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를채취하다─천연섬유라는환상과우유섬유
라니탈은우유에서추출한단백질을기반으로1935년에이탈리아에서발명된섬유다.부드럽고따뜻하며구겨지지않아처음에는울을대체할수있는섬유로기대받았다.하지만물에젖으면상한우유냄새가났고,다림질을하면가는실들이녹은치즈처럼붙어올라왔다.이우유섬유는자급자족을장려하던파시스트정부가무너지면서인기를잃었다.
섬유를얻기위한노력은선사시대로거슬러올라간다.천을짤만큼의실을만들려면야생식물에서채취한섬유로는부족했다.초기인류는동물과식물의번식을통제하는방법으로돌파구를찾았다.그결과양은두꺼운털을지니게되었다.아마는섬유질이풍부해졌다.목화는한해살이작물이되어추운지역에서도자라게되었다.천연섬유로불리는울,리넨,면은수천년에걸친개량과혁신의산물이다.
섬유를얻기위한노력은역사를바꾸었다.1806년,한미국인모험가가멕시코시티의목화씨를인형안에숨겨미시시피로밀수했다.이새로운품종을시작으로급성장한미국남부의목화농장들은노예노동력을빨아들였다.유럽에서는누에들이떼죽음을당하자,파스퇴르같은학자들이실크생산량을보호하기위한연구에뛰어들었다.그로말미암아크게발전한미생물학은인간의수명을극적으로연장하는길로이어졌다.
실을뽑아내다─방적기에서시작된산업혁명
청바지한벌을만들려면10킬로미터에가까운면실이필요하다.인도의전통물레인차르카로하루에여덟시간씩실을잣는다고가정해보자.약12.5일을일해야그정도길이의실을만들수있다.면실을기계가아닌손으로만들어야한다면청바지는사치품이될것이다.
섬유를모으고연결해실의형태로뽑아내는작업을방적이라고한다.지난200년간우리는실이풍족한세상에서살아왔다.그러나인류역사를돌아보면대부분의시기에실은항상부족했다.방적은직물생산과정에서병목구간이었다.시간이너무오래걸렸다.직물을짜는사람이한명이라면,그직물에들어갈실을잣는사람은스무명이었다.산업혁명이방적기계에서시작된것은우연이아니다.
직물을짜다─최초의이진법과뜨개질의시대
아폴로우주계획에참여한프로그래머들은로프메모리를활용해코드를짰다.구리선이코어를통과하면1을의미했고,통과하지않고우회하면0을의미했다.이코딩작업을실제로수행한사람들이방직공이었다.
실을잣는방적이손에익히는작업이라면,직물을짜는방직은그에더해머리도써야하는작업이다.직물의길이와면적을,직물에넣을패턴(무늬)을미리계산해야한다는점에서수학적이다.씨실(가로방향으로놓인실)과날실(세로방향으로놓인실)이교차하는직조는최초의이진법이기도하다.
직조는1000년이넘게직물의세계를지배했지만,오늘날은뜨개질의시대다.속옷,셔츠,스웨터,양말,운동화까지의류의대다수가뜨개질로만들어진편물이다.편직물은유연한구조로신축성이뛰어난데다,2차원인일반직물과달리3차원으로결과물을만들수있다.
색으로물들이다─완벽한빨강과티리언퍼플
코치닐은선인장에붙어자라는작은벌레다.1553년,틀락스칼라의회는소작농들이코치닐로너무많은돈을벌어들이는현실을우려했다.멕시코산코치닐은“완벽한빨강에가장가까운색”을내는염료로,값나가는수출품이었다.바다건너편의고객들은아름다운색을열렬히원했다.
로마황제들의옷을물들인티리언퍼플은어떤색이었을까?파스텔색조의보라색은확실히아니었다.당대의기록은은과같은값으로여겨졌던이귀한염료가“응고된혈액”,“핏빛암흑”과같은색을냈다고묘사한다.색은사회적지위였다.망토하나를염색할만큼의티리언퍼플을얻으려면수천마리의고둥을잡아야했다.
역사를통틀어볼때염색법은레시피에가까웠다.염료제조법이체계적으로정리되면서염색공정은화학발전에영감을주었다.19세기후반에이르면근대화학을바탕으로한염료제조기업들이사업분야를살충제,합성고무,고정질소,제약등으로다각화해나가고있었다.
우리는중개인입니다─복식부기와환어음
2019년4월,파크애비뉴아머리에운집한뉴요커들앞에서연극「리먼3부작(TheLehmanTrilogy)」이상연되었다.연극속한장면에서리먼형제의막내메이어는자기직업을중개인(middleman)으로소개한다.전설적인투자은행리먼브라더스의창업자들은주식중개인이아니라직물중개인이었다.
금속을녹여동전을만들던시절에는화폐가항상부족했다.게다가동전은무거웠다.장거리무역에적합하지않았다.상인들은직물에주목했다.튼튼하고휴대하기쉬우며나누기가좋았다.그자체로도일상에서쓰이는상품인데다품질이균일한편이고생산에시간이걸려물량부족이나인플레이션의위험도낮았다.
직물은가장가치있는상품중하나였다.고대메소포타미아의직물상인들은정확한거래를위해가족중여성도문자를익히게했다.중세이탈리아의직물상인들은복식부기와아라비아숫자를채택해널리퍼뜨렸고,마침내“중세성기(盛期)의가장중요한경제적혁신”으로불리는환어음을만들어냈다.푸거가문을필두로직물상인들은점차은행가로변신해갔다.
욕망을드러내다─켄테천과소비자들
1772년에서1780년까지리처드마일스라는이름의상인은황금해안에서서아프리카부족들을상대로1308건의물물교환을했다.마일스는노예를받았고,그대가로서아프리카소비자들이가장원하는상품을건네주었다.바로직물이었다.
직물을향한욕망은놀라울정도로강력하다.에도시대의일본에서는홀치기로염색한시보리무늬가금지되자실크에손으로무늬를직접그렸고,밝은색상의옷이금지되자안감에밝은색상을숨겨대응했다.1300년에서1500년까지이탈리아도시국가들은300개가넘는사치금지법을내놓았지만,자기표현의욕망을드러내는소비자들을막지는못했다.
직물의가치와의미를결정하는것도소비자다.유럽의직물제조자들은아프리카소비자들을만족시키기위해그들이선호하는디자인을파악하려고노력했다.서아프리카인들은자신들의직조기술에외국의실과새로운직기를더해켄테천을탄생시켰다.가나최초의대통령이입으며유명해진켄테는“범아프리카주의를상징하는유니폼”이자아프리카디아스포라자부심의상징이되었다.
기적의섬유를입다─나일론스타킹과요가바지
1939년,화학기업듀폰은뉴욕세계박람회에서나일론스타킹을선보였다.그해10월에생산한스타킹4000켤레는판매를시작하자마자동이났다.‘기적의섬유’나일론은2년만에여성양말시장에서30퍼센트의점유율을기록했다.
거듭된성공은그성취를흐리게한다.지금도연구실에서는새로운합성섬유들이만들어지고있다.그러나우리는땀을흡수하는티셔츠에,놀라운신축성의요가바지에별다른놀라움을느끼지못한다.모달팬티를추천받으면서도정작모달이어떤소재인지는궁금해하지않는다.
눈여겨볼부분은마감공정의발전이다.얼룩방지기능과구김방지기능은주부들을세탁과다림질로부터해방해주었다.방수코팅은땀을방출하면서도빗물은막아준다.환경보호를향한관심도커지고있다.2019년6월,패션브랜드샤넬은친환경실크를만드는스타트업의지분을사들여이미지를쇄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