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나자신을활짝열고,
그것을감당하고,말하고,글로쓰고자한다.”
천쓰홍의자전적에세이『아홉번째몸』의제목은그가타이완의작은마을용징에서‘아홉째아이’로태어난사연에서비롯되었다.부모님은일곱딸과두아들의생계를위해화물운송,농업,가내수공업등의노동으로전생애를바쁘게살았고,많은딸들역시집안일과농사,각종일들을도맡아생계를꾸렸다.하지만늦게태어난장남인형과막내인천쓰홍은아들이라는이유로누나들에비해상대적으로큰혜택을누리며자랐는데,이시골마을의가부장적질서와분위기는혜택인동시에그에게어마어마한부담이된다.그는남자이지만,‘가문을이뤄조상의영전에향을올릴수가없는’,게이이기때문이다.
자신의성정체성을일찌감치깨달은천쓰홍은이런시골마을공동체와집안분위기속에서자신이진정으로설자리는없다고생각하며암울한성장기를보낸다.집안에도탈출구가없었지만,학교도마찬가지였다.1980년대타이완의학교는여전히군인이학교에근무하며학생들을단속하고군대와같은훈련을시키는군사정권하의교풍이여전했다.교사들역시학생의신체적,정신적자율권을전혀인정하지않고체벌과모욕을가하는한편,성적에따라우열반을배정하여학생들로하여금입시에총매진하게했다.
이런억압적인분위기속에서천쓰홍이숨을쉴수있게해준것은문학이었다.일곱누나들은책을좋아해서어려운환경속에서도각종책과잡지를틈틈이사모았고,새책이도착하면막내인그가가장먼저읽을수있도록양보했다.누나들의책을읽고,혼자서문자의힘을서서히체득하기시작한천쓰홍은입학한후글쓰기에재능을보여,학교를대표하는글짓기대회에참가한다.그리고거기서만난,책좋아하고글쓰기좋아하는또래의다른도시학생들이이미책뿐아니라영화나연극같은각종문화에대해자신보다훨씬많은걸알고있음을깨달은그는시골에서는한정적으로밖에접할수없었던문화를갈구하며,결국훗날타이베이에위치한푸런대학영문과에진학한다.
■“안녕,잘생기지않은,미남씨!”
영문과에입학한그는비로소자신의성정체성을비롯한많은면에서자유를접하게된다.여학생이많은문과대의특성덕분에그의학교생활은억압적이고남성적인분위기를다소벗어나자유를누리고,더본격적으로토론과독서,글쓰기등에매진하게된다.또한그는시골에머물러있는동안엔듣지못했던여러타이완사회의민주주의운동과역사에대해알게되고,여러사회운동과젠더이슈에적극적으로참여하고공부하게된다.한때는군에입대하여외진산악지역에서근무하면서군특유의폐쇄적이고폭력적이며부조리하기까지한일들을겪지만,이역시그에겐창작의밑바탕이된다.
대도시에서학업을계속이어가는동안,그는고향을그리워하는동시에그곳에서더멀어지기위해애쓴다.그는글쓰기를통해고향에대해말하고,옛상처를되돌아보고,현재를직시하는작가가되어간다.그가작가로등단하던시절,타이완지방정부는신진세대를위한문학상을더늘리기시작했고,그와동시대다른젊은작가들은이런문학상들을통해성장해간다.문단의신진세력으로자리를잡아가던어느시점에그는타이완을떠나베를린으로이주하여그곳에서살기시작한다.
고향에서멀어질수록고향에대해더확실하게말할수있게되면서,그의글쓰기는치유의글쓰기가된다.가족누군가의죽음으로인해곧장고향인용징으로소환될때도있지만,그는이제대도시베를린에서커밍아웃한성소수자로서,소수인종으로서,작가로서,배우로서자신의삶을충만하게누리며살아간다.
베를린은그에게특별한의미를지닌다.나치의폭력적인과거를청산하려는사회구성원들의노력은성소수자나난민,이민자,소수인종에대한인정과포용으로이어지며,이정신을독일내에서가장잘구현하고있는도시가바로베를린이다.베를린을이루는각양각색의문화적복합성과다양성속에서천쓰홍은방랑자이자코즈모폴리턴이자세계시민으로서,자신이자처한디아스포라의자유로우면서도때로는씁쓸한삶을이어간다.
■성소수자로서겪은신체의기억과디아스포라
그의발자취는베를린뿐아니라온유럽으로도이어진다.그는유럽각국을여행하고,각종축제를즐기고,옛역사와현재를통과해간다.방랑자에게,유럽의시절은점차복잡하고나빠져간다.각국에서극우정당들이득세하고,난민의물결이도착하고,브렉시트가통과되고,솅겐조약에도불구하고국가간에장벽이들어서고,트럼프가대통령이되면서유럽의인심은예전보다더각박해진다.하지만그에맞서는선량한독일대다수시민들의열렬한사회운동,전위적인연극으로대표되는베를린의문화운동,이민사회에대한지원은끊이지않는다.타이완에서온성소수자작가는이흐름속에서더욱자유롭게발언하고,난민캠프에서자원봉사활동을하고,성소수자들의권리를주장한프런티어들의묘를방문하고,이모든것을글로기록하면서자신의신체가걸어온길과앞으로걸어갈길에대해이야기한다.
한때이안감독의베를린영화제수상작「결혼피로연」을시골극장에서보면서자기존재를긍정하는법을처음배웠던소년은매해베를린영화제행사인‘타이완의밤’단골진행자이자타이완영화인들의통역가가되었다.어린시절유치원에서처음으로대중앞에나섰던‘스포트라이트를좋아하는’남자아이는영화와광고와드라마에출연하는연기자가되었다.그리고무엇보다도,그는타이완주요문학상을휩쓸고15개언어로번역된베스트셀러작가가되어유럽과아시아,미대륙의초청을받아각종도서전과문학축제를빛내는,타이완을대표하는작가가되었다.
이에세이『아홉번째몸』은천쓰홍이라는한성소수자소년의사적인이야기로시작해,동세대세계인들이함께고민하는역사와사회의지점들로확대되며이어진다.그의이산문집은가장사적인것이가장정치적이라는말을구현한듯한작품인동시에,특유의위트와유머를통해가깝되,너무가깝지는않은사람들과의관계를이야기한다.소설로그를만났던독자들에겐작가의개인적면모를만나고,그의직접적인생각과고민을함께공유할수있는뛰어나고값진글들을접할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