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들의 땅 귀지방

귀신들의 땅 귀지방

$18.09
Description
2020년 타이완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金鼎賞 문학도서부문상,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 수상작!

타이완 문단을 대표하는 젊은 거장 천쓰홍의 걸작!
빼어난 이야기 구조가 귀기 어린 세계와 만나 기묘한 충돌을 일으키는데, 이는 오직 소설만이 전할 수 있는 방식이자, 이 소설이 가진 뛰어난 미덕이다. _황인찬(시인)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타이완의 젊은 거장 천쓰홍의 장편 소설 『귀신들의 땅』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한 일가족을 중심으로 타이완의 아픈 현대사를 담아낸 걸작 『귀신들의 땅』은 타이완에서 가장 큰 양대 문학상인 ‘금장상 문학도서부문상’과 ‘금전상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으며, 12개 언어로 출간되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했다.
저자

천쓰홍

저자:천쓰홍(陳思宏)

타이완소설가이자영화배우,번역가.현재독일베를린에거주하고있다.1976년타이완융징향(永靖鄕)에서한농가의아홉번째아들로태어났다.푸런(輔仁)대학영문과와국립타이완대학연극학과를졸업했다.독자와평론가들의사랑을한몸에받으며현재타이완문단의중심에떠오른작가로,임영상(林榮三)단편소설상과구거(九歌)출판사연도소설상을휩쓸었다.그리고『귀신들의땅』으로타이완최고의양대문학상으로꼽히는금장상문학부문상과금전상(金典賞)연도백만대상을수상했다.산문집『반역의베를린』『베를린은계속반역중이다』『아홉번째몸』과소설『손톱에꽃이피는세대』『영화귀도(營火鬼道)』『태도』『변신의플로리다』『알러지를제거하는세가지방법』등을출간했다.『귀신들의땅』은12개언어로출간되었고,《뉴욕타임스》《라이브러리저널》《르몽드》《마이니치신문》등에서격찬받았다.



역자:김태성

한국외국어대학교중국어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타이완문학연구로박사학위를받았다.중국학연구공동체인‘한성문화연구소’를운영하면서중국문학및인문저작번역과문학교류활동에주력하고있다.『레닌의키스』『침묵과한숨』『풍아송』『사람의목소리는빛보다멀리간다』『인민을위해복무하라』『일광유년』등130여권의중국저작물을우리말로옮겼다.2016년중국신문광전총국에서수여하는‘중화도서특별공헌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엄마가안보여

1첫번째타운하우스11
2바닥틈새로비집고들어가다21
3비닐봉지없는얼굴32
4천씨성의여성호적원37
5양타오나무위의막내51
6좋은운명을타고난셋째딸64
7귀신의말76
8낮이없는백악관85
9간장공장담장위의향장98
10고마워,파리109
11이리와,이리오라고124
12네이후장화동향회138
13콩기름매미150
14가벼운배는이미만겹의산을지났다158
15유서172

2부톈홍이돌아오다

16용싱수영장179
17집으로돌아가는구나193
18불을찾다203
19어두운밤은죽었다217
201984년의맥도날드감자튀김229
21뱀탕242
22온몸에베를린의가을이달라붙다252
23이오니아식기둥265
24더많은짝잃은장갑들을찾아서273
25원대한꿈,용징의빛285
26산속에있지도않고바람속에있지도않고294
27청자오마영화관307
28하마는아주위험하다고요320
29전부야생백조들이야334
30피부속의붉은꽃을파내다344

3부울지마

31손금의미궁에빠지다355
32저는그저춤연습을하러왔을뿐이에요362
33이죽일놈의비는가는바늘이라376
34남자랑하겠다는것이었다383
35일본비타민391
36다섯자매의입을꿰매버리다404
37지붕위에는뱀과용,봉황과호랑이가있었다418
38성결함과불결함이그의몸에서서로만나다429
39이웃집고양이를안고바다로수영하러가다438
40가장좋은건파리까지들리는거였지448
41U-995455
42내가아무말도하지않았다면462
43백악관방습상자안의유서두통471
44경찰이동성애범죄커플을체포하다475
45바람이시작되는곳은어디일까481

작가의말491
옮긴이의말499

출판사 서평

옛기억은귀신을부른다.
그들은우리곁을한시도떠난적이없다.

