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암살자 1

눈먼 암살자 1

$17.06
저자

마거릿애트우드

지은이:마거릿애트우드(MargaretAtwood)
유년시절곤충학자인아버지를따라오지를돌며많은시간을보낸애트우드에게독서는유일한놀이였다.일찍이미스터리소설과만화,교양서까지다양하게섭렵한그녀는여섯살때부터희곡과시를쓰기시작했고,작가가되기로결심한뒤토론토대학교와하버드대학교에서영문학을공부했다.스물한살에발표한첫시집『서클게임TheCircleGame』(1964)으로캐나다총리상을수상했고,이후세계적베스트셀러가된『시녀이야기TheHandmaid’sTale』(1985)와부커상수상작『눈먼암살자TheBlindAssassin』(2000)를비롯해『고양이눈Cat’sEye』(1988),『도둑신부TheRobberBride』(1993),『그레이스AliasGrace』(1996)등수십편의시와소설을발표하여,오늘날노벨문학상후보에매년이름을올리는현대영문학의대표작가로평가받는다.

애트우드는권위적인남성중심사회를비판해온페미니즘작가로알려져있지만,동시에환경과인권,현대예술,신화등폭넓은주제를다루는작가이기도하다.나아가일러스트레이터,각본가,인형술사등으로다방면에서예술적기량을펼치기도했다.그녀는학창시절셰익스피어연극을접하고그로부터많은영향을받았는데,이는『마녀의씨』를집필하는결정적계기가되었다.‘셰익스피어다시쓰기에관해듣자마자『템페스트』를떠올렸다.『템페스트』는여러모로종합예술의초기버전이라할수있는작품이다.만약셰익스피어가오늘날의작가였다면분명온갖특수효과와기술을총동원해작품을만들었을것이다.또한그가남긴많은질문들과씨름하는것은더없이즐거운일이다.’마법과환상이소용돌이치는셰익스피어식복수극에춤과음악,당차고독립적인여성상등의현대적요소가더해진『마녀의씨』는400년전거장의작품세계를계승한결과물인동시에,작가자신이추구해온예술적요소들을집대성한애트우드문학의결정판인셈이다.  

옮긴이:차은정
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와같은과대학원을졸업하고,영국서섹스대학에서영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상명대학교와천안대학교에서강의를했으며,옮긴책으로는『눈먼암살자』,『고양이눈』등의마거릿애트우드작품외에『하나님이당신의이름을속삭이실때』등이있다.  

목차

1권

1부
2부
3부
4부
5부
6부


2권

7부
8부
9부
10부
11부
12부
13부
14부
15부

감사의말
작품해설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타임》선정현대100대영문소설|부커상수상작

현대캐나다문학을이끄는여성작가마거릿애트우드의대표작
요동치는20세기를지나온여인의비밀스러운삶과비극적인가족사가담긴회고록
섬세하고예리한다층의이야기들이러시아인형처럼완벽한구조를이룬소설


세계가주목하는캐나다문학의거장마거릿애트우드의대표작『눈먼암살자』가민음사세계문학전집(260,261)으로출간되었다.애트우드는지난사십년간『시녀이야기』,『고양이눈』,『인간종말리포트』등뛰어난상상력과독창적인서술방식이빛나는훌륭한소설들을창작해왔다.『눈먼암살자』는이러한작가적재능이최대로발휘된걸작으로애트우드에게세계적인명성을안겨주었다.팔십대의화자아이리스가죽음을앞두고작성하는회고록과스물다섯에사망한그녀의여동생로라의이름으로출간된소설「눈먼암살자」가교차하는가운데사랑과욕망,희생과배반이뒤얽힌비밀스러운드라마가펼쳐진다.다층의서술구조와소설속소설이라는형식을통해감추어진진실을서서히폭로하는이작품은2000년출간당시“새로운세기에나온첫번째위대한소설”로평가되며부커상과해미트상을받았고,《타임》지가선정한‘현대100대영문소설’에도이름을올렸다.기교없이담백하고신랄하면서도위트넘치고인상적인『눈먼암살자』의주옥같은문장들은2011년3월에있을‘세계책의밤’행사에서낭독될예정이다.

