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처음에 저는 아이였고 아버지는 어른이었죠.
그러다가 저는 어른이 되고 아버지는 아이가 되었어요.
더 늦기 전에 우리 둘 다 어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다가 저는 어른이 되고 아버지는 아이가 되었어요.
더 늦기 전에 우리 둘 다 어른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가족의 고통에 관한 코미디
케미리가 2018년 발표한『아버지의 원칙』은 노인이 된 아버지, 아버지가 된 아들, 어머니가 된 딸이 서로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변화를 인정하고 과거를 받아들이는 십 일간의 과정을 담은 현대 우화다. 아버지는 육 개월에 한 번씩 스톡홀름에 병원 치료와 세금 정리 등의 일을 하기 위해 들른다. 그는 당연한 듯이 장남에게 물려준 사무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장남에게 모든 행정 처리를 일임한다. 육아 휴직 중인 사십 대 아들은 네 살 딸과 한 살배기 아들을 하루 종일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아버지가 요구하는 책무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예전 같지 않고 식어 버린 여자친구, 새롭게 찾는 직업 등 아들이 겪는 삶의 부침은 점차 무거워져 간다. 한편 변호사로 일하는 딸은 고통스러운 결혼을 청산했으나 사춘기를 맞은 아들이 속을 썩이고, 새 남자친구를 만나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만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의 입장만을 관철하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일부 장면은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재연되어 흥미진진한 교차성을 만든다. 불안정한 의사소통은 가족 내에서 이미 굳어진 관행과 같아 쉽게 개선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원천적인 사랑, 본능에 가까운 유대가 이뤄지며 어쨌든 갈등을 봉합해 내는 과정이 답답하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단순한 서사의 즐거움을 넘어서는 깊이를 제공한다. 케미리는 이 작품을 통해 어둠과 슬픔을 탐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위대한 유머리스트임을 증명하고, 독자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새롭게 만드는, 혹은 붕괴되는 ‘아버지의 원칙’
작품의 제목인 ‘아버지의 원칙’, 혹은 ‘아버지 조항’은 가족 내에서 모두가 지키는 암묵적인 조항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만들었고 아들이 지키고 있는 이 조항들의 대전제는 장남은 응당 아버지를 돌보고 존경해야 하며 모든 지시에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들은 육 개월에 한 번 오는 아버지의 거처를 청소하고, 은행 서류와 세금 납부 등 모든 세세한 절차를 챙기고, 내색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은 어릴 적부터 권위를 앞세운 폭력적으로 훈육하고, 내세울 만한 직업을 갖지 않았단 이유로 멸시하고, 결국엔 해외로 이주해 버린 무책임한 아버지에게 깊은 감정의 골이 쌓인 상황이다. 여동생과 수십 번 대화했던 대로, 아들은 이번에야말로 ‘아버지 조항’을 없애 버릴 것을 다짐한다.
소설에서 아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아버지, 여동생과 저녁을 먹으러 갈 때는 그 관계에 따라 ‘남매인 아들’로 변화하며, 소설의 장면마다 초점이 달라진다. 자신의 아이들 앞에서는 아버지 역할을 한다. 가족을 떠날 때 아들은 아버지의 역할을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했고, 이제 자신의 자녀들을 돌보면서 자신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 그들을 잘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한다. 인물들은 서로 다른 정체성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가정 밖에서 경력을 쌓으려는 여자친구는 아이들이 아버지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며, 가족 관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케미리는 작품 내내 인물들의 이름을 독자에게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명명되지 않은 인물들은 오직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독자에게 인식되고 다른 정체성은 모두 거둬 내고 인물이 가진 가족 내의 역할에 대해 집중하도록 이끈다. 케미리는 소설 속에서 현대 사회의 가족이 한 번씩은 겪었을 매우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세 사람의 일상을 관찰하는 묘사는 독자가 자연스레 감정을 이입하게 돕는다. 『아버지의 원칙』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독자에게 해방감과 위로를 주는 소설이다. 카타르시스적인 비극보다는 블랙 코미디를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문학이 단순한 서사 이상의 것, 즉 깊은 인간적 진실과 복잡한 사회적 질문을 탐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을 보여 준다. 그의 소설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탐색하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삶과 가치를 재고하도록 도전하고 있다.
