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식탁 위의 개 (양장)

내 식탁 위의 개 (양장)

$18.00
Description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도 나는 끄떡없이 글을 쓴다.”

숲속 늙은 부부 앞에 나타난 학대당한 개 한 마리
그 개가 가르쳐 준 광대한 세계와 그 세계를 사랑하는 법에 관하여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클로디 윈징게르, 이 진실한 80대 여성 작가가 우리를 ‘부아바니(추방당한 숲)’로 초대한다. 노부부 소피와 그리그가 3년째 살고 있는 그곳은 배제의 고통으로부터, 쇠락의 외로움과 소멸의 공포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도피처이자 실패하는 사원이며 시끄러운 정원이자 고립된 꿈의 장소다. 어느 날 학대받고 도망친 개 “예스”가 등장하면서 타자들 사이의 용인과 환대가 그들만의 생태계 밖으로 확장된다. 무수히 다른 존재들의 경계 넘기는 자주 뭉클하고 더없이 시적이다. 엘렌 식수가 말한 “성(性)이나 종(種)의 경계를 정의해야 하는 곤경” 너머, 클로디 원징게르는 빙퇴석의 속도로 우리를 책임감의 의미에서 “더 큰 존재”이므로 더 크게 사랑해야 할 자리로 옮겨 놓는다. 그러므로 그 자리의 비문(碑文)이자 마지막 문장,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로도 나는 끄떡없이 글을 쓴다”는 이 파괴적인 세계를 향한 최선의 다짐이자 사랑일 것이다. 텅 빈 기원과 창조된 타자에서 시작하는 모든 쓰기가 그렇듯이.
_김지승(『술래 바꾸기』, 『짐승일기』 작가)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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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클로디윈징게르

(ClaudieHunzinger)
프랑스의소설가이자조형예술가.1940년프랑스북동부오랭(Haut-Rhin)지방의콜마르에서태어났다.1965년배우자와함께알자스지방의보주산맥에있는방부아숲속의낡고오래된집으로이주해양을기르기시작했으며,현재까지60여년동안그곳을떠나지않고글을쓰고예술활동을이어가고있다.1973년,방부아숲에서의삶을이야기한『방부아,초록의삶(Bamboi,lavieverte)』을출간하여의미있는반향을일으켰다.1980년대책과책에가해진폭력이라는주제로작품을발표하면서조형예술가로첫발을내디뎠으며이후자연,그중에서도식물이라는주제에천착하여활발하게활동을이어오고있다.2010년70세의나이로『그녀들은희망을안고살아갔다(Ellesvivaientd'espoir)』를발표하며소설가로데뷔했다.이후『잔존(LaSurvivance)』(2012),『새들의언어(LaLanguedesoiseaux)』(2014),『작열(L'Incandescente)』(2016)등을발표했으며,거의모든작품이주요문학상후보에올랐다.2019년『위대한사슴들(LesGrandsCerfs)』로데상브르상을받았다.2022년『내식탁위의개』로아카데미프랑세즈소설대상,메디치상,르노도상후보에올랐고,페미나상을수상했다.

목차


내식탁위의개11

옮긴이의말387

출판사 서평

더이상희망이보이지않는시대,
우리를더크게사랑해야할자리로옮겨놓는소설

소설의제목‘내식탁위의개’는클로디윈징게르가정신적쌍생아로여기는호주의소설가재닛프레임의『내책상위의천사』를변주한것으로,우리인간이아닌다른종들을,그리고우리인간중가장여린존재들을초대하는환대의부름이다.작가의자전적이야기인이소설은인간에게유린당한개‘예스’와노부부사이에싹튼놀랍고도감동적인우정을통해종의경계너머로확장되는사랑을그리는한편,하루하루급격히노쇠해지는80대작가가탐사하듯살아가는노년이라는시간과매해새로운충격을주며무너져가는기후위기시대의세계에서과연어떻게살것인가를섬세하기그지없는시적인언어로사유한다.

