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코어

몬테코어

$18.00
Description
“나는 오직 하나뿐인 호랑이다.
우리는 영원히 어떤 곳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스웨덴을 대표하는 작가 요나스 하센 케미리
그의 정체성이 담긴 자전 소설이자 대표작
■ 길들여진 아버지와 길들지 않는 아들, 결코 어릿광대일 수 없는 호랑이

소설의 제목 ‘몬테코어’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유명한 동물 쇼 ‘지크프리트 앤드 로이’에 출연한 백호의 이름에서 빌려 왔다. 몬테코어는 무대 위에서 어릿광대처럼 사람들 앞에서 쇼를 펼치다 맹수의 본성을 드러내며 조련사 로이를 공격해 중태에 빠뜨렸던 호랑이이다. 이민자로서 아웃사이더가 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스웨덴에 길들였던 아버지 압바스, 아버지를 따라 스웨덴 사람으로 자란 듯했으나 아버지의 바람과는 달리 언제나 경계에 설 수밖에 없었던 아이 요나스. 여러 문화와 언어, 전통과 사고방식의 충돌과 혼돈 안에서 자라난 요나스는 어느 순간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하고 다른 세상을 꿈꾼다. 자신의 뿌리를 되찾고 정체성을 깨닫고 자아를 확립해 가는 요나스의 모습은 조련사의 채찍에 애완동물처럼 순응한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길들 수 없었던 라스베이거스 쇼의 호랑이 ‘몬테코어’와 다름없다. ‘깜둥이’라는 말을 들어도 못 들은 척 피하라고 가르쳐 주는 아버지, “역겨운 이민자” 애들과 공상에 빠져 지내는 대신 스웨덴 애들과 테니스를 치고 피아노를 배우길 원하는 아버지, 아들이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위협을 당해도 착각한 거라고 타이르는 아버지, 극우 정당이 창당되어 이민자들을 침략자들로 규정하며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는 와중에도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일이라며 조용히 앉아만 있는 아버지, ‘레이저 맨’이 스웨덴인들과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을 빨간 빛으로 조준해 사격하는 일이 벌어져도 스웨덴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아버지. 어린 시절의 영웅 같던 아버지가 빛을 잃어 가는 모습과 자신이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과정을 보고 느낀 대로 서술하는 요나스의 글과, 압바스의 삶을 시종 장밋빛으로 묘사하며 신화화하려는 카디르의 글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몬테코어』는 무거운 주제에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고 거짓과 모순된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한다. 『몬테코어』는 케미리의 가족사에 대한 사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스웨덴으로 이주해 간 이민자들이 정착하는 과정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는 작품이다. 케미리의 작품으로 대표되는 이주자 문학은 주류 사회의 시각에서 관찰할 수 없는 지역 이민자의 삶과 생각을 보여 줌으로써 주류 문화와 이민자 문화 사이의 소통을 시도한다. 최근 다문화 사회가 중요한 사회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큰 작품이라 하겠다.
저자

요나스하센케미리

저자:요나스하센케미리(JonasHassenKhemiri)
1978년12월27일스웨덴스톡홀름에서튀니지인아버지와스웨덴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스톡홀름과파리에서문학과국제경제학을공부했으며뉴욕에있는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인턴을하는등다양한경험을쌓았다.2003년에발표한『빨간눈』이이듬해베스트셀러가되면서스웨덴에서주목받는작가로급성장했다.2006년발표한두번째장편소설『몬테코어』는스웨덴이주자문학의대표작으로평가받으며20만부이상팔리는베스트셀러가되었고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등10개국에서출간되었다.소설뿐아니라희곡으로도유럽전역에서명성을쌓고있으며첫희곡『침입』은스웨덴에서공연기간내내전석매진을기록할정도로인기를모았다.2018년장편소설『아버지의원칙』을발표했고미국내셔널북어워즈최종후보에올랐다.주목받는유럽의젊은작가에게수여하는P.O.엔퀴스트상,미국연극계최고의영예인오비상,존판테문학상,스웨덴입센상을수상했다.2021년가족과함께뉴욕으로이주하여,현재뉴욕대학교에서문예창작을가르치고있다.2023년출간된일곱번째장편소설『자매들(TheSisters)』역시극찬을받으며어거스트상최종후보에올랐다.

역자:홍재웅
스웨덴스톡홀름대학교에서스트린드베리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한국외국어대학교스칸디나비아어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문학의번역작업과연극공연작업등북유럽의문화를소개하는다양한일에매진하며,북유럽과한국사이의외교적유대관계를돈독히하는데도힘을보태고있다.저서로CreatingTheatricalDreams,『유럽과의문화교류를위한연극제자료조사I,II,III』,역서로『꿈의연극』,『인구위기』,『3부작』,『보트하우스』등이있다.

