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최신트렌드:무너져가는현실을어떻게극복할것인가?
21세기AI시대인문학의최신경향은물질과감각에주목한다.좁게는환경인문학,사물인문학등으로시작되었으나,코로나19시대를지나면서폭넓게‘물질인문학’으로확대되고있다.인공지능시대에인문학이물질과감각에주목하는이유는무엇인가?
모든것이빠른속도로변하고있는오늘날,우리가느끼는불안감은상상과현실사이의괴리에서생긴다.예를들어,가상화폐를쓰면서도돈이어떻게움직이는지그현실감각을잊어버리게되는금융자본주의구조가대표적이다.인공지능시대에인문학이물질과감각에주목하는이유는,점점벌어지는이틈을메우려는무의식적몸부림과도같다.더이상인문학은현실을배제한가상의공간에만갇혀있을수없다.
현대는지나칠정도로물질에집착하고있다.그런데이상한현상은물질에집착하면할수록,그만큼다른한편에정신의영역을떼어다놓고그역할을강조한다는점이다.이를테면돈에집착하면서도안그런척하며교양과정신의각종잡다한보상재로위선을떠는경우가그렇다.이런괴상한분열의모습을보인환자로,인문학이지목되곤했다.
-김동훈,『인공지능과흙』에서
그래서대안적인문학을추구하는『인공지능과흙』은상상과현실화의문제를시대별로되짚어본다.르네상스인들은흑사병과전쟁으로처참하게무너진현실을딛고다시일어섰다.그들은그리스·로마로부터상상력의보화를캐내어현실에적합한대안을하나씩만들어나갔다.그밑바탕에는‘몸’에대한강조가돋보인다.몸에대한관심은이후인간을‘물질’과관련시키는길을열었다.물질까지끌어안는인문학은,특히포스트코로나시대에불안하고지친우리삶에상상을현실화시키는힘을공급해줄것이다.흙을빚어사람을만들었다는신화적상상이인공지능과같은현실의물질로어떻게변신해가는지를추적해보자.
사물인터넷,인공지능,사이보그,빅데이터등4차산업혁명과관련된많은논점은결국우리신체가사물이되고,사물은육체가된다는말로요약된다.오늘날인공지능은인간을닮기위해맹렬히추격하고있는반면인간의생체안에는최신식보강물들이이식되고있다.이제육체라는물질을통해과학,철학,예술,문학,종교가모아지는그방식으로인간과물질의경계를넘어우주까지확장되는시대가또다시열리고있다.
건강에관심이있다해도헬스기구나정해진운동코스에만신경을쓰거나다른사람의멋진몸매에눈요기만할뿐이다.자신의육체를깊은곳까지샅샅이알지못하면서도타인의방식과기준을따라하느라욕구불만은커져만간다.마치알지도못한사이최첨단수술도구를배속에봉합한후그녹슨쇠붙이로고통스러워하는것처럼,아무리좋은처방과보철물들이라도자신의몸에맞지않으면살갗속에서썩어들어갈뿐이다.
레오나르도다빈치의「비트루비우스의인체도」의그남자는타인이아니었다.다빈치가마흔살이되어원과정사각형의정중앙에자신을놓았듯이,우리는이제조용히알몸으로거울앞에서야한다.자기인식없이는아무리좋은것들도부작용을초래한다.거기서인간과물질의경계를아우르는그신비한비율을탐구하자.
-김동훈,『인공지능과흙』에서
●상상과현실을결합하라!
과학자는가설을위해지적상상력을발휘해야하고,화가는작업하기전에머릿속에이미지를상상해야한다.“상상이이성에앞선다.”레오나르도다빈치의위대성은“마음에무엇인가간직하면,환상이나몽상으로만멈춘게아니라상상한것을작품으로만들어냈다는”점에있다.15세기‘대항해’시대는르네상스인들의‘상상의지도’가구체화된결과물이었다.이렇게상상이현실화되기위해서는헤르메스처럼경계를넘나들어야한다.미셸세르가『헤르메스』에서과학과철학의경계를넘나들며헤르메스의상징성을소환했는데,『인공지능과흙』은그런헤르메스적상상으로갑갑한일상을새롭게재창조해낸작가들,과학자들,모험가들을소개한다.
