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날

아름다운 나날

$16.00
Description
전 세계 18개국어로 번역된 플뢰르 이애기의 은빛 감성
“푸른 잉크로 써 내려간, 소녀들의 『데미안』”
이탈리아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 플뢰르 이애기의 대표작 『아름다운 나날』이 단행본으로 재출간되었다. 이애기는 매 작품마다 지극히 세밀하고 건조한 문체로 삶과 죽음, 욕망과 상실에 대한 통찰을 그려내 이탈리아 문학을 세계에 알린 독보적인 여성 작가라고 평가받는다. 수록작 「아름다운 나날」과 「프롤레테르카호」는 한없이 순수하고 상처받기 쉬운 소녀 시절의 절망과 상실을 그린 작품들이다. 어려서 가족의 죽음이나 원치 않는 이별을 경험했던 주인공들은 부당하게 버림받았다는 상처를 안고 자란다. 두 작품은 불완전한 세상과 거짓말 같은 인생에 휘청거리는, 소녀들만의 예민한 감수성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이 작품들 속에서 그들은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절망을 응시함으로써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볼 줄 아는 존재로 살아 숨 쉰다.“이 책을 읽는 시간은 대략 네 시간이지만, 작가와 함께했던 기억은 평생토록 갈 것이다.”(조지프 브로드스키)라고 평가받기도 한 『아름다운 나날』은 좌절과 상실,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인생에 대한 진지한 열망을 담아 전 세계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이끌어낸 수작이다.
선정 및 수상내역
바구타상, 유럽 보카치오상 수상작 「아름다운 나날」
바일라테 알데리고 살라상, 비아레조상 수상작 「프롤레테르카호」
저자

플뢰르이애기

저자:플뢰르이애기
1940년7월31일스위스취리히에서태어났다.스위스의외딴산골지방을전전하며자라야했던유년기의기억은훗날그녀작품의원천이되었다.로마에정착한뒤그녀는오스트리아의대표적인여성작가잉게보르크바흐만과깊은우정을나누었고,토마스베른하르트등당대주요작가들과어울렸다.1968년이애기는작가이자편집자인로베르토칼라소와결혼했고,밀라노로이주해데뷔작『손가락을입에물고』를발표했다.그후『수호천사』,『물의형상』등여러작품을발표해오다가1989년아름다우면서도위태로운10대소녀의감성을그린『아름다운나날』을세상에선보였다.이작품으로그녀는이탈리아의가장오래되고권위있는문학상인바구타상과유럽보카치오상을수상하면서문단의주목을받는작가로성장했다.또한『하늘의두려움』으로모라비아상을『프롤레테르카호』로바일라테알데리고살라상,비아레조상등을수상했으며,특히이작품은수전손택이심사하고≪타임≫이뽑은2003올해의책에선정되었다.천부적인글쓰기감각과섬세한감수성으로지독한고독감을역설적인아름다움으로그려내는이애기는,마르셀슈보브,토머스드퀸시의작품을번역하거나,로베르트발저에대한평론을쓰기도했으며,그외에도희곡작가나작사가로활약했다.작가이자평론가,번역자등문단의다양한영역을종횡무진넘나들며이탈리아어문학에기여해온플뢰르이애기는이시대에꼭기억할만한여성작가다.

역자:김은정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이탈리아어를공부하고비교문학박사과정을수료했다.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10여년간강의를했고번역문학가로활동했다.지금은미국워싱턴근교에서살고있으며여전히좋은책을번역하고있다.옮긴책으로는《아름다운나날》,《너에겐친구가있잖아》,《눈오는날》등이있다.

