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리 (카멜 다우드 장편소설 | 2024 공쿠르상 수상작)

후리 (카멜 다우드 장편소설 | 2024 공쿠르상 수상작)

$20.00
Description
2024년 공쿠르상 수상작

“난 진정한 흔적이야,
우리가 알제리에서 10년간 겪은
모든 것을 증명하는 가장 견고한 흔적.”

알제리 내전의 ‘검은 10년’
그 끝없는 밤을 건너 빛으로 향하는 부활의 여정!

누가 울었는가를 기억하는 문학
문학에 세상의 상처를 기록하고 고발하는 측면이 있다면 누가 울었는지를 기억하는 것은 문학의 가장 본질적인 책무다. 『후리』는 ‘검은 10년’으로 불리는 알제리 내전의 기억을 되살려 폭력과 신앙, 그리고 남성의 권력 아래 침묵을 강요당한 여성들의 목소리를 복원한다. 조용하지만 단단한 이 목소리는 개인의 고통을 사회의 윤리로, 한 지역의 상처를 세계의 문제로 확장시켜 어느 나라, 어떤 시대의 독자가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아픔과 회복의 시선을 보여 준다. 이 소설을 모른 채 윤리를 말한다면, 그것이 어떤 말이든 충분한 진실은 아닐 것이다. _「추천의 말」, 박혜진(문학평론가)
저자

카멜다우드

저자:카멜다우드(KamelDaoud)
1970년알제리북서부의모스타가넴에서태어났다.오랑대학교에서프랑스문학을전공한후,일간지《르코티디앵도랑》의기자로일하며《뉴욕타임스》,《르몽드》등세계유수의매체들에명석한분석과도발적비판을담은칼럼을기고해유명해졌다.특히이슬람문화권에대한직설적인비판으로이슬람종교재판인파트와의대상이되기도했다.
『뫼르소,살인사건』으로2014년프랑수아모리아크상을,2015년공쿠르상최우수신인상을받으며소설가로세계적인명성을얻었다.2024년에알제리내전의상흔을여성피해자의목소리로이야기하는『후리(Houris)』로프랑스최고권위의문학상인공쿠르상을수상했다.알제리에서헌법으로언급이금지된전쟁을다룬이작품때문에국제체포영장이발부되었고,알제리전역에서그의모든책이판매금지된상태다.

역자:류재화
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파리소르본누벨대학에서파스칼키냐르연구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파스칼키냐르의『심연들』,『세상의모든아침』,『성적인밤』,조에부스케의『달몰이』,샤를로트델보의『우리중그누구도돌아오지못할것이다』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부목소리11
2부미궁197
3부칼379

옮긴이의말527
추천의글539

출판사 서평

알제리내전의‘검은10년’
그끝없는밤을건너빛으로향하는부활의여정!

2024년공쿠르상수상작『후리』가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이작품은『뫼르소,살인사건』으로2015년공쿠르최우수신인상을받으며세계적명성을얻은알제리작가카멜다우드의세번째장편소설이다.알제리작가가공쿠르상을수상한것은상이제정된이래처음이다.이번작품에서다우드는알제리에서헌법으로언급이금지된알제리내전(1991~2002),이른바‘검은10년’을정면으로다루며큰반향을일으켰다.알제리내전은1990년대에정부와이슬람주의세력이충돌하며약10년간이어진알제리현대사의큰비극이다.2024년가을『후리』가프랑스에서출간된후,알제리정부는“역사왜곡”을이유로이작품의국내출판을금지하고금서로지정했다.이조치는곧작가의용기,기억의정치,그리고문학의윤리를둘러싼뜨거운논쟁을국내외에서촉발시켰다.

소설의화자이자주인공은‘오브(Aube,새벽)’라는이름의여성으로,1999년12월31일부터2000년1월1일사이에벌어진하드셰칼라대학살의생존자다.일가족이몰살당한밤오브는후두와성대가손상된채기적적으로혼자살아남았고,그날의상처로육성(肉聲)을잃고튜브로숨을쉬게된다.소설은오브가뱃속의아기,‘후리’라고이름지은딸에게말을건네면서시작한다.그녀는이뜻밖에찾아온아이를두고고뇌에빠진다.여성의삶이고통인이곳에,역사의비극을깨끗이지운이나라에아이를태어나게해야하나?답을얻기위해그녀는충동적으로순례를떠난다.모든악몽이시작된고향마을로,학살의현장으로…….

