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찾던곳에서‘나’를발견하는이야기
시애틀의한온라인부동산회사에서일하는에이프릴은『채링크로스84번지』를읽고얼마안지난어느밤로맨틱코미디영화까지연속두편을보고나서문득누군가에편지를쓰고싶다는충동에빠진다.그녀는불도켜지않은채책상에앉아언제부턴가자꾸신경이쓰이던‘그’에게편지를쓰기시작한다.에이프릴이그에대해아는것이라고는그가그녀의단골서점‘리더룸’의직원이라는것뿐이다.에이프릴은다음날아침마음이흔들리기전‘리더룸’으로달려가그남자가관리하는중고책더미에서책한권을집어그속에편지를끼워두고온다.
“안녕,당신은날모르지만난서점에서당신을많이봤어요.제발이렇게불쑥편지보내는걸용서해줘요.하지만당신은내가차차알아가고싶은사람같아요.당신이아주소중한것인양책을보면서아주조심스럽게다루는모습이좋아요.난당신에대해아무것도모르고,당신은아마이런식으로말을거는걸반기지않을지도모르겠어요.하지만당신은약간의미스터리는재미있어할것같은생각이들었어요.이편지에관심이간다면청소년소설코너중간에있는『헝거게임』에편지를남겨줘요.거기에당신이좋아하는책과어디서그책을읽고싶은지말해줘요.나도나에대해더들려드릴게요.A.”
5년전남편을잃고일곱살딸아이올리비아를홀로키우는로라는어느날퇴근길에‘리더룸’에들러북클럽모임을위한『맥파이살인사건』을사온다.그날저녁로라는이책속에서뜻밖의편지(에이프릴이쓴편지가끼워진책이로라에게흘러들어간것!)를발견한다.『맥파이살인사건』을중고책더미에서점원이겨우찾아오기까지평소보다긴시간이걸렸던정황등,서점에서그날있었던일을되돌아보던로라는‘리더룸’의바로그가자신을오랫동안지켜보던끝에용기를내어건넨마음이라고짐작한다.그리고며칠간망설인끝에난생처음낯선이의편지에답장을보낸다.
“안녕하세요,A.당신의편지를받고정말행복했어요.익명의손편지를받기는이번이처음이지만정말마음에드는아이디어예요.소셜미디어보다훨씬근사해요.편지를읽어보니우리둘다책읽는걸사랑하는것같아요.마음만큼책을읽을시간이많지않지만내가좋아하는책은아마도『위대한개츠비』나『남아있는나날』같아요.두권은수도없이읽고또읽었어요.내가책읽기좋아하는시간은밤늦게침대에앉아등하나만켜놓고있을때예요.그럴때는정적이너무짙어서마치담요처럼나를감싸는것같아요.그런시간이많은건아니지만요.사는게바빠서요.하지만당신은어때요?답장은책장한가운데에있는『헝거게임』에서확인할게요.답장이오길정말고대할게요.L.”
그렇게에이프릴과로라는서로다정한편지를주고받기시작하지만,둘다그상대는‘서점의그남자’라고생각한다.자신도모르는사이에에이프릴과로라두사람에게동시에‘편지쓰는남자’가된웨슬리는정작다른곳에마음을빼앗기고있다.듀크먼로라는무명의작가가쓴소설『전율하는통나무들』.자신이담당하고있는중고책더미에서우연히이책을발견한웨슬리는표지의작가사진을물끄러미보다가그의모습이기이하게도마치자신같다고느낀다.소설을읽어보니남자주인공윌의생김새,말수가적은성격,옷을고르는취향,지나간연애사까지마치자기이야기같았다.이작가의묘한매력에마음이끌린웨슬리는그의흔적을뒤지다가작가의웹사이트에서이메일주소를발견하고일종의팬레터를보낸다.
“안녕하세요,먼로작가님.작가님은절모르겠지만저는시애틀에있는서점인리더룸에서일하고있습니다.최근에작가님이쓴소설『전율하는통나무들』을발견했습니다.정말재미있게읽고나니혹시다른소설은쓰지않으셨는지궁금해지더라고요.작가님의웹사이트는오랫동안업데이트가안된것처럼보이더라고요.그래서이메일을받으실지모르겠지만,그래도한번시도해볼가치는있다고생각했습니다.어쨌든재미있는소설을읽게해주셔서감사합니다.”
웨슬리는듀크먼로의답장을아주빨리받고기뻐한다.하지만마지막에“시냇물이마를때까지,듀크.”라는서명을남긴그메일뒤에,자신의삶에새로운페이지를열어줄어떤진실이숨어있다는것은짐작조차하지못한다.
『스토리북엔딩』은누군가를향한설렘과지치고메마른마음을서서히적시는우정,그리고책에대한사랑을경쾌하게그려내는이야기다.에이프릴이충동적으로쓴편지하나는그녀의무료한일상에신선한긴장을일으킨다.갇혀지내는것과다름없는하루하루아무것도더기대하지않는다고생각했던마음속에사실은지금과는다르게살고싶다는갈구가숨어있었다.에이프릴의편지는잠들어있던로라의기억도깨운다.새로운관계에대한설렘이차오를수록정작생생하게되살아나는것은5년전세상을떠난남편샘이곁을지켜주었던날들,애써묻어두었던추억들이다.아무것도바뀌지않아도좋다고생각했던로라는샘에대한짙은그리움을인정하며더이상회피없는애도와치유의시간을비로소받아들인다.오해에서비롯된감정의굴절이마침내가닿는곳은결국그들의가장내밀한마음한구석이었다.작가의시선은에이프릴과로라,그리고웨슬리의들뜸보다는망설임에,겉으로내뱉는말보다는말로전해지지않은마음들에집중하며그들의변화를따라간다.‘나에게편지를보낸사람’을저마다알아가는과정은,그래서달콤한반전이아니라오히려,자기자신이무엇을기대하고무엇을외면해왔는지를들여다보는시간으로확장된다.
