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들

기묘한 이야기들

$15.00
Description
2018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올가 토카르추크의 국내 첫 단편집
이상하고 아름답고 공포스러운 열 편의 기묘한 이야기
기묘하고 독창적인 토카르추크 월드에서 날아온 초대장!

승객
어린 시절,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무서웠던 미지의 어떤 존재 때문에 밤마다 극심한 공포에 시달린 주인공은 성인이 된 지금은 아무런 두려움도 체감하지 못한다. 당시 부모님은 그를 안심시키기 위해 이런 말을 했다. “바깥세상은 여기보다 훨씬 안전하단다.” 이 말이 예언이나 주문처럼 그에게서 두려움을 앗아간 것이다. 주인공은 내게 이런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긴다. “지금 당신의 눈에 보이는 사람은 당신이 보고 있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당신을 보고 있기에 존재한다.”

녹색 아이들
시대적 배경은 1656년. 스코틀랜드의 왕과 함께 우크라이나 르부프로 여행하던 사절단은 인간도 짐승도 아닌 이상한 생물체를 발견한다. 숲속에서 자라 식물을 연상시키는 초록빛 피부를 가진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인간의 언어도 모르고, 대상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매를 가진 이 ‘녹색 아이들’은 과연 어디에서 온 것일까. 얀 카지미에시 국왕 폐하의 주치의 윌리엄 데이비슨은 볼히니아에서 겪은 이 괴상한 사건들을 기록한다.

병조림
오십이 넘었지만 자립은 꿈도 꾸지 않은 채, 연금 생활자인 노모에게 빌붙어 살아가는 주인공. 그러다 결국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어머니가 남긴 건 현금도 주식도 아닌, 병에 넣어 밀봉한 각종 음식물뿐. 손끝 하나 까딱 않고 어머니에게 빌붙어 기생하던 아들은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뒤, 영국과 폴란드의 축구 경기를 보면서 상자 속에 들어 있던 병을 차례차례 따서 먹기 시작한다. 그러다 병조림 안에서 점점 괴이한 것을 발견하는데, 심지어 2001년이라는 날짜가 붙어 있는 토마토 소스에 담겨진 스펀지도 있다. 오래된 병조림을 먹은 아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

솔기
아내가 죽은 뒤 홀로 외롭게 지내던 노인 B. 언젠가부터 모든 종류의 솔기가 거슬리기 시작한다. 양말에서 풀려 나온 솔기에서 시작된 견딜 수 없는 분노는 푸른색 얼룩을 남기던 볼펜이 갈색 얼룩을 남기는 것으로 이어지고, 우표 또한 네모가 아닌 동그란 모양으로 짜증을 유발한다. 그렇게 익숙하게 여기던 일상의 사물들이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고, 세상은 점점 적응하기 힘든 곳으로 변해 간다. 통제력과 평정심을 잃어가는 노인에게 설상가상 체력 저하와 질병까지 보태어진다. ‘노년기’에 다다른 인간의 모습과 반응을 냉정하고 객관적이면서도 씁쓸한 시각으로 묘사한 작품이다.

방문
하나의 인물 ‘에곤(egon)’에서 갈라져 나온 네 개의 변종들이 가정에서 각기 다른 네 가지 역할을 조직적으로 수행하며 살아간다. 덕분에 가사일과 밭일과 육아 분담이 이루어져서 편안하다. 어느 날 집을 방문하겠다는 이웃의 연락을 받고 변종들은 당황한다. 반복적이고 단순한 일상에 끼어든 낯선 방문객. 예기치 못한 상황에 직면한 ‘나’와 내 변종들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익살스럽고 기묘한 방법으로 21세기 가족의 새로운 유형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동시에 단절된 가족 관계의 문제점을 풍자한 작품이다.