‘후리’는이슬람전통에서천국에서의인(남성)에게주어진다고믿어온처녀들을뜻한다.아랍권의문학,설교,신학에서오랫동안반복되어온이판타지는“세상의기쁨은죽음이후에나허락된다”는사고방식을강화해왔다.작가는이관념,이뒤집힌사고방식이삶의의미를흐리고,타인과의관계,타인을향한욕망,즉여성과성에대한관념을오도한다면서,이를전복하여주인공오브로대변되는현실의여성들인‘진짜후리들’에게경의를표하고자이같은제목으로소설을쓰게되었다고밝힌바있다.


“난진정한흔적이야,
우리가알제리에서10년간겪은
모든것을증명하는가장견고한흔적.”

소설의배경은1990년대알제리를휩쓸었던내전,이른바‘검은10년’의상처가아직완전히아물지않은2018년알제리다.‘새벽’을뜻하는이름을가진주인공오브는스물여섯살의여성으로,다섯살이었던내전당시이슬람무장단체의습격을받아가족을잃고자신또한목이그어지는참혹한비극을겪었다.기적적으로목숨을건졌지만성대를잃어말을할수없게되었고,목에삽입한튜브로호흡하며살아가야한다.학살의생존자인오브는독신여성변호사에게입양되어,현재는해안도시오랑에서모스크맞은편에서작은미용실을운영한다.

소설은이슬람의최대명절인이드축제(희생제)를앞둔어느날,임신중인오브가뱃속의딸에게말을건네면서시작된다.알제리정부는‘평화와화해를위한헌장’을통해내전관련범죄자들을사면하고,그시절의비극을언급하는것자체를법으로금지했다.죽음의문턱에서살아돌아온오브에게자신이겪은일은,이제공식적으로는‘존재하지않는역사’가되어버린셈이다.내전의피해자라는사실,그리고여성이라는조건은그녀에게이중의굴레로작용한다.목에남은깊은흉터를지닌오브가꾸밈을금하는쿠란의가르침에정면으로어긋나는‘미용실’을운영한다는사실은,남성중심의알제리사회에서그녀를더욱경계와적대의대상으로만든다.모스크바로맞은편에자리한미용실은사보타주를당하고,경찰조차그녀를제대로보호해주지않는다.

이런세상에서과연아이를낳아도되는지스스로묻는오브는,침묵을강요하는국가에맞서뱃속아이에게자신이겪은진실을들려주겠다고결심한다.그녀는그답을찾고,과거를마주하기위해고향이자학살의현장이었던마을로떠난다.그여정에서오브는내전의상처를각자의방식으로껴안고살아가는사람들-도로에서만난화물차운전수아이사와그의가족,고향마을에서만난함라,그리고뱃속아기의아버지미문과그의아버지-을만나고,소설속화자가다양하게변주되며각자의사연을풀어놓으면서국가의비극은개개인의얼굴을한한사람한사람의비극으로살아나독자의마음을울린다.

오브의이순례는국가가지운기억을되살리고다시말할권리를되찾는여정이면서,오브개인에게는죽음에서생명으로건너가는여정이기도하다.살아있으면서‘죽은사람’처럼존재해온그녀가살아남은자의죄책감을떨치고마침내살아야할이유를찾는순간은,그녀가겪고목격한무수한죽음의시간들을떠올리면더욱벅차고감동적이다.결국비슷한비극이되풀이되는인간의역사속에서,희생자들의죽음을기억하고넋을기리는행위가왜중요한가에대해이소설은분명한답을준다.그것은우리가과거를잊지않고미래를향해나아가기위해서,살아있는자의삶을이어가기위해서다.


알제리‘검은10년’의역사적배경

알제리는1962년독립이후프랑스식민지배로부터물려받은중앙집권적국가구조와단일자원중심경제의취약성을충분히극복하지못한채,알제리민족해방전선(FLN)일당체제와군부중심의권력이굳어지면서정치·경제적불안이지속되었다.이러한구조적취약성속에서이슬람세력이부상하고,1991년총선에서이슬람구원전선(FIS)이압도적으로승리하자,군부는선거결과를무효화하고쿠데타로정권을장악했다.이로인해‘정치화된’이슬람종교세력과‘세속화된’군부사이에극단적인대결이시작되었다.
알제리국민을공포의도가니로몰아넣은진짜‘검은’시기는FIS이슬람무장세력이전국적인무장투쟁을시작해산속으로들어가면서부터다.이에정부군과준군사조직이반격하는과정에서수많은무고한민간인이학살당했다.이시기알제리국민들은양세력모두에게강간,고문,살해를당하는공포를겪었다.

