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과 알아차림 : 나의 프루스트 읽기 연습

느낌과 알아차림 : 나의 프루스트 읽기 연습

$18.00
Description
“누구보다도 많은 책을 평생 읽었던 독자 프루스트는 말한다.
책은 질문을 던지고, 독자의 응답을 기다릴 뿐이라고.
독자인 당신이 책의 물음에 답할 때,
비로소 그 책은 당신에게 존재하는 책이 된다.”
프루스트라는 고원에 올라앉아 읽기와 쓰기를 사유하다

『느낌과 알아차림』은 오직 한 작품을 3년 4개월 동안 읽고 또 읽어간, 한 특이한 독자의 유례없는 독서 후기다. 읽어간 작품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읽어간 독자는 고전 탐독가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은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평균의 마음』의 작가 이수은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이하 『시간』)는 ‘언젠가는 완독해야 할 고전’으로 빠짐없이 꼽히지만, ‘아무도 다 읽지는 않는 걸작’의 대명사가 된 대작이다. 갈리마르 출판사의 1927년 초판본 기준 3031쪽, 126만 7069단어, 2022년 완간된 민음사 번역본 기준 총 13권, 약 5600쪽, 300만 자가 넘는다. 『시간』은 끝날 듯 끝이 나지 않는 지독한 만연체의 문장들(예컨대 931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한 문장)과 유난한 길이에 비해 유난히 사소해 보이는 이야기로도 악명 높다. “2000명에 이르는 등장인물의 약 97퍼센트”가 모두 대화로만 언급될 정도로 한담과 사색으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니! 독해의 난이도에 따른 매우 낮은 완독률과는 대조적으로 이 작품이 문화의 다양한 층위에서 여전히 열렬히 소비되는 현상들은 놀랍다. ‘홍차와 마들렌’으로 대변되는 프루스트 효과, 센티멘탈한 기억을 소환하는 상품 마케팅, 소설 속에서 언급된 그림, 음악, 작품, 장소 들을 찾아보는 다양한 강의와 문학 기행에 이르기까지. 그러나 이와 같은 열광은 대부분 프루스트라는 작가의 생애와 이미지만을 소환하고 소비하는 데에 그친다.

『느낌과 알아차림』은 “안 읽었다고 순순히 인정하기는 내키지 않지만, 읽었다고 섣불리 말했다간 봉변을 당할 것” 같은 이 문제작을 한번은 자기만의 눈으로 읽어내리라는, 저자의 작은 의협심(!)에서 시작되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읽는 데도 필생의 지구력과 집중력을 요구하는 『시간』을 읽고, 또다시 읽으며 품게 된 일련의 ‘의아함’들은 프루스트와 이 작품에 관한 또 다른 책들을 찾게 했고, “프루스트라는 거인의 장력”에 사로잡혀 쉽게 해독되지는 않지만, 매혹적인 기호들로 가득한 『시간』을 놓지 못하는 날들은 점점 길어졌다. 1년에서, 2년으로, 2년에서 3년으로 ‘읽기’의 나날이 늘어나는 동안 맞닥뜨린 당혹감들, 프루스트의 전기적 일화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감상, 글이 쓰인 맥락에 대한 몰이해로 점철된 공허한 찬사, 그저 “무수한 단상들로 이루어진 잠언집으로, 심오한 심리 철학 예술의 아포리즘으로 받아들이며 작가의 자전적 일기나 일화의 편린으로, 맥락 없이 발췌된 문장들로” 『시간』을 단정하는 상투적 소비에 대한 불만은 더 치밀한 독해로 이어졌고, 『시간』의 핵심에 가닿기 위해 스스로 찾아낸 물음들, 『시간』이 열어 보여준 사유의 계기들을 자신처럼 이 작품을 읽어갈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의욕이 어느새 26편의 독특한 ‘연작 독후감’을 낳았다.

