.

아무도모른다
▶말을잃어버린‘너’를대신해서‘나’는증언한다.‘너’는어두운방에홀로있는시간이길어졌고‘너’의부모는손가락을빤다는,반찬통을엎었다는이유로‘너’를때리고가두고묶어놓는다.‘나’는‘너’의시간이끝날때까지‘너’의곁을맴돌다가,처음이자마지막으로틔워지고사라진다.‘너’의생을기록하는‘나’는누구일까?

죽지않는사람들
▶사고로몸이자유롭지못한노인에게지원되는복지프로그램의일부로청년‘알’은책을읽어주러온다.누워있는노인은책을읽는알의목소리를들으며드문드문과거를떠올린다.그는산채로묻힐뻔하던,군홧발에밟히던청년시절의자신을,그때시체가된수많은청년들을기억한다.그리고잊고싶은기억을마지막으로떠올리는노인에게알은어디서고해본적없는자신의이야기를꺼낸다.

남은사람
▶정류장에서껌이나간식따위를파는매점에머무는노년의‘나’는난생처음글이라는걸써서남겨보고싶다는생각을한다.그생각을한이후로‘내’가가장많이복기하는것은이전연인에대한것들이다.‘그러지않았다면어떻게되었을까?’라는가정과후회에사로잡혀있던‘나’는이제‘새롭게사랑하기로’결심하고산을오른다.그리고익숙한뒷모습을따라가는데…….

3번국도
▶스포츠칼럼니스트인‘남자’는한달간의유급휴가를받는다.여행지에서남자가받는아내의전화는어딘지전과달리불안한분위기를풍긴다.후배,어머니와의통화에서도남자는자신의기억과타인들의기억이조금씩다름을알게되는데…….남자가애써떠올릴수있는이미지는펭귄이그려진노란우산,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