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나는 형제들에게 전화를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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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 시내 한복판에서 일어난 폭탄 테러, 그리고 울리기 시작하는 전화벨

‘아모르’는 나이트클럽에서 술에 취해 밤새 춤을 춘다. 그런데 형제와 다름없는 친구, 샤비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는 귀찮아서 전화를 받지 않으려고 하지만, 샤비의 문자는 다급하다. 시내 한복판에서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이다. 전화는 샤비로만 그치지 않는다. 외국에 살고 있는 사촌에게서, 동창에게서, 동물보호소의 여직원에게서 끊임없이 걸려 온다. 신문 1면이 용의자로 지목하고 있는 자의 인상착의는 어딘지 그와 그의 ‘형제들’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아모르는 스톡홀름에서 살고 있는 아랍계 이민자다.
그는 망가진 드릴 날을 수리하거나 교환받기 위해 마트 고객 상담소로 향한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평소와 같지 않다. 그는 스톡홀름 거리에서, 자기 피부색과 머리색 때문에 모두가 자신을 쳐다본다고 의식한다. 급기야 경찰들이 자기를 미행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자신을 비롯한 자신의 ‘형제들’이 지금껏 살아온 사회에서 경계당하고 경멸당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나는 내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 이야기한다 : 며칠 납작 엎드려 있어. 집에서 나오지 마. 불은 꺼 두고. 문은 꼭 잠가. 차양을 비스듬하게 쳐서 밖에서는 아무것도 볼 수 없지만 너희들은 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잘 조절해 둬. 텔레비전 케이블은 빼 두고, 전화기는 꺼 두고, 신문은 바로 재활용 통에 갖다 버려. 모든 게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 너희 스스로한테 이렇게 반복해서 다짐해 둬: 우리에겐 잘못이 없어. 왜냐하면 너희에겐 잘못이 없으니까. 너희는 양심에 거리낄 게 없어. 너희는 이 일하고 아무 상관없어. -35쪽

■2010년 스톡홀름에서 실제로 일어난 자살 폭탄 테러 사건
- 소수자, 약자, 혹은 혐오 대상으로 살아가는 한 남자의 긴박한 24시간

이 작품은 2010년 12월 11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시내 중심가 쇼핑 거리인 드로트닝가탄에서 실제로 발생했던 테러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타이무르 압둘와하브(Taimour Abdulwahab)라는 한 남자가 자동차에 폭탄을 가득 채워 놓는다. 그리고 그 자신도 폭탄을 넣은 백팩을 메고 배에 또 다른 폭탄을 두른 채 백화점과 상점이 몰려 있는 시내 중심가를 뛰어간다. 자동차의 폭탄이 먼저 터진다. 시내는 아수라장이 된다. 그리고 압둘와하브가 지니고 있던 폭탄 또한 터져 버리면서 그는 목숨을 잃는다. 200년 넘게 어떠한 전쟁과 분쟁도 겪지 않은 중립국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스웨덴에서 일어난 테러였기에 대내외적으로 더욱 큰 충격을 안겨 준 사건이었다. 스웨덴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가 테러의 위협에 노출되어 있고, 뉴스와 동영상, SNS를 통해 그 참혹함은 순식간에 사람들에게로 퍼져 나가며 공포를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케미리의 시선은 다른 쪽에서 시작된다. 아모르는 아랍계 이주자다. 평온하게 살고 있던 도시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다.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은 공교롭게도 자신과 비슷한 인상착의다. 인상착의라고 해도, 비슷하다는 것은 결국 그와 용의자가 같은 민족이라는 뜻이다. 아모르는 그렇게 자신이 나고 자라 온 곳에서 결국 스스로를 이방인으로, 용의자로, 범인으로 여기기에 이른다.

나는 내 형제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속삭인다: 알았어. 인정할게. 나였어.
뭐가 넌데?
그러니까 그건 바로 나였어…… 그 자동차. 폭발.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아니라는 게 확실해.
아니야, 나였어. -119쪽

