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울프’가조카딸을위해쓴환상동화『럭턴유모의커튼』
글버지니아울프,그림진청,번역이미애
“이제동물들이움직이기시작했어.
먼저코끼리와얼룩말이,다음에는기린과호랑이가,
그리고타조와개코원숭이,마멋열두마리와몽구스한떼가뒤를따라갔어.”
이작품은1924년당시마흔두살이었던'고모울프'가집에놀러온조카딸'앤'을위해썼다고알려져있다.“하나,둘,셋,넷,다섯!늙은유모가드디어곯아떨어졌구나.영양이얼룩말에게고개를끄덕였어.”고모가이앞부분을읽어주며어린조카의눈을보고고개를끄덕일때,앤은얼마나가슴이두근거렸을까?평생자녀를두지않았던울프가어린조카를얼마나애지중지했을지짐작하기어렵지않다.
동화속나이든유모‘럭턴’에게는비밀이하나있다.바로동물들을산채로얼어붙게만들어커튼위에수놓는도깨비라는것.하지만유모가잠이들면그마법이풀리고,동물들은물을마시러달려간다.달려가는동안어떤인간도동물들을막거나해코지하지않는다.사람들의따뜻한무관심속에서기린,원숭이,코끼리,얼룩말이호수를향해힘껏달리고,과일을탐하며평온한오후를보낸다.
사랑스러운색감을표현하는일러스트레이터,진청
“책을펼치면이렇듯다정한이야기들이
유모가수놓는파란커튼속에서한땀씩열립니다.
저도실이아닌물감으로커튼을수놓으며
책속푸른세상에서맘껏자유로웠습니다.”
-작업후기
‘진청’은‘deepblue’라는뜻이다.이름에서알수있듯물감으로구현하는독특한색감은그의도구이자무기.물감이충분히마르려면시간이필요해서진청작가는한순간도서두를수없었다.하나하나사물들을따로그려서한폭에모아작품을완성하는과정은그야말로‘수놓는’것과비슷하다고……아,이번에는사물이아니라,동물이겠다.『럭턴유모의커튼』에는‘동물들’이떼로나온다!기린,호랑이,개코원숭이,마멋…..모든동물들이붓결에따라저마다의색과물기와햇볕을머금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