남성적권위를지닌공쿠르상의대안으로여성작가들에의해제정된페미나상수상작답게『내식탁위의개』는주류에서잘다루지않지만지금이곳의문학이이야기해야할가장시급한현안을다룬다.이세계에더이상희망이보이지않을때소설은어떤이야기를건넬수있는가.사람들이세상의전부라고믿는곳에서물러나다른삶을살았던작가가한마리연약한동물을만나또다른세상을발견하고세계의지평을넓혀가는이야기를읽고우리는지금발딛고선현실을둘러보게된다.그리고우리자신은물론미래세대가살아갈세계를새롭게상상하고,바라건대어떤이들은조금다른삶을꿈꾸고어떤희망까지발견할지모르겠다.

이책의추천사를쓴작가김지승의말을빌리면“엘렌식수가말한‘성(性)이나종(種)의경계를정의해야하는곤경’너머,클로디원징게르는빙퇴석의속도로우리를책임감의의미에서“더큰존재”이므로더크게사랑해야할자리로옮겨놓는다.”12월최고기온과최다강수량이연일갱신되는이겨울,그야말로모두의생존을생각하게되는날들속에서『내식탁위의개』는더크게사랑해야할그자리에서“이파괴적인세계를향한최선의다짐과사랑”을결심하게한다.그것말고는우리앞의미래라는시간과미래의문학을맞이할수있는방법은없기에.

“그렇다,나는예스라고말했다.
나는동의할것이다.”

소설가인‘나’소피와남편그리그는‘추방당한숲’이라는뜻을가진‘부아바니’에서살고있다.서른살이채되기전완전히새로운방식의삶을실험하고자도시를떠나알자스지방의산속으로들어온지도어느덧60년이되어간다.여든줄에들어서면서이제는걷는것조차버거워져그좋아하던하이킹도호수수영도등산도불가능해진것은물론,얼마전에는크게병원신세를진적도있다.낮잠과읽고쓰는것외에는좋아할수있는일이없어진그들부부앞에어느가을날저녁,목줄이끊어진개한마리가나타난다.인적없는산속이건만,어디서온걸까?짐승이낯선사람에게제배를순순히보여주며누웠을때,나의머릿속에는제임스조이스의소설『율리시스』의마지막문장이번개처럼지나간다.“그렇다,나는예스라고말했다.나는동의할것이다.”동물학대범에게유린당한듯생식기가처참하게찢긴개에게,그럼에도불구하고생에대한긍정으로가득찬이름을붙여준것이다.상처를돌봐주고먹을것과마실것을주었지만,곧개는다시어둠속으로사라져버린다.

이튿날나는오래전부터계획되어있던서점행사를위해리옹으로떠난다.산속에묻혀살지만이렇게소설을발표한후독자들과만나면서세상과의연결을놓지않는다.대안을찾기위해산속에서의삶을택했지만,한해한해자연이파괴되는것을온몸으로느끼고있다.오늘나는여성이자자연속에서사는인간,변방을대변하는작가로서발언하기위해도시로나왔다.하지만행사는영불만족스럽게끝나고,나는파업때문에연착된기차를타고집으로돌아온다.그런데집에서나를반기는것은그리그만이아니다.이틀전사라진예스가돌아와있다.예스는오래전부터우리와함께살았던것처럼친밀감을나타내고,예스에게서우리인간과대등한태도를발견한나는금세그와둘도없는친구가된다.

예스덕분에나는영영불가능해졌다고생각한육체적능력을조금씩되찾고삶의경이를새로이발견한다.그리그역시자기만의방에서나와예스와함께책을읽고바깥으로나가기시작한다.생의황혼녘에나타난개한마리로인해단조롭고무거웠던노부부의일상은조금씩,그러나혁명적으로변하기시작한다.이제그들은늙음과죽음에대해서도본격적으로이야기를나눌수있게된다.그리고어느날,창밖먼산책로에나타난낯선사람들의실루엣을발견하고두려움에빠진예스를보고,나는사태를파악하기위해예스를떼어놓고홀로,노인에게는모험이나다름없는탐사를떠나기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