■감춤과드러냄의미학을보여주는치밀하고정교한구조
『눈먼암살자』는러시아인형처럼하나가다른하나를품고있는세이야기가충격적인진실을향해교묘하게얽힌삼중액자구조의소설이다.전체틀을이루는첫번째이야기는팔십대의노파아이리스의회고록이다.1930~1940년대캐나다토론토와허구의장소인포트타이콘드로가를배경으로양차세계대전,대공황,스페인내전,각종소요등국내외정세와긴밀하게얽힌두상류층집안의흥망성쇠,그리고집안을이끄는남성들의권위와욕망에따라휘둘리고희생되는아이리스의굴곡진삶이그려진다.두번째이야기는아이리스의여동생인로라의이름으로사후출간된소설「눈먼암살자」이다.상류층여성과도망중인공산주의자남성의적나라한밀애를다룬이소설은독자들로하여금두주인공이누구인지추측하게하면서후에밝혀질놀라운진실을대면하는충격을배가한다.세번째이야기는「눈먼암살자」속남자가여자에게들려주는공상과학소설로얼핏동떨어진이야기처럼보이지만,사실상계급과빈부격차,자본주의의타락,전쟁의잔혹함등당대현실에대한가장신랄한비판을담은우화이다.이액자내부의소설이사랑과질투,자기희생과배반등우여곡절을겪으면서현실의이야기도함께얽혀꼬이고뒤틀린다.그리고뒤얽힌세이야기는모두대재앙이라할하나의결말을향해간다.
애트우드는하나의이야기가감춘것을다른층위의이야기가받아서다른방식으로드러내는구조를통해작품전개의속도감과긴장감을잃지않으면서도전하고자하는이야기를하나도놓치지않고섬세하고치밀하게전달한다.“주먹은손가락을다모은것이상”이라고한아이리스의고백처럼세이야기를합한것이상의진실을담아내는데성공한것이다.『눈먼암살자』는감추어진서술들,섬세한암시들과매장된기억들로만든기막힌역작이다.

■눈먼역사를진지하게반성하는상처와고통의기념비
마거릿애트우드는캐나다를대표하는작가답게작품을통해성실하게캐나다를공론화해왔다.『눈먼암살자』에서도그녀는역사의변두리에서있는여성의회고록을통해20세기초반캐나다역사를샤를쓰고있다.“독자가믿을만한거짓말을하는것이소설가의일”이라고말한애트우드는아이리스의회고록과공상과학소설사이사이에암살자』에사건과인물에관한캐나다유뤘언론지의기사나논평을삽입하여사실과허구의경계를무너뜨린다.그리고개인이겪은실질적이고주관적인기억과정치적목적에따라재단된공적기록사이의간극D무너제시한다.t무너제는아이리스의아버이리스포트타이콘드로가에전쟁기념비를세우는일화과정상징적으로극대화된다.1차세계대전은사를영국의식민이욬던캐나다에결정적인독립의기회를제공하였기때문에캐나다역사과는영광스러운전쟁으로기록된다.그러나실제로참전하여부고말입고두동생을잃은아이리스의아버이에게전쟁은비참나다갠통스러운기억이다.그는“자진하여최고의희생을한이들”이라는미사여구로전쟁의잔혹함과무의미한살고말포장나다무마하려는애국주의,영웅주의에정면으로맞서,고장난총말든지친모습의병사동고말만들고“우리리스잊지않도록”이라는문구를새긴다.를무맥락과정20세기역사의소용돌이를무력한객체인여성의몸으로겪어낸아이리스는하나의관점에따라일관되게서술된기둴기역사왔다.방식말전?고,스스로불완전하고오류가있음을인정하면서쓰는자신의회고록을공적역사의대안으로제시한다.
경제공황으로아버지의사업이위기에처하자집안을살린다는미명아래사랑하지않는남자에게팔려가영혼없는인형같은삶을살아야했던아이리스,자신이신처럼생각하는남자를위기에서구해주겠다고한형부에게속아유린당한뒤그남자가2차세계대전에서전사했다는사실을알고죽음을택한로라.『눈먼암살자』는화려하고굵직한역사의영광스러운공적기록들과그뒤꼍에서조용히희생되어가는자매의비극적인삶을극명하게대비하면서,보고싶은것만보려하는사람들의‘눈멂’에대해경고하고,감추고싶어하는삶의어두운부분들을의식적으로드러내어다소고통스럽더라도진실과마주하고그것을“우리가잊지않도록”촉구한다.

■낙원을포기하고상실과후회와비참함과열망의이야기를택하게하는힘
애트우드는『눈먼암살자』가출간되기몇달전케임브리지대학에서글쓰기와작가의역할을주제로강의한바있다.그녀는이강의를바탕으로집필한『죽은자들과타협하기』에서모든이야기는죽음에대한두려움과매혹,죽은자의세계에서그들로부터무언가를가져오려는바람에서비롯된다고했다.죽음을앞둔아이리스는자신의기억과상상속에서걸어나온망자들과끊임없이마주치며그들이화장실벽의낙서와꿈을통해자신에게계속해서말을건다고생각한다.하여그녀는오랫동안은폐되고매장되어있던죽은자들의이야기를펼쳐내고그들과자신을기억하게할기념비격인회고록을남기려하는것이다.

