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프

알레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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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

저자: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JorgeLuisBorges)
아르헨티나소설가이자시인.1899년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태어났다.생전그는『부에노스아이레스의열기』(1923)『심문Inquisiciones』(1925)『정면의달Lunadeenfrente』(1925)등의시집,『불한당들의세계사』(1935)『픽션들』(1944)『알레프』(1949)등의소설집,『영원의역사Historiadelaeternidad』(1936)등의에세이집을발표했다.이작품들은세계의주요언어로번역되었다.그의단편소설은종종박식한에세이처럼읽히고에세이는시처럼,시는짧은이야기처럼읽힌다.보르헤스는시와산문의구분이무의미하다고주장,몇몇시집에산문을포함하기도했다.실제와상상이뒤섞인그의작품들은문학?철학사에혜안을제공했고자크데리다,미셸푸코,움베르토에코등걸출한옹호자들을낳았다.
1937년부에노스아이레스시립도서관에서사서경력을시작했으나페론을비판하여해고당했고,페론정권이무너진뒤아르헨티나국립도서관관장으로취임했다.
1955년부터조금씩시력을잃었는데,그해는앵글로색슨어와고대노르드어를공부하기시작한해로이러한정황들이작품에,특히시에커다란영향을미쳤다.
1961년에국제출판인협회가수여하는포멘터Formentor상을사뮈엘베케트와공동수상했고,1971년에는예루살렘상을,1980년에는스페인국왕이직접수여하는세르반테스상을수상했다.또한영국여왕으로부터기사작위를받기도했는데,이로써가장친한친구이자존경하는기사인알론소키하노와동지가되었다.컬럼비아대학교,옥스퍼드대학교,파리대학교로부터명예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
1986년6월,여든여섯에스위스제네바에서사망했다.

  

역자:송병선
한국외국어대학교스페인어과를졸업했다.콜롬비아카로이쿠에르보연구소에서석사학위를,하베리아나대학에서문학박사학위를취득하고전임교수로재직했다.2018년현재울산대학교스페인중남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보르헤스의미로에빠지기』등이있고마르케스의『썩은잎』,『콜레라시대의사랑』,『내슬픈창녀들의추억』,『나는여기에연설하러오지않았다』를비롯해『픽션들』,『알레프』,『거미여인의키스』,『모렐의발명』,『천사의게임』,『판탈레온과특별봉사대』등의작품을우리말로옮겼다.제11회한국문학번역상을수상했다.  

출판사 서평

불멸의거장보르헤스가남긴‘영원’과‘순간’에대한이야기
환상문학의틀속에담아낸현대사상의현란한만화경
익숙했던세계의지평이무너져내리는가장충격적인문학체험


20세기현대문학의거장호르헤루이스보르헤스를대표하는열일곱편의단편이수록된소설집『알레프』가민음사세계문학전집(281)으로출간되었다.중남미문학의권위자송병선교수가새롭게내놓은이번번역은작가특유의메마르고절제된문체를생생하게살리고의도적으로사용된추리,환상문학등의장르문법을존중하여,현학적이고고답적인이미지에서탈피한‘21세기의보르헤스’를지향하였다.
『알레프』는보르헤스의소설을말할때빼놓을수없는극한의사고실험과추리소설적기법,‘변화’와‘반복’이라는세계관이응집된단편집으로,『픽션들』과더불어그를세계적작가의반열에올려놓은대표작일뿐만아니라20세기의패러다임을바꾸는데지대한공헌을한작품집이다.
이책을펼친순간독자는시간과공간에대한확고한믿음이일순사라져버리는순간을만난다.무한이한점으로응집되는순간,영원이찰나로집중되는순간,바로그전율의순간을책장가운데에서마주치는것이다.유대교신비주의전승,고대그리스의고전,중세신학논쟁,다중우주이론등무수한소재를넘나들며부에노스아이레스의어두운뒷골목,아즈텍왕국저편의신비로운감방,위치가밝혀지지않은‘죽지않는사람들’의도시,이단시비가광풍처럼휘몰아친중세이탈리아등다양한무대를마음껏누비는이현기증나도록다채롭고환상적인이야기들은본격적인단편소설의문법안에서우리가살아가는세계에대한충격적인전환을보여준다.
헤브라이어첫번째알파벳이자,‘처음’을뜻하는‘알레프’는이소설집의마지막을장식하는단편제목이기도하다.소설에서알레프는“모든각도에서본지구의모든지점들이뒤섞이지않고있는”장소를의미한다.현실과초현실,과거와미래,모든시대의장소와사건을한데모은이거대하고도유일무이한사상의집적체에서,우리는보르헤스가펼쳐보이는문학적‘알레프’를만나게될것이다.

