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무의미의 축제

$15.00
Description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전 세계 독자를 사로잡은
밀란 쿤데라의 마지막 소설
한국어판 출간 10주년 기념 리커버 에디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농담」 「불멸」 「소설의 기술」로 등으로 유럽을 넘어 전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거장 밀란 쿤데라의 마지막 소설 「무의미의 축제」가 한국어판 출간 10주년을 기념하여 리커버 에디션으로 출간되었다. 2000년, 「향수」가 스페인에서 출간된 이후 14년 후에 발표한 이 마지막 소설은 쿤데라 문학의 정점을 이룬다.

알랭, 칼리방, 샤를, 라몽, 네 주인공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가 촘촘히 엮여 진행되는 이 소설은, 새로이 에로티시즘의 상징이 된 여자의 배꼽에서부터 배꼽에서 태어나지 않아 성(性)이 없는 천사, 가볍고 의미 없이 떠도는 그 천사의 깃털, 그리고 스탈린과 스탈린의 농담, 그에서 파생된 인형극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사유를 이어 가며 인간과 인간 삶의 본질을 탐구한다.

저자

밀란쿤데라

저자:밀란쿤데라
1929년체코의브륀에서태어났다.야나체크음악원에서작곡을공부하고프라하의예술아카데미AMU에서시나리오작가와영화감독수업을받았다.1963년이래「프라하의봄」이외부의억압으로좌절될때까지‘인간의얼굴을한사회주의운동’을주도했으며,1968년모든공직에서해직당하고저서가압수되는수모를겪었다.고국체코에서발표한작품은『농담』과『우스운사랑』두권뿐이었다.『농담』이불역되는즉시프랑스에서도명성을얻어소련침공과‘프라하의봄’이후역경을겪고1975년체코를떠나프랑스로이주했다.이후『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생은다른곳에』,『불멸』,『이별』,『느림』,『정체성』,『향수』등의작품을썼으며,메디치상,클레멘트루케상,유로파상,체코작가상,컴먼웰스상,LA타임스소설상등전세계유수의문학상을받았다.미국미시건대학은그의문학적공로를높이평가하면서명예박사학위를수여했다.2023년7월세상을떠났다.향년94세.

역자:방미경
프랑스파리10대학에서프랑스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옮긴책으로『플로베르』(편역),플로베르의『마담보바리』,뤽페리의『미학적인간』,쿤데라의『농담』,『삶은다른곳에』,『우스운사랑들』,레일라슬리마니의『달콤한노래』,마르그리트뒤라스의『히로시마내사랑』등이있다.현재가톨릭대학교프랑스어문화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

목차

1부주인공들이등장한다7
2부인형극공연27
3부알랭과샤를은자주어머니를생각한다47
4부그들모두가좋은기분을찾아나선다67
5부천장아래깃털하나가맴돈다93
6부천사들의추락111
7부무의미의축제133

출판사 서평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으로전세계독자를사로잡은
밀란쿤데라의마지막소설
한국어판출간10주년기념리커버에디션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농담』『불멸』『소설의기술』로등으로유럽을넘어전세계독자들의사랑을받은거장밀란쿤데라의마지막소설『무의미의축제』가한국어판출간10주년을기념하여리커버에디션으로출간되었다.2000년,『향수』가스페인에서출간된이후14년후에발표한이마지막소설은쿤데라문학의정점을이룬다.

알랭,칼리방,샤를,라몽,네주인공을중심으로다양한이야기가촘촘히엮여진행되는이소설은,새로이에로티시즘의상징이된여자의배꼽에서부터배꼽에서태어나지않아성(性)이없는천사,가볍고의미없이떠도는그천사의깃털,그리고스탈린과스탈린의농담,그에서파생된인형극에이르기까지끊임없이사유를이어가며인간과인간삶의본질을탐구한다.

농담과거짓말,의미와무의미,일상과축제의경계에서
삶과인간의본질을바라보는거장의시선

6월,파리거리를거닐던알랭은배꼽티를입은여성들과마주치고,배꼽이야말로이시대,남자를유혹하는힘이되었다고생각한다.허벅지,엉덩이,그리고가슴.지금까지남성들로하여금매력을느끼게한여성의이신체부위들에는제각기‘의미’가있다.“에로스의성취로이어지는매혹적인긴여정”인허벅지,“난폭함,쾌활함,표적을향한최단거리의길”인엉덩이,그리고“여자의신성화,예수에게젖을먹이는동정녀마리아,여성의고귀한사명앞에무릎꿇”게하는가슴.하지만몸한가운데그저둥그렇게팬의미없는구멍,이에로티시즘은어떻게정의되어야할것인가?

“허벅지,가슴,엉덩이는여자들마다다형태가달라.그러니까이황금지점세개는단지흥분만불러일으키는게아니고,그와동시에한여자의개체성을나타내준다고.배꼽을가지고이여자가내가사랑하는여자라고말할수는없어.배꼽은다똑같거든.그러면배꼽이우리에게말해주는에로틱한메시지는뭘까?”-작품에서

한편암에걸리진않았을까걱정하던다르델로는의사를만나건강에문제가없다는말을듣고안도한다.하지만거리에서우연히마주친예전직장동료라몽에게자신도모르게,자신이암에걸렸다고이야기하고는묘한희열을느낀다.거짓말을했다고부끄럽지도않았지만,그거짓말을왜했는지스스로도알수가없다.암을꾸며내서대체무슨이득을본단말인가?사람들은자신에게이득이될때에만거짓말을하지않는가?그런데도다르델로는왜이다지도기분이좋은것일까?

