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건방진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들었다 (반양장)

밤이면 건방진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들었다 (반양장)

$10.00
Description
■ 시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오늘의 시인 총서 앤솔로지 『밤이면 건방진 책을 읽고 라디오를 들었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민음사의 전통을 보여 주는 시리즈인 ‘오늘의 시인총서’ 출간 50주년을 앞두고, 시를 통해 지난 반세기의 감수성을 되새겨봄과 동시에 추억 속에 잠겨 있던 시집을 꺼내 다시 읽어 보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기획된 책입니다. 오늘의 시인 총서로 시집을 출간한 6명의 시인과 내년 출간을 앞두고 있는 시인 등 모두 7명의 시 5편씩, 총 35편의 시를 수록한 시 선집입니다. 제목은 이성부 시 「우리들의 양식」의 한 구절에서 가져왔습니다.
저자

김수영,김춘수,김종삼,이성부,강은교,장정일,허연

저자:김수영,김춘수,김종삼,이성부,강은교,장정일,허연

목차

편집자의말5

김수영
달나라의장난19
푸른하늘을22
거대한뿌리24
현대식교량27
사랑의변주곡29

김춘수
꽃35
꽃을위한서시37
눈에대하여39
시141
시243

김종삼
북치는소년47
묵화48
문장수업49
산50
서시52

이성부
우리들의양식55
밤58
이볼펜으로60
되풀이63
믿을수없는바다65

강은교
우리가물이되어69
자전371
봄무사(無事)73
저물무렵74
우리의적은76

장정일
샴푸의요정81
축구선수85
험프리보가트에게빠진사나이87
하숙90
햄버거에대한명상-가정요리서로쓸수있게만들어진시92

허연
칠월99
내사랑은101
슬픈빙하시대2103
서걱거리다105
나쁜소년이서있다107

출판사 서평

시의일곱가지색깔

시는파격입니다.김수영시의파격성은모더니즘의본성이라할수있는파격과결을같이합니다.“씹이다통일도중립도개좆”(「거대한뿌리」)이라고일갈하는김수영의시는무엇이시어이고무엇은시어가아닌지에대한기준을해체하며새로운기준을제시합니다.모더니즘의생생한현장으로서김수영의시가한국현대시의뿌리라고여겨지는이유입니다.

시는자유롭습니다.이때의자유는언어로부터의자유이자언어로규정된사물로부터의자유를모두지칭합니다.“내가그의이름을불러주기전에는/그는다만/하나의몸짓에지나지않았다.”(「꽃」)시인김춘수를모르는사람도이유명한구절만은들어본적이있을것입니다.김춘수는언어가갖는의미보다언어의존재에깊이천착함으로써시가할수있는사유의진폭을다른차원으로옮겨놓았습니다.

시는침묵합니다.김종삼의시를‘보고’있으면여백으로가득한동양화앞에선것처럼조용해집니다.그리고이내침묵속에깃든적막한아름다움에온몸이전율합니다.“내용없는아름다움”이란이런것이고,이런것이또한시가아닐까요.전부다알것같은침묵을여백으로안고있는시.내용을필요로하지않는아름다움이바로시라는미학이아닐까요.

시는모두의것입니다.개인을발견하는것이시라고는하나,개인을초과하는공적존재가필요할때시는개인을결합시킵니다.“벼는서로어우러져/기대고산다”(「벼」)라는구절로잘알려진이성부의시를관통하는것은가장공적인개인입니다.그러므로이성부시의화자들은밤이되면건방진책을읽고라디오를들으며“우리들의양식”을습득합니다.시로만나는공동체의정동을이성부에게서찾을수있습니다.

시는먼지입니다.강은교의시는존재의바닥을흐르는허무의심연을통찰하는허무의주체를발견합니다.시인은우리의적이“전쟁”이나“부자유”가아니라고말합니다.오히려우리의적은“끊어지지않는희망”이거나“매일밤고쳐꾸는꿈”,무엇보다“아직살아있음”이라는것입니다.왜시인은그좋은것들을오히려적이라고할까요.인간의실존은언제나허무,공허,의미의세계와싸워지않으면금새추락하고말기때문일것입니다.

시는뒷면을비춥니다.장정일의시집『햄버거에대한명상』은소비시대로변모해가는세상의풍속을재치있게풍자합니다.그의시에등장하는화자는“현존하는유일한요정은샴푸요정이다.”이라고생각하며매일저녁티비속광고에15초간등장하는모델“샴푸의요정”을사랑합니다.매끈하고효율적인세상을살아가는‘현대인’들의어쩐지군색하고왜인지처량한초상들에서소비자본주의시대의이면을읽습니다.

시는비명입니다.그것도외마디비명.허연의시를이루는배경에는도시와도시인의우울이있습니다.그의시가포착하는도시인의내면은일상과비일상이가까스로공존하는불안의전초기지로,그들은언제나자기와의전시상태에처해있습니다.자신을인정할수도없고인정하지않을수도없는복잡한인간내면의심리적상흔으로서그의시가스스로에게불행을명령하는존재론적공황에다다를때,그들이내는외마디비명은현대인의출구없음에대한쓸쓸하고도정확한발화를의미합니다.

소설을읽으며세상에질문하는법을배운다면시를읽으며우리는나자신에게질문하는법을배웁니다.시가내마음에일으키는무늬가무엇인지,패턴의질서와그러한질서가의미하는바가무엇인지누구도나대신말해주지않기때문입니다.낡은책장속에넣어두었던시집을다시꺼내보면어떨까요.그리고내가나에게던지는질문을시작해보는겁니다.시에대한자신만의답을찾아가면서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