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을 위한 퇴고

연인을 위한 퇴고

$16.00
Description
‘나’를 만나기 위해 기억의 한계를 넘고
기억의 한계를 넘기 위해 퇴고를 번복하는
신화적 상상과 문학적 환상의 아름다운 융합
최영건 연작소설 『연인을 위한 퇴고』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장편소설 『공기도미노』(2017)와 소설집 『수초수조』(2019)를 기억하는 독자라면 최영건의 신작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궁금해할 것은 그의 이전 작품이 어떻게 연속되며 달라졌을지가 아닐 수 없다. 발표할 때마다 한 사람의 그것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달라지는 과감한 도전과 앞선 작품에서 드러냈던 미학적 관심을 반드시 발전시키고마는 작가적 탐구는 최영건을 기다리고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공기도미노』는 70대 전후의 도시 자산가 계층을 전면에 내세우며 가정과 일터에 구획된 미묘한 구분선을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공기’의 변화로 드러냈다. 그리고 그 공기를 지배하는 세계는 수려한 건축물 한 채로 형상화됐다. 소설집 『수초수조』에서는 앞선 소설의 건축물에서 드러냈던 미학이 그가 쓴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소설적 미장센임을 보여 준다. 실용성 대신 심미성만을 따진 공간들이 자리하는 제비저택이라든가(「쥐」) 온갖 과실수가 자라는 넓은 정원에 분재와 난초 온실까지 딸린 이층집(「플라스틱들」)이라든가, 드라마 촬영 장소로 섭외될 만큼 인기 있는 번화가 카페와 주거 공간(「감과 비」) 등을 통해서이다.
『연인을 위한 퇴고』는 앞서 나타나는 미장센에 더해 시간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력을 극대화하며 정체성과 기억의 속성을 파고든다. 3편의 소설로 이뤄진 연작소설 『연인을 위한 퇴고』에서 각 작품은 다른 시절의 ‘나’들이 서로를 그리워하거나 서로의 뒤를 밟으며 ‘나’라는 미궁의 실마리를 찾아간다. ‘나’에게 다가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끊임없는 변화다. 그것은 마치 존재자들이 생성하여 소멸하다 다른 존재자로 탈바꿈해 재탄생하는 한 채의 바깥 없는 광대한 집과도 같다. 집과 인간의 관계를 탈신비화하는 이야기로 시작한 최영건의 글쓰기는 『연인을 위한 퇴고』에 이르러 존재자와 그의 집으로서의 이야기를 신화화하는 방향으로 옮겨 간다.
이번 소설에서 최영건 작가는 물레로 실을 짜듯 이야기로 기억을 짠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기억에서 ‘나’는 물결처럼 퍼져나가는가 하면 주름처럼 감춰진다. 원근법에도 소실점에도 의지하지 않은 채 소묘되는 최영건의 이야기는 퇴고의 퇴고를 거듭하며 ‘나’라는 기억을 재생한다. 이 소설은 자신을 향한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자들이 간직한 영혼의 자화상이자 영원의 초상화이다.
저자

최영건

저자:최영건
연세대학교에서국문학과신학을전공하고동대학원국문학과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문학의오늘》신인문학상,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크로스로드프라이즈,《쿨투라》미술평론신인상을수상했다.장편소설『공기도미노』와단편집『수초수조』,공저『키키스미스-자유낙하』등이있다.기억과복원,메타모르포시스를다루는예술에관심을갖고소설과에세이를쓰며번역과기획을한다.예술은기도라는타르콥스키의말을좋아한다.

