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러드

플러드

$17.00
Description
서늘한 유머로 그려 낸 변화와 구원,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
영미 문학 최고의 상인 맨부커 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는 업적을 이뤘으며, 노벨상 유력 수상 작가로 꼽혔으나 2년 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작가 힐러리 맨틀. 그에게 첫 대중적 성공을 안겨 주었으며 위니프리드홀트비 기념상을 수상한 장편소설 『플러드』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된 맨틀의 장편소설은 맨부커 상 수상작인 『울프 홀』과 『브링 업 더 보디스』(한국판 제목 『튜더스, 앤 불린의 몰락』), 그리고 『보다 안전한 곳』(한국판 제목 『혁명 극장』)까지 모두 장중한 역사 소설들이라 작가의 세계적 명성에도 불구하고 독자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작가의 1989년 작인 『플러드』는 그와 사뭇 결을 달리하는 작품으로, 그간 한국 독자들은 만날 수 없었던 맨틀의 재치와 희극에 대한 안목을 맛보게 한다. 맨틀의 대작 역사 소설들에 견주면 날렵해 보일 정도의 분량이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 ‘플러드’처럼 많은 것을 숨긴 작은 보석과도 같은, 결코 그 깊이가 뒤지지 않는 작품이다.

『플러드』는 1950년대 후반 영국 북부에 위치한 작은 마을에 새 보좌신부 플러드가 부임해 오면서 잇따라 일어나는 신비로운 사건들과 그로 인해 등장인물들의 삶을 완전히 바꿀 변화를 그린 소설로, 어린 시절 맨틀이 겪은 실제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다. 종교가 예전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산업화 이후의 20세기에도 여전히 본질을 호도하는 종교의 위선을 그리며 그에 대한 풍자를 통해 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질문하는 한편, 잃어버린 믿음과 사랑을 회복하며 영혼을 되찾는 기적 같은 변화는 언제든 가능하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또한 『플러드』는 문학적 야심으로 가득 찬 젊은 작가 맨틀을 만나는 기쁨이기도 하다. 아직 완숙기에 이르기 전이지만 차근차근 이야기를 쌓아가는 방식과 인물들의 면면을 드러내는 맨틀의 소설 기교는 능수능란하며, 중심 주제를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1950년대 스타일로 구사한 문체는 당시 전성기를 구가하던 영국 작가 아이리스 머독과 그레이엄 그린을 떠올리게 한다.
선정 및 수상내역
위니프리드홀트비 기념상 수상작
저자

힐러리맨틀

HilaryMantel
1952년잉글랜드더비셔에서태어났다.런던정경대학과셰필드대학에서법학을공부했다.졸업후생계를위해사회복지사,백화점점원등으로일하며글을썼다.1977년부터아프리카와사우디아라비아에서10여년을지낸뒤영국으로돌아와1987년부터약5년간주간지《스펙테이터》에서영화평론가로활동했다.
1985년장편소설『매일이어머니날(EverydayisMother’sDay)』로소설가의길에들어섰다.이후인종문제와성적억압문제를다룬『가자거리에서보낸8개월(EightMonthsonGhazzahStreet)』,제도화된종교사회를유머러스한문체로고발한『플러드(Fludd)』,프랑스혁명을새로운시각에서그린역사소설『보다안전한곳(APlaceofGreaterSafety)』,잉글랜드북부출신세젊은이의삶을섬세하게묘사한사실주의소설『사랑실험(AnExperimentinLove)』,런던교외를무대로한블랙코미디『비욘드블랙(BeyondBlack)』등의소설과회고록인『유령을포기하다(GivingUptheGhost)』를썼다.작품대다수가영연방작가상,코스타상,호손덴상,첼튼햄상등영국의주요문학상을수상했다.2006년대영제국훈작사훈장을받았고,2014년에기사작위에해당하는대영제국데임커맨더훈장을수여받았다.2010년에발표한『울프홀(WolfHall)』과2013년에발표한후속작『브링업더보디스(BringUPtheBodies)』로맨부커상을수상해전례없는업적을이뤘다.2022년향년70세를일기로세상을떠났다.

