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보내지 마 (양장)

나를 보내지 마 (양장)

$17.00
Description
“나한테 영혼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나요?”
복제 인간을 소재로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소설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한 복제 인간의 운명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성찰한 문제작

2017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이자 현대 영미권 문학을 이끌어 가는 거장 가즈오 이시구로의 대표작, 『나를 보내지 마』(김남주 번역)가 민음사에서 전면적 번역 개정을 거쳐 새로운 디자인과 판형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1990년대 후반 영국,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단절된 기숙학교 ‘헤일셤’을 졸업한 후 간병사로 일하는 캐시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장기 이식을 목적으로 복제되어 온 클론들의 사랑과 성, 슬픈 운명을 그리고 있다.

여느 시골 학교와도 같이 평온해 보이지만 외부와의 접촉이 일절 차단된 ‘헤일셤’. 어느 날 루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그들의 운명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들이 인간의 장기 이식을 위해 복제되어 온 존재라는 것이다. 선생님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아이들은 자신들의 존재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영화 『아일랜드』에서 보았을 법한 인간 복제와 복제 인간의 존엄성의 윤리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나를 보내지 마』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온전한 생명체이지만 인간의 욕망을 위해 자신의 희생을 전제로 살아가는 복제 인간의 삶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에 의문을 던진다. 저자는 복제 인간들에게도 삶은 단 한 번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과학의 영역으로 넘어가는 데 대한 성찰을 이 작품에 담고 있다.

이 작품은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되며 화제가 되었고, 전미 도서협회 알렉스 상, 독일 코리네 상을 받았다. 또한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전 세계 37여 개국에서 번역되고 2010년에는「스토커」를 만든 마크 로마넥 감독에 의해 영화로 개봉되는 등 영미권 문학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저자

가즈오이시구로

1954년일본나가사키에서태어나1960년해양학자인아버지를따라영국으로이주해켄트대학에서철학을공부하고,이스트앵글리아대학에서문예창작으로석사학위를받았다.일본을배경으로전후의상처와현재를절묘하게엮어낸첫소설『창백한언덕풍경』(1982)으로위니프레드홀트비기념상을받았다.일본인예술가의회고담을그린『부유하는세상의예술가』(1986)로휘트브레드상과이탈리아스칸노...

목차

1부11
2부201
3부353

옮긴이의말492

출판사 서평

“인간의삶의방식”에대한성찰과비판

『나를보내지마』는1990년대후반을배경으로하고있지만,인간복제가가능한세상을전제로한다.이미인간의장기이식을목적으로복제인간을키워내는수용소만도한둘이아니며,그곳들의운영방침및방식또한제각각이다.외부와의접촉이완전히차단된기숙학교‘헤일셤’또한이런곳중하나이다.‘헤일셤’에서학창시절을함께보낸캐시와루스,토미는복제인간이지만이성과감성을가지고있고,스스로사고한다.이들은자신의모체가되는‘근원자’에대해끊임없이생각하며,장기기증자의운명을묵묵히받아들이는한편자신의생을조금이라도더연장하기를소망한다.

인간의생명연장에대한욕망은,그간유전공학이나생명과학쪽에서는끊임없는유전자복제실험으로,문학과영화등대중문화에서는이미오래전부터유전자복제를소재로한작품들을통해발현되어왔다.마거릿애트우드의『인간종말리포트』,올더스헉슬리의『멋진신세계』,마이클베이감독의「아일랜드」같은디스토피아적작품은첨단과학의발전으로이루어낸신세계의위험성을경고하고있다.하지만이작품은여기서그치지않고한걸음더나아간다.인간과마찬가지로온전한생명체이지만인간의욕망을위해자신의희생을전제로살아가는복제인간의삶을통해,생명의존엄성에의문을던지는것이다.

소설의마지막부분에서주인공이자화자인캐시는자신들에게다르게요구되는삶의실체를알게된후“우리한테영혼이없다고생각하는사람이라도있”느냐며비통해한다.복제인간인그들자신에게도“단한번뿐인삶”이기때문이다.토미는자신들에게사실을직시하게해주려다해고된‘헤일셤’의루시선생님판단이옳았다고말하면서“이모든게정말이지수치스러운일”이라고내뱉는다.토미의이말은인간과문명에대한작가의통렬한비판을담고있다.

이작품은이성과감성을지닌하나의생명체인복제인간을죽임으로써인간이자신의생명을연장하는것이언젠가실제로가능하다면과연미래의인류는행복할수있을까라는최첨단의문제를다루고있다.그리고이러한고민없이미래는유토피아가아닌디스토피아가될지도모른다고준엄하게경고한다.작가는한인터뷰에서이작품을통해“인간의삶의방식에주목하”고싶었다고말했다.또한《이브닝스탠다드》는“인간복제에대한위험성을경고하는것이아니라,우리가살아가는방식이과학의영역으로넘어가는데대한통찰”이라고평한바있다.이러한관점은동양적인철학을바탕으로한작가의작품세계전체를관통하는부분이기도하다.

‘네버렛미고’

소설의원제이기도한‘네버렛미고’는본래주디브리지워터의팝송카세트테이프의세번째트랙에담긴곡의제목이다.이작품에서「네버렛미고」가수록된카세트테이프는인간과복제인간의시각의차이점을보여주는주요모티프이자,세주인공의우정과미묘한사랑의감정을이어가며소설을이끌어가는모티프이기도하다.

캐시는어느날오후기숙학교침실에서그카세트테이프를틀어놓은후베개를안고눈을감고천천히춤을추면서팝송의후렴구를따라부른다.“오,베이비,베이비,네버렛미고…….”캐시는그노래를본래내용과는다르게해석한다.평생간절히아기를바랐으나아기를낳을수없는한여자에게기적이일어나서아기를낳게되고,그녀가아기를품에안고아기에게“나를버리지마”라는의미의후렴구를읊조리는장면으로말이다.그런데이순간‘헤일셤’운영에관여하고있는외부인인마담은그장면을목격하고서눈물을훔친다.
캐시가아이를가질수없는복제인간인자신의운명을그노래에투사했다면,마담은캐시의몸짓을과학의발전으로인간생명의연장이가능해진신세계에대한속절없는저항으로보고연민을느낀것이다.이는또한한없이‘인간적인’캐시의관점과냉철하게이성적으로사고하는‘일반인’마담의시선이교차되는지점을보여준다.

이사건후캐시는자신에게소중한보물이었던카세트테이프를분실하고결국찾지못한다.그로부터몇년후이들은‘전국의분실물이모여보관되는’노퍽을방문한다.그곳의한소품가게에서캐시는예전에잃어버렸던것과같은카세트테이프를찾아내고,토미에게서선물로받는다.이후캐시에게그카세트테이프는‘한때서로사랑의감정을가졌던토미와의추억’이되고,지금은폐교가되어사라진‘추억속헤일셤에대한향수’로평생기억된다.

이작품은“독자로하여금날것그대로의죽음과상실그리고우리가사랑하는것들의참을수없는연약함에직면하게하는독창적인방식”(《타임스리터러리서플리먼트》)으로인간생명의존엄성,삶과죽음에대한진지한성찰을불러일으킨다.작가의세련된문체가돋보이는이작품은인간의존엄성과현대사회,과학기술의성취에대한반성의기회를제공해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