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러시아 문학 산책 (근대, 인간, 소설, 속악 | 양장본 Hardcover)

19세기 러시아 문학 산책 (근대, 인간, 소설, 속악 | 양장본 Hard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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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서울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하는 소설가 김연경의 『19세기 러시아 문학 산책』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러시아 문학뿐 아니라 문학 전반의 이해력과 통찰력을 갖추고 모든 독자가 공감할 수 있는 글쓰기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는 저자의 첫 연구서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작품은 러시아 문학의 정수라 할 러시아 근대 소설의 주요 작품들로, 「스페이드 여왕」,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우리 시대의 영웅』, 『아버지와 아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안나 카레니나』, 체호프의 단편 등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소설들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 작품들에 나타나는 근대와 함께 탄생한 인간-개인의 속물성에 주목하며 특유의 독창적이고 깊이 있는 해석을 펼친다.
이 책의 토대는 지난 15여 년 동안 서울대학교에서 러시아 문학을 강의하며 학술지에 발표한 여러 편의 논문이다. 그러나 연구서이면서도 학부생을 위한 교과서적 성격을 갖도록, 또 러시아 문학을 사랑하는 지적인 독자도 흥미를 갖도록 작가의 전기를 소개하고 전체 형식과 문체를 대폭 수정했다. 학술 정보와 전문 자료가 필요한 독자를 위해 책 끝에 참고 문헌을 붙였다.

이 책은 푸시킨, 고골, 레르몬토프, 투르게네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등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대표 작가, 대표 작품 속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들을 아우르는 핵심어는 근대, 개인, 소설, 속물성이다. 앞의 세 요소는 르네상스, 특히 세르반테스-돈키호테와 셰익스피어-햄릿 이래 형성된 서유럽의 19세기 문학과 유사하다. 문제는 네 번째 항목이다. 근대와 함께 탄생한 인간-개인은 ‘주인공-영웅’이든 ‘대중-단역’이든 이 속물성-속악을 피해갈 수 없다.
유라시아 대륙에 자리한 러시아는 아시아에 등을 돌린 채 유럽을 지향해 왔다. 표트르 대제 시절부터 본격화된 이 모방 욕망은 그들의 속물성의 기저에 깔려 있다. 그러나 19세기 러시아 문학이 묘파한 속물성은 훨씬 더 다층적이다. 그것은 특정 정체(政體) 등 ‘환경’의 문제라기보다는 ‘인간’의 문제다.
그렇기에 인간과 세계의 대립 구도는 더 복잡한 희비극이 되고, 여기에는 또 다른 개념인 신-구원이 요청된다. 고골과 도스토예프스키가 대표적인 예다. 등단부터 생활 밀착형 소설을 쓴 톨스토이는 노년에 이르러 ‘육체와 정신의 이분법’에 몰입한다. 세기말 작가로서 체호프의 문학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시작된다. 그는 우리가 모두 ‘작은 인간’이며 이 ‘작음’은 인간 본연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체호프는 19세기를 마감하고 20세기를 여는 작가가 된다.-「서문」
저자

김연경

1975년경남거창에서태어나부산에서자랐다.서울대학교노어노문학과,동대학원석사과정을졸업했다.2004년,‘러시아정부초청장학금’을받아모스크바국립사범대학교에서도스토예프스키의『분신』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1996년《문학과사회》로등단한이래소설집『고양이의,고양이에의한,고양이를위한소설』,『파우스트박사의오류』,장편소설『고양이의이중생활』,『다시,스침들』등을펴냈다.도스토예프스키의『죄와벌』,『악령』,『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파스테르나크의『닥터지바고』등을번역했다.현재서울대학교에서러시아문학과소설창작을강의하고있다.