스웨덴에 비유럽계 이민자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시기는 1972년부터로, 이라크 전쟁 때는 스웨덴이 수용한 난민 수가 미국과 유럽 전 국가들이 받아들인 난민의 총수를 넘어설 정도였다. 1990년 이후에는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점점 더 늘어나는 추세다. 사실 ‘통합’을 목표로 삼는 스웨덴은 다문화주의 사회의 이상적인 모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통합을 위해 스웨덴 정부는 이민자 또는 국외자가 스웨덴어를 배울 때 매달 보조금을 지급하고 임대주택을 공급해 왔다. 그럼에도 이민 1세대가 노동 시장에 진입하여 원하는 직장과 적당한 직업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스웨덴의 경제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면서 이전에는 쉽게 볼 수 없었던 파업이 발생하고 실업율도 높아졌다. 이러한 이유로 극우 정당인 신민주당이 국회에 진출하기도 했다. 신민주당은 평소 스웨덴 국민으로부터 인종차별적이라는 비난을 받던 정당이었다. 이러한 스웨덴 사회의 분위기는 비유럽계 이주민을 더욱 힘들게 했고, 이는 이 작품 속에서도 주인공 가족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고발된다.
오늘날 스웨덴의 다문화주의는 ‘주류 사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다양한 문화가 평등하게 인정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지만, 스웨덴 사회에서 이민자 사회와 주류 사회의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케미리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전작인 『몬테코어』, 그리고 희곡 『침입』을 통해 기존 스웨덴 문학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주제로 스웨덴 문학의 다양화에 크게 기여했다. ‘주류 사회’의 시각에서는 관찰할 수 없는 이민자, 외국인, 혹은 이방인의 모습과 생각을 보여 주는 케미리는 새로운 주제와 서사 기법으로 주류 문화와 이민자 문화 간의 소통과 교류를 시도하는, 스웨덴뿐만 아니라 유럽 문학 지형도에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문제적’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요나스하센케미리

저자:요나스하센케미리(JonasHassenKhemiri)
1978년12월27일스웨덴스톡홀름에서튀니지인아버지와스웨덴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스톡홀름과파리에서문학과국제경제학을공부했으며뉴욕에있는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인턴을하는등다양한경험을쌓았다.2003년에발표한『빨간눈』이이듬해베스트셀러가되면서스웨덴에서주목받는작가로급성장했다.2006년발표한두번째장편소설『몬테코어』는스웨덴이주자문학의대표작으로평가받으며20만부이상팔리는베스트셀러가되었고미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등10개국에서출간되었다.소설뿐아니라희곡으로도유럽전역에서명성을쌓고있으며첫희곡『침입』은스웨덴에서공연기간내내전석매진을기록할정도로인기를모았다.2018년장편소설『아버지의원칙』을발표했고미국내셔널북어워즈최종후보에올랐다.주목받는유럽의젊은작가에게수여하는P.O.엔퀴스트상,미국연극계최고의영예인오비상,존판테문학상,스웨덴입센상을수상했다.2021년가족과함께뉴욕으로이주하여,현재뉴욕대학교에서문예창작을가르치고있다.2023년출간된일곱번째장편소설『자매들(TheSisters)』역시극찬을받으며어거스트상최종후보에올랐다.

역자:홍재웅
스웨덴스톡홀름대학교에서스트린드베리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했으며,현재한국외국어대학교스칸디나비아어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스웨덴,노르웨이,덴마크문학의번역작업과연극공연작업등북유럽의문화를소개하는다양한일에매진하며,북유럽과한국사이의외교적유대관계를돈독히하는데도힘을보태고있다.저서로CreatingTheatricalDreams,『유럽과의문화교류를위한연극제자료조사I,II,III』,역서로『꿈의연극』,『인구위기』,『3부작』,『보트하우스』등이있다.

목차


샤비11
알렘37
발레리아63
카롤리나99
튀라121

옮긴이의말147

출판사 서평

시내한복판에서일어난폭탄테러,그리고울리기시작하는전화벨

‘아모르’는나이트클럽에서술에취해밤새춤을춘다.그런데형제와다름없는친구,샤비로부터전화가온다.그는귀찮아서전화를받지않으려고하지만,샤비의문자는다급하다.시내한복판에서폭탄테러가일어난것이다.전화는샤비로만그치지않는다.외국에살고있는사촌에게서,동창에게서,동물보호소의여직원에게서끊임없이걸려온다.신문1면이용의자로지목하고있는자의인상착의는어딘지그와그의‘형제들’과비슷하게느껴진다.아모르는스톡홀름에서살고있는아랍계이민자다.

그는망가진드릴날을수리하거나교환받기위해마트고객상담소로향한다.그곳까지가는길은평소와같지않다.그는스톡홀름거리에서,자기피부색과머리색때문에모두가자신을쳐다본다고의식한다.급기야경찰들이자기를미행한다는생각에사로잡히고자신을비롯한자신의‘형제들’이지금껏살아온사회에서경계당하고경멸당한다고생각하기에이른다.

