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여인의 키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거미여인의 키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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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문학 최고의 문제작. 비좁고 음습한 감방, 낭만적인 동성애자와 냉소적인 게릴라의 만남, 싸구려 멜로 드라마를 매개로 펼쳐지는 성과 억압, 사랑과 편견, 자유와 폭력에 대해 들려주는 매혹적인 장편 소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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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누엘푸익

저자:마누엘푸익

아르헨티나부에노스아이레스의북서쪽헤네랄비예가스에서태어나어린시절을보내고1956년이탈리아협회의장학금을받아로마의치네치타실험영화센터에입학하였다.시나리오를쓰지만별주목을받지못하여소설을쓰기시작하였다.따라서자연히영화와문학작품을연결시키는문제에관심을갖게되었다.

그의첫소설『리타헤이워스의배반』(1958)은나오자마자베스트셀러가되었고프랑스《르몽드》지의최고의소설로선정되었다.두번째소설『색칠한입술』(1969)역시고국에서는판금되었으나외국비평가들에게극찬을받았다.특히『부에노스아이레스사건』(1973)은페론을패러디한것으로푸익은에바페론의암살리스트에오른다.가장대표적작품은『거미여인의키스』(1976)이며그외에『천사의음부』(1979)『이책을읽는자에게영원한저주를』(1980)『보답받은사랑의피』(1982)『열대의밤이질때』(1988)등이있다.



역자: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스페인어과를졸업했다.콜롬비아카로이쿠에르보연구소에서석사학위를,하베리아나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하고전임교수로재직했다.현재울산대학교스페인중남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보르헤스의미로에빠지기』등이있고,옮긴책으로『붐그리고포스트붐』,『거미여인의키스』,『탱고』,『콜레라시대의사랑』,『내슬픈창녀들의추억』,『꿈을빌려드립니다』,『모렐의발명』등이있다.

출판사 서평

아르헨티나가낳은세계적인작가마누엘푸익의작품『거미여인의키스』는소설뿐아니라영화,뮤지컬,연극등장르를불문하고대성공을거둔주목할만한작품이다.마누엘푸익은왕자웨이감독의영화[해피투게더]의원작을쓴작가로도잘알려져있다.푸익의작품들이동성애와정치범을다루고있다는이유로고국에서판금되었기때문에『거미여인의키스』의첫출판은1976년스페인에서이루어졌는데즉시베스트셀러가되었다.미국과유럽에서는대중문화와진지한문학사이의위대한구분을과감하게탈피한작가로호평을받아왔다.1985년엑토르바벤코감독의영화「거미여인의키스」가아카데미작품상,감독상및시나리오상등에후보로올랐고몰리나역을맡은윌리엄허트는남우주연상을수상하였다.1993년에는뮤지컬「거미여인의키스」가<토니>상7개부문을석권하고이후브로드웨이의단골작품이되어왔다.또한이작품은희곡으로도만들어져『스타의망토아래서』란제목으로출판되었다.푸익은라틴아메리카현대문학사에서보르헤스,마르케스다음세대로이사벨아옌데와더불어라틴아메리카를대표하는세계적작가이다.또한작품성과상업성을모두갖춘보기드문작가로서우리나라에서는영화마니아들사이에잘알려져있다.

