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지키다 (찬와이 장편 소설)

기억을 지키다 (찬와이 장편 소설)

$17.00
Description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줄 알았을 때의 그 슬픔을 기억해.”

『동생』찬와이 작가의 첫 장편 소설
제5회 홍콩 중문 문학 비엔날레 수상작

1974년부터 1996년까지, 한 가족의 이름 속에 아로새겨진 홍콩의 푸른 역사
격동의 시간을 통과하며 열 명의 자식에게 시대의 이름을 붙여 준 롄청 가족 이야기
찬와이의 첫 소설『기억을 지키다』와 후속작 『기억을 태우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찬와이는 홍콩의 역사와 대중문화를 가장 깊숙이 이해하고 표현해 온 대표적인 작가다. 1960년 홍콩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홍콩 영화의 황금기에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며 전설적인 영화 「프로젝트 A」와 고전의 반열에 오른 로맨스 영화 「첨밀밀」의 각본 기획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퍼플 스톰」, 「8인: 최후의 결사단」 등 선 굵은 작품들의 각본을 쓰며 서사적 역량을 다져 왔다. 1998년 첫 소설 『기억을 지키다』로 제5회 홍콩 중문 문학 비엔날레를 수상하며 문단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찬와이는 사회적 실천에도 앞장서는 행동주의 지식인이기도 하다. 홍콩 ‘센트럴 점령 운동’의 최초 지지자 10인 중 한 명으로서 2014년 ‘우산혁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홍콩인들의 민주화 염원을 대변했다. 2018년 타이완으로 주거지를 옮긴 후 발표한 『동생』은 2023년 금전문학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기억을 지키다』는 홍콩을 상징하는 지표이자 휘발되지 않는 마음의 향기를 뜻하는 ‘향(香)을 매개로 하여, 한 가족의 연대기를 통해 반환 이전 홍콩의 파란만장한 역사와 정체성을 유려하게 복원해 낸 작가의 기념비적인 역작이다.
저자

찬와이

본명은찬와이이(陳偉儀).1960년홍콩에서태어났다.1980년대홍콩영화가절정에달했던시기시나리오작가로활동했다.영화「프로젝트A」(1983),「첨밀밀」(1996)의각본기획에참여했다.이밖에도영화「퍼플스톰」,「8인:최후의결사단」,「가족여행」(2018)등의각본을썼다.1998년첫소설『기억을지키다(拾香紀)』를출간해제5회홍콩중문문학비엔날레를수상했다.홍콩‘센트럴점령운동’의최초로입장을밝힌10인의지지자중하나로,2014년홍콩행정장관의직접선거를쟁취하는‘우산혁명’에적극참여했다.2018년타이완으로주거지를옮겼고현재국립타이베이예술대학교영화제작학과
부교수로재직중이다.2022년타이완에서장편소설『동생』을출간했고,2023년타이완금전문학상을수상했다.문학,영화,방송,연극등다양한매체에서창작활동을펼쳐왔다.

목차

궤적9

기억35
1롄청과쑹윈37
2주제/주젠90
3바바오107
4치시123
5류허138
6우메이/쓰하이157
7싼둬173
8샹펑194
9다유221

초판후기233
추천의말결국향기가남는다235

출판사 서평

■이름이라는연대기로엮인롄씨일가의삶과홍콩의찬란했던시절

『기억을지키다』는광저우에서홍콩으로건너와터전을잡은아버지롄청과어머니쑹윈부부,그리고슬하에둔열명의자식들이살아낸삶의궤적을입체적으로조명한다.다유,샹펑,싼둬,쓰하이,우메이,류허,치시,바바오,주제,스샹에이르는자식들의이름에는쓰하이스토어,우메이패션,류허잡화점등아버지롄청이홍콩에서일구어온사업의흔적이고스란히배어있어이름자체가곧집안의연대기이자도시의성장사를대변한다.가족이늘어나는동안1965년의뱅크런사태,스타페리요금인상반대시위,1967년의파업등홍콩현대사의굵직한사건들은이들일가의역사와격렬하게공명한다.작품은반환직전인1996년,스물두살막내딸스샹의시선을통해가족들의행복했던시절과그이면에숨겨진저마다의상흔을덤덤하고온기어린필치로거슬러올라간다.


■파편화된삶을이어붙이는유대와침범당하지않는기억의영원성

『기억을지키다』는문학이어떻게한시대의상실을추모하고개인의기억을보존할수있는지보여주는미학적성취다.어머니쑹윈이정신의이상을겪으며가족사진을버리고일부기억을잃어버리는모습은,반환을앞두고정체성의혼란과존재론적불안을겪던당대홍콩인들의실존적상황을예리하게은유한다.그러나찬와이는파편화되고상처입은기억들이가족과공동체라는유대를통해어떻게다시온전하게완성될수있는지추적한다.쑹윈이모든슬픔과원망을기억해내며“둘이함께있어야만비로소온전한기억이만들어졌다.”라고말하는대목은,아무리무정한시대의격랑이밀려오더라도인간의가슴깊은곳에축적된정체성만큼은결코시간의폭력에침범당하지않는다는강력한선언이자따뜻한위로로기능한다.


■가을바람과이슬처럼만난인연,상실의끝에서피어나는사랑

찬와이는격동의소용돌이속에서도삶의온기를잃지않으려분투하는평범한인간들의숭고한정신에주목한다.소설속인물들은불행한결혼생활,지워지지않는육체적흉터,타국으로의유학이나이민등저마다의비극과소외를겪으면서도서로를붙잡아주는끈을놓지않는다.“쑹윈,당신은가을바람이고,나는이슬이야.짧은상봉이라고해도그어떤인연보다귀해.”라는고백처럼,이들이나누는사랑과연대는거대한역사앞에서도부서지지않는단단한마음의지표가된다.짝사랑과이별의아픔마저도소중히품어안으며마지막순간“기억은사랑이다.”라는호응으로끝맺는찬와이의온기가득한서사는,오늘날소멸해가는것들을기억하고자하는모든독자에게깊은감동과변치않는문학적구원을선사할것이다.


■휘발되지않는기억의향기,그리고홍콩

『기억을지키다(拾香紀)』와『기억을태우다(焚香紀)』연작을하나로묶어주는가장핵심적인매개체는두작품의원제에공통으로쓰인‘향(香)’이라는글자다.이향기는단순한후각적자극을넘어20세기가장급격한체제변화를겪어낸홍콩이라는공간을상징하는지표이자,세월의격랑속에서도끝내휘발되지않는인간마음의깊은향기를뜻한다.찬와이는고향에서타향으로삶의터전과궤적을옮겨가야만했던이들의서사를통해,물리적인공간은변할지라도그들이공유하는전통과기억은끊어지지않고이어진다는사실을가감없이증명해보인다.어둠과혼돈의시기속에서이지워지지않는기억의향기는마치희미하게반짝이는지시등처럼기능하며,시대의소용돌이속에서길을잃고방황하는이들을다시금영혼의고향으로이끄는따뜻한이정표가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