목차

서문근대,인간,소설,속악

1부러시아근대문학의형성
1근대,인간,환상:푸시킨의「스페이드여왕」
1)푸시킨과「스페이드여왕」
2)「스페이드여왕」
㈀기법으로서의환상-환상과실제,시학적망설임
㈁세계(페테르부르크)와인간(게르만)-선과악,윤리적망설임
㈂환상(농담)에서현실(진담)로,시(운문)에서소설(산문)로
2우리는왜이토록속물인가:고골의『페테르부르크이야기』
1)고골의딜레마와죽음의침상
2)페테르부르크이야기
㈀세계속의인간-「넵스키거리」,「코」
㈁‘작음’의희비극-「외투」,「광인일기」
㈂근대,예술,종교-「초상화」
3‘나’의발견:레르몬토프의『우리시대의영웅』
1)요절한천재시인레르몬토프와소설
2)『우리시대의영웅』
㈀대상-객체로서의페초린-「벨라」,「막심막시므이치」
㈁‘밖’에서‘안’으로,다시‘밖’으로-「페초린의일지」
㈂레르몬토프-페초린과시대정신으로서의권태와환멸

2부러시아문학의황금시대
4돈키호테가되고싶었던햄릿:투르게네프의『아버지와아들』
1)지주귀족작가투르게네프
2)『아버지와아들』과바자로프8
㈀잡계급의학도바자로프와니힐리즘
㈁바자로프의사랑-낭만주의대반(反)낭만주의
㈂햄릿-돈키호테바자로프의죽음-니힐리스트의최후의실험
㈃부자(父子),그리고바자로프-부정과배반의운명
5죄와벌,그리고구원:도스토예프스키의『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1)인간도스토예프스키:가난,유형,간질,도박
2)『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
㈀부친살해와카라마조프시나-표도르카라마조프
㈁드미트리(미탸)의모험과수난,에피퍼니
㈂이반의이론과실제-반역,「대심문관」,살부
㈃어둠-무(無)의육화로서스메르댜코프
㈄알료샤의에피퍼니와기적에대한시험-기적을보지않고도믿을수있는가
6생활의발견,결혼의생리학:톨스토이의『안나카레니나』
1)톨스토이백작과소설가톨스토이
2)『안나카레니나』
㈀오블론스키공작집안과결혼의생리학
㈁‘위대한순간’과열정-안나의입장에서
㈂열정의법칙과생활의법칙-브론스키의입장에서
㈃카레닌을위하여-석조페테르부르크의상징
㈄위대한순간과그이후-안나의자살과그이후
㈅가정의행복-레빈과키티,혹은톨스토이와소피야
7우수의윤리학:체호프의단편소설과희곡
1)「어느관리의죽음」과작가체호프
2)소설가체호프
㈀‘삶공포증’혹은‘진부함’의공포
㈁지식인소설과진부함의공포-「문학선생」,「상자속의사나이」
㈂체호프의우수-「검은수사」
3)극작가체호프와「벚꽃동산」
㈀체호프의드라마투르기여정
㈁희극「벚꽃동산」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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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근대,인간,환상:푸시킨의「스페이드여왕」

러시아의국민시인푸시킨의삶과문학전반은근대의초입으로들어선러시아의운명과맞닿아있다.그러나운문장르에서산문장르로넘어갈때그의혁신성은더부각된다.푸시킨의문학활동이절정을이룬1820~1830년대에서유럽문학을모방한다양한소설이쏟아지는데이들은서유럽의감상주의와낭만주의의아류작에가까웠다.고도로압축된형식과엄격한운율의준수를요구하는귀족장르인시에비해당시소설은주저리주저리말이많은‘평민-민중장르’였다.이무렵이미‘위대한시인’의직함을갖고있던푸시킨이산문에손을댄것은그자체로‘내려섬’이라할대사건이었다.‘동화’의시대가이미저물고있음을명민한푸시킨은천재적인직관력으로간파했다.