실화(實話)
네덜란드의 한 지하철역. 한 여자가 승강장에 쓰러져 있는데 아무도 돕지 않고 지나쳐 간다. 유일하게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선 외국인 교수는 오히려 가해자로 의심을 받아 도망자 신세가 된다. 교수는 학술대회에서 과학과 예술, 그리고 문학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기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으나, 어느 순간 여권도 증명서도 사라지고, 언어 기능도 상실한 채 갑자기 한순간에 익명의 존재가 되어 버렸다. 여행을 떠나거나 낯선 곳을 방문할 때 이따금 우리는 미지의 세계에 착륙해 버린 듯한 당혹감과 두려움에 직면할 때가 있다. 인간의 이러한 심리를 정교하게 포착한 작품이다.

심장
중년 남성이 중국에서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뒤부터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주변 사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의 색채가 갑자기 강렬하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장기 기증자의 눈(어쩌면 그의 뇌와 영혼)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 것일까? 이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구하기 위해 그는 아내와 함께 중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영혼이 정화되는 기묘한 체험과 함께 자신이 품었던 의문이 실은 하나도 중요치 않다는 것을 깨닫는데…….

트란스푸기움
비밀스러운 시술이 이뤄지는 숲으로 둘러싸인 의료 시설 트란스푸기움. 주인공인 레나타는 인간으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트란스푸기움에 가서 다른 생물체로 전환하는 시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가족은 큰 충격을 받고, 여동생은 레나타가 이런 결심을 하게 된 동기가 무엇인지 밝혀내기 위해 그녀의 시술에 동행한다. 과연 미래에는 인성과 자연성이 공존하는 새로운 생명체의 탄생이 가능한 것일까? 인간이 동식물로 자신의 형태를 바꾸는 이런 시술이 어쩌면 그동안 인간이 파괴를 일삼으며 단절을 자초한 자연과의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미래를 배경으로 한 퓨처리즘적인 경향의 소설이다.

모든 성인의 산(山)
암 말기인 나는 폴란드의 심리학자로서, 스위스 산중에 위치한 연구소에서 십 대 소녀들을 대상으로 특별한 심리학 실험을 실시하게 된다.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되는 실험이지만 대신 거액의 보수를 보장받았다. 실험을 진행하던 중 우연히 인근의 한 수도원을 방문한 나는 괴상한 이름을 가진 나이 많은 수녀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옛 순교성인들의 행적과 그들의 운명에 대한 여러 단서를 발견하고, 순교자들의 유골도 목격하게 된다. 나는 부패한 그들의 육신을 보며 그들이 겪은 수난과 고통, 시간의 엔트로피 작용에 대해 성찰한다. 과거 순교자들의 행적과 내가 현재에서 실행하고 있는 심리학 실험이 연결되면서, 신비주의적인 요소와 현실이 결합되는 가운데 스릴과 공포를 유발한다.

인간의 축일력(祝日曆)
가장 긴 분량을 차지하는 에피소드이자 아홉 번째 이야기와 대구를 이루는 이 마지막 단편에서 토카르추크는 불멸을 향한 인간의 영원한 욕망을 포착한다. 가까운 미래가 그 배경이다. 미지의 신성한 존재(종교적인 관점에서 보면 신(神)일 수도 있다.)가 남긴 연약하고 병든 육체 모노디코스(Monodikos)가 수백 년 동안 지속적으로 죽음과 부활, 소멸과 탄생을 반복하면서 생(生)과 사(死)의 그 가느다랗고 미세한 경계선을 넘나든다. 덕분에 인류는 삶과 죽음의 밸런스를 유지하며 그 생명력을 이어갈 수 있다. 토카르추크는 이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한 성찰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간의 본성과 그들의 잔혹함을 일깨운다.