목차

프롤로그11
1부13
2부99
3부161
4부279
5부331
에필로그445

주453
옮긴이의말465

출판사 서평

주류사회와이민자사회의간극과갈등,
주변인이겪는소외와차별을정면으로다룬작품

『몬테코어』는데뷔소설출간을앞두고있는요나스에게어느날이메일한통이도착하면서시작한다.이메일을보내온이는튀니지에서작은호텔을운영한다는아버지의옛친구카디르이다.카디르는요나스의아버지압바스가가난한고아에서스웨덴이주후세계적인보도사진작가로성공하기까지의삶을함께전기로써보자고제안한다.아버지와팔년간연락을끊은채살아온요나스는내키지않으면서도아버지에대한기억을하나둘더듬기시작한다.1970년대말스웨덴으로이주한아버지압바스와바이킹의나라에서갈색피부를가지고태어난아들요나스는스웨덴이민1세대와2세대를대변하며이주자들이주변인으로서겪어야했던삶의질곡을보여준다.압바스는주류사회에편입하기위해부단히노력했던인물이다.그는아들의이름을스웨덴식으로‘요나스’라짓고,아랍어를버리고스웨덴어만쓰고,비슷한처지의다른이주자들과관계를멀리하고,자기이름마저‘크리스테르홀름스트룀압바스케미리’라는“스웨덴적”인이름으로바꿔가며스웨덴사회에정착하기위해애쓴다.그럼에도유색인이민자라는이유로스웨덴여성과의결혼에어려움을겪고,스웨덴어를못해직업을구하지못하고,사진작가의꿈을이루기위해정부에보조금을신청해도거절당하기일쑤였다.

이민2세대인요나스는다문화가정에서태어난탓에어린시절언어장애를경험하고가난으로보통의스웨덴아이들처럼교육받지못하며가끔아무이유없이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욕을들으며자란다.게다가아버지가스웨덴주류문화를맹목적으로수용하는과정에서자신의뿌리에대해고민하며정체성혼란을겪는다.스웨덴은전체인구의약17퍼센트가이주자로이루어져있다.오랫동안다문화주의정책을실시해온스웨덴은‘주류사회’의존재를인정하지않고다양한문화가평등하게인정되어야함을강조해왔다.또한스웨덴어나시민교육을이주자에게강요하지않으며이주자들의권리를신장하고이민자를배제하지않음으로써사회통합을이루고자노력해왔다.그러나스웨덴내에서이민자사회와주류사회의격차는더욱벌어지고있는것이사실이다.정부가이주자에게제공하는주택이밀집되어있는스톡홀름의링케뷔나말뫼의로센고르덴구역은스웨덴원주민들이꺼리는거주지이며,이주자들이사용하는스웨덴어는소설에서처럼“링케뷔스웨덴어”라불리며차별의근거가되기도한다.

“외국에서태어난사람은이나라에서신뢰를얻기가아주어려워.”두꺼운종이뭉치에시선을두며네아빠가말했다.“마찬가지로임대되지않은가게를갑자기잡으려고할때도안되지.내외국인악센트가들리면말이야.우리뒤에이미많은사람들이줄서있다는거야.”―219쪽

아빠가드로트닝가탄에있는게으름뱅이들의사진을찍고올렌스백화점의시계를비추는햇살을칭송하고있는동안,너는재활용병들을수집하고자전거보관대에서참을성있게앉아서기다린다.단한번술에취한아저씨들몇명이소리친적이있다.“빌어먹을튀르키예새끼들!”그때아빠는청각장애인행세를하며삼각대를꾸린다음센트랄역을향해가는방법을너에게보여준다.―194쪽

케미리는자신의경험을바탕으로실제스웨덴주류사회와이민자사회사이에있었던긴장과충돌을폭로한다.경제불황을이민자탓으로돌리고이민자복지정책으로삶이위협받을까봐우려하는스웨덴사람들,이민자들을범죄자로치부하며스웨덴에서쫓아내야한다는정치적슬로건,신민주당등이민사회를위협하는극우세력의확대,유색인에대한범죄를일삼는스킨헤드,급기야유색인이라는이유로무고한사람을열한명이나총으로살상한테러리스트‘레이저맨’의등장.이러한역사적사실들은스웨덴사회의인종차별문제와백인우월주의의횡포에대해경각심을일깨워주며‘통합’을중요시하는나라스웨덴의현주소를되묻는다.

상반된관점의서술이주는반전의묘미와다채로운문학적변주

카디르와요나스가함께써내려간압바스의전기『몬테코어』는다양한종류의글과여러화자에의해다채롭게변주된다.카디르가요나스에게쓴편지,압바스의삶을담은카디르의글,요나스가이에화답하듯서술한어린시절의기억,압바스가카디르에게보냈던편지등이국경을뛰어넘어각기다른목소리로교차서술된다.또한다른이의글에카디르가각주형식으로개입하는부분은압바스를훌륭한사람으로미화하기위해부연하거나반론을펼치는것으로진지한어조에반해아이러니가넘쳐흘러웃음을유발한다.3부말미에부록처럼끼워넣은‘케미리(와카디르)의문법규칙’은스웨덴과스웨덴사람들의사고방식을이해하기위해스웨덴어를공부했던압바스와요나스가발견한스웨덴어의‘규칙’열가지들인데,스웨덴어의관용적표현을문자그대로해석하거나한단어를임의로해체해전혀다른의미로풀이하는등유머가넘치면서도스웨덴사회에대한은근한풍자를담았다.