나는내형제들에게전화를걸어이야기한다:며칠납작엎드려있어.집에서나오지마.불은꺼두고.문은꼭잠가.차양을비스듬하게쳐서밖에서는아무것도볼수없지만너희들은밖을내다볼수있도록잘조절해둬.텔레비전케이블은빼두고,전화기는꺼두고,신문은바로재활용통에갖다버려.모든게잠잠해질때까지기다려.너희스스로한테이렇게반복해서다짐해둬:우리에겐잘못이없어.왜냐하면너희에겐잘못이없으니까.너희는양심에거리낄게없어.너희는이일하고아무상관없어.-35쪽

2010년스톡홀름에서실제로일어난자살폭탄테러사건
?소수자,약자,혹은혐오대상으로살아가는한남자의긴박한24시간

이작품은2010년12월11일스웨덴스톡홀름의시내중심가쇼핑거리인드로트닝가탄에서실제로발생했던테러사건을배경으로한다.타이무르압둘와하브(TaimourAbdulwahab)라는한남자가자동차에폭탄을가득채워놓는다.그리고그자신도폭탄을넣은백팩을메고배에또다른폭탄을두른채백화점과상점이몰려있는시내중심가를뛰어간다.자동차의폭탄이먼저터진다.시내는아수라장이된다.그리고압둘와하브가지니고있던폭탄또한터져버리면서그는목숨을잃는다.200년넘게어떠한전쟁과분쟁도겪지않은중립국가로우리에게잘알려진스웨덴에서일어난테러였기에대내외적으로더욱큰충격을안겨준사건이었다.스웨덴뿐만이아니다.오늘날미국을비롯하여전세계가테러의위협에노출되어있고,뉴스와동영상,SNS를통해그참혹함은순식간에사람들에게로퍼져나가며공포를확산하고있다.

하지만케미리의시선은다른쪽에서시작된다.아모르는아랍계이주자다.평온하게살고있던도시에서폭탄테러가발생한다.용의자로지목된사람은공교롭게도자신과비슷한인상착의다.인상착의라고해도,비슷하다는것은결국그와용의자가같은민족이라는뜻이다.아모르는그렇게자신이나고자라온곳에서결국스스로를이방인으로,용의자로,범인으로여기기에이른다.

나는내형제들에게전화를걸어서속삭인다:알았어.인정할게.나였어.
뭐가넌데?
그러니까그건바로나였어……그자동차.폭발.
대체무슨소리를하는거야?네가아니라는게확실해.
아니야,나였어.-119쪽

스웨덴에비유럽계이민자가본격적으로유입된시기는1972년부터로,이라크전쟁때는스웨덴이수용한난민수가미국과유럽전국가들이받아들인난민의총수를넘어설정도였다.1990년이후에는중동과아프리카국가에서건너온이민자들이점점더늘어나는추세다.사실‘통합’을목표로삼는스웨덴은다문화주의사회의이상적인모델로널리알려져있다.통합을위해스웨덴정부는이민자또는국외자가스웨덴어를배울때매달보조금을지급하고임대주택을공급해왔다.그럼에도이민1세대가노동시장에진입하여원하는직장과적당한직업을찾는것은매우어려운일이었다.1990년대들어서는스웨덴의경제상황이극도로악화되면서이전에는쉽게볼수없었던파업이발생하고실업율도높아졌다.이러한이유로극우정당인신민주당이국회에진출하기도했다.신민주당은평소스웨덴국민으로부터인종차별적이라는비난을받던정당이었다.이러한스웨덴사회의분위기는비유럽계이주민을더욱힘들게했고,이는이작품속에서도주인공가족의입을통해간접적으로고발된다.

오늘날스웨덴의다문화주의는‘주류사회’의존재를인정하지않고다양한문화가평등하게인정되어야한다고강조하지만,스웨덴사회에서이민자사회와주류사회의격차는더욱벌어지고있는것이사실이다.케미리는이작품뿐만아니라전작인『몬테코어』,그리고희곡『침입』을통해기존스웨덴문학에서흔히볼수없었던주제로스웨덴문학의다양화에크게기여했다.‘주류사회’의시각에서는관찰할수없는이민자,외국인,혹은이방인의모습과생각을보여주는케미리는새로운주제와서사기법으로주류문화와이민자문화간의소통과교류를시도하는,스웨덴뿐만아니라유럽문학지형도에서간과할수없는중요한위상을차지하는‘문제적’작가라고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