저자

올가토카르추크

저자:올가토카르추크
1962년1월29일폴란드술레후프에서태어났다.바르샤바대학교에서심리학을전공했고,카를융의사상과불교철학에조예가깊다.첫장편『책의인물들의여정(Podroludziksigi)』(1993)은폴란드출판인협회선정‘올해의책’으로뽑혔다.『E.E.』(1995)와『태고의시간들(Prawiekiinneczasy)』(1996)발표이후1997년에사십대이전의작가들에게수여하는권위있는문학상인코시치엘스키문학상을수상했다.단선적혹은연대기적흐름을따르지않고,짤막한조각글들을촘촘히엮어낸특유의스타일은『낮의집,밤의집(Domdzienny,domnocny)』(1998)으로이어졌다.이후여행을모티프로한100여편의에피소드들을기록한『방랑자들(Bieguni)』(2007)로2008년폴란드최고권위의문학상인니케상을받았다.이작품은2018년부커상인터내셔널을수상하며전세계문학계에큰반향을불러일으켰다.2009년에발표한추리소설『죽은이들의뼈위로쟁기를끌어라(Prowadswojpługprzezkociumarłych)』는2017년아그니에슈카홀란드감독의영화「흔적(Pokot)」으로각색돼베를린영화제에서은곰상을받았다.이후발표한역사소설『야고보서(KsigiJakubowe)』(2014)로또한번의니케상과스웨덴의쿨투르후세트상을받았다.2018년노벨문학상수상자로선정되었고,한림원은“삶의한형태로서경계를넘어서는과정을해박한열정으로그려낸서사적상상력”이라는찬사를보냈다.같은해단편소설집『기묘한이야기들(Opowiadaniabizarne)』(2018)을출간했으며,노벨문학상수상기념기조강연을포함하여글쓰기와독서방법,동물권과글로벌휴머니즘연대를제안하는에세이집『다정한서술자(Czułynarrator)』(2020)를출간하였다.이후‘자연주의테라피공포물’이라는흥미로운장르에다성화자를도입한작품『엠푸사의향연(Empuzjon)』(2022)을출간하며,독특한창작세계를이어가고있다.

역자:최성은
한국외국어대학교폴란드어과를졸업하고,폴란드바르샤바대학교에서폴란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거리곳곳에서문인의동상과기념관을만날수있는나라,오랜외세의점령속에서도문학을구심점으로민족의정체성을지켜왔고,그래서문학을뜨겁게사랑하는나라인폴란드를‘제2의모국’으로여기고있다.현재한국외국어대학교폴란드어과에서교수로재직중이며,2012년폴란드정부로부터십자기사훈장을받았다.옮긴책으로올가토카르추크의『방랑자들』,『태고의시간들』,『죽은이들의뼈위로쟁기를끌어라』,『다정한서술자』를비롯하여『끝과시작―쉼보르스카시선집』과『충분하다―쉼보르스카유고시집』,『쿠오바디스』,『코스모스』,『헤로도토스와의여행』등이있으며,『김소월,윤동주,서정주3인시선집』과『흡혈귀―김영하단편선』,『마당을나온암탉』등을폴란드어로번역했다.

목차

승객7
녹색아이들12
병조림48
솔기59
방문74
실화(實話)96
심장116
트란스푸기움137
모든성인의산(山)168
인간의축일력(祝日曆)220
옮긴이의말274

출판사 서평

2018노벨문학상수상작가올가토카르추크의국내첫단편집
이상하고아름답고공포스러운열편의기묘한이야기

기묘하고독창적인토카르추크월드에서날아온초대장!

“우리는여전히침팬지이자고슴도치이고낙엽송입니다.(……)
우리를서로분리시키는것은그저작은틈새,존재의미세한균열일뿐입니다.
우누스문두스(Unusmundus).세상은하나이니까요.”
―올가토카르추크

노벨문학상수상작가올가토카르추크의국내첫단편집
세상이점점더기묘해지고있다!

