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태우다 (찬와이 장편소설)

기억을 태우다 (찬와이 장편소설)

$18.00
Description
“남는 것이 고작 잿더미뿐이라고 해도 그것 또한 내가 지나온 길이니까.”


『동생』작가 찬와이가 홍콩에서 쓴 마지막 소설
『기억을 지키다』출간 이십여 년 후, 이어지는 이야기

『기억을 지키다』의 연대기가 멈춘 곳, 1997년 홍콩
시대의 불꽃이 사그라진 자리에 남겨진 우리 모두의 잿더미와 그 너머를 비추는 가느다란 빛
찬와이의 첫 소설『기억을 지키다』와 후속작 『기억을 태우다』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찬와이는 홍콩의 역사와 대중문화를 가장 깊숙이 이해하고 표현해 온 대표적인 작가다. 1960년 홍콩에서 태어난 그는 1980년대 홍콩 영화의 황금기에 시나리오 작가로 활약하며 전설적인 영화 「프로젝트 A」와 고전의 반열에 오른 로맨스 영화 「첨밀밀」의 각본 기획에 참여했다. 이외에도 「퍼플 스톰」, 「8인: 최후의 결사단」 등 선 굵은 작품들의 각본을 쓰며 서사적 역량을 다져 왔다. 1998년 첫 소설 『기억을 지키다』로 제5회 홍콩 중문 문학 비엔날레를 수상하며 문단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찬와이는 사회적 실천에도 앞장서는 행동주의 지식인이기도 하다. 홍콩 ‘센트럴 점령 운동’의 최초 지지자 10인 중 한 명으로서 2014년 ‘우산혁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홍콩인들의 민주화 염원을 대변했다. 2018년 타이완으로 주거지를 옮긴 후 발표한 『동생』은 2023년 금전문학상을 수상하며 또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기억을 태우다』는 전작의 계보를 이으면서도, 1997년 반환 이후 자아를 잃어버린 홍콩인들의 삶과 심연의 어둠을 한층 무겁고 깊이 있게 파고든 실존적 우화다.
저자

찬와이

본명은찬와이이(陳偉儀).1960년홍콩에서태어났다.1980년대홍콩영화가절정에달했던시기시나리오작가로활동했다.영화「프로젝트A」(1983),「첨밀밀」(1996)의각본기획에참여했다.이밖에도영화「퍼플스톰」,「8인:최후의결사단」,「가족여행」(2018)등의각본을썼다.1998년첫소설『기억을지키다(拾香紀)』를출간해제5회홍콩중문문학비엔날레를수상했다.홍콩‘센트럴점령운동’의최초로입장을밝힌10인의지지자중하나로,2014년홍콩행정장관의직접선거를쟁취하는‘우산혁명’에적극참여했다.2018년타이완으로주거지를옮겼고현재국립타이베이예술대학교영화제작학과
부교수로재직중이다.2022년타이완에서장편소설『동생』을출간했고,2023년타이완금전문학상을수상했다.문학,영화,방송,연극등다양한매체에서창작활동을펼쳐왔다.

목차

1잃어버린애드미럴티11
2퀸스로드를오가다17
3센트럴에서의만남24
4란콰이텅팡33
5스타스트리트의블랙홀42
6플라워마켓로드의린자52
7프린스에드워드로드의롄청60
8경계를맴돌며70
9하노이로드에서의일78
10이별의슬픔과고립95
11전시의등불111
12다시세상으로122
13시위와탐방130
14자유여행과홍콩136
15난널보고,넌날보고147
16얼마나많은꽃잎이떨어졌을까156
17세상으로부터의도피168
18상심175
19금이아니라녹덩어리였어185
20지구반대편으로204
21나도내가누군지몰라216
22새벽5시58분회항224
23저쪽에서이쪽으로232
24평행세계가아닌분열242
25분열과시간251
26기억은스스로자란다260
27돌아갈순없지만넘어갈순있어269
28저쪽과이쪽278
29텅팡의생환기284
30정리와꿈296
31외로운시위309
32잠꼬대320
33동기321
34죽음이후의도시323
35다가오는폭발336
36옛사람을기억해343
37돌아와,린자349
38살아돌아온것만같아356
39기억나지않는시간과길367
40에필로그374