타이완중부의외딴시골마을용징(永靖).이제는쇠락의길을걷고있는조용한이마을에한남자가귀향한다.독일에서동성애인을죽이고교도소에서형을산뒤에귀국한천씨집안의일곱째이자막내아들톈홍이다.아홉식구를먹여살리는데평생을바친조용한성격의아버지.글을읽지못하는문맹이지만괄괄한성격에입심이드세고,타이완의온갖미신과제례풍습에밝은어머니.그리고오직아들을보기위해태어난다섯명의딸과드디어그아래로태어난형.이들이톈홍의가족인천씨집안사람들이다.

1980년대,온갖미신이살아숨쉬던용징에개발붐이불면서,낡은삼합원가옥에살던천씨집안은새로지은타운하우스에입주한다.오래된숲을밀어버리고지은타운하우스근처에는일본군에게강간당해죽은여자귀신이남자를홀린다는대나무숲이있고,짐승이죽으면내다버리는썩어가는개천이있고,온갖신과귀신을모시는묘당과양타오과일향이가득한과수원이있다.어린톈홍과다섯누나는고도의경제성장을누리기시작한타이완의발전상과는별개로힘들고고단한나날을보내며이곳에서성장한다.

첫째누나수메이는중학교를겨우마친뒤에어머니의등쌀에서벗어나고자방직공장에취직한다.그녀는거기서지게차를몰던남자와사랑에빠져아이를갖고결혼한다.근면했던남편은노름에빠져수메이가모은돈을다날린뒤,난초화원을차리지만이또한신통치않았으며,마지막으로는노후를보내겠다며작은산을사들이지만타이완을덮친지진으로인해이산마저무너진다.재봉틀로가내수공업을하며끼니를잇는수메이의유일한희망은자신이죽기전에남편이죽는꼴을반드시두눈으로보는것이다.

둘째수리는공무원시험에가까스로합격해타이베이에서공무원으로근무하며지루한일상을보내고있다.그녀의일상못지않게따분하고지루한위인인남편,그리고매일마주치는‘진상’민원인들.어느날그녀는맹인안내견을데리고동사무소에들어온민원인과시비에휘말리고,그장면이인터넷에유포되어각종비난에시달리게된다.

셋째수칭은가족중에서가장사랑받는딸이자공부를잘해타이베이대학에입학한가장자랑스러운딸이지만,정작자신에겐특출난점이없다는사실을잘안다.넷째언니의남편인갑부집남자를통해뉴스앵커를소개받아결혼에이르고,남들이부러워하는호화로운환경에서살게되지만,사실그녀의남편은아내에게폭력을휘두르는위선적이고위험한남자다.

넷째쑤제는아버지와함께사업하다가거부가된왕씨집안큰아들과결혼한다.사실그혼처는자매중가장미인이었던다섯째로정해져있었으나,쑤제는동생을밀어내고그자리를차지하여용징에서가장큰저택인‘백악관’의여주인이된다.하지만다섯째가의문의죽음을맞은뒤,쑤제는정신이이상해져서방안에틀어박힌채오래도록나오지않는다.

톈훙이독일에서애인인T를죽인뒤에용징으로돌아온시기는중원절이다.귀문(鬼門)이열려서온갖귀신들이출몰하는이무더운계절.옛집인타운하우스에는이제큰누나수메이만이남아있다.톈훙이돌아왔다는소식에둘째와셋째누나도이곳을찾아오기로한다.하지만이집엔또다른손님들도있다.소설속에서내레이션을통해등장하는두명의귀신이다.과연이들은누구인가.죽은자와산자가한데모이는중원절제사에는어떤일이벌어질것인가.

