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랑자들

방랑자들

$17.61
Description
21세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또 다른 이름!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대표작 『방랑자들』. 소설을 가리켜 국경과 언어,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는 심오한 소통과 공감의 수단이라고 이야기하는 저자가 지향하는 가치가 생생하게 빛나는 이 작품은 2008년 폴란드 최고의 문학상인 니케 문학상을, 2018년도에는 맨부커 상 인터내셔널 부분을 수상했다.

여행, 그리고 떠남과 관련된 100여 편이 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기록한 짧은 글들의 모음집으로, 여행길에서 마주친 다양한 인물들의 삶과 죽음, 그들의 내밀한 이야기들을 언어의 힘을 빌려 작품 속에 꼼꼼히 기록함으로써 그들에게 불멸의 가치를 부여한다. 자신의 내면을 향한 여행, 묻어 두었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려는 시도, 시련과 고통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과정 또한 이 방대한 여정에 포함된다.

어딘가로부터, 무엇인가로부터, 누군가로부터, 혹은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사람들, 아니면 어딘가를, 무엇을, 누군가를, 혹은 자기 자신을 향해 다다르려 애쓰는 사람들, 이렇듯 끊임없이 움직이고, 이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각양각색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진다.
여러 이야기를 직조한 다성적 구성을 취하고 있는 이 책은 단문이나 짤막한 에피소드를 촘촘히 엮어서 중심 서사를 완성하는 패치워크와도 같은 이야기 방식이 가장 절묘하고 효과적으로 활용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생이 시작된 순간부터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의 한계에 쫓기며, 소멸을 향해 하루하루 달려가는 존재인 인간, 그리고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성좌와 같은 것임을 일깨워주는 이 소설에서 각각의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 또한 시간적·공간적으로 서로 단절된 것처럼 느껴지지만 작품 전체를 놓고 보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지점이 발견되는데 이러한 단서를 찾아보고, 서로 연결되는 요소들을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다.
수상내역
- 2008년 폴란드 니케 문학상 수상
- 2018년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 수상
저자

올가토카르추크

현재폴란드에서가장두터운독자층을확보하고있는작가.2018년노벨문학상을수상하며세계적인작가로인정받았다.1962년1월29일폴란드술레후프에서태어났다.바르샤바대학교에서심리학을전공했고,문화인류학과철학에조예가깊으며,특히칼융의사상과불교철학에지대한관심이있다.신화와전설,외전(外典),비망록등다양한장르를차용해,인간의실존적고독,소통의부재,이율배반적인...

목차

방랑자들11

이티네라리움603
인용문헌605
지도목록606
옮긴이의말607

출판사 서평

■2018노벨문학상수상작가,올가토카르추크

2018노벨문학상수상작가올가토카르추크의대표작『방랑자들』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스웨덴한림원은수상자로토카르추크를선정하면서“삶의한형태로서경계를넘어서는과정을해박한열정으로그려낸서사적상상력”이라는찬사를보냈다.일찍이폴란드언론과의인터뷰에서“타인과교감할수있는무한한가능성이야말로글쓰기의가장큰매력”이라고토로한바있는토카르추크의작품세계는본질적으로경계와단절을허무는글쓰기를통한타자를향한공감과연민을탐구하는것이다.그리고이러한특징을가장잘나타내는대표작이바로『방랑자들』이다.작가는소설을가리켜“국경과언어,문화의장벽을뛰어넘는심오한소통과공감의수단”이라고말했는데,작자가지향하는이러한가치가무엇보다생생하게빛나는대표적인작품이기도하다.

2008년폴란드최고의문학상인니케문학상을,2018년도에는맨부커상인터내셔널부분을수상한『방랑자들』은단선적혹은연대기적인흐름을따르지않고,단문이나짤막한에피소드를촘촘히엮어서중심서사를완성하는패치워크와도같은이야기방식이가장절묘하고효과적으로활용된사례로평가받는다.“물리적인이주(移住)와문화의이행에초점을맞춘,위트와기지로가득한작품”이라는한림원의평가에저절로고개가끄덕여지는작품이다.

■경계를허무는방랑자들에게바치는찬가

휴가를떠났다가느닷없이부인과아이를잃어버린남자,죽어가는첫사랑으로부터은밀한부탁을받고수십년만에모국을방문하는연구원,장애인아들을보살피며고단한삶을살다가일상에서탈출하여지하철역노숙자로살아가는여인,프랑스에서사망한쇼팽의심장을몰래숨긴채모국인폴란드로돌아온쇼팽의누이,다리를절단한뒤섬망증(?妄症)에시달리는해부학자,지중해유람선으로생의마지막여행을떠나는그리스문명의권위자…….

『방랑자들』은여행,그리고떠남과관련된100여편이넘는다양한에피소드를기록한짧은글들의모음집이다.어딘가로부터,무엇인가로부터,누군가로부터,혹은자기자신으로부터도망치려는사람들,아니면어딘가를,무엇을,누군가를,혹은자기자신을향해다다르려애쓰는사람들,이렇듯끊임없이움직이고,이동하는사람이라면누구나공감할만한각양각색의이야기가시공간을넘나들며펼쳐진다.

소설의제목은고대러시아정교의한교파인‘달리는신도들’에서착안한것이다.그들은온갖악으로가득찬이세상에서정체되거나머물러있지않고,끊임없이움직이고,이동하고장소를바꾸는것만이악을쫓아낼수있는길이라고믿었다.소설의첫머리에서토카르추크는다음과같은모토를선언한다.