의미와무의미-탁월함과보잘것없음,그특성에대하여

다르델로는화려한언변으로주위의이목을끄는남자다.한편카클리크는조용히침묵할뿐이다.그런데파티에서만난아름다운여성들은다르델로가아닌카클리크를선택한다.탁월함은주변을부담스럽게한다.함께탁월해야만할것같고,특별한의미를부여해야만할것같은부담감을준다.하지만보잘것없다는건,주위를편안하게해준다.자기자신으로있게해주고자유를주기때문이다.

“뛰어나봐야아무쓸데없다는거지,그래,알겠다.”“쓸데없기만한게아니야.해롭다니까.뛰어난남자가여자를유혹하려고할때면그여자는경쟁관계에들어갔다고느끼게돼.자기도뛰어나야만할것같거든.버티지않고바로자기를내주면안될것같은거지.그런데그냥보잘것없다는건여자를자유롭게해줘.조심하지않아도되게해주는거야.재치있어야할필요도전혀없어.”-작품에서

스탈린의스물네마리자고새이야기,“장난-후”의시대에대하여

거대한역사의흐름속에내맡겨진인간,그존재의가벼움에천착하는쿤데라는이번소설에서스탈린과칼리닌의일화를교묘히엮어낸다.사냥을간스탈린이자고새스물네마리를발견하는데,탄창이열두개밖에없다.열두마리를쏘아죽인다음탄창을가지러13킬로미터를왕복하는데,돌아와보니남은열두마리가그대로있다.이경험을스탈린이자신의동지들에게이야기해준다.하지만이이야기를듣는동지들모두웃지않고입을꾹다문다.모두들스탈린의이야기가‘웃자고한농담’이아니라‘역겨운거짓말’이라고생각한다.스탈린의농담은“아무도웃지않는장난”이되어버린다.

“농담은위험한게됐지.야,너잘알고있어야돼!스탈린이자기친구들에게해준자고새이야기를기억해!그리고화장실에서고래고래소리지른흐루쇼프도!위대한진실의영웅,경멸의말들을토해내던그사람말이야.그장면은예언적이었던거야!그장면이야말로정말로새로운시대를열었지.농담의황혼!장난-후의시대!”-작품에서

그리고이렇게가면을쓰고서로를마주하는스탈린과동지들,그사이에서스탈린이유일하게정을주는인물이있는데,바로칼리닌이다.‘칼리닌그라드’의주인공인바로이‘칼리닌’은전립샘비대증환자인데,그래서연설을하는중에도오줌을누기위해시시때때로자리를박차고나가야한다.하지만유일하게스탈린이이야기하고있는중간에는자리를뜰수가없어서바지에실례를하고,스탈린은그런사실을알면서일부러천천히연설을하며그상황을즐긴다.
그런데도대체왜스탈린은도시이름에예카테리나대제도아니요푸시킨도아니고차이콥스키나톨스토이도아닌,“별볼일없는인물”의이름을택한것일까?그이유는바로,너무도진중한역사의한가운데에서칼리닌은“팬티를더럽히지않기위해괴로움을견디”는,“생기고,늘어나고,밀고나아가고,위협하고,공격하고,죽이는소변과맞서투쟁하”는“이보다더비속하고더인간적인영웅적행위가존재”할수없는,즉“모든인간이경험한고통을기념하여,자기자신외에아무에게도해를끼치지않은필사적인투쟁을기념하여오래기억될유일한”사람인것이다.

우리는이제이세상을뒤엎을수도없고,
한심하게굴러가는걸막을도리도없다는걸오래전에깨달았어.
저항할수있는길은딱하나,
세상을진지하게대하지않는것뿐이지.

쿤데라의첫번째소설『농담』에서,농담이농담으로받아들여지지않아인생을송두리째빼앗긴한남자의이야기가나왔다면,그의마지막소설『무의미의축제』에등장하는이스탈린의일화는이제‘농담’이농담으로받아들여지지않는것을넘어서,‘거짓말’로받아들여지는시대에대해이야기한다.현대를살아가는네남자의이야기사이에서어쩌면기이하게여겨질수도있는이역사적일화를통해쿤데라는하나의농담조차에도진지하고특별한의미를부여하는시대의무거움,그비극성에마주하는태도로서‘무의미’를이야기한다.

개인의정체성을부정하는새로운에로티시즘의시대를여는배꼽,아무런이유도없고이득도가져다주지않는거짓말에기뻐지는마음,농담을거짓말로밖에받아들일수없는오늘,모두가모인파티에서아무런무게도의미도없이천장을떠도는(배꼽없는천사의)깃털,순수하게육체적,인간적고통만을주는칼리닌의방광등,쿤데라는소설속에등장하는이모든이야기를통해,결국우리인간존재의삶이아무런의미없음의,보잘것없음의축제일뿐이며이‘무의미의축제’야말로우리가받아들이고소중하게여겨야한다고말한다.그것이우리의시대라고.

“오래전부터말해주고싶은게하나있었어요.하찮고의미없다는것의가치에대해서죠.(중략)하찮고의미없다는것은말입니다,존재의본질이에요.언제어디에서나우리와함께있어요.심지어아무도그걸보려하지않는곳에도,그러니까공포속에도,참혹한전투속에도,최악의불행속에도말이에요.그렇게극적인상황에서그걸인정하려면,그리고그걸무의미라는이름그대로부르려면대체로용기가필요하죠.하지만단지그것을인정하는것만이문제가아니고,사랑해야해요,사랑하는법을배워야해요.여기,이공원에,우리앞에,무의미는절대적으로명백하게,절대적으로무구하게,절대적으로아름답게존재하고있어요.그래요.아름답게요.”-작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