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농경 사회 (이소정 장편소설)

우리들의 농경 사회 (이소정 장편소설)

$18.00
Description
제3회 〈연세-박은관문학상〉 수상작

가장 낮은 곳에서 땅의 속도로 쓰인
새로운 치유소설의 탄생

“우리가 다시 뭔가를 믿었다는 게 잘못 같았다.”
제3회 〈연세-박은관문학상〉 수상작 이소정 장편소설 『우리들의 농경 사회』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2023년 ㈜시몬느 박은관 회장의 기부로 제정된 〈연세-박은관문학상〉은 수상자에게 국내 문학상 최고 수준의 고료(총 1억 원)를 수여하는 등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목표로 한다. 『우리들의 농경 사회』는 우리가 오래도록 잊어 왔던, 약동하는 삶의 감각을 되살려놓는 문장과 전개로 “공통 감각이 사라져 가는 이 시대의 상처에 걸맞은 회복과 생존의 서사를 보여줌으로써 구원의 의미를 탐색했다.”라는 평을 받으며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치가 소멸되어 가고 원리나 과정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감춰지며 욕망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몸을 불리는 지금, 소설가 이소정이 내놓는 미래는 만질 수 있고 땀이 흐르며 절기와 호흡하는 삶을 되살리는 데 있다. 소설의 목차가 소한, 우수, 경칩 등 절기로 구성되고, 인물들이 직접 삽을 들어 어두운 과거는 땅 밑에 파묻고는 그 위에 고추며 들깨며 감자를 심고 가꾸고 거두는 이 작품은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하나의 생생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저자

이소정

2021년《동아일보》신춘문예에단편소설「밸런스게임」이당선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소설집『우리의차와미래의문장들』이있다.2025년제3회연세-박은관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2월소한닭이알을품는다7
1월우수물고기가얼음밑을돌아다닌다41
2월경칩복숭아꽃이피기시작한다65
3월청명산비둘기가깃을턴다91
4월입하냉이가죽고보리가익는다109
5월망종사슴뿔떨어진다131
6월소서썩은풀이반딧불이된다147
7월입추벼가익는다163
8월백로물이마르기시작한다189
9월한로국화가노랗게피고초목이누렇게진다213
10월입동물이얼고땅이언다255
11월대설범이교미를시작한다287
에필로그317

작가의말343
발문347
추천의글357

출판사 서평

제3회〈연세-박은관문학상〉수상작

★“시간의흐름속에우리가잃어버린삶의감각을되찾아가는회복의서사를겹쳐놓는다.”-곽효환(시인)
★“누군가는숨쉬는것조차배워야한다.실은,우리모두가그러하지않은가?”-김인숙(소설가)
★“악의적인도시로부터튕겨져나간세주인공들의한해농사를따라읽다보면,읽던이는꽤거대한질문앞에이르게된다.”-김형중(문학평론가)
★“숨을곳이필요한사람,대피소가필요한사람에게더없이적당한소설이다.”-박혜진(문학평론가)
★“그럼에도우리는삶이라는‘세상의밭’에무엇인가를심는일을멈춰서는안된다.”-편혜영(소설가)

■탈출로부터시작되는이야기
『우리들의농경사회』는어둡고엄혹했던세계에서의탈출로부터이야기가시작된다.선지와문복,그리고‘나’는당장이라도퍼질듯한다마스를타고어느산으로향한다.세상을떠난친구가셋에게남긴유산과도같은땅이그산에있을거라고굳게믿으며.선지와문복,그리고‘나’는갈곳이없었던아이들로,각자의사정으로흘러든한기도원에서만난사이다.기도원에서그들은‘어머니’를섬기며낮과밤을알수없는어둠속에서지내왔다.무릎을꿇고하염없이기도하거나울고,낯선이에게문을함부로열어주었다는이유로창없는방에갇혀벌을받고,간절한기도로로또번호를알아내라는어머니의명령에숫자를읊어대는사이세인물은몸만훌쩍자라버린어른아이가되었다.다음생을향해달려나가는다마스짐칸에는그들셋의친구를죽게만든,더정확히설명하자면그렇게만들었다고믿고있는,한남자가결박된채실려있다.그들이기원하는땅은바람대로그곳에있을까.그땅은그들을어둠에서구원해줄수있을까.

■정직하게흘러가는땅의시간
마침내도착한곳에구원은없었으나듣던대로맹지가있었다.빈땅은황토집한채를품고있었는데선지와문복,그리고‘나’는황토집에있던마른멸치로끼니를때우며하염없이시간을흘려보낸다.그러던어느날그들앞에자신을‘구순태’라소개하는한남자가등장한다.그는일을하면먹을것을주겠다며셋을농사의세계로끌어들인다.땅의일을하자시간이땅의속도로흘러가기시작한다.냉이가죽고보리가익는입하(4월)에는감자를심고완두콩씨를뿌리는일로하루를다보내는가하면,국화가노랗게피고초목이누렇게지는한로(9월)에는참깨를털고들깨를짜들기름을얻는다.땅의시간은정직하고넘침이없다.때가되면씨를뿌리고,다시또때가오면뿌린만큼거둔다.농경사회바깥에넘쳐흐르는욕망의물결이땅을붉게물들이거나,그들을‘새벽배송’의물살에휩쓸리도록만들지만,땅의속도로세상에뿌리내리며비로소자라나기시작한그들은잠시흔들리다가곧다시땅으로돌아오게된다.“오래된삶의방식으로지금의우리와아직오지않은시간을함께바라보고싶었다.”라는작가의말처럼『우리들의농경사회』는가장정직하고가장적당한,그리하여가장세계다운세계를우리앞에펼쳐놓는다.

■손으로만지는삶
해가언제뜨고지는지모르고살아가는것,영원히닿지못할대상을스스로의의지와는상관없이바라고또바라는것,다른이의욕망에삶이통째로흔들리는것.바로『우리들의농경사회』의세주인공이‘어머니’가군림하는기도원에살던시절참고견뎌내야했던현실이다.그런데이는도시에서삶을영위해가고있는수많은우리에대한은유이기도하다.우리를매일같이괴롭히는‘시간에쫓기고있다는감각’은과정과원리를생략하거나감춘채결과물만을마주하게하는도시의작동에서기인한다.구순태가선지와문복,그리고‘나’에게내건조건인“산에서는나이,출신,과거는무시된다.누구나똑같이땅에무릎꿇고,똑같이손에흙을묻힌다.”,“싸워서진자는침묵하고,이긴자는나무를심는다.”에는단어마다생명력이넘친다.세인물이어둠의방에서벗어나다다른곳이손으로심고손으로거두는세계라는사실은우리로하여금자신도모르는사이빼앗긴삶에대한사유를되찾게만들어준다.머리로생각하는대신손으로만지는삶,이소정이그리는미래는여기에있다.

■발문
우리에게남은것은쉴새없이쓰레기들을쏟아내는물류창고와동물들이생매장된불모의땅인지도모른다.그러나믿음없이삶을사랑할수있을까.아마그건불가능할것이다.그러니믿을수있어서믿는것이아니라믿기로한것을믿는수밖에없다.아마도그믿음은가끔보상받고주로배신당할것이다.그럼에도불구하고파국을예감하면서도믿음을회수하지않는마음이해마다농부가씨를뿌리는마음이며,우리가삶을일구는농부가되어야하는이유일것이다.
-이소(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