추천의말결국향기가남는다376

출판사 서평

■반환이후의부서진시공간,파괴되는도시에서자아를찾아가는이들

『기억을태우다』는1997년반환이후,급격한변화의소용돌이에휘말린롄씨일가와그주변인물들의후일담을다루며전작보다훨씬불투명해진현실을가감없이드러낸다.일자리를잃고방황하다타인에게가짜이름을대며블랙홀같은고독에빠져살아가던린자의서사로문을여는작품은,도시의무정한재개발과예기치못한사고로상흔을입은이들의현실을비중있게다룬다.롄청의외손녀샤오후이가겪는고통스러운사건들이남긴상흔,그리고재개발이권속에서형제자매간에벌어지는격렬한갈등은급격하게무너져내리는홍콩의공기를중점적으로다루고있다.찬와이는무정하게집을부수는중장비들을바라보며“저기계들은집을부수지않았다.기억을파괴하고있었다.”라고날카롭게진술하며,공간의상실이곧삶과관계의붕괴로이어지는비극적상황을서늘하게묘사한다.


■파괴음속에서마주하는타인의고통과삶의무대를이루는공간의미학

『기억을태우다』는공간과존재,그리고기억의상관관계를집요하게해부해나가는미학적성취를보여준다.찬와이는공간이곧관계를형성하고생명을움직이게만드는토대임을강조하며,도시의물리적파괴가인간의내면에미치는치명적인충격을추적한다.“집이작게조각나면,삶의일부도잘려나간다.”라는통찰은,급변하는시대속에서자신의뿌리를잃어버린홍콩인들의실존적정체성위기를고스란히반영한다.그러나소설은상실의간격이좁혀오는파괴음속에서도인간이타인의고통을어떻게응시하고받아들이는지주목하며,현실의어둠속에서도끝내훼손되지않는인간성의중심을붙잡아둔다.

■철의방밖으로울려퍼지는선언,잿더미속에서걸어나오는생의찬가

찬와이는분열되고환상적인시공간의차원을도입하여흔들리는영혼들을위로하고세상과다시맞닿아걸을수있는힘을부여한다.과거의아련한미련속에서방황하던이들이“남는것이고작잿더미뿐이라고해도그것또한내가지나온길이니까.”라며마침내자신의상처와마주할용기를얻는과정은함께지나온독자에게담담한위로를건넨다.세월의아득함과무력감속에서스스로를집에못질하고‘철의방’을지어도피했던아버지롄청이마침내방밖으로걸어나와현실의벽을향해“난내생의모든것을사랑했어!”라고외치는격정적인고백은이연작의찬란한대미를장식한다.절망속에서도포기할수없는소중한것들을지키기위해물러서지않는거장의이위대한선언은,시대적상실과삶의흔들림을겪는모든독자에게깊은울림과연대의위로를선사할것이다.


■휘발되지않는기억의향기,그리고홍콩


『기억을지키다(拾香紀)』와『기억을태우다(焚香紀)』연작을하나로묶어주는가장핵심적인매개체는두작품의원제에공통으로쓰인‘향(香)’이라는글자다.이향기는단순한후각적자극을넘어인류역사상가장역동적인변화를겪어낸홍콩이라는공간을상징하는지표이자,세월의격랑속에서도끝내휘발되지않는인간마음의깊은향기를뜻한다.찬와이는고향에서타향으로삶의터전과궤적을옮겨가야만했던이들의서사를통해,물리적인공간은변할지라도그들이공유하는전통과기억은끊어지지않고이어진다는사실을가감없이증명해보인다.어둠과혼돈의시기속에서이지워지지않는기억의향기는마치희미하게반짝이는지시등처럼기능하며,시대의소용돌이속에서길을잃고방황하는이들을다시금영혼의고향으로이끄는따뜻한이정표가되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