왜세계가마누엘푸익을주목하는가?
대중문화와진지한문학사이의구분을과감하게탈피하여대중문화를통해고급예술을창출한작가.
레슬리피들러LeslieA.Fiedler(포스트모던비평의선구자)는순수문학과대중문학의차이점을다음과같이말한다.<그두가지의차이점이란결국문학특유의즐거움과감동을소수에게주느냐,다수에게주느냐하는것인데,가장위대한문학이란그두부류의독자들을동시에만족시킬수있는것이어야한다고생각한다.>고급문화대대중문화의대립논쟁이앞으로어떻게전개될지는모르겠지만<가장위대한문학>에관한피들러의관점에서볼때『거미여인의키스』는확실히<위대한작품>이라고할수있다.
문학의기능은인간으로하여금일상의의식에서탈출해또다른의식의세계로들어가게해주는것이다.즉독자가자아의세계로부터벗어나초자아의세계로들어가도록해주는데있는것이다.푸익은완전히상반적인두명의주인공들을극한상태로몰아넣음으로써이들의꿈과환상을통해우리들로하여금인간본성의정수를느끼게한다.감금의상태를벗어나고자하는몰리나의몸부림,그리고몰리나의얘기를<싸구려낭만주의에빠진헛소리>라고비아냥거리던발렌틴역시결국몰리나가만들어낸환상에빠지는모습속에서우리는현실속에갇혀사고의자유가경직되어버린자신을발견하게된다.
왜『거미여인의키스』가아름다운가?
<거미여인의키스>에서,우리는어둠속에서외롭게고통받는사람들의목소리를들을수있지만,우리의눈에보이는것은영화의마술과로맨스이다.NewYorkTimes
푸익은독창적이고도도발적인방식으로사회문제에정면으로대항하고있다.그러나이작품은<비감정적이고정밀한문체로인간세계가아직희망이있다는것을보여주는매우아름다운작품이다(TimeLiterarySupplement)>.이작품에대해시인황인숙은다음과같은시를썼다.<몰리나의사랑이불쾌하지않은건몰리나가아름다운사람이기때문이다.그는육체를벽으로생각하지않았다.몰리나의가슴은평화와우아함과미소로가득했다.몰리나는진정한여성이며진정한인간이었다.나는이기묘한사랑이야기를들으며한편의판토마임을생각했다.>
몰리나는한남성과평생을살면서그를주인으로받아들이고,그가껴안으면두려움을느껴야한다고생각하는,허울만남성인여자이다.그런데이러한태도는부르주아적이성애모델을답습한것으로,동성애자역시착취적인남/여모델에의해왜곡되어있다.게다가도덕적으로금기시되는동성애에대한죄의식이이중의굴레를씌운다.발렌틴은<여성이된다는것은순교자가되는것이아니며,남성이된다는것은특별한권리를가지는것이아니다>라고말한다.더군다나<성적취향이인간의존엄성을해칠수없음>을주장하고있다.마르쿠제가동성애자를사회의억압적요소를상기시켜주는비판적철학자에비유하듯우리는몰리나를통해애처로운환상을그러나아름다운관계의가능성을본다.
라틴아메리카현대소설은60년대이후세계현대작가들에게지대한영향을미치면서상업적으로도성공을거두었으나,국내에관심을불러일으키면서본격적으로소개되기시작한것은1990년대초이다.마르케스를위시한이들<붐>작가들은지역성과세계성을적절히융합하면서현대인이처한상황을다양한서술형식으로접근하였다.한편1980-90년대에전성기를맞기시작한<포스트붐>세대는<붐>작가들이읽기어려운난해한소설을추구하는엘리트주의에빠져있으며지나친세계주의성향으로라틴아메리카의현실을무시하고있다고비판하면서소설장르자체에문제를제기하는경향을강하게보여준다.마누엘푸익은<포스트붐>의이러한특징을잘보여주는대표적작가로서작품성과대중성을고루갖춘작가로주목받고있다.

성과정치
성의억압을푸익은현대를파악하는가장중요한요소로삼고있다.그는작품속에서,남성우월주의와남성성/여성성이라는이분법적성이데올로기에억눌린인물들을통해성을둘러싼인류의관습과제도들을문제화하고있다.푸익은이러한성적억압이할리우드식영화나멜로드라마가최상의가치인양제공하는<사랑>이라는이름으로행해지고있다고비판한다.푸익은성에있어서음성적이고터부시되는모든것을탈신비화하기위해글을쓴다고말한다.
동성애자인몰리나와좌익게릴라인발렌틴이이소설의주인공이다.이들은같은감방에수감되어있고,감옥생활의무료함을달래기위해몰리나가자신이관람했던영화들을발렌틴에게들려주는데,그러는동안에두죄수사이의관계가진전되어간다.처음에,몰리나가들려주는영화는이성적이고정치적인발렌틴에게는비판의대상일뿐이다.그가보기에이것은부르주아사회의하찮은대중문화의일종이고동시에인간을비정치적이되도록세뇌하기때문이다.그러나자신이진보적인남성임을자만하면서,몰리나를싸구려감정에매달리는여자같다고경멸하던발렌틴은몰리나에게서인간의진정한애정을발견하게된다.이러한관계의진전은소설의역동성을마련해주는데,그관계의절정은소설후반에이루어지는두인물간의성애에서완성된다.
인간적합일이라는구도를통해작가는동성애를하나의성도착증으로터부시해온기존관념과,여성과남성을여성성과남성성의대비로가둬두는성이데올로기를문제삼고있다.소설처음에는몰리나와발렌틴이각각여성과남성성을대표하는듯하지만,두사람사이에진정한이해와애정이싹트고결국성적인합일에까지이르게되면서작가의의도는오히려그러한관념들의허구성을증명하는데있음을알게되는것이다.푸익은이러한의도를뒷받침하기위해정신분석학자들의성에대한이론과반론들을각주형태로제시하는데,독자들은각주로나타난학문적텍스트와인물사이의대화로나타난허구텍스트를계속적으로대비하고비교함으로써능동적역할을증대시키게된다.