“폴!”하고백작부인이병풍뒤에서소리쳤다.“아무거나새소설좀보내주렴,제발좀요즘건빼고.”
“어떤거말씀이세요,grand’maman(할머니).”
“그러니까주인공이아버지나어머니를목졸라죽이지도않고물에빠져죽은시체도안나오는소설말이야.나는정말물에빠진사람들이무서워죽겠어!”
“요즘은그런소설은없는데요.아니,러시아소설은어떠세요.”
“아니,러시아소설이라는것도있냐?……보내봐라,얘야,아무렴좀보내다오!”---「스페이드여왕」

백작부인은책을두어쪽읽다가무슨소설이그모양이냐고투덜댄다.괴기스러운고딕-환상소설도,신파적인감상멜로소설도아닌,그렇다고서투른러시아소설도아닌진정으로‘새로운소설’이요청되던시기,바로그성취가「스페이드여왕」임을푸시킨은자신했다.
중세에서르네상스를거쳐근대에이르면서불가해한사건,즉환상의발생과해명에있어‘저세계-신’에맞서는‘이세계-인간’의몫이커졌으며,「스페이드여왕」에서희생양으로설정된게르만은근대세계와마주한문제적개인,즉러시아문학최초의근대적주인공으로거듭난다.

우리는왜이토록속물인가:고골의『페테르부르크이야기』

고골은러시아문학에서‘정신’에맞서‘육체’를어떤미화도없이소설화한최초의작가이다.대도시-페테르부르크의‘생리학’과더불어가난한하급관리,즉‘작은인간’의삶을다루며확립된고골적생리학-유물론은문학사적관점에서혁명적인성취였다.세계문학사가아끼는고골의문학은근대세계의풍경이엿보이는『아라베스키』(1835)에서시작한다.이문집에수록된「넵스키거리」,「초상화」,「광인일기」,뒤이어발표되는「코」(1836),「외투」(1842)등페테르부르크를배경으로한다섯편의단편소설을묶어‘페테르부르크이야기’라고부른다.고골은「넵스키거리」에서세계의형상을포착하고,「코」,「외투」,「광인일기」에서자신의인간학을표현하며「초상화」에서자신의작가적고뇌와이상을드러낸다.

하지만가장이상한것은넵스키거리에서일어나는사건들이다.오,이넵스키거리를믿지말라!(중략)모든것이기만이고,모든것이꿈이고,모든것이겉보기와는다르다!여러분은훌륭한프록코트를입고산책하는저신사가몹시부자일거라고생각할테지?천만의말씀.그자체가그프록코트로이루어져있을따름이다.(중략)제발가로등에서멀리,더멀리떨어져라!그리고가능한한더빨리,어서빨리그곁을지나쳐라.그녀석이여러분의멋진프록코트에악취나는기름을질질흘리는정도에만그쳐도차라리다행인거다.하지만가로등말고도모든것이기만을내뿜는다.
이녀석,이넵스키거리는언제나거짓말을하는데,무엇보다도밤이응축된덩어리처럼그위에드리워져하얀크림색건물들의벽이도드라질때,도시전체가굉음과광채로변하고무수한마차가다리쪽에서몰려오고마부들이고함을치며말위에서날뛸때,그리고악마가오직모든것을가짜의모습으로보여주기위해직접램프의불을밝힐때는더욱더그렇다.---「넵스키거리」

근대가만들어낸각종신화는넵스키거리와마찬가지로‘기만’이고‘꿈’에불과하다.가로등조차그것이비추는대상들처럼기만에불과할뿐,어떤진리와이상을현시해주지는못한다.물론이런현상의기저에는모든가치가계량화됨으로써정작본질은무의미해지는자본주의의물신숭배에대한비판과풍자가깔려있다.그러나고골을괴롭힌근본적인문제는시공을초월하는인간본연의약점으로서의속물성,그리고악마조차벗어날수없는우리삶의본원적인옹색함이다.

