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

$14.00
Description
자기 진실성의 작가 김병운 첫 소설집
젊은작가상 수상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수록
* “김병운은 소중하다는 말로도 부족하고 어느새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김혼비(에세이스트)

* “이제 이 책은 다른 세상을 꿈꿔 왔던 이들에게, 내일의 당사자인 모두에게 도착한다. 이 작은 이야기들이 어떻게든 변형되고 연장되고 소용되고 살아나길 믿으며.” -오은교(문학평론가)

김병운의 첫 소설집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김병운은 첫 장편소설 『아는 사람만 아는 배우 공상표의 필모그래피』에서 자기 정체성을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결심한 배우 공상표의 용기를 다양한 형식적 재미를 곁들인 빼어난 서사로 풀어내며 주목받았다. 2년 만에 출간하는 첫 소설집에는 13회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을 포함해 2020년 이후 발표한 7편의 작품이 실렸다. 김병운의 소설들이 포착하는 “인물들의 고요하면서도 격렬한 동요”(문학평론가 오은교)는 나를 드러내는 일의 어려움이라는 전작의 고민을 이으며 또 한 번 “다시 만난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 낸다.
『기다릴 때 우리가 하는 말들』에서 화자들은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뿐 아니라 타인의 자리까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내 이야기의 출발점은 누구인가, 옆에 있는 이들과 함께 어떻게 말할 것인가. 이들은 자신을 뜯어낸 흔적을 여미고 타인이 머물렀던 자리를 응시하며, 신중하게 용기 내어 나아간다. “소설과 삶 사이의 복잡한 긴장을 버티”려 노력한다는 소설가 김병운의 더 깊어진 진실들이 세련된 문체와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담겨 있다.
저자

김병운

2014년《작가세계》신인상을수상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장편소설『아는사람만아는배우공상표의필모그래피』와에세이집『아무튼,방콕』이있다.제13회젊은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한밤에두고온것7
기다릴때우리가하는말들45
윤광호85
11시부터1시까지의대구125
9월은멀어진사람을위한기도169
알것같은밤과대부분의끝211
어떤소설은이렇게끝나기도한다247
작가의말301
작품해설353
추천의글353

출판사 서평

■나를이야기하는용기

김병운의소설이공유하는감각중하나는스스로거짓말을하고있다는느낌,어떤종류의위화감이다.연기를하거나소설을쓰는주인공들은진짜나를숨기고있다는생각에무력감을느낀다.그리고성소수자에대한안일한재현에불만을느낀다.무력감과불만에서벗어나려면나의삶을이야기에끌어와야한다.잘못된것에대해잘못되었다고의견을내야한다.분노와불안,해방감과두려움의뒤얽힘과끝없는자기검열끝에화자들은숨거나도망치거나피하지않고나를드러내보기로한다.“이렇게는아니라고.이대로는안된다고”말해보기로한다.(「한밤에두고온것」)그끝에“누울자리를보고누웠다는”자기의심이덧붙을때면그것조차피하지않은채.(「윤광호」)이인물들의끈기있고절박한용기에“소설이삶에서점점희박해지는걸보고만있을수는없어서,뭐라도해보자는심정으로소설속에내삶의농도를높였다.”라는작가의말이겹쳐진다.

■“우리에대해쓰면좋겠어요.”

나에대한이야기는곧우리의이야기가된다.성소수자정체성에대해쓰고말하는나역시성소수자에대한무지와혐오에서결코자유롭지못하다.나에대해쓰기어려운만큼타인에대해말하는일은조심스럽다.하지만그머뭇거림에당신이쓸소설은‘우리’의만남에대한이야기이며그래서당신의이야기만은아니라는단호한응답이돌아올때,(「기다릴때우리가하는말들」)쓰는일의자격은중요하지않고쓰는이의용기와치열한고민만이남을뿐이다.나와우리의연결은시간이지나드러나기도한다.소설가지망생인나에게‘정체성을드러내는소설을쓰게될것’이라고예언했던윤광호씨를수신인으로한편지는존재만으로용기를건넸던이에게보내는뒤늦은감사인사다.(「윤광호」)애도조차할수없었던친구의죽음을기록하는일기는없는채로나의이야기속에살아있는이를위한애도의편지다.(「9월은멀어진사람을위한기도」)이내밀한형식의소설들은흔적을남기고간이들을기억하는나의이야기이자우리의이야기다.

■가깝고도먼사이에놓아둔유머

가족은가장가까운동시에가장먼사이다.소설속인물들은친척의결혼식에참석하는의무를다하고엄마와농담을주고받기도하지만,사실가족앞에서완전히솔직했던적은없다.친밀한만큼어려운사이.김병운이그리는가족이야기의매력은그모순된거리감에서발생하는웃음을능청스럽게놓아둔다는데있다.나의성정체성을짐작하지만모른척하는것같은엄마앞에서“나는고구마보다는남자가더좋더라.아니감자가…….”라고말실수할때(「어떤소설은이렇게끝나기도한다」),너는결혼하지말라는사촌누나의말에“뭐래,나도결혼할거야.”라고맞받아칠때(「11시부터1시까지의대구」),두번당할수는없어서애인과결혼만은하기싫었다는엄마의푸념을듣고‘할수있는데안하는게얼마나큰특권인지’에대해생각할때(「알것같은밤과대부분의끝」),독자들은인물들이아무렇지않게주고받는대화에웃다가도그의미를곱씹게된다.옆사람과의차이와충돌을예민하게감지하면서도이를외면하지않고웃음과유머로그려내는이야기들은그자체로힘이있다.그이야기들은웃음의온도만큼의위로를독자에게착실하게전달하고,그유머가벌리는틈만큼의변화를끝내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