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현대여성문학의계보를이해하는최초의기준!
민음사한국여성문학선집
『한국여성문학선집』(전7권)이민음사에서출간되었다.이책을엮은‘여성문학사연구모임’은여성주의와여성문학을연구해온학자들이한국근현대여성문학사서술을목표로2012년결성한모임으로,『한국여성문학선집』은그첫번째프로젝트이자성과물이다.
이프로젝트는“왜우리에게는『다락방의미친여자』같은전복적인여성문학사,『노튼여성문학앤솔러지』같은여성문학선집이없는가?”라는한가지명확한의문과강렬한열망으로부터시작되었다.여성문학사서술은여성주의운동뿐아니라전세계적으로이루어진문학사탈구축작업의일환이기도하다.문학사탈구축작업은세계대전이후파시즘적잔재를청산하는과정에서문학사에깃든국민·국가,남성·엘리트,문학중심주의등을걷어내고여성과소수자문학을문학사에반영하자는움직임이었다.민주화가이루어진1990년대이후한국에도문학사탈구축작업에대한논의가시작되었지만여성문학사서술은시도조차이루어지지못했다.이유는명확하다.남성중심의문학사서술이굳건하게형성되어오는동안,여성문학사는서술을시작할텍스트선별조차이루어지지못했기때문이다.
여성문학은그전통을이어왔음에도역사적계보와문화적가치를온전히인정받지못했다.오랜역사동안여성작가의‘저자성’과여성문학의‘문학성’은의심받았으며,주류문학사에서배제되거나주변화되어왔다.오늘등장한『한국여성문학선집』이한국최초의‘여성문학사’이자‘새로운문학사’서술의출발점이되는이유다.『한국여성문학선집』은그동안문학사에없던여성의기준과관점으로근현대한국여성문학의계보를집대성하고,제도문학중심의구분에서벗어나장르제한없이여성지식생산과글쓰기실천을아카이빙한최초의작업이다.
‘최초’는‘다음’을약속한다.여성문학사연구모임은『한국여성문학선집』이후본격문학과국민문학을넘어대중문학과퀴어문학,디아스포라문학을포괄하고해외학회와협업한다양한선집을후속과제로남겨두었음을밝히며,시대마다문학공동체마다다시,그리고새롭게쓰일새로운문학사의탄생을예고한다.
최초의‘여성문학사’이자‘새로운문학사’
문학사는가장실용적이고정치적인문학의영역이다.사회와역사를이해하고개인의가치관을형성하는문학교육의주요한방법론으로‘문학사교육’이위치한다는점에서그렇다.바로그이유로과거국가권력은문학사를‘민족’과‘시민’을양성하는첫번째도구로삼았으며,또한같은이유로문학사는민주화이후가장먼저심판대에오르게되었다.1980년대서구로부터시작해2000년대한국사회에도민족과이념중심의‘남성중심의문학사’를해체하고새로쓰는‘문학사탈구축’에대한논의가있었지만,그성과는미약했다.새로운문학사서술작업이이루어지지못했기때문이다.그로인해문학사는문학연구와교육모두에서‘죽은지식’으로외면당해왔다.그역사끝에『한국여성문학선집』이등장했다.『한국여성문학선집』은그동안문학사를떠받친문학,역사,학문을둘러싼오랜기준들을오늘날의관점으로의심하고새로이들여다보며완성한‘최초의여성문학사’이자‘새로운문학사’서술의시작이다.
시대가만들고,시대를만든작품
『한국여성문학선집』은‘최초’라는단어가상징적이고추상적인의미에서가아니라실질적인‘원칙’으로작용한책이다.‘여성문학의진일보를이룬작품을집대성한다.’는목적과학술적·역사적근거와의미를가진작품을장르구분없이발굴하고소개한다는대원칙아래,책에대한다른원칙들이세워졌다.작품뿐아니라‘학술’과‘역사’까지도여성적관점으로다시보고,작품과작품이만들어진시대의공기까지도충실히담을것이라는규칙들이다.
『한국여성문학선집』은근대개화기조선부터1990년대민주화이후한국까지의시대를역사적전환점으로구분하고,시대마다독자적인개성과전환을이룬여성문학작가와작품을선별해담았다.시,소설,산문,희곡뿐아니라잡지창간사,선언문,편지,일기,노동수기등제도화된문학형식밖에있다는이유로문학사에서다뤄지지못했던다양하고자유로운‘여성글쓰기’를총망라했다.
한국여성해방100년의기록
기존문학사에서는나혜석의「경희」가《여자계》에발표된1918년을여성문학의원류로보았다면,『한국여성문학선집』은그보다20년앞선1898년「여학교설시통문」을‘여성글쓰기’의원류로본다.이글은여성이남성과동등하게교육받고일할권리가있고이를위한학교를설립하자고주장하는내용으로,이름을밝히지않은두여성이신문에투고해발표한글이다.『한국여성문학선집』은이글을“근대매체인신문을통해공적담론인‘선언문’의형식으로페미니스트집합의식을발표한최초의글”(1권,시대개관)이라평가하며‘여성글쓰기’의원류로짚는다.「여학교설시통문」을발표한이듬해이글의저자들이한국최초의여학교를설립하고,그로부터20년후한국여성문학의원류인나혜석,김일엽,김명순이동시에등장했다는사실은한국여성문학이만들어온여성해방의방향성과방식을명확하게보여준다.
여성의글쓰기와삶은앞선여성의글을읽고다음여성의삶을상상하는가운데서적극적으로공명하고움직이며이루어졌다.시대마다형태를달리하며여성에게가해진억압과그에따라순응하고저항하며만들어간여성의삶,그리고그속에서시대를뛰어넘어고민하고열망한‘자유’,여성해방의과정을『한국여성문학선집』을통해고스란히만날수있다.
누구나이해할수있는문학사
『한국여성문학선집』은문학사에대한전문적인지식없이도누구나읽고이해할수있는백과사전식구성과글로만들어졌다.‘시대개관’은각권을여는글로,다루는작품과시대전반을설명하며사회·정치·문화적맥락에서작품과작가를이해할수있도록이끄는글이다.‘작가소개’글은작가의생애와작품,문학사적성취와의미를보여주는글로,해당작가를연구해온연구자를통해방대한자료와엄정한사실검증을토대로작성되었다.
모든작품은초간본원문을우선해수록했다.이선집이지닌‘최초’의의미와자료적·교육적가치를고려해세운기준이다.장편소설은작품소개와주요장면을발췌해수록했다.현재까지도널리읽히는1990년대소설과시를포함해,쉽게구할수없었던1950~1970년대작품까지여성문학사의주요작품들을한눈에확인할수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