흘리지못한눈물을담고있으면상한냄새를풍기게된다.기억도마찬가지다.(중략)공식적으로로라는그늘속에가려졌다.몇년이더흐르면마치그녀가전혀존재하지않았던것처럼될것이다.나는무엇을원했던가?많은것을바란것은아니었다.일종의기념비같은것.그렇지만결국생각해보면기념비란견뎌낸상처를기념하는것에불과한것이아닌가?견뎌내고혐오한.(중략)죽은자를이해하는것처럼어려운일은없다는것을나는알게되었다.그러나그들을모른체하는것보다더위험한일은없다.

아이리스의회고록은앞서말한‘지친병사’동상과마찬가지로과거를영광스럽게포장하는것이아니라“견뎌내고혐오한”상처인‘진실’을보여주기위한글쓰기이다.우리가감추려고하는삶의어두운부분을드러내는이야기,그래서아이리스는자신의회고록을“왼손잡이책”이라고부른다.

“예수님이하느님의오른손쪽에앉지.그럼하느님의왼손쪽에는누가앉지?”그녀는말했다.
“하느님은왼손이없는지도모르지.왼손은나쁜거라고하잖아.그러니까왼손이없을수도있지.아니면전쟁에서왼손을잃었을수도있고.”나는그녀를놀리기위해이렇게말했다.(중략)
“알았다!탁자가둥근거야!그러니까모든사람들이다른이들의오른손쪽에앉는거야.빙둘러서말이지.”
“그리고그반대로말이지.”나는말했다.
로라는내왼손이었고,나는그녀의왼손이었다.우리는그책을함께썼다.그것은왼손잡이책이다.

무서울정도로순진한열정으로한남자를동경하다꽃다운나이에추악한진실앞에서죽음을맞은로라의반쪽짜리삶,그리고집안과동생에대한책임감으로자신의의지와무관한삶을살다가동생을죽음으로몰고간진실을목도하고나서야뒤늦게영혼을되찾은아이리스의반쪽짜리삶.아이리스의글쓰기는온전히하나가되지못한두자매의반쪽짜리삶을하나로완성하는작업이기도하다.그러나기억을짜맞추고되살리는일은행복하기보다는고통스럽고힘든작업이다.내부소설「눈먼암살자」의여자는남자가들려주는이야기속에서두사람의행복한미래에대한암시를얻고싶어한다.그래서그녀는희생제나암살,전쟁같은슬픈이야기대신행복한이야기를들려달라고남자에게청한다.이에남자는‘아어아행성’에대한이야기를만들어낸다.모든욕망이충족된유리정원에갇힌남자들의이야기는,그러나더이상욕망할것도분투할것도없기때문에진전될수없다.여자는결국죽음이존재하는“정원밖”으로그들을내보내줄것을남자에게청한다.마찬가지로아이리스는혼자남겨졌을때그녀가간직하고있는유일한행복의흔적인사진을응시하며“자신이떨어뜨렸거나잃어버린것,손으로잡을수는없지만아직눈으로볼수있는무엇,모래위의보석처럼반짝이는그무엇”을찾으려고애쓰지만,사진속의행복한순간은이미죽음처럼존재하지않는시간이다.그리하여「눈먼암살자」속의여자가낙원의해피엔딩을포기하고계속되는이야기를택한것처럼,아이리스도사진밖으로걸어나와이야기를계속하는것이다.

사진은행복에관한것이고,이야기는그렇지않다.행복이란유리벽으로보호된정원이다.그곳으로는들어갈수도,나갈수도없다.낙원에는이야기가없다.그곳에는여로가없기때문이다.상실과후회와비참함과열망이굴곡진길을따라이야기를앞으로나아가게만든다.

무엇이그녀를계속이야기하게하는것일까.아이리스는말미에가서자신이유일한후손인손녀사브리나를위해,이제까지은폐되었던가족사의비밀과진실을그녀에게전하기위해,타락하고파멸한두가족으로부터비교적자유로운존재인그녀가자신의글과모아놓은자료들,“아무렇게나섞어놓은종이더미”를재창조할수있기를바라며회고록을써온것임을깨닫는다.그러나글을쓰고읽는것에는분명이러한의무나책임에선행하는이유가있을것이다.사브리나와의해후를상상하는회고록의마지막부분에서,아이리스는그녀에게과분한사랑도용서도바라지않으며다만자신에게귀기울여주고자신을바라봐주기를바란다고말한다.장식된해골처럼미화하는것이아니라,있는그대로의자신을인정해주는시선.그것이상처를곱씹는고통을감내하고행복한중지(中止)의유혹을떨치며계속해서글을쓰는이유,그리고고통스러운진실을대면하며그글을읽어내는이유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