목차


아름다운나날
프롤레테르카호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전세계18개국어로번역된플뢰르이애기의은빛감성
“푸른잉크로써내려간,소녀들의『데미안』”

*푸른잉크로써내려간사춘기.플뢰르이애기의펜은판화가의바늘같다.-조지프브로드스키

*최면에빠진듯한충격.마음을사로잡는이작품은너무강렬해서떨치기힘들다.-≪뉴욕리뷰오브북스≫

바구타상,유럽보카치오상수상작「아름다운나날」
바일라테알데리고살라상,비아레조상수상작「프롤레테르카호」

이탈리아현대문학을대표하는여성작가플뢰르이애기의대표작『아름다운나날』이단행본으로재출간되었다.이애기는매작품마다지극히세밀하고건조한문체로삶과죽음,욕망과상실에대한통찰을그려내이탈리아문학을세계에알린독보적인여성작가라고평가받는다.수록작「아름다운나날」과「프롤레테르카호」는한없이순수하고상처받기쉬운소녀시절의절망과상실을그린작품들이다.어려서가족의죽음이나원치않는이별을경험했던주인공들은부당하게버림받았다는상처를안고자란다.두작품은불완전한세상과거짓말같은인생에휘청거리는,소녀들만의예민한감수성을생생하게그려낸다.이작품들속에서그들은아직어른이되지못한미성숙한존재가아니라,절망을응시함으로써세상을투명하게바라볼줄아는존재로살아숨쉰다.“이책을읽는시간은대략네시간이지만,작가와함께했던기억은평생토록갈것이다.”(조지프브로드스키)라고평가받기도한『아름다운나날』은좌절과상실,그리고그것을넘어서는인생에대한진지한열망을담아전세계독자들의깊은공감을이끌어낸수작이다.

“나는오로지한가지만생각했다.세상속으로들어가기.”

“플뢰르이애기는천부적으로글을쓰는작가이다.그녀의글은우리의심장을어루만지듯감정의파장을크게일으킨다.깊은한이담긴고통과슬픔을,무심해보일정도로평온하고간결하게표현한다.그러나그투명하리만큼담백한묘사속에는사물과인간의내면을정확하게꿰뚫는날카로운시선이있다.인생의평지풍파를겪은,연륜이쌓인노인이사람을진정으로위로할수있듯이,삶에대한이해와철학을담은그녀의시선에우리는위로받는다.”_옮긴이의말에서

『아름다운나날』에실린두작품「아름다운나날」(1989)과「프롤레테르카호」(2001)는10여년의시간차를두고발표되었다.하지만이작품들은마치연속적인한작품을보는듯한일관된정서를유지한다.각작품의주인공‘나’들은부모와정서적인유대를나누지못한채여러곳을전전하며자란다.그리고그들은사랑받지못할까봐,세상에속하지못할까봐,세상을온전히이해하지못할까봐,미련을품게될까봐두려워한다.그러면서도한편으로는무엇도사랑하지않겠다고,누구에게도의지하지않겠다고끊임없이다짐한다.

고통의쾌감은사악하며독을지녔다.
그것은하나의복수다.
고통만큼천사같은것은없다.

「아름다운나날」의주인공‘나’는일곱살때부터살아온기숙학교가너무지루하기만하다.그러던어느날기숙학교에한여학생이전학오면서온몸의신경이그녀를향해집중하는것을느낀다.아름답고어른스러우며어딘지세상을초탈한것같은그녀.‘나’는주체할수없는열등감을느끼면서도그녀에게빠져든다.

처음보던날부터나는그녀와함께있고싶었다.그녀와함께있다는것은사실내가그녀의영혼을가지고,그녀와공범이되고,세상모든것을경멸한다는의미였다.

새벽의산책길,친구와주고받는쪽지,단짝친구,반항심,비밀일기장등이세상무엇보다중요했던“아름다운나날”.그녀와닮고싶은마음,그녀를독점하고싶은욕망에빠진다.그녀와함께하며,그녀의영혼을가지고,그녀와공범이되어세상모든것을경멸하고싶다.절대적인그끌림은기쁨이기보다는고통이다.야릇한쾌감이따르는고통이다.그것은또한‘나’를향한복수이지만,그고통만큼천사같은것은없다.