마르셀프루스트는『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에서화자의첫사랑질베르트의머리카락을상세하게묘사하면서“다빈치가스케치한작은꽃들사진”에비교한다.프루스트가여인의머리카락과레오나르도다빈치와관련시킨이유는어떤상상때문일까?신화적동물‘히포캄푸스’가르네상스말기에인기를얻어뇌과학에서‘해마’라는해부학적이름으로까지자리를잡게된이유는무엇인가?
고대의상상은지금도유효하다.호메로스의『일리아스』에등장하는‘황금비서’는“살아있는소녀들과똑같아보였는데”“감정을지닌지능,음성,힘이장착되어”있다.그야말로고대인이상상한인공지능로봇이다.호메로스는심지어황금비서가“불멸의신들에게작품도배워알고”있다면서머신러닝과딥러닝에대한상상의단초까지언급한다.『아폴로도로스의신화집』에서청동로봇‘탈로스’가미국의유도미사일‘탈로스’의이름이된이유는무엇인가?에코신화와인공지능스피커,네로의황금궁전과증강현실,이카로스신화와사이보그의공진화문제,헤파이토스의날아다니는삼발이와자율주행및플라잉카,신화와전설은지금도상상력의보고다.
상상만한다고현실이되는것은아니다.레오나르도다빈치는“현실과몽상의경계를무너뜨리고실행력을높이기위해7200쪽의기록과낙서를”했다.그러나인문학의역할이상상을어떻게현실화하는가를보여주는것만은아니다.로봇의상상이현실화되는역사에서‘러다이즘’(기계파괴운동)의근원적인이유는잘못된‘분배’문제에있었다.
●브레인스토밍을위한상상력백과사전
퓌그말리온신화에는“생명은생명체에서만나온다는고대인의통찰”이들어있다.고대신화와전설은지금우리가꿈꾸고고민하는문제들을해결하는데에도무엇을고려해야할지인사이트를준다.과학뿐만이아니다.소포클레스의『오이디푸스왕』과현대의좀비서사,나르키소스신화와사이버공간의자아분열문제,고대제욱시스일화와인터페이스문제등『인공지능과흙』은문학,심리,사회,다양한분야를넘나들며과거와현재를이어주는상상력백과사전이다.
이밖에도마스킹효과와‘보람착취’의작동원리,희망고문과무민세대의역학관계,박물관공포증과권력의도구화등다양한이론들과그사회적배경을살펴봄으로써우리의미래도그려보게된다.프로이트의언캐니이론과초현실주의자들의작품을통해육체의상품화에대한저항을강조하고,19세기‘기계적합리론’이초래한불안의역사에서생체로봇이만들어지고있는현대의불안의정체를파악해본다.또한저자는BTS현상을통해과거이야기소비시대에서데이터베이스소비시대로바뀐예를보여주고,이제주체성회복이필요한과제임을역설한다.
독창적인스트라빈스키는“혁신은전통과함께갈때에만생산적일수있다.”고말했다.T.S.엘리엇,피카소같은20세기거장들은모두과거에서영감을찾았다.기존패러다임이급속도로바뀌고있는포스트코로나시대에,모든것을처음부터다시생각해보아야할때다.먼저상상이있어야현실화가가능하다.이에대해저자는“판타지없는백성은망한다.”고비유한다.그러나우리가새로운것을만들때과거를점검하지않으면한계에직면한다.새로운아이디어,새로운관점,새로운변화를열망할수록근원과역사를들여다볼필요가있다.
●치유인문학:상처로잃어버린감각을회복해야한다!
인문학의진정한회복능력은권력독점이초래한억압으로부터의자유에있다.이러한맥락에서저자는과거귀족들의과자독점이나향수독점같은권력의감각독점에주목한다.그리하여발자크와조지오웰의‘냄새지리학’을통해차별이라는이슈를고민하고,『프랑켄슈타인』의괴물과소통불능의문제를통해금기를만들어내는권력의위험성을경고한다.저자는상처를승화시키는예술작품들을통해인문적감각의회복과진정한치유를연결시켜준다.진정한치유는현실을직시해야한다.
