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 민음사 모던 클래식 10 (양장)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 민음사 모던 클래식 10 (양장)

$15.67
저자

지넷윈터슨

저자:지넷윈터슨

1959년8월27일영국맨체스터에서태어났다.OBE(대영제국4등훈장),CBE(대영제국3등훈장)을수훈한영국의대표적작가.예민한십대소녀가보수적인관습에맞서싸우는반(半)자전적이야기를담은데뷔작『오렌지만이과일은아니다』로화제를불러일으켰고,이작품으로휘트브레드상을받았다.지금까지11권의장편소설을발표했으며E.M.포스터상,람다문학상등을수상했다.2019년낭만주의시기영문학의역사와젠더유동성,현대과학-AI와신체개조의가능성과이슈를결합한소설『프랭키스슈타인』을발표했다.현재맨체스터대학교에서문예창작을가르치며,소설은물론,예술부터첨단과학에이르는넓은범위를주제로한논픽션과어린이책까지전방위로글을쓰고있다.



역자:김은정

서강대학교영문학과대학원을졸업하고,런던대학교영문학석사과정을마쳤다.제이디스미스의『하얀이빨』『이반의초상』『비밀』『감정의도서관』등을우리말로옮겼다.

목차

1부창세기13
2부출애굽기43
3부레위기95
4부민수기123
5부신명기159
6부여호수아서167
7부판관기211
8부롯기231

옮긴이의말294

출판사 서평

최고의신인작가에게주는휘트브레드상수상작
‘21세기의버지니아울프’
지넷윈터슨의전설적인데뷔작

하느님,여자가여자를사랑하면안되나요?
성정체성을깨닫고독립적인인간으로성장하는한소녀의아름답고당돌한이야기

예민한십대소녀가보수적인관습에맞서싸우는반(半)자전적이야기를담은지넷윈터슨의데뷔작『오렌지만이과일은아니다』가민음사에서새로운장정으로재출간되었다.이데뷔작은지넷윈터슨에게휘트브레드상을안겨주었고,이후작가는현대영문학을대표하는걸작들을출간해왔다.

21세기버지니아울프,지넷윈터슨의대담한자전소설

지넷윈터슨은생모가아이를보육원에맡긴후거기서양어머니를만난다.지독하게신실한기독교인인어머니는성모마리아의수태고지에대한부러움과일종의도전으로아이를입양하기로결심하고지넷을데려온다.편집증일정도로기도와선교에집착하는그녀는지넷에게도자신과똑같은일상을강요한다.어릴때부터오랫동안어머니의기독교식교육을받으며교회사람들사이에서생활한지넷은학교에들어간후에도다른아이들과어울려평범하게지낼수가없다.
책읽기를좋아했지만집에책이라고는여섯권뿐이었고,그중세권은성경이었다.성경외유일한문학작품이었던「아서왕의죽음」을읽고매혹된지넷은빌린책을가져와부모몰래화장실에서읽곤했다.

열여섯살이되던해,지넷은우연히멜라니라는소녀를알게된다.멜라니에대한애틋한감정이점차깊어지는것을느낀지넷은어느날,그것이사랑임을깨닫는다.지넷은스스로도큰충격을받지만곧자신의성정체성을자각하게된다.하지만두사람사이는마을전체에소문이나고,마을사람들은지넷과멜라니가악마에홀렸다며손가락질한다.그후지넷은어머니에대한사랑과교회생활에대한신념을잃고,자신의정체성과자유를찾으려고노력한다.

가출하여엄격한집과보수적인교회에서자유로워진지넷은아이스크림장사,장례식보조,트럭운전사,정신병원도우미,극장허드렛일등여러막일을하며돈을모아혼자생계를꾸려나갈뿐만아니라밤에는공부를하여스물한살에옥스퍼드대학교영문학과에입학하였다.
대학졸업후영화사와출판사에서일하며습작에몰두하던지넷은스물세살에쓴첫번째소설이자자전적소설인『오렌지만이과일은아니다』(1985)로평단의극찬을받았으며,그해가장주목할만한신인에게수여되는휘트브레드상을수상했다.곧이어두번째소설『열정』(1987)으로라이스상을수상한후생업을위해하던일을그만두고전업작가의길을가게되었다.

20세기영국,구약성서비틀기
억압적이고보수적으로변질된기독교문화에대한반발

지넷윈터슨은이책에서‘동성애’라는민감하고자극적인주제를다루고있지만,아직세상의통념에물들지않은어린소녀의눈으로보고느끼는그세계는작가의섬세한글쓰기속에서우리가함부로정상-비정상으로분류할수없는영역이된다.무엇보다도,다듬어지지않아거칠게느껴지는이소녀의목소리는그때문에오히려순수하게다가온다.