우리시대가장기발하고비범한이야기꾼,2018노벨문학상수상작가올가토카르추크의국내첫단편집『기묘한이야기들』(2018)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올가토카르추크가『마지막이야기들』(2004)이후십사년만에내놓은소설집으로총열편의중단편이수록되어있다.『방랑자들』을비롯하여『태고의시간들』,『낮의집,밤의집』과같은장편소설에서짤막한단편을나열하는미시서사기법을도입하며새로운시도를거듭해온토카르추크는이번소설집에서도‘단편장인’으로서의면모를아낌없이발휘한다.작가는스웨덴침공시대의볼히니아,현대의폴란드와네덜란드,스위스,중국,그리고미래의가상공간을배경으로현실과판타지,익숙함과기묘함사이의경계를모호하게만들며우리를편안하고안락한영역에서끄집어내어기이하고독창적인세계로인도한다.문학평론가카밀부이니가언급했듯이『기묘한이야기들』은각각의이야기를따로음미하기보다는한권의책으로그개념을확장하여다차원적인관계성을염두에두고읽을때더욱흥미로운책이다.평소토카르추크가강조했듯이“우리의이야기들은무한한방식으로서로를불러올수있고,그속의주인공들또한얼마든지상호관계를맺을수있기때문”(『다정한서술자』,361~362쪽)이다.‘기묘함’을공통분모로각각의에피소드가어떻게은연중에연관되는지그연결고리를찾아보는것은이책을읽으며얻는또다른묘미가될것이다.

제목에서확연히드러나듯이책의중심테마는‘기묘함’이다.토카르추크는주류에서벗어나지금껏보편적으로통용되지못했던관점을의식적으로탐색하는탈중심적인자세,기발하면서도괴팍한아이디어로무장한‘기벽(奇癖)’을발휘하는것이문학의새로운소명임을꾸준히강조해왔다.신작을쓸때마다새로운형식과문학적실험을시도함으로써‘토카르추크자체가하나의장르다.’라는평가를받는다.그에게‘우리시대가장기발하고비범한이야기꾼’이라는수식어가따라다니는것도이때문이다.익숙한형식을차용하기보다는끊임없이새로운장르를시도하고도전을거듭할수있었던밑바탕에는기벽을소중히가꾸고탈중심을지향하는작가의문학관이있다.이소설집에서기묘함은우리가익숙하게여겨왔던현실을해체하고,그속에깃들어있는비합리적이고초현실적인요소들을드러내는도구로작용한다.언뜻보면현실로부터동떨어진듯하지만,어느지점에서는있음직한이야기로다가오면서우리가현실에서맞닥뜨리는온갖모순을성찰하게만드는계기를제공하기때문이다.토카르추크의손에이끌려괴상하고불가사의한세계에발을들여놓는순간,우리의인식을초월하는미지의영역이얼마나광대한지,그에비해인간의이해력은얼마나보잘것없는지실감하게된다.나아가삶의부조리를수긍하게되고,논리와이성너머의세계로시야를더욱확장하게된다.

기묘함의매혹,현실과판타지가만나는접점

토카르추크의기묘함은대체현실을창조하기위한장치가아니다.우리가살고있는일상적인세계를해석하기위해초현실적인요소가도입되었을뿐이다.그렇기에토카르추크월드에서는현실적인것과비현실적인것,진짜와가짜,정상적인것과비정상적인것들이천연덕스럽게공존한다.

“문학은일어난일과일어날수있는일사이의공간을창조합니다.하지만오늘날‘탈(脫)진실’의시대를살아가며사람들은문학이일궈낸이모호한공간을점점잃어가는것같아요.현실과비현실의경계를넘나드는것,이것이문학의본질입니다.”―올가토카르추크

『기묘한이야기들』에서토카르추크월드는기이하고낯설고불안정한요소들이현실과충돌하는경계에자리잡고있다.각이야기의서사는평범하고일상적인공간에서시작되지만,독자를점차비현실적이고환상적인영역으로이끈다.책의서막을장식하는「승객」의공간적배경은비행기좌석이지만,외부세계와차단된이곳에서옆자리승객과대화를나누는동안‘나’는그의불안하고두려운기억속으로빨려들어간다.그리고우리의눈앞에는현실과비현실이교차하는낯선세계가펼쳐진다.이처럼일상속의친밀한대화나여행,업무,방문등지극히평범한사건들이서서히몽환적인분위기를조성하며다층적이면서불가해한,때로는공포스러운상황으로탈바꿈한다.이러한전환은매우미묘한방식으로이루어져서독자가그것을깨닫는순간,특별한긴장이유발된다.일상을감싸고있던피상적인막이벗겨지면안온한현실이언제라도낯설고예측불가능한상태로돌변할수있다는통렬한깨달음을안겨주기때문이다.학술대회참가를위해외국에나갔다가여권을분실한교수가타인을도우려다오히려범죄자취급을당하며극한상황에내몰리는「실화(實話)」가그대표적인예로,세상이우리의예측과통제를벗어났을때벌어지는비극을적나라하게보여주고있다.