“저어기좀이상해서그러는데……당신은자신의자리를분명히알고계실겁니다.한데제가갑자기당신을발견하고보니교회이지뭡니까.”
“죄송하지만,무슨말씀을하시는지통알아먹을수가없군요.”(중략)
“물론저는……그러니까저는소령이올시다.코없이다니는건저로서는불쾌한일입니다,그렇잖습니까.보스크레센스키다리위에서껍질벗긴오렌지를파는아줌마라면코없이앉아있어도무방하겠지요.그러나조만간틀림없이도지사자리에앉게될인물이이래서야어디말이됩니까…….(중략)
“무슨말씀인지통모르겠소.”코가대답했다.“좀속시원히설명해보시오.”
“그러니까……오히려제가당신의말을어떻게해석해야할지모르겠는데요……아니면굳이제입으로……그러니까당신은바로제코란말입니다!”
코는소령을바라보더니눈썹을약간찌푸렸다.
“이봐요,잘못아셨소.나는어디까지나나자신이오.”---「코」

「코」의모든대화들이다양한말장난과‘무성의함’에기반한의사소통의결렬을보여준다.코발료프의정체성은코위의여드름에서코로,코에서얼굴로,얼굴에서인간으로,더넓게는존재전체로확장된다.사회적코드(관등)역시몸이나몸의특정부위와같은범주에포함된다.그러나그를구성하는‘부분’은완벽한의미에서의‘전체’,즉텍스트바깥에상정된본질적인이데아로서의‘인간’으로나아가지못하고그이상의현상적투영인‘유형’으로서의의미만을지닌다.그리하여텍스트를장악하는것은부분들의모자이크와같은조합,즉생리학적이고사회적인틀속에서만존재론적의미를갖는비전일적이고파편적인인간들이다.고골의소설들은본질적으론촘촘한플롯이존재하지않는,또그럴수도없는‘이’세계의본질을겨냥하고있다.

생활의발견,결혼의생리학:톨스토이의『안나카레니나』

『안나카레니나』는제목그대로한‘여자의일생’을다룬소설이고,우리는안나의최후에관한물음을던질수밖에없다.안나는왜자살해야했는가.안나의자살을읽어내기위해그녀의삶의맨처음으로되돌아가지않을수없다.
안나는어떤인간인가.심지어,어떤‘여자’인가,라고물어야할만큼그녀는‘인간’이기에앞서‘여자’로창조된인물이다.삶을사유하지않고삶을그자체로,있는그대로살뿐이고,그사회적표현은기본적으로누군가의딸이거나어머니이거나약혼녀이거나아내이거나정부,하여간‘여자’일뿐인존재다.톨스토이의많은여성주인공중가장입체적인인물임에도안나가자신의역동성을발휘할수있는영역은역시나여성적인것(불륜)에국한된다.그녀가자신의기존의삶(각종기만과허위의거미줄)을파괴하면서까지얻고자했던사랑은새로운삶의동의어이고그쟁취의과정이곧소설이쓰이는과정이다.
그러나톨스토이는원래이작품의제목을‘두결혼’이라고지으려고했다.이소설에나오는대조되는두결혼은안나-카레닌의결혼과레빈-키티의결혼이다.
소소한일상과사물에대한레빈의사유와고뇌는안나의죽음이후소설후반부의많은부분을차지한다.존재와삶의의미를캐물을수록더큰회의에부딪치지만레빈은꿋꿋이결혼생활을유지하며살아간다.‘말-사상’을압도하는‘일상-생활’의징글맞은저력이야말로톨스토이가파악한우리삶의진면목이기도하다.이러저러한굴곡에도불구하고아무튼건강한삶을일궈가는레빈-키티의모습은‘위대한순간’,즉우리삶의극성(劇性)과시성(詩性)의앞뒤에굳건히자리한산문성을고스란히보여준다.이소설의마지막을장식하는레빈의상념은그깨달음을전한다.