프루스트의 『시간』에 대한 친절한 요약이나 깨알 같은 주석을 제공하는 글들은 아니다. 비할 데 없이 독특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분석의 대상으로 삼기 어려운 『시간』과 긴 시간 씨름하며 던졌던 물음들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가는 과정의 빈틈 없는 기록이다. 『시간』이 언제나 파편적으로만 읽힌다면, 이 소설은 왜 그렇게 쓰여야 했는가? 하나의 완결된 작품으로 통독했을 때 『시간』은 대체 어떤 소설인가? “아무런 비밀을 털어놓지 않았으나 모든 것이 진술되어 있는” 서사로 프루스트가 읽히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시간이 흘러도 빛바래지 않는 이 작품의 위대함은 어디에서 연유하는가? 『느낌과 알아차림』은 프루스트와 『시간』에 관한 기존의 탐구들에서 핵심적으로 거론되어온 주제와 논점들도 꼼꼼히 짚어간다. 프루스트의 문학과 글쓰기를 향한 욕망의 기원, 자의식에 영향을 미쳤을 사회적, 정치적 사건들, 유년의 흔적을 둘러싼 사실과 사실적인 거짓과 거짓, 프루스트의 성적지향과 그것이 ‘스완’과 ‘마르셀’에게서 나타나는 집착적 사랑의 기괴한 단면에 드리운 그림자, 메제글리즈, 콩브레, 발베크, 게르망트 등 프루스트가 이름을 쓰며 의미의 회로망을 짓는 방식, 교묘하게 모호한 전지적 일인칭 시점 ‘나’의 역할 등….

『시간』에서 가장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하나인 샤를뤼스에게 할애한 「디오게네스의 사람 찾기」 챕터는 프루스트와 『시간』에 대한 저자의 감응이 빛을 발하는 글이다. 오독에 대한 압박과 두려움을 안고 들어섰던 『시간』 안에서 프루스트만의 “황금빛 그로테스크”를 발견하고, 나약한 한 인간이 불가사의한 집념으로 문학에 헌신할 때 이룩할 수 있는, 한 인간의 숭고한 형상화를 제시한다. 이수은 작가의 전작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 『평균의 마음』을 통해, 하나의 작품 분석을 위해 저자가 종횡무진 시대를 넘나들며 펼쳐 보여주는 책들과 사유의 지도를 신뢰하는 독자라면, 요한 하위징아의 『중세의 가을』과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이 소환되는 「뾰족하고 높은 곳」과 「이름의 빛깔」에서 프루스트를 읽어야 할 신선한 동기를 만나게 될 것이다.

프루스트, 그리고 『시간』이라는 웅장한 호수에 긴 시간, 깊게 잠겼던 저자가 파헤친 주제들은--‘산사나무’에서 ‘딜레탕트’ ‘플라토닉’ ‘세 종탑’과 ‘파이드라 비극’에 이르기까지 모두--- 『시간』이라는 전무후무한 작품의 놀라움과 그 안에 아직 읽히지 않은 공간의 광활함을 짐작게 한다. “『시간』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주치는 심상, 상징, 비유, 오감과 공감각이 만들어낸 이미지들의 파도, (…) 언어를 다루는 천부적 재능을 느낄 수 있는 프루스트의 정밀 묘사로 재생되는 기억, 추억, 지나간 시간, 마들렌 과자, 마르탱빌 종탑,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의 포석 등, 무한히 확산하는 이미지들로부터 무엇을 읽어낼 것인가.” 프루스트는 『시간』의 7편 「되찾은 시간」에 마치 이 물음에 대한 준비된 대답 같은 말을 남겨두었다. “모든 독자는, 읽는 동안에, 그 자신의 독자다. 작가의 글이란 다만, 아마도 독자 스스로는 알아보지 못할 무언가를 책을 통해 식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광학기구 같은 것이다. 작가는 독자에게 어느 쪽이 더 잘 보이는지, 이것인지 저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안경인지, 원하는 대로 얼마든지 써볼 수 있도록, 커다란 자유 속에 그들을 내버려두어야 한다.” 『느낌과 알아차림』은 그 커다란 자유 속에서 “프루스트를 읽어간 하나의 진지한 예시”이다.
저자