「프롤레테르카호」의주인공‘나’는아버지와단둘이배를타고여행을떠난다.핏줄이이어지지않은아버지요하네스는,‘나’에게방학때만만날수있는낯선타인이다.부녀가함께떠난처음이자마지막여행.자살과파산,이혼등어둠으로점철된가족사의무게는“유령처럼”그들을따라다닌다.딸은절대균형을잃지않았다.균형을잃는법이없었다.아버지처럼.그들은언제나절망속에서도균형을잃지않도록1밀리미터오차까지감지할줄알았다.자신의감정을표현하는데익숙하지못한아버지와‘나’는그여행내내서로를거북해한다.“모든시간이죽어있”고,“정체되어있”는여행,육지에내리기전까지“지극히단순하고도끔찍한무력감”을벗어날수없는여행.이여행이그들에게남긴것은무엇일까.

“분명하게말할수없는,다만느낄수있는세계”를예리하게조각하는작가플뢰르이애기

플뢰르이애기는이탈리아어를모국어로하는스위스작가다.스위스에서보낸어린시절의기억은그녀의작품마다진하게배어나오는데,「아름다운나날」에서도작가는목가적이고서정적인풍경으로고향에대한향수를담아낸다.하지만이애기의작품에유년시절이유독많이등장하는것은고향에대한그리움때문이아니다.작품속주인공들처럼스위스산골마을을전전하며자라는동안,그녀역시한없는고독감,절대적이고영원한관계에대한집착,순수함에대한갈증을경험했으며,그경험들이그녀에겐평생자신을따라다닐인생의숙제로남았기때문이다.대화와교감에대한욕구가충족되지못한어린시절부터,그녀는아무도알려주지않는경계너머의세계를더듬기시작했다.그녀는세상의“어떤형태로도구체화할수없는것들”에몰두한다.“분명하게말할수없는것들,다만느낄수있는것들”을문학으로재현한다.그미묘한존재들,감정들을“숨겨지고가려진그대로”묘사한다.

내아버지라고말하는남자가정말아버지인가는중요하지않았다.내게오빠가있었다는사실만이중요하다.앞으로달려나가던그어린아이에게내가얼마나큰애정을품었는지도저히설명할길이없다.환영에게품은사랑.그러니까보이지는않지만빛이나는것들에대한사랑.그리고열렬하게죽음을소망했던한어린아이에대한사랑.

그렇기때문에이애기의작품에서는흥미진진한전개나개성넘치는인물은찾아볼수없다.오히려자폐적성향의한소녀가누구에게도말하지않았던이야기를자신의비밀일기장에거침없이풀어내는고백에가깝다.자신을동정하지않는무덤덤한독백이지만,그속에흐르는터질듯한불안감에우리는남의비밀을훔쳐보는듯한긴장감을느끼는것이다.이렇듯자기고백적글쓰기의새로운차원을보여주는이애기는,사후에야작가로서평가를내리는이탈리아문단의보수적인풍토에서도,스위스태생의해외파작가로서이탈리아의굵직한문학상들을고루받으면서주목받는작가로자리매김했다.

푸른잉크로써내려간,소녀들의『데미안』

『아름다운나날』은성장소설형식을취하지만,그곳엔말랑말랑하고분홍빛인,바라만봐도눈부신성장스토리는없다.오히려불완전한세상의속성을너무빨리파악하고,세상으로부터자신을보호하기위해꽁꽁숨어버린,빛나는미래를꿈꿔보기도전에이미지쳐버린소녀들이이애기작품의주인공들이다.세상과자아에대해서끊임없이더듬어가는『아름다운나날』은소녀들이주인공인『데미안』이라고할만하다.하지만동시에이작품은세상을향해직선적으로달려가기보다는끊임없이자신의내면으로들어가미지의세계를발견하는소녀들의직관에주목한다.삶의모든자극을온몸으로느끼던시기,그래서열병을앓듯신음하며하루하루살아내야하는바로그사춘기.우리는모두그시기를통과해왔거나,지금이순간그시기를살아간다.그러므로우리는이애기의작품들속에서‘잊히지않는한문장’을발견할것이다.작가의경험과천부적인재능,섬세한감수성이어우러져완성된『아름다운나날』은소녀시절의절망과고독을아름답게그려낸,놓쳐서는안될“아름다운”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