목차

작가노트9

1장13
2장38
3장64
4장89
5장116
6장145
7장170
8장201
9장224
10장246

출판사 서평

맨부커상2회수상에빛나는힐러리맨틀
그가남긴작은보석같은소설

“『플러드』로맨틀은오늘날영어로소설을쓰는
작가들의맨앞자리에위치하게되었다.”_《가디언》

“나는당신을변화시키려고왔어요.
변화가내일이지요.”

1956년영국북부,황무지한가운데에자리잡은퇴락한방직공장마을페더호턴.가난한아일랜드인들이생계를위해이주해와형성된이마을은주민대부분이문맹에,상거래를위해서는조합에기대야하고몇몇개신교도를제외하고는아이들을성당에서운영하는학교에보내는폐쇄적인공동체이다.이야기는전근대와현대사이에어정쩡하게걸쳐져있는그곳에주교가방문하면서시작된다.교회의현대화를추진하는로마가톨릭의정책에따라주교는앵윈신부의수하에있는페더호턴의전근대적교회를20세기에걸맞게개혁할것을주문한다.그는그간라틴어로행해온미사를현지어로바꿔집전하고,그에더해성당안에있는성상들을폐기하라는명을내린다.“시칠리아의무지렁이들도수치스러워할미신을믿는”주민들을신앙의길로이끌어야하는앵윈신부는고뇌에빠진다.사소한종교규율을신줏단지처럼모시는그에게는사실비밀이하나있다.더이상신을믿지않는다는것.20여년전어느날아침갑자기사라진믿음은지금도돌아오지않은채이지만그는그럭저럭만족하고있다.그런데이제그안온한기만에종지부를찍을때가온것이다.
주교는자신의명령을이행하는데도움이될조수를보내겠다고하고돌아가고,며칠후앵윈신부와마을수녀원에서파견한아일랜드출신수녀필로메나와성당청년회신자들이함께성상을땅에묻는다.그러고나서얼마후세찬비바람이몰아치는밤.사제관의문을두드리는소리가들린다.가정부애그니스가문을열자사제복을입은젊은남자가있다.그는자신의이름을‘플러드’라고소개하며,이곳에머무르러왔다고말한다.애그니스는그가주교가보낸보좌신부라고생각하고안으로들인다.그런데그순간그녀의몸속에서어떤변화가일어난다.미세하지만언제까지나끝나지않을작은움직임이시작된것이다.
앵윈신부는새로운보좌신부를맞아그날밤함께위스키한잔을한다.그런데추위를가시기에늘모자란벽난로불이그날따라활활타올라응접실은후끈후끈할지경이고,플러드신부의접시위의소시지는줄어들기미가보이지않다가순식간에사라지고,앵윈신부의술병속위스키는어느새인가다시차올라있다.애그니스는플러드가온날밤,처음으로싱크대에설거짓감을놓아두고잠자리에든다.그런그녀깊은곳에서은밀한목소리가속삭인다.나는당신을변화시키러왔어요.변화가내일이지요.


“하지만이곳에선뭔가가썩고있어요.”
“네.그문제의해결을도우러오셨나요?”