인간과자연,타자에대한연민,인간을향한끊임없는질문

이책에서토카르추크는개인적,사회적소외라는주제를반복적으로다룬다.대부분의등장인물이자의든타의든고립된상태에처해있으며,그들이마주하는기이한사건들또한심리적강박과사회와의단절을은유적으로보여준다.이러한소외감은오늘날전세계가겪고있는단절과불안,두려움과도밀접하게맞닿아있다.토카르추크는노벨문학상수상기념기조강연문에서“다른존재,그들의연약함과고유한특성,그리고고통이나시간의흐름에대한그존재들의나약한본질에대해정서적으로깊은관심을표명하는다정함”(『다정한서술자』,364쪽)에대해역설했다.지금껏작가가쓴작품들은줄곧중심또는주류에서벗어나소외된존재들에게저마다의목소리를부여해왔고,『기묘한이야기들』역시나와다른존재에대한깊은관심을촉구한다.그런의미에서열편의이야기에등장하는기묘하면서도환상적인요소는장르적스타일의일부일뿐만아니라독자에게중심에서밀려난비주류,주변부를떠도는소외된존재들에대한깊은연민과공감을불러일으키는기능적인도구이기도하다.

인간과동물,인간과자연이서로조화롭게공존하는사회,자연의울타리속에서모든생명체가동등한권리를갖는에코토피아를지향해온토카르추크는『기묘한이야기들』에서도인간과자연의관계,특히인간이자연에가하는영향을진지하게탐구한다.「트란스푸기움」은다른존재로변모하길갈망하는인간의모습을통해인간이생태계에서차지하는위치를되돌아보고,지금껏인간이자연을지배하며살아온방식에대해각성을유도한다.“진화론적인관점에서보면,우리는여전히침팬지이자고슴도치이고낙엽송”이라고토카르추크는역설한다.우리에게는이모든본성이내재되어있으므로언제든지그본성을끄집어낼수있다는것이다(「트란스푸기움」,147쪽).인간본위의인위적인잣대를과감히벗어던지고,각생명의고유한본성과존재방식을있는그대로포용하라는당부로읽힌다.인터뷰에서토카르추크는인간과자연의합일을시도한이작품에대해각별한애정을피력하면서,여러차례수정을거듭하며심혈을기울여완성했다고고백하기도했다

토카르추크월드의초대장을전달하며

토카르추크는우리에게계속해서유사한질문을던진다.인간이란어떤존재인가,그들은어디로향하고있는가,때로인간이인간을이해하기힘든이유는무엇인가,인간은무엇때문에종교에의지하는가,과학기술의발달은유한한인간의삶을바꿔놓을수있는가.작가는명쾌한해답을제시하는대신끊임없는문제제기를통해독자를혼돈에빠트림으로써스스로고민하며실존적사유에자연스럽게동참하도록이끈다.이책의등장인물은괴팍하고이상하며,평범한시각에서바라보면그들의행동에공감하기힘들다.하지만책을읽다보면어느새그들이정서적으로가깝게다가오고나와닮은점을발견하게된다.등장인물중대부분은무력하고나약하다.또한서로가서로에게상처를주면서도서로를필요로한다.그런의미에서『기묘한이야기들』에서어쩌면가장무섭고두려운대상은인간이며,가장기묘하고신비로운대상또한인간이다.토카르추크는각각의에피소드에서주인공들의특별하고도기발한사연을그려내면서그들의내면,깊은속내를애정어린시선으로,그리고타자의입장을헤아리는자신만의고유한감각으로세밀히들여다본다.토카르추크는우리를예기치못한수많은질문속으로몰아넣으며,때로는놀라움을선사하고,때로는두려움을자아낸다.그렇게평소겪지못했던낯설고불편하고미묘한감정을체험하면서우리는마침내경이로움에이르게된다.