이수은

저자:이수은
조화와우아가나에게가장모자라는덕목이라는사실을잘알고있다.언제부터알았는지기억나지않을만큼일찌감치알았다.비록황금비율의신체는타고나지못했더라도,언행을삼가고마음씀씀이를바르게하여품격있는인간이되고자정진할수도있겠건만,바로그말투와행동거지가,그리고무엇보다마음이내뜻대로조절이안됐다.일희와일비의극렬한파동운동속에서매사가너무좋거나너무싫어서도대체중간이라는게없었다.양철통같은마음과그안에담긴모난자갈들같은생각이나를이루는요체라는인식은스스로를비판적으로바라보게했다.
그래서고전을읽으며깊은감동을느꼈다.그걸쓴사람들과그들이그려낸인물들이모두나와별반다르지않은마음으로저마다자기시대를힘껏살다갔다는사실을일깨워주기때문에.내마음이아름다움의고전적정의와들어맞는부분이단3.03센티미터(한치)도없기때문에,조화롭고우아한것들을이렇게나사랑스러워할수있는거라고.뒤끝있는인간,편애하는인간,불만있는불완전한인간.고전은이런나를괜찮아하는법을알려주었다.하지만이게또부작용이있어서,요즘은부족한나를너무많이괜찮아하다보니뻔뻔해지는것같아다시새로운교훈을찾아나서고있다.
대학에서문학을전공하고출판사에입사,퇴사를희망하는편집자로22년동안일했다.지은책으로『실례지만,이책이시급합니다』가있다.

목차

1
스몰토크9
유년의침대19
나,마르셀,프루스트34
상투적독자(상)45
상투적독자(하)57

2
산사꽃73
뾰족하고높은곳87
이름의빛깔103
미성년:질베르트의경우117
미성년:알베르틴의경우127

3
별들의운행궤도속으로145
르무안사건158
피와영토177
딜레탕트를위한수요모임211

4
디오게네스의사람찾기225
상스럽게아름다운244
플라토닉259
권총을두고와서아쉽게됐군273

5
파라노이아:셋―페드르―불가항력―서스펜스285
셋―페드르―불가항력―서스펜스291
셋―페드르―불가항력―서스펜스305
셋―페드르―불가항력―서스펜스312
여름의해안도로320
프랑수아즈331
()342

6
입구에놓인의자371
느낌과알아차림384
이위대한예술의시간에391
죽음과삶사이에서할수있는것은사랑뿐399

맺음말
나의프루스트읽기연습415

출판사 서평

프루스트라는고원에올라앉아읽기와쓰기를사유하다

『느낌과알아차림』은오직한작품을3년4개월동안읽고또읽어간,한특이한독자의유례없는독서후기다.읽어간작품은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읽어간독자는고전탐독가들의필독서로자리잡은『실례지만,이책이시급합니다』『평균의마음』의작가이수은이다.

마르셀프루스트의『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이하『시간』)는‘언젠가는완독해야할고전’으로빠짐없이꼽히지만,‘아무도다읽지는않는걸작’의대명사가된대작이다.갈리마르출판사의1927년초판본기준3031쪽,126만7069단어,2022년완간된민음사번역본기준총13권,약5600쪽,300만자가넘는다.『시간』은끝날듯끝이나지않는지독한만연체의문장들(예컨대931개의단어로이루어진한문장)과유난한길이에비해유난히사소해보이는이야기로도악명높다.“2000명에이르는등장인물의약97퍼센트”가모두대화로만언급될정도로한담과사색으로이루어진소설이라니!독해의난이도에따른매우낮은완독률과는대조적으로이작품이문화의다양한층위에서여전히열렬히소비되는현상들은놀랍다.‘홍차와마들렌’으로대변되는프루스트효과,센티멘탈한기억을소환하는상품마케팅,소설속에서언급된그림,음악,작품,장소들을찾아보는다양한강의와문학기행에이르기까지.그러나이와같은열광은대부분프루스트라는작가의생애와이미지만을소환하고소비하는데에그친다.

『느낌과알아차림』은“안읽었다고순순히인정하기는내키지않지만,읽었다고섣불리말했다간봉변을당할것”같은이문제작을한번은자기만의눈으로읽어내리라는,저자의작은의협심(!)에서시작되었다.처음부터끝까지한번읽는데도필생의지구력과집중력을요구하는『시간』을읽고,또다시읽으며품게된일련의‘의아함’들은프루스트와이작품에관한또다른책들을찾게했고,“프루스트라는거인의장력”에사로잡혀쉽게해독되지는않지만,매혹적인기호들로가득한『시간』을놓지못하는날들은점점길어졌다.1년에서,2년으로,2년에서3년으로‘읽기’의나날이늘어나는동안맞닥뜨린당혹감들,프루스트의전기적일화를과도하게부풀리는감상,글이쓰인맥락에대한몰이해로점철된공허한찬사,그저“무수한단상들로이루어진잠언집으로,심오한심리철학예술의아포리즘으로받아들이며작가의자전적일기나일화의편린으로,맥락없이발췌된문장들로”『시간』을단정하는상투적소비에대한불만은더치밀한독해로이어졌고,『시간』의핵심에가닿기위해스스로찾아낸물음들,『시간』이열어보여준사유의계기들을자신처럼이작품을읽어갈사람들과공유하고싶다는의욕이어느새26편의독특한‘연작독후감’을낳았다.