“내모든에너지는움직임에서비롯되었다.버스의진동,자동차의엔진소리,기차와유람선의흔들림.”(본문19쪽)

모스크바의지하철역주변에서노숙하는정체모를노파의에피소드를통해토카르추크는인간이한곳에너무오래머물러어떤장소나사물에얽매이게되면,근본적으로나약해질수밖에없다고역설한다.관습과타성에젖어익숙한것만을찾는인간은현재에안주하기위해자신을둘러싼환경에기계적으로순응하게되고,더이상모험이나행복을갈구하지않는다는것이다.

“멈추는자는화석이될거야,정지하는자는곤충처럼박제될거야,심장은나무바늘에찔리고,손과발은핀으로뚫려서문지방과천장에고정될거야.(…)움직여,계속가,떠나는자에게축복이있으리니.”(본문391~392쪽)

토카르추크는우리를쉼없이움직이게만드는여행이야말로인간을근본적으로자유롭게해줄수있음을역설한다.그리고우리가머무는공간,우리가움켜쥐고있는소유물,우리가사용하는언어가삶의본질적인요소는아님을일깨운다.

■형식의경계를넘어서

『방랑자들』은여러이야기를직조한다성적구성을취하고있다.불과10여개의문장으로이루어진짧은텍스트도있고,중편소설이라고해도손색이없을정도로긴분량의이야기도있다.여행기의형식을취하고는있지만,실은독자로하여금한문장,한문장을곱씹듯이읽으며사색을하도록유도하는철학적인이야기들이다.또한읽을때마다매번다른느낌과해석이가능한유동적이고가변적인텍스트이기도하다.

한귀퉁이에서서바라보는것.그건세상을그저파편으로본다는뜻이다.거기에다른세상은없다.순간들,부스러기들,존재를드러내자마자바로조각나버리는일시적인배열들뿐.인생?그런건없다,내눈에보이는것은,그저선,면,구체들,그리고시간속에서그것들이변화하는모습뿐이다.(본문280쪽)

장르또한다양해서여행일지나르포르타주는물론,서간문이나강연록형식의글들도공존하는데,그중에서인체나내장기관을전시한박물관에대한관람기록은추리물처럼팽팽한긴장감을자아낸다.오랜시간비행기를기다리며공항에서쓴에세이도있고,바쁜여정을쪼개어기차역에서무릎위에책을받쳐놓고쪽지에휘갈겨쓴단상도있다.트렁크에담긴구겨진짐처럼두서없고,혼란스러운형태로다채로운에피소드가쉼없이나열된다.

나는기차와호텔,대기실에서,그리고비행기의접이식테이블에서글쓰는법을익혔다.밥을먹다식탁밑에서,혹은화장실에서뭔가를끄적이기도한다.박물관의계단에서,카페에서,길가에잠시정차해놓은자동차안에서글을쓴다.종이쪽지에,수첩에,엽서에,손바닥에,냅킨에,책의한귀퉁이에쓴다.(본문35쪽)

각각의에피소드에등장하는주인공들또한시간적·공간적으로서로단절된것처럼느껴지만작품전체를놓고보면,서로유기적으로연결되는지점이발견된다.공항에서여행객들이끊임없이서로마주치고스쳐지나가는풍경과유사하다고볼수있다.

앞서언급된에피소드의후속스토리가뒷부분에서이어지는경우도있다.흑인이라는이유로아버지의시체를박제하여‘호기심의방’에전시한프란츠1세에게항의편지를보내는딸의사연,크로아티아로여름휴가를떠났다가아들과아내를잃어버린사내의이야기,공항에서시리즈로전개되는여행심리학에대한강연이그대표적인예다.하나의에피소드가끝날때즈음,다음에피소드의공간적배경에대한단서가은밀하게등장하기도한다.예를들면뉴질랜드를발견한영국의탐험가제임스쿡의에피소드에이어호주의한해변에서길을잃고죽음을맞은고래의사건이언급되고,그뒤로호주로짐작되는나라로이주한폴란드연구원의사연이이어지는식이다.이러한단서를찾아보고,서로연결되는요소들을찾아보는것도이책을읽는또다른재미가될것이다.

■21세기의오디세이

『방랑자들』에서토카르추크는여행길에서마주친다양한인물들의삶과죽음,그들의내밀한이야기들을‘언어’의힘을빌려작품속에꼼꼼히기록함으로써그들에게불멸의가치를부여한다.

우리는서로에대해기록할것이다.그것이가장안전한형태의커뮤니케이션이기에.우리는문자와이니셜을서로교환하고,종이위에서로를불멸로남기고,서로를플라스티네이션처리하고,문장의포름알데히드속에서로를담글것이다.(본문601쪽)

이책에서끊임없이회자되는여행이란단순히바다를건너고,대륙을횡단하는물리적인이동만을의미하지않는다.자신의내면을향한여행,묻어두었던과거의기억을되살리려는시도,시련과고통을직시하고받아들이는과정또한이방대한여정에포함된다.독자의입장에서이책을통해직접가보지못한,머나먼타국의이국적인장소들을간접적으로방문해보고,다양한정보를접하게되는것,지구촌곳곳에서여러흥미로운인물들과그들의생의단면을만날수있다는것또한일종의여행이라고할수있겠다.

인간은생이시작된순간부터각자에게주어진시간의한계에쫓기며,소멸을향해하루하루달려가는존재이다.그러므로이책의표제인‘방랑자들’이란궁극적으로21세기오늘을살아가는우리모두의또다른이름이라고해석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