책속의서점이야기
시애틀의작은서점'리더룸'은『스토리북엔딩』의배경이자소설의또다른주인공이다.새책과헌책을함께파는이곳은정감어린나무바닥,아늑한안락의자를갖춘공간으로,서가마다가득찬책들로등장인물들모두에게저마다다른의미의휴식처가되어준다.웨슬리에게‘리더룸’은십대시절처음발견한순간부터‘계시’와도같았다.사람들의시선을피하고싶었던수줍은소년웨슬리가마음놓고숨을수있는곳,누구와도굳이대화를나눌필요없이시간을보낼수있는,말하자면혼자만의클럽하우스였다.장기간재택근무로점점고립되어가던에이프릴에게는‘리더룸’이다시누군가에게다가갈용기를낼계기를찾은공간이다.싱글맘로라에게‘리더룸’은백화점의프로페셔널한퍼스널쇼퍼로서세련되게꾸민이미지를연기하지않아도되는,온전히자기자신으로돌아갈수있는곳이다.사랑하는남편을여읜슬픔을묵묵히감당해온그녀에게이곳은딸올리비아와함께새로운이야기를발견하는장소이며동시에자신의지친마음을조금씩가다듬는공간이기도하다.‘리더룸’은또한사랑스러운인물들의집합소이다.어려운재정을누구에게도한탄하지않으며서점을꿋꿋하게지켜가는사장줄리아,까칠한척무심한척굴지만누구보다이곳을사랑하는레이븐,판타지/SF소설작가를꿈꾸는알레한드라,철부지아이같아보이지만원대한포부를안고함께행복한세상을그리는앤드루.이들의내밀한고백이각각1인칭시점으로서술되는챕터들은,“내가책에서발견한것중최고는…”이라는말로시작되는데,작가맥도널드가책과서점을사랑하는독자들에게특별히건네는선물같은장들이다.‘리더룸’은저마다다른상처와외로움을지닌인물들이우연히스치고,그스침의반복뒤에서로를알아보고,마침내타인을받아들이며함께만드는삶으로스며드는무대가된다.‘책이있는곳,책속에있는것’이우리를조금더행복한사람으로바꾸어간다는이야기를완성하는무대가.
“대체불가능한경험으로서서점의미래가있다면,그건아마도실제로책으로둘러싸인공간에들어가그분위기를만끽하고,인터넷에선경험할수없는책과의우연한만남이일어나고,책을사랑하고책에대해잘아는사람들과인간적인접촉을하고,무엇보다책의냄새를맡고,손가락으로책장을넘기고,책의모든것을직접만져볼수있는실질적인세계로독자들을끊임없이초대하는것이아닐까.”---옮긴이박산호
책속의책이야기
『스토리북엔딩』은책을좋아하는사람이라면반가운작품들을다시보게되는이야기다.제인오스틴의『노생거사원』에서뽑은문장으로책의첫장이열린다.(“매력적인편지를쓰는재능은특히여성에게잘어울린다고다들인정한다.”)에이프릴이편지를쓰기로결심하는계기는헬레인한프의『채링크로스84번지』를읽은후였다.한권의책에서시작된편지가수십년간답장의답장으로지속되고먼곳에떨어져있는두사람의마음을이어준다는이야기가그녀의마음을움직인다.웨슬리는트렁크하나에이삿짐을다넣을수있을정도로미니멀한생활을유지하면서도버리지못하는책들이있다.어린시절부터간직한『오즈의마법사』,얼마전읽게된에이모토울스의『모스크바의신사』,제임스맥브라이드의『어메이징브루클린(DeaconKingKong)』.로라는처음보내는편지에서자신을피츠제럴드의『위대한개츠비』와가즈오이시구로의『남아있는나날』을특별히사랑하는사람으로소개한다.SF작가를꿈꾸는알레한드라는옥타비아버틀러의책을웨슬리에게선물한다.서점의주인줄리아가콜슨화이트헤드의『언더그라운드레일로드』가여행서적코너에,조지엘리엇의『사일러스마너』가회고록코너에꽂혀있다며직원들에게주의를주는장면의위트는서점에와서는책사진만찍어대고구매는온라인서점에서하는얄미운고객들을향한소심한(!)복수의묘사로도이어진다.웨슬리가결정적고백을발견하는책은니콜크라우스의『사랑의역사』다.『이상한나라의앨리스』『우리가볼수없는모든빛』『그림자없는남자』등,『스토리북엔딩』의곳곳에등장하는책들은각각의인물들의내면을암시하는섬세한이미지이자,이야기의뼈대로도기능하며이소설을읽고있는동안우리가마치어느서점안에들어와있는듯한생생함을더한다.
“내가사는동네에있는매혹적인서점이자‘리더룸’의도플갱어인서드플레이스북스라벤나,그리고세상의모든독립서점들에게감사드린다.내소설속한인물이말하듯,나역시그렇게믿는다.세상의모든서점은마법이일어나는곳이라고.”_모이라맥도널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