이상한일들이일어난다.플러드를만나는이들이모두그에게자신의속마음을터놓는다.앵윈신부는자신이무신론자가되었음을고백하고,폭군처럼수녀원을운영하는페르페투아원장수녀는수녀들이입회할때입고온옷들을보관해둔궤짝을플러드앞에서활짝열어젖힌다.그는어린이들에게교리를가르치고성당에남은몇안되는성상을손보는젊은수녀필로메나를만난다.필로메나는자신의몸에생긴피부병을성흔(聖痕)이라고주장하는광신자어머니때문에아일랜드에서이곳까지오게되었지만,페르페투아수녀에게학대에가까운괴롭힘을당하고있으며수도자의삶에열의가없다.그녀는플러드에게자신이품은회의와의문에대한답을구하고두사람은들판에있는헛간에서은밀한만남을갖기로한다.헛간에서플러드는필로메나의손금을봐주고는그녀의운명에대한힌트를주고,필로메나역시자기안에서따뜻하게차오르는변화의열기를느끼기시작한다.플러드역시필로메나로인해자기안에생각지도못한변화가일어났음을발견한다.
그리고다음날밤.앵윈신부와그의가정부애그니스,그리고필로메나수녀는자정가까운시각불현듯잠에서깨어난다.세사람은바깥으로나와한장소에서마주친다.그곳에플러드가매장한성상들을꺼내기위해땅을파헤치고있다.세사람은즉시함께성상들을다시파헤치는작업에착수하고,거기에앵윈신부가악마라고굳게믿고있는성당신자이자마을에서담배가게를운영하는매커보이가가세한다.이번에도신비로운힘의작용으로아침이오기전발굴작업은완료된다.모두가각자의잠자리로돌아가고,플러드와필로메나수녀는눈이내리는가운데수녀원으로향한다.플러드는필로메나에게교회당국의허가를기다릴것없이자신의길을떠날것을부추기며입맞춤을한다.다음날아침이되어눈은모두녹아사라지고,가정부애그니스는습관처럼거울을보다가얼굴에있던사마귀가감쪽같이사라진것을발견한다.같은시각,수녀원을떠나기망설이는젊은수녀필로메나에게선배인안토니오수녀는말한다.간밤에원장수녀페르페투아의입술에사마귀가돋았다고.필로메나는수녀원장이잠시자리를비운틈을타궤짝안에보관되어있던평상복중한벌을골라입고다시세속의세계로떠난다.그곳에는플러드가그녀를위해예비해둔새로운삶이기다리고있다…….


“사람의자아에는반드시죽여야만하는것들이있죠.
익숙한세계를도끼로내리쳐야한다는것입니다.”

힐러리맨틀이작가노트에미리밝혔듯플러드는16~17세기에활동한의사이자학자이며연금술사인실존인물플러드를모티프로창조한인물이다.왜연금술일까.다시맨틀에따르면,“연금술에서는만물에문자그대로의사실에기반한설명이있으며그에더해상징적이고환상적인설명도있다.”그렇다면연금술사란그설명에어긋나있는것에제자리를찾아주는존재일까.그런데주인공플러드는“요즘들어금속대신인간의본성을가지고작업을했다.예측성은떨어지지만더만족스럽고더위험한기술이었다.”필로메나수녀는플러드에게예지능력이있음을단번에알아본다.사물의본질을꿰뚫어보는능력이있음을.자신의정체를알아본그녀에게플러드는예전에자신은“물질에서영을뽑아내”고“더는견딜수없는상황에갇힌영혼”을해방해주는것이었다고말하며,“익숙한세계를도끼로내리쳐야한다.”고한다.그러나“무엇이든정화가되려면먼저부패해야한다.(…)분리와건조,가습,용해,응고,발효를거친후에야정화,즉재조합을맞이할수있다.그결과세상이지금까지한번도목도하지못한물질이창조된다.”플러드는완전한작별을통해새로이거듭날것을촉구하고,등장인물들은그의연금술에따라새로운삶을맞이한다.
힐러리맨틀특유의무자비함과신랄함,블랙유머가포진해있지만결국『플러드』는삶의새로운가능성과희망에대해이야기하는소설이다.델피옴보의그림「나사로의부활」에서앞으로남은5라운드라는생의시간을,베르고뇨의성모자(聖母子)그림에서그럼에도계속되는삶을읽어내는작가의혜안은더없이인간적이면서도세속을초월하는지혜가담겨있다.인간가장깊은곳을꿰뚫어보았던작가힐러리맨틀.『플러드』를통해그가이야기하고자한것은인간의연금술이완벽하게가능하다는것이다.그리고그연금술은사랑이라는촉매제를통해이루어진다는것.그러니소설속한구절대로,“놀라운점은인생은공평하다는사실이다.그러므로누군가이미말했듯이,우리에게필요한것은정의가아니라자비”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