보통부모들은스웨덴어나스웨덴어가아닌말로이야기하지만아빠만은자기자신만의언어로,‘케미리어’로야기하기때문에특별하다.모든언어가결합한언어,모든의미가변화하고이상한단어들이서로합쳐지는언어,특별한규칙을지니며매일매일예외적인언어.아랍어욕설,스페인어로된의문사,프랑스어로하는사랑의맹세,영어로된사진작가의명언,그리고스웨덴어로된말장난들.g와h가요란한소리를내며배속으로떨어지는언어,-140쪽

카디르와요나스의글은화자가다르다는점외에도서술형식과표현에차이가있고내용도서로다른관점에서씌어있어독자의흥미를돋운다.카디르의글은카디르가주체가되어일인칭시점에과거형으로서술되어있으며압바스를“세상에서가장훌륭한아빠”이자눈부신성공을거둔세계적인사진작가로묘사한다.반면요나스의글은“너는”,“네가”,“너희는”과같은이인칭표현에현재형으로이야기를이어가는점이독특하다.요나스가‘나의기억’이아닌‘너의기억’을통해말하는아버지는스웨덴으로이주한뒤정착하기위해갖은애를썼지만편견과몰이해속에서하는일마다잘풀리지않았고,차별과냉대를받으면서도제도안에진입하기위해더욱더발버둥을쳤던인물로그려져있다.이렇게서로상반된관점에서서술한압바스의삶과요나스의성장이야기는독자들에게압바스의실체에대한궁금증을증폭시켜준다.독자들은등장인물들의진술속에서무엇이진실이고무엇이과장인지,각자무엇을드러내고무엇을감추고싶어하는지따져가며압바스의삶을입체적으로조명하게된다.

요나스의글에서또하나주목할점은혼란과분노를겪던요나스가친구들과조직을꾸려인종차별주의자들과극우정당등을적으로규정하는부분부터,아버지가어머니와이혼하고집을나가며작별인사를하는부분까지는화자가“너”라는이인칭에서“나”라는일인칭으로바뀌어서술된다는것이다.성장기의혼란과부자간의단절이라는진통안에서고통스럽게‘나’라는자의식을찾은극적인순간을상징하는부분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

길들여진아버지와길들지않는아들,결코어릿광대일수없는호랑이

소설의제목‘몬테코어’는미국라스베이거스의유명한동물쇼‘지크프리트앤드로이’에출연한백호의이름에서빌려왔다.몬테코어는무대위에서어릿광대처럼사람들앞에서쇼를펼치다맹수의본성을드러내며조련사로이를공격해중태에빠뜨렸던호랑이이다.이민자로서아웃사이더가되지않기위해스스로를스웨덴에길들였던아버지압바스,아버지를따라스웨덴사람으로자란듯했으나아버지의바람과는달리언제나경계에설수밖에없었던아이요나스.여러문화와언어,전통과사고방식의충돌과혼돈안에서자라난요나스는어느순간아버지와는다른길을선택하고다른세상을꿈꾼다.자신의뿌리를되찾고정체성을깨닫고자아를확립해가는요나스의모습은조련사의채찍에애완동물처럼순응한것처럼보였지만결국길들수없었던라스베이거스쇼의호랑이‘몬테코어’와다름없다.

‘깜둥이’라는말을들어도못들은척피하라고가르쳐주는아버지,“역겨운이민자”애들과공상에빠져지내는대신스웨덴애들과테니스를치고피아노를배우길원하는아버지,아들이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위협을당해도착각한거라고타이르는아버지,극우정당이창당되어이민자들을침략자들로규정하며사회적갈등이심화되는와중에도자신과는아무상관없는일이라며조용히앉아만있는아버지,‘레이저맨’이스웨덴인들과피부색이다른사람들을빨간빛으로조준해사격하는일이벌어져도스웨덴사람들을이해할수있다는아버지.어린시절의영웅같던아버지가빛을잃어가는모습과자신이정체성을찾아나가는과정을보고느낀대로서술하는요나스의글과,압바스의삶을시종장밋빛으로묘사하며신화화하려는카디르의글을중심으로서술되는『몬테코어』는무거운주제에도시종일관유머를잃지않고거짓과모순된현실을날카롭게풍자한다.『몬테코어』는케미리의가족사에대한사적인이야기인동시에스웨덴으로이주해간이민자들이정착하는과정을비판적으로조명하는작품이다.케미리의작품으로대표되는이주자문학은주류사회의시각에서관찰할수없는지역이민자의삶과생각을보여줌으로써주류문화와이민자문화사이의소통을시도한다.최근다문화사회가중요한사회의제로떠오르고있는한국에도시사하는바가큰작품이라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