‘이새로운감정은나를바꾸지도,나를행복하게하지도않아.그리고내가상상하던것처럼갑자기나를계몽시키지도않아.(중략)난여전히마부이반에게화를내겠지.여전히논쟁을벌이고,여전히내생각을부적절하게표현할거야.나의지성소와다른사람들사이에는,심지어아내와의사이에도여전히벽이존재할거야.난여전히나의두려움때문에아내를비난하고그것을후회하겠지.나의이성으로는내가왜기도를하는지깨닫지못할테고,그러면서도난여전히기도를할거야.하지만나에게일어날수있는그모든일에상관없이,이제나의삶은,나의모든삶은,삶의매순간은이전처럼무의미하지않을뿐아니라선의명백한의미를지니고있어.나에게는그것을삶의매순간속에불어넣을힘이있어!’---「안나카레니나」

그럼에도“행복한민족들은역사가없다.”라는말처럼“다엇비슷하게행복한가정”은가정소설과사회소설의종합인『안나카레니나』속에서“제각기불행한가정”에비해소설적차원의흥미가떨어질수밖에없다.따라서이작품의제목을대위법적구성에걸맞게‘두결혼’에서‘안나카레니나’로바꾼것은소설가톨스토이의직관력을보여준다.

우수의윤리학:체호프의단편소설

“전부무서워요.나는타고나길깊이가없는사람이고사후세계라든가인류의운명이라든가하는문제에는거의관심이없고,대체로저높은하늘의문제에는거의관여하지않습니다.내가무엇보다도무서운것은저진부함인데요,우리중누구도그것에서몸을피할수없거든요.”---「공포」

냉혹한유물론자체호프는저세계와영혼이아니라이세계와몸에주목했다.훗날문학사는그를클래식과모더니즘사이를가르는작가로평가하고도스토예프스키,톨스토이와나란히대가의반열에올렸다.그런데세기말작가로서체호프의문학은이전작가들과는전혀다른차원에서시작된다.체호프의소설은대체로‘작은’사람의‘작은’공포,즉진부함의공포에지배된다.그는우리가모두‘작은인간’이며이‘작음’은인간본연의속성이라고생각한다.

“예,좋은날씨입니다.지금은5월이니까곧진짜여름이올겁니다.여름은겨울과는다르지요.겨울에는난로를때야하지만,여름에는난로가없어도따뜻합니다.여름에는밤에창문을열어놔도따뜻하지만,겨울에는이중창을해도춥지요.”/
“일어나요,출근해야지요.(중략)잠은침대에자야지요,옷을벗고서…….”/
“지금까지당신은결혼한몸이아니어서혼자살았지만,이제는결혼한몸이니둘이살게될겁니다.”/
“사람은음식이없으면생존할수없습니다.”/
“볼가강은카스피해로흘러갑니다.……말은귀리와건초를먹습니다.”-「문학선생」
이렇듯노총각교사이폴리트의말은각상황에따라나름진정성을담고있음에도그로테스크한동어반복에가까워부조리극의대사를연상시킨다.인생에대한어떤통찰도담고있지않은것이다.어떤의미에서는공소한만큼이나철학적인데,도스토예프스키와톨스토이의주인공들의말이지녔던의미와무게,그지나친‘있음’에대해‘없음’으로맞선다는점에서그러하다.매일학생들이그린지도를고쳐주고연대기를작성하는것이,숙고끝에흔한말만내놓는것이그토록한심한가!아무생각없이살면서도뭔가깊은생각을한다고,아무일도하지않으면서도뭔가대단히큰일을한다고생각하는것이야말로생존을위한필요악과같은환상이아닐까.누구나다그렇게살다가그렇게죽는다는사실에저진부함의공포와비극이환기될뿐이다.이렇게체호프는인간과세계의‘작음’을‘위’가아니라‘밖’에서그려내는문학적겸손함으로19세기를마감하고20세기를여는작가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