“네생각에는이게그릇된정욕인것같니?”한번은내가멜라니에게물었다.
“그런것같지는않아.핀치목사님말에따르면그건끔찍한거야.”분명멜라니말이맞다고나는생각했다.(p.156)

“난주님을사랑하는만큼이나너를사랑해.”나는웃어보였다.나를바라보는멜라니의눈이잠시흐려졌다.“난모르겠어.”(p.177)

지넷은자신의사랑이주님에대한사랑과다름없다고느끼지만,이미신에대한믿음,신앙그자체보다는이기적집단문화로변질해버린폐쇄적인교회사회에서는소녀의사랑이받아들여지지않는다.

『오렌지만이과일은아니다』는모두여덟부로나뉘어있다.그리고각부는성경,그중에서도구약성서의형식을따른다.(1부창세기/2부출애굽기/3부레위기/4부민수기/5부신명기/6부여호수아서/7부판관기/8부롯기)이러한구성은,작은지역사회에뿌리깊게자리잡은폐쇄적인기독교사회의억압적인한면모를비난하는간접적인장치로작용한다.

1부‘창세기’에서는주인공지넷이지나칠정도로보수적인집안에서자랐음을알수있는데,이는인류의창조와죄의기원등을다룬구약성서의「창세기」와묘하게맞물려,지넷의죄(동성애)의근원이어디에서부터발생했는지를암시한다.모세와함께가나안땅으로탈출하는이스라엘민족의탄생을다룬「출애굽기」는,처음으로어머니의손에서벗어나학교에입학하는이야기를다룬‘출애굽기’(2부)와대비된다.또한이스라엘인의종교의식,예배,생활율법등을다루는성경의「레위기」는지넷의어머니가편집증일정도로집착하는신앙생활을묘사하며과연‘인간은완전한가?’라는질문을던지는‘레위기’(3부)와흡사하다.모세의후계자여호수아가야훼를유일신으로섬길것을맹세하는「여호수아서」는‘여호수아서’(6부)에서멜라니에대한지넷의한결같은사랑과믿음으로재탄생한다.

그렇다고해서지넷윈터슨이무조건적으로특정종교를비난하는것은아니다.주인공지넷은어머니의손아귀와교회사람들의집요한관심에서탈출하기위해가출을하지만결국“친구였던”신에대한그리움을떨쳐버리지못한다.지넷윈터슨은결국,개인의자유를억압하고정체성을흔들어버리는,신앙마저버리게만드는인간의그릇된욕심을,그리고그그릇된욕심이만들어낸사회의어두운그림자를안타까워하는것이다.

가정의미덕,교회의세력,‘정상’으로분류되는이성애에대한도전

이렇듯오랜시간쉽게침범할수없는성역으로인정되어온‘가정’,‘종교’,그리고‘사랑’이라는미덕들에겁도없이도전장을내민이대담한작품『오렌지만이과일은아니다』는지넷윈터슨이스물세살이었던1983년겨울에쓰기시작해스물다섯살이되던1985년에출간한첫번째소설이다.이소설로지넷윈터슨은가장주목할만한신인에게수여되는‘휘트브레드상’(‘코스타북어워드’로도불린다.)을받았다.또한이작품은1990년에는작가자신의각색으로BBC방송국의미니시리즈로제작되어흥행에성공하고,각종방송관련상과각본상을받았다.이작품은현재영국에서고등학교교과로다루어지기도하고,대학입학준비과정중문학과목의필수작품으로실려있다.

레즈비언소설을쓰는레즈비언작가냐는질문에지넷윈터슨은“나는작가인데우연히레즈비언일뿐이지레즈비언작가인것은아니다.”라고답했으며,『오렌지만이과일은아니다』가자전적소설이냐는질문에는“그렇기도하고아니기도하다.”라고대답했다고한다.또한성경을패러디한구성,주인공지넷의독백사이사이삽입된‘아서왕과원탁의기사’이야기,그리고위닛스톤자와마법사에관한동화등은포스트모던소설의서사기법을통해이작품이지닌함축성과상징성을극대화한다.

이처럼이작품은자전소설,성장소설,여성소설,혹은레즈비언소설이라는어느하나의꼬리표로규정지을수없다.지넷윈터슨은이작품속에서민감한사회문제들을거침없이다루어평단의주목을받았을뿐만아니라,인간내면을섬세하게묘사해젊은독자들의공감대를불러일으키며‘21세기의버지니아울프’라는별명에걸맞은현대영국을대표하는여성작가로떠오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