무한한이야기의거미줄한가운데에서마주치는‘진실’의순간

보르헤스의작품집가운데에서도특히본격적인단편소설의문법을통해서시간과현상이라는삶의주제에대한근원적인의문을던지는『알레프』는아르헨티나의가우초문학전통,탐정소설의기법,환상문학의속성을가져와흥미진진한이야기를펼친끝에대단원의순간,그동안따라온이야기전체에대한회의를맛보는경험을우리에게선사한다.

여자포로의운명과드록툴푸트의운명사이에는천삼백년이라는시간과바다가가로놓여있다.이제그두사람은똑같이회복될수없는존재이다.라베나의대의명분을받아들이는야만인의모습과황무지를택하는유럽여자의모습은상반된것으로보일수있다.그러나그두사람은어떤비밀스러운충동,즉이성보다더심오한어떤충동에의해휩쓸렸으며,그들조차설명할수가없었을그충동을존중했다.아마도내가들려준두이야기들은단하나의이야기일지도모른다.신에게는이동전의양면이똑같기때문이다.
-「전사(戰士)와여자포로에관한이야기」에서

로마라는‘문명’을만나자신의민족을버린게르만족의전사와영국이라는‘문명’을버리고야만이횡행하는중남미대륙의족장부인으로서살기를택한여자포로.이토록상이한두사람의인생을비교한끝에본질적으로그인생이‘동전의양면’임을말하는「전사와여자포로에관한이야기」의이야기얼개에서볼수있듯,작중인물의움직임을통해독자의주의를사로잡다가이야기의마지막부분에사고반전이라고할수있는강렬한전환을삽입한단편들이주를이루는이소설집은소설의형식으로전할수있는가장충격적인깨달음의순간을독자들에게전한다.이는실재위에허구적이면서도그럴듯한각종인용을입혀허구의본질을내파한『픽션들』과는대별되는지점으로,이책에서는문헌이나사상보다는작중인물자체에초점을맞춰보다몰입도가높은이야기를만들어내고더욱더큰충격을유도하는기법적성숙함을보여주고있는것이다.기나긴모색과수행의고뇌끝에마주친깨우침의순간처럼,마술적이고도환상적인이야기의골목을한동안헤맨끝에마주치는충격의순간.절대적진리와믿음이산산이부서지는그순간에우리는보르헤스가그려낸,언어로는설명할수없는단하나의‘점’을만나게될것이다.

영원으로회귀하는순간과순간에서증식하는영원에대한소묘

영원히죽지않는자들에게시간이란무엇을의미할까?(「죽지않는사람」),모든사고가단한닢의동전에집중된다면?(「자히르」),재규어한마리의몸에새겨진문양에우주가실려있을수있을까?(「신의글」)과거와현재와미래의모든풍경이집중된단한점이란어떤것일까?(「알레프」)보르헤스의주요주제중에서도가장중요한것중하나가바로‘가변성과순환성’이다.그에게있어시간은흘러사라지는것이아니며,지금이순간에도그어느우주에서는과거가반복될수있고,미래가현재에침투할수있으며,현재가과거에의해변형될수도있다.또한보르헤스에게있어공간은결코고정된것이아니며단한점에만물이담길수도있고,또다른우주가우리의우주바로옆에서함께달릴수있으며,심지어다른세계가이세계에파고들수도있다.이소설집에서는특히그러한‘시간의불변성’,‘공간의확정성’에대한우리의관념을깨뜨리는작품이다수수록되어있다.