프루스트의『시간』에대한친절한요약이나깨알같은주석을제공하는글들은아니다.비할데없이독특하지만,그래서오히려분석의대상으로삼기어려운『시간』과긴시간씨름하며던졌던물음들에대한답을스스로찾아가는과정의빈틈없는기록이다.『시간』이언제나파편적으로만읽힌다면,이소설은왜그렇게쓰여야했는가?하나의완결된작품으로통독했을때『시간』은대체어떤소설인가?“아무런비밀을털어놓지않았으나모든것이진술되어있는”서사로프루스트가읽히고싶었던것은무엇인가?시간이흘러도빛바래지않는이작품의위대함은어디에서연유하는가?『느낌과알아차림』은프루스트와『시간』에관한기존의탐구들에서핵심적으로거론되어온주제와논점들도꼼꼼히짚어간다.프루스트의문학과글쓰기를향한욕망의기원,자의식에영향을미쳤을사회적,정치적사건들,유년의흔적을둘러싼사실과사실적인거짓과거짓,프루스트의성적지향과그것이‘스완’과‘마르셀’에게서나타나는집착적사랑의기괴한단면에드리운그림자,메제글리즈,콩브레,발베크,게르망트등프루스트가이름을쓰며의미의회로망을짓는방식,교묘하게모호한전지적일인칭시점‘나’의역할등….

『시간』에서가장중요한등장인물중하나인샤를뤼스에게할애한「디오게네스의사람찾기」챕터는프루스트와『시간』에대한저자의감응이빛을발하는글이다.오독에대한압박과두려움을안고들어섰던『시간』안에서프루스트만의“황금빛그로테스크”를발견하고,나약한한인간이불가사의한집념으로문학에헌신할때이룩할수있는,한인간의숭고한형상화를제시한다.이수은작가의전작『실례지만,이책이시급합니다』『평균의마음』을통해,하나의작품분석을위해저자가종횡무진시대를넘나들며펼쳐보여주는책들과사유의지도를신뢰하는독자라면,요한하위징아의『중세의가을』과들뢰즈의『프루스트와기호들』이소환되는「뾰족하고높은곳」과「이름의빛깔」에서프루스트를읽어야할신선한동기를만나게될것이다.

프루스트,그리고『시간』이라는웅장한호수에긴시간,깊게잠겼던저자가파헤친주제들은--‘산사나무’에서‘딜레탕트’‘플라토닉’‘세종탑’과‘파이드라비극’에이르기까지모두---『시간』이라는전무후무한작품의놀라움과그안에아직읽히지않은공간의광활함을짐작게한다.“『시간』을한장씩넘길때마다마주치는심상,상징,비유,오감과공감각이만들어낸이미지들의파도,(…)언어를다루는천부적재능을느낄수있는프루스트의정밀묘사로재생되는기억,추억,지나간시간,마들렌과자,마르탱빌종탑,베네치아산마르코광장의포석등,무한히확산하는이미지들로부터무엇을읽어낼것인가.”프루스트는『시간』의7편「되찾은시간」에마치이물음에대한준비된대답같은말을남겨두었다.“모든독자는,읽는동안에,그자신의독자다.작가의글이란다만,아마도독자스스로는알아보지못할무언가를책을통해식별할수있도록해주는,일종의광학기구같은것이다.작가는독자에게어느쪽이더잘보이는지,이것인지저것인지아니면또다른안경인지,원하는대로얼마든지써볼수있도록,커다란자유속에그들을내버려두어야한다.”『느낌과알아차림』은그커다란자유속에서“프루스트를읽어간ㅐ도하나의진지한예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