성소수자작가들이이뤄낸타이완‘동지(同志)문학’의걸작

가깝고도먼나라라고하면흔히일본을떠올리게되지만,역사의궤도와그로인해민중이겪은고초를이야기할때한국과더흡사한나라는타이완이다.원주민들이살았던시절에는청나라에반란을일으킨명나라장수정성공일파에의해점령당했고,근대에들어서는50년간일본에게식민통치를당했다.일본이물러간이후엔국공내전에서패한장제스의국민당세력이타이완을점거했고,이들은반국민당운동을벌인시민28,000여명을학살했다(이‘2·28사건’의과정은타이완의영화감독허우샤오시엔의걸작영화〈비정성시〉에잘묘사돼있다).장제스일가와국민당의일당독재는무려1987년까지의기나긴계엄령속에이어지다가민진당이탄생하면서막을내렸는데,이때까지도타이완에서는갖가지이유로백색테러가자행되어많은사람이실종되거나투옥되었다.

『귀신들의땅』은천씨집안의내력을좇으며이같은타이완의슬픈역사적배경을직간접적으로드러낸다.작가천쓰홍은소설속톈홍과흡사한환경속에서태어나고자랐다.농가의아홉째아들로태어난그는게이로살아가면서타이완정부가동성애를비롯한갖가지구실로많은사람을탄압하고체포하는광경을목격했다.소설속에서‘밍르’서점의두주인과또다른인물이경찰에체포되는사건이이같은역사적배경을드러낸다.주인공톈훙과그의독일인연인T의사랑은신나치가설치는독일을배경으로비극적으로전개된다.오늘날의타이완문학계에서는성소수자들의이야기를담은‘동지(同志)문학’이라는말이존재할정도로많은성소수자작가들이활약하며인권을위해활동하고있는데,작가천쓰홍역시이들중하나다.

한국과의친연성은역사적배경에그치지않는다.소설의문체와정서,결역시매우가깝게느껴진다.가족을중심으로하여서로에대한진한애정과증오가공존하고,그과정에웃음과눈물이스며있는점역시읽는이의피부에직접적으로와닿는다.한국과다를바없는뿌리깊은남아선호사상으로인해원치않은아이들로태어난다섯자매가겪는온갖애환은남동생의시선속에슬프고따뜻하게묘사된다.가장가까운적이면서도끝끝내서로를포용할수밖에없는한가족의슬픔과한을그려낸작가의솜씨에서‘우리는우리자신이이미귀신이며,우리곁에있는당신또한귀신일수밖에없다는사실을,무엇보다우리가그귀신들을사랑하고용서해야만한다는사실을깨닫게’된다.

또한타이완의이국적풍속과풍경도아홉남매의이야기속에생생하게살아있다.온갖신들을모시는묘당과법사가있고,조상과귀신을대접하는엄격한습속이있고,아름다운자연환경과군침도는음식들이등장하며,그가운데시골마을고유의기이한풍습이만화경처럼펼쳐져시끌벅적하고흥겨운분위기를자아낸다.누가누굴죽였고,그죽음의사연뒤에숨은진정한의미가파헤쳐지는과정은한편의걸작범죄소설로도손색이없다.

귀신들의땅,오로지고통과상처만존재했던이기이하고불길한땅을떠도는한서린목소리들을작가천쓰홍은강령술로소환하듯불러내하나하나위로하여제자리로돌려보낸다.이젊은작가에게타이완의양대문학상을수여한이유는,바로이처럼귀기어린역사와개인의교차점을포착해놀라운완결성으로그려낸그재능에있을것이다.

작가의말

2018년7월,베를린에서이책을쓰기시작해2019년4월에완성했다.나는끊임없이용징의기억을파고들어갔다.줄곧그곳에서도망치고싶었으나,오히려계속그곳을글로쓰고있었다.다쓰고나면울음이터질줄알았는데마지막한문장을쓴뒤,울기좋아하는울보귀신인나는눈물이나지않았다.그저눈앞의모든것이불안정하고종잡을수없었다.고개를숙여몸을살폈다.피부와뼈와살이시야에서천천히흐려지더니점차투명해졌다.내가정말로귀신으로변할까두려워서얼른원고를편집자에게보낸다음,침대에올라가서잤다.아주편안하게잘잤다.이런시각이면귀신이나타날수있다는걸잘알았기때문이었다.용징이슬그머니베를린의내방으로들어와내옆에함께누웠다.
_천쓰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