층계의아래쪽오른편에서나는거의견디기어려운광채를지닌무지갯빛의작은구체하나를보았다.(……)나는사람이붐비는바다를보았고,여명과석양을보았으며,아메리카대륙의군중을보았고,,검은색피라미드의한가운데에있는은색거미줄을보았으며(……)모든지점에서알레프를보았고,알레프안에서지구와또다시지구안에있는알레프와알레프안에있는지구를보았으며,내얼굴과내장을보았고,너의얼굴을보았으며,현기증을느꼈고,눈물을흘렸다.내눈이그비밀스럽고단지추정적인대상을보았기때문이다.그대상은사람들이함부로이름을부르지만그누구도보지못했던것,그러니까상상조차할수없는우주였다.나는무한한존경과무한한연민을느꼈다.
-「알레프」에서

이세상에존재하는모든것이2~3센티미터의구체에응집된‘알레프’,보르헤스는작품속자신의목소리를빌어“무한한전체를부분이나마열거하는것”의어려움을이야기한다.그는결국눈으로‘동시에’본모든것들을‘연속적순서’로적어내려간다는행위를통해언어라는것의한계를말하며,우리가지각하고있는모든‘언어적관념’들이사실은아무것도제대로표현할수없음을고발한다.
언어로쓰인‘소설’을통해언어의절대성을파괴한보르헤스.친숙했던세계가무너진자리너머로우리는절대적인것이남아있지않은세계와만난다.시간이‘흐르지’않고한바퀴를돌아제자리로‘돌아오는’세상,공간이‘고정되지’않고끊임없이다른공간을‘만들어내는’세상,일상을살아가며느끼지못했던이새로운세상의위협에맞닥뜨리는순간,우리는프랑스의철학자미셸푸코의언명대로“지금까지익숙하게생각한모든사상의지평이산산이부서지는것”을느끼게될것이다.

불멸의신화를깨뜨리고불멸의작가가된보르헤스

오늘날현대문학을언급하면서보르헤스의이름을빼놓을수는없다.전세계유명작가들은인터뷰를하거나작품을쓰면서자신의작품속에보르헤스가존재한다고서슴지않고고백하고있을뿐만아니라각종매체를통해그의이름은포스트모던문학의대명사로,현대사상을이끈사상적디자이너로인용되고이용된다.보르헤스는살아있을때불멸과명성이란함정이며속임수이고거품이라면서경멸했고죽은후에는이세상에서완전히사라지기를원한다고한바있다.하지만그의의지와달리이제그는‘죽지않는사람’이되는고통을겪고있다.그리고『알레프』는그가이러한불멸의명성을누리도록한작품이다.결코말로는형용할수없는생의깨달음에대해말이그릴수있는한계까지포착해낸이소설집은보르헤스의작품중에서는드물게단순하며꾸밈없는문체로쓰인전성기걸작으로,그의세계관이집약된‘결정판’이라할수있다.

나는나와같은경우들,그러니까지금은예외적이고충격적인사건들이머지않아진부해질것임을알고있다.나는내일이면죽을것이다.그러나나는미래에다가올세대들에게하나의상징이될것이다.
-「독일레퀴엠」에서

사후에‘아무것도아닌모든사람’이되기를원한보르헤스,그러나우리는그가남긴이불멸의작품을통해실제로그가우리세대에어떠한상징으로남았는지를본다.오늘도여전히독자들은불가해한어떤것을만날때의떨림을안고그의불타는수레바퀴와재규어의가죽무늬와어둑한이교도의성전과신을찬양하는장미꽃이기다리고있는책장을열게될것이며,모든신성한상징이무너져내린텅비고낯선미로한가운데에서문득자신을발견하게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