영화와문학
어린시절푸익은자신에게<영화란현실을대체할수있는하나의언어체계>였다고회고한다.엄마와함께관람한영화를회상하는형식의{리타헤이워스의배반}은작가의자전적인소설이다.조그만마을에서무료한시간을보내기위해보았던영화들이후에그의소설에커다란영향을끼치게된다.시나리오작가로출발했던푸익의소설들은영화를빼놓고는말할수가없다.{부에노스아이레스사건}은왕자웨이감독의영화[해피투게더]의원작으로도널리알려진작품이다.영화「거미여인의키스TheKissoftheSpiderWoman」에서는영화속의영화가몰리나에의해절묘하게각색되어보여진다.
영화의역할은이소설에서몰리나와발렌틴의관계및주제를암시한다.소설속에나오는두번째영화는나치치하의프랑스가무대이며독일정보장교버너대위와카페에서노래를부르는미모의여가수레니사이의비극적인사랑이야기이다.레지스탕스의요구에의해버너에게접근하는레니,그러나레니는버너를사랑하게된다.그리고자신의조국인프랑스를위해서는버너를배반해야하는현실사이에서괴로워한다.끝내버너의품에서총에맞아죽는레니.사실몰리나는,수사반장의계략으로발렌틴과같은감방에넣어졌는데,그의임무는발렌틴조직의비밀을알아내는것이다.그러나<진정한남자>를그리워하는호모인몰리나의눈에,발렌틴이이상적인남자로비치면서어느덧몰리나는발렌틴을사랑하게된다.현실속에서영화이야기가진행될수록,몰리나와레니가동일시되며,우리는이이야기를통해몰리나의운명을예견할수있다.여기에나오는6편의영화이야기를주제와연결시켜보는작업또한이작품만의또다른즐거움일것이다.

거미여인과발렌틴
영화[거미여인의키스]가동성애를다룬대표적작품으로만알고있다면섹스sex와젠더gender를구분하지않고단지외양만보는우를범하는것이다.이작품에서몰리나의행동이나말투그리고사고방식은전형적인여성이다.즉,젠더로서의여성이다.그런몰리나는결국획일적사고방식을지닌발렌틴을거미줄로사로잡는다.그러면서두사람은서로를진정으로이해하게되고목숨을내거는일도두려워하지않는진정한사랑을한다.몰리나는결국발렌틴을사랑하면서게릴라처럼폭력에휘말려숨진다.한편좌익게릴라인발렌틴은몰리나를이해하면서몰리나처럼낭만적꿈속에서안식을취한다.결국몰리나는자신의거미줄에걸려죽음의길을가고발렌틴은몰리나의거미줄에사로잡히게되는것이다.
정치적탄압이라는무거운소재를다루고있지만이작품의주제는숭고한인간정신이다.마침내정보입수를미끼로석방된몰리나는발렌틴의메시지를전하기위해형사들이미행하는가운데지하운동원을만나러간다.미행자를따돌린몰리나가상대를확인하고택시를타려는순간뒤따라온형사들이총격을가한다.택시는도망가고몰리나는필사적으로택시를타려고달려가는데오히려택시안의여자가몰리나에게총을쏴버리고도주한다.싸구려낭만주의의대중문화에깊이빠져있다고무시당하던,그리고보수적인카톨릭사회에서무시와멸시를당해야하는몰리나는결국형사들에의해쓰레기더미에버려지지만발렌틴과같은길을간것이다.한편심하게고문받고누워있는발렌틴은의식을잃고<짧지만행복한꿈>속에서몰리나처럼현실의고통을잊는다.극단적인성해방의상징인게이와극단적인정치투쟁의상징인게릴라는도저히이루어질수없는한쌍이다.그러나두사람은기성사회의금기에대항하고있다는점에서일치하며,전혀다르게보이는성이이처럼정치와마주치게된다.이작품은단순히동성애를다룬것이아니라진정한사랑이란서로를이해하면서서로를닮아가는것임을말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