주제사라마구는『눈뜬자들의도시』에서눈을떴어도보지못하는문제를말한다.요즘처럼감각자극이넘쳐나는시대에감각이무뎌진다는얘기를하는건의아해보인다.한병철철학자가『피로사회』에서과잉이초래한‘긍정성의폭력의세기’를지적했듯이,현대는가상화로인해시각과청각이과잉되면서후각같은나머지다른감각은오히려둔감해졌다.현상학자에드문트후설이말하는‘감각하는몸’이절실한이유다.
르네상스대표작가보카치오가『데카메론』에서‘비밀의정원’을선택한이유에는당시이탈리아재력가들이경쟁적으로정원을만들기시작했던배경이있다.“상처때문에겁부터먹고닫아뒀던감각의문이비로소열리기”때문이다.저자는‘괴물들의정원’을통해정원에대한집착이회복을향한열망과어떤관계를갖는지설명한다.
르네상스시대에는인문주의자들의‘문예부흥’이나‘고전의재발견’이전에회복의열망이먼저돋아나고있었다.전역을휩쓸고지나간전쟁과전염병의지울수없는생채기에새살이돋듯감각이살아나는것이었다.감기에라도걸렸다가회복될라치면그동안아무맛도느끼지못했던입맛부터되살아난다.관심없었던하늘이갑자기푸르고드높은것으로보인다면기력이회복되는것이다.보이지않던세상의색채가눈에들어오기시작하면서세상이마냥아름다워진다.
-김동훈,『인공지능과흙』에서
르네상스인들은그리스·로마를재발견하여놀라운재건을이루었다.흙을빚어사람을만들었다는신화적상상력은인간을물질과관련시키는길을열었고,그러다보니우리신체를물질로받아들이고감각을회복하는데주목하게되었다.저자는“코로나19바이러스의범유행이우리가사는행성에주는커다란경고임을”상기하면서이책에서물질인문학의관점을통해‘포스트인문학’을전파하고자한다.
1부를르네상스로시작한것은이런의지의표현이다.흑사병을겪고인간회복에역점을둔르네상스인들을다루면서각종화장품과향수,염색법,성형수술,인체도등을사례로들어‘몸을발견한사람들’로소개했다.정신이나관념에치우친인간성이아닌자기몸을일상에서재발견하는것은비단르네상스뿐만아니라,코로나19를겪고있는우리에게도절실하다.
-김동훈,『인공지능과흙』에서
인문학은인간을위한학문이다.그런데상상과현실의괴리가벌어지면우리정신이분열되어인간성을회복하지못한다.
과잉소비를위해현실의물질성보다는가상화에관심을기울인현대자본주의는자신의시녀로인문학을끌어들였다.이런비판적평가는그동안인문학이사유와교양의수준에만머물렀기때문이다.인문학에대한거부운동은프랑스에서일어난68혁명이후서유럽대학에서본격화되었다.그동안서구사회는자본주의의도구가된인문학을전지구적문제를일으킨주범으로지목해왔다.하지만2000년대로접어들면서비난의표적이었던인문학은‘포스트휴머니즘’이라는이름아래거듭나게된다.이때의인문학은‘사유’만이아니라자연,장소,인공물,과학기술등을사회의핵심적구성요소로파악하는새로운‘물질’관을포함하게된다.학계에서는이것을‘환경인문학’이나‘생태인문학’이라부르지만,나는이것을‘포스트인문학’또는‘물질인문학’이라부르려고한다.
‘물질인문학’은인간답게살기위해서현실의세계와어떻게접할것인가를다룬다.그래서‘물질인문학’은인간의신체를물질로받아들이고거기서자연스럽게등장하는신체와감각의복권에대해주목한다.그러니까인문학은감각을깨워몸을살리고,몸이살아감각을연마하는발견이다.그런의미에서“세상눈뜬자들이여,지금무엇을보고있는가?”라고사라마구가『눈먼자들의도시』에서던진질문은‘포스트인문학’의중요한화두가될것이다.
-김동훈,『인공지능과흙』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