케미리가 2018년 발표한『아버지의 원칙』은 노인이 된 아버지, 아버지가 된 아들, 어머니가 된 딸이 서로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변화를 인정하고 과거를 받아들이는 십 일간의 과정을 담은 현대 우화다. 아버지는 육 개월에 한 번씩 스톡홀름에 병원 치료와 세금 정리 등의 일을 하기 위해 들른다. 그는 당연한 듯이 장남에게 물려준 사무소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장남에게 모든 행정 처리를 일임한다. 육아 휴직 중인 사십 대 아들은 네 살 딸과 한 살배기 아들을 하루 종일 돌보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아버지가 요구하는 책무가 부담으로 느껴진다. 예전 같지 않고 식어 버린 여자친구, 새롭게 찾는 직업 등 아들이 겪는 삶의 부침은 점차 무거워져 간다. 한편 변호사로 일하는 딸은 고통스러운 결혼을 청산했으나 사춘기를 맞은 아들이 속을 썩이고, 새 남자친구를 만나 원치 않은 임신을 하고 만다.
작품 속 인물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때 자신의 입장만을 관철하고 상대를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일부 장면은 다른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반복적으로 재연되어 흥미진진한 교차성을 만든다. 불안정한 의사소통은 가족 내에서 이미 굳어진 관행과 같아 쉽게 개선되기 힘들어 보인다. 그럼에도 원천적인 사랑, 본능에 가까운 유대가 이뤄지며 어쨌든 갈등을 봉합해 내는 과정이 답답하기도 하고 웃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가족이라는 게 원래 그렇지’ 하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단순한 서사의 즐거움을 넘어서는 깊이를 제공한다. 케미리는 이 작품을 통해 어둠과 슬픔을 탐구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위대한 유머리스트임을 증명하고, 독자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 새롭게 만드는, 혹은 붕괴되는 ‘아버지의 원칙’
작품의 제목인 ‘아버지의 원칙’, 혹은 ‘아버지 조항’은 가족 내에서 모두가 지키는 암묵적인 조항을 의미한다. 아버지가 만들었고 아들이 지키고 있는 이 조항들의 대전제는 장남은 응당 아버지를 돌보고 존경해야 하며 모든 지시에 군말 없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아들은 육 개월에 한 번 오는 아버지의 거처를 청소하고, 은행 서류와 세금 납부 등 모든 세세한 절차를 챙기고, 내색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들은 어릴 적부터 권위를 앞세운 폭력적으로 훈육하고, 내세울 만한 직업을 갖지 않았단 이유로 멸시하고, 결국엔 해외로 이주해 버린 무책임한 아버지에게 깊은 감정의 골이 쌓인 상황이다. 여동생과 수십 번 대화했던 대로, 아들은 이번에야말로 ‘아버지 조항’을 없애 버릴 것을 다짐한다.
소설에서 아들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아버지, 여동생과 저녁을 먹으러 갈 때는 그 관계에 따라 ‘남매인 아들’로 변화하며, 소설의 장면마다 초점이 달라진다. 자신의 아이들 앞에서는 아버지 역할을 한다. 가족을 떠날 때 아들은 아버지의 역할을 어쩔 수 없이 수행해야 했고, 이제 자신의 자녀들을 돌보면서 자신이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지, 그들을 잘 돌볼 수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의심한다. 인물들은 서로 다른 정체성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진다. 가정 밖에서 경력을 쌓으려는 여자친구는 아이들이 아버지와 잘 지내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역할과 정체성에 의문을 가지며, 가족 관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다.
케미리는 작품 내내 인물들의 이름을 독자에게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명명되지 않은 인물들은 오직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로 독자에게 인식되고 다른 정체성은 모두 거둬 내고 인물이 가진 가족 내의 역할에 대해 집중하도록 이끈다. 케미리는 소설 속에서 현대 사회의 가족이 한 번씩은 겪었을 매우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문제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세 사람의 일상을 관찰하는 묘사는 독자가 자연스레 감정을 이입하게 돕는다. 『아버지의 원칙』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독자에게 해방감과 위로를 주는 소설이다. 카타르시스적인 비극보다는 블랙 코미디를 통해 독자들에게 감동과 깨달음을 주며,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를 더 넓고 깊게 이해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문학이 단순한 서사 이상의 것, 즉 깊은 인간적 진실과 복잡한 사회적 질문을 탐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임을 보여 준다. 그의 소설은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인간 경험을 탐색하고,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삶과 가치를 재고하도록 도전하고 있다.
아버지의 원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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