이내전은약20만명에달하는사망자를낳으며2000년대초반까지지속되었다.내전이끝난뒤알제리정부는사회통합과안보안정을명분으로‘국가평화와화해를위한헌장’(2005년)을통과시켰다.이법은내전시기국가기관및무장세력이저지른범죄를대거면책하고,과거의폭력을공적영역에서언급하는행위자체를금지하는조항을담고있다.피해자와유가족에게는배상을약속했지만,진상규명이나책임자처벌은철저히배제되었고,결과적으로내전의기억은국가차원에서봉인되었다.이러한‘제도화된망각’속에서내전은공식적언어에서지워졌으며,피해자들의증언은법적,사회적위험을동반하는것이되었다.카멜다우드의『후리』가알제리에서금서로지정된배경도바로여기에있다.소설은내전의폭력과국가정책적으로강요한침묵을정면으로다루며,지워진역사를다시말하려는피해자의목소리를중심에놓는다.알제리정부에서이책을금지한것은,이책이내전의진실을환기하고망각을강요하는국가정책을비판적으로비추기때문이라고할수있다.


프랑스어로쓰는금기의역사
“상처를‘측정하는’것은저널리즘이지만,상처를‘이야기하는’것은문학이다.”

카멜다우드는기자출신으로,프랑스어로만글을쓴다.그는아랍어가“종교및지배이데올로기의함정에빠져,물신화,정치화,이데올로기화”되었다고비판하며,프랑스어를금기된진실을담아내는언어로사용한다.다우드는처음부터종교에대한비판적시각을명확히해왔다.그에게공쿠르최우수신인상을안겨준2014년작『뫼르소,살인사건』에서“나는종교가끔찍하게싫다!어떤종교건간에!종교는세상의무게를속이기때문이다”라는화자의발언을통해종교와권력의결탁에대한근본적인거부감을드러내기도했다.이첫장편소설로그는공쿠르최우수신인상을거머쥐었으나,이슬람에서‘파트와’의대상이되었다.파트와란이맘이나율법학자가내리는법적,종교적자문이라는의미이지만,현대에이르러이슬람율법에어긋나는이에대한살해나위협을뜻하는말이되었다.왜저널리즘이아닌소설을택했느냐는질문에그는다음과같이대답한바있다.“문학은내밀한것을전한다는점에서특별하다.문학은독자를그즉각성-지나가지않은현재,전쟁의폭력적시간-속으로직접끌고들어간다.역사기록이나기자의기사보다3D경험에가깝다.또소설은시,산문,서사시,희극,비극을모두품을수있는하이브리드한그릇이다.복잡한현실을포착하는데가장적합한도구이다.저널리즘은필수적이지만,전쟁을이야기하기에는충분하지않다.상처를‘측정하는’것은저널리즘이지만,상처를‘이야기하는’것은문학이다.”

『후리』는1부‘목소리’,2부‘미궁’,3부‘칼’,이렇게세부분으로구성되어있으며,화자를오브,아이사,셰이크등으로바꾸며피해자,목격자,가해자의목소리를총합한다.1부‘목소리’는목소리를잃은주인공오브의내면독백이주를이루며,대화상대는뱃속의태아이다.2부‘미궁’은로드무비형식으로전개되며,과거학살현장으로오브를데려가는운전사아이사가주요목소리를낸다.아이사는아버지의무력한언어인문어와무학인어머니의언어인구어사이에서방황하는인물로,짝짝이다리와눈을가진인물로그려진다.3부‘칼[刀]’에서오브는과거자신과가족이학살된하드셰칼라로돌아가기자,보고자,증언자의다중역할을수행한다.이부분에서는언니타이무샤와의해후와,가해자와의대면이이루어진다.『후리』는독립전쟁,내전,그리고형제살해라는알제리역사의복잡한층위를다루며,문학을통해망각이강요된역사를재구성하고복원하려는작가의확고한의지를보여주면서,비슷한역사를가진우리에게도큰울림을주는작품으로남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