“현실세계의변방,기묘하고독창적인세계에서발송된토카르추크의초대장을한국의독자들께전달할수있어행복하다.어느새다섯번째다.이번초대장에는논리나상식의잣대를벗어나세상곳곳에도사리고있는괴상하고신비로운것들과더불어살아가라는메시지가담겨있다.모순과부조리로가득찬우리네삶을직시하고받아들이라는권유도느껴진다.그렇다.안전하고익숙한세상에서조금만눈을돌리면,일상속의기묘함은생각보다훨씬가까이에있다.”―최성은(옮긴이)

작품소개

승객
어린시절,말로표현하기힘들정도로무서웠던미지의어떤존재때문에밤마다극심한공포에시달린주인공은성인이된지금은아무런두려움도체감하지못한다.당시부모님은그를안심시키기위해이런말을했다.“바깥세상은여기보다훨씬안전하단다.”이말이예언이나주문처럼그에게서두려움을앗아간것이다.주인공은내게이런수수께끼같은말을남긴다.“지금당신의눈에보이는사람은당신이보고있어서존재하는것이아니라,그가당신을보고있기에존재한다.”

녹색아이들
시대적배경은1656년.스코틀랜드의왕과함께우크라이나르부프로여행하던사절단은인간도짐승도아닌이상한생물체를발견한다.숲속에서자라식물을연상시키는초록빛피부를가진남자아이와여자아이.인간의언어도모르고,대상을꿰뚫어보는듯한눈매를가진이‘녹색아이들’은과연어디에서온것일까.얀카지미에시국왕폐하의주치의윌리엄데이비슨은볼히니아에서겪은이괴상한사건들을기록한다.

병조림
오십이넘었지만자립은꿈도꾸지않은채,연금생활자인노모에게빌붙어살아가는주인공.그러다결국어머니가세상을떠나고,어머니가남긴건현금도주식도아닌,병에넣어밀봉한각종음식물뿐.손끝하나까딱않고어머니에게빌붙어기생하던아들은어머니의장례를치른뒤,영국과폴란드의축구경기를보면서상자속에들어있던병을차례차례따서먹기시작한다.그러다병조림안에서점점괴이한것을발견하는데,심지어2001년이라는날짜가붙어있는토마토소스에담겨진스펀지도있다.오래된병조림을먹은아들에게과연무슨일이벌어질까.

솔기
아내가죽은뒤홀로외롭게지내던노인B.언젠가부터모든종류의솔기가거슬리기시작한다.양말에서풀려나온솔기에서시작된견딜수없는분노는푸른색얼룩을남기던볼펜이갈색얼룩을남기는것으로이어지고,우표또한네모가아닌동그란모양으로짜증을유발한다.그렇게익숙하게여기던일상의사물들이낯선모습으로다가오고,세상은점점적응하기힘든곳으로변해간다.통제력과평정심을잃어가는노인에게설상가상체력저하와질병까지보태어진다.‘노년기’에다다른인간의모습과반응을냉정하고객관적이면서도씁쓸한시각으로묘사한작품이다.

방문
하나의인물‘에곤(egon)’에서갈라져나온네개의변종들이가정에서각기다른네가지역할을조직적으로수행하며살아간다.덕분에가사일과밭일과육아분담이이루어져서편안하다.어느날집을방문하겠다는이웃의연락을받고변종들은당황한다.반복적이고단순한일상에끼어든낯선방문객.예기치못한상황에직면한‘나’와내변종들은어떻게대처할것인가.익살스럽고기묘한방법으로21세기가족의새로운유형에대해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