목차


두개의길이이따금겹치는9쪽
연인을위한퇴고41쪽
나무왕의방205쪽
작가의말223쪽
작품해설/신화의소실점으로(윤경희)225쪽

출판사 서평

‘나’를만나기위해기억의한계를넘고
기억의한계를넘기위해퇴고를번복하는
신화적상상과문학적환상의아름다운융합

최영건연작소설『연인을위한퇴고』가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장편소설『공기도미노』(2017)와소설집『수초수조』(2019)를기억하는독자라면최영건의신작소식을듣고가장먼저궁금해할것은그의이전작품이어떻게연속되며달라졌을지가아닐수없다.발표할때마다한사람의그것이라고는상상할수없을만큼달라지는과감한도전과앞선작품에서드러냈던미학적관심을반드시발전시키고마는작가적탐구는최영건을기다리고기대하게만드는이유다.
『공기도미노』는70대전후의도시자산가계층을전면에내세우며가정과일터에구획된미묘한구분선을신경질적이고예민한‘공기’의변화로드러냈다.그리고그공기를지배하는세계는수려한건축물한채로형상화됐다.소설집『수초수조』에서는앞선소설의건축물에서드러냈던미학이그가쓴작품전반을관통하는소설적미장센임을보여준다.실용성대신심미성만을따진공간들이자리하는제비저택이라든가(「쥐」)온갖과실수가자라는넓은정원에분재와난초온실까지딸린이층집(「플라스틱들」)이라든가,드라마촬영장소로섭외될만큼인기있는번화가카페와주거공간(「감과비」)등을통해서이다.
『연인을위한퇴고』는앞서나타나는미장센에더해시간에대한자유로운상상력을극대화하며정체성과기억의속성을파고든다.3편의소설로이뤄진연작소설『연인을위한퇴고』에서각작품은다른시절의‘나’들이서로를그리워하거나서로의뒤를밟으며‘나’라는미궁의실마리를찾아간다.‘나’에게다가가기위해중요한것은끊임없는변화다.그것은마치존재자들이생성하여소멸하다다른존재자로탈바꿈해재탄생하는한채의바깥없는광대한집과도같다.집과인간의관계를탈신비화하는이야기로시작한최영건의글쓰기는『연인을위한퇴고』에이르러존재자와그의집으로서의이야기를신화화하는방향으로옮겨간다.
이번소설에서최영건작가는물레로실을짜듯이야기로기억을짠다.끊임없이되풀이되는기억에서‘나’는물결처럼퍼져나가는가하면주름처럼감춰진다.원근법에도소실점에도의지하지않은채소묘되는최영건의이야기는퇴고의퇴고를거듭하며‘나’라는기억을재생한다.이소설은자신을향한사랑을포기하지않는자들이간직한영혼의자화상이자영원의초상화이다.

기억의한계를넘어서기위한퇴고적글쓰기
나는왜쓰는가.질문에답을구하려면시간을거슬러올라가야한다.자발적쓰기의충동은언제어떤계기로처음생겨났는지,쓰기는어찌하여이처럼은밀한쾌락과환희를선사하며그것을지속하게하는지,심지어고통스럽게비참할지라도오히려그렇기에지속을포기하지않게되는지.기원을추적하는일은기억의한계를시험하는일이기도하다.온전히회상할수없는공백과누락을메꾸기위해상상이발동한다.글쓰기의충동과욕망이생성한기원의자리에되찾아맞출수없는사건들의사실성이아니라그리움으로소환된인상,정념,감각의모서리어긋나는단편들이수집된다.기원과생성에관한모든이야기가그렇듯그것은하나의신화로덩어리진다.그리고모든신화가그렇듯언제든번복되며새로쓰일것이다.무한히퇴고될것이다.『연인을위한퇴고』는무한한퇴고의감각으로기원을향해간다.

현실법칙의제약을받지않는환상적서사
『연인을위한퇴고』에서나무,괴물,늙은여인,젊은여인,소녀,유령처럼개별자로한정할수없는존재들은아무런현실법칙의제약을받지않는환상적서사의장에출몰한다.이들은한장소에못박혀그곳의역사적부침과자기의생애를동일시하기보다꿈속의우화같은공원,묘지,예배당,성,동굴을헤매는편을택한다.고유명과특정성없는이들은일인칭의자리를자유롭게점유했다가다른존재에게넘겨주면서,결과적으로,내가너이고네가나인,거듭되는변신에피아의변별이더이상아무런의미가없어지는융합의상태를지향한다.분화이전태초의생성을더듬어가는작용이궁극에이르면목소리의연원은말하는나무든괴물이든아니면어떤연령의여성이든인격이라는거추장스러운껍데기를완전히떨쳐버린다.오로지이야기가목소리의주인으로스스로이야기하는지점에근접하는것이다.『연인을위한퇴고』는이이야기의순수지점에도달할때까지퇴고를멈추지않을것처럼나아간다.

시간과공간을물크러지게하는아름다운표현
자유자재로이루어지는변신,현실의법칙들에구애받지않는서사는읽는이를낯선감각속에헤매도록한다.그헤맴은모험의길일수도있지만때로는혼란과지체의길이기도하다.그러나최영건소설에서독자들은그같은방황에붙들릴염려가없다.미로같은소설이지만,앞길을막고있는곳에서만나는벽으로서의문장이하나하나다훌륭한건축물처럼매혹적이기때문이다.뚫고지나가기보다는그앞에서서잠자코기다리게되는문장들.독자들을그침묵의순간속에서자신이무엇을기다리는지,자신을더걸어갈수없게하는기억의벽이무엇이었는지를상기할수있다.『연인을위한퇴고』는‘나’의기원을만나기위한퇴고의길이되그길의끝에서‘나’를기다리고있는것은새로운미래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