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 벌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5

죄와 벌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5

$15.73
Description
이성의 광기 속으로 가라앉는 자폐적 청춘의 초상!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대작 『죄와 벌』 제2권. 도스토예프스키가 8년간의 유형 생활 후 발표한 두 번째 작품으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숨겨진 심리를 파헤치고 있다. 죄와 속죄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이 서로 갈등하고 교차한다. 1860년대 후반의 페테르부르크. 지방 소도시 출신의 청년 라스콜니코프는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하고 ‘관’ 같은 방에 틀어박혀 자신만의 완벽한 계획을 세운다. 어느 날 저녁, 그는 머릿속으로 구상한 계획에 따라 전당포 노파의 그녀의 이복여동생을 도끼로 살해한다.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은 완전 범죄였지만, 예심판사는 그의 심리를 꿰뚫으며 압박해 온다. 이성과 관념만이 가득했던 라스콜니코프의 마음에는 조금씩 불안감이 싹트고,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몸을 팔지만 누구보다 순결한 소냐를 만나면서 점점 더 혼란을 느끼는데….
저자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와함께19세기러시아문학을대표하는세계적인소설가이다.반독자들에게는언젠가는읽어야할작가,평론가들에게는가장문제적인작가,문인들에게는영감을주는작가제1순위로꼽히는,그영향력에있어누구와도비교할수없는전무후무한작가이다.풀네임표도르미하일로비치도스토옙스키는1821년10월30일(신력으로는11월11일)군의관이었던미하일안드레예비치의둘째아들로태어났다....

목차

4부9
5부155
6부297
에필로그469
작품해설501
작가연보518

출판사 서평

세상을향한외로운외침,젊음의고뇌와갈등을상징하는인물‘라스콜니코프’의탄생
“나는그저이[蝨]를죽였을뿐이야,아무쓸모도없고더럽고해롭기만한이[蝨]를.”
『죄와벌』은1860년대후반,무더위가기승을부리는7월초,페테르부르크를배경으로전개된다.주인공라스콜니코프는23세로,법학도였으나형편이어려워학업을중단한상태다.어머니와누이동생은고향소도시에서그를뒷바라지하며그가출세하여집안을일으키기를간절히바라고있다.그러나라스콜니코프는학교를그만둔후마치‘관’같은방에틀어박혀자신만의완벽한계획을짜고,어느날저녁그것을실행에옮긴다.전당포노파와그녀의이복여동생리자베타를도끼로내리쳐살해한것이다.그런후집으로돌아오자마자쓰러져며칠동안열병에시달린다.누구의눈에도띄지않은완전범죄,그러나예심판사포르피리는구체적증거가없음에도라스콜니코프의심리를꿰뚫으며그를압박해온다.“그저이[蝨]를죽였을뿐이야,아무쓸모도없고더럽고해롭기만한이[蝨]를.”이라고주장하지만,이성과관념만이가득했던그의마음속에는조금씩예상하지못한불안감이싹트기시작한다.가족들을먹여살리기위해몸을파는,그러나그누구보다‘순결한’소냐를만나면서그는점점더혼란을느낀다.
소냐는재혼한아버지마르멜라도프와함께새어머니카체리나,그리고그녀의세아이와함께살고있다.마르멜라도프는실직한관리로아내의양말까지팔아술을마시는인물이고,카체리나는심각한폐병을앓고있다.열여덟살인소냐는“뭘그리애지중지하니?그게무슨보물이라고!”라는카체리나의말에몸을팔게되고그렇게번돈으로가족을먹여살리고있다.이런소냐에게라스콜니코프는성경을읽어달라고부탁한후처음으로,오직그녀에게만살인을고백한다.

“결국당신도똑같은짓을한셈이잖아?당신도역시넘어섰으니까……넘어설수있었으니까.당신은자살을한거나다름없어,삶을……당신자신의삶을파멸시켰으니까.(이거나저거나매한가지야!)맑은정신과이성으로살아갈수도있었으련만,결국센나야광장에서끝장을보게되겠지…….하지만당신은견딜수없을테고,혼자남게되면나처럼미쳐버리고말거야.당신은지금도정신이나간여자같아.그러니까우리는함께가야해,같은길을!가자!”(본문중에서)

사형선고와감옥생활,유형생활이후변화된사상과철학을소설로완성한기념비적작품
―“변증법대신에삶이도래했다”
도스토예프스키는‘페트라셰프스키모임’에서고골에게보내는벨린스키의편지를낭독했다는죄명으로28세에사형선고를받는다.사형집행은극적으로취소되었으나,이후4년을감옥에서보내고다시4년동안을시베리아에서복무했다.감옥생활중에그에게허락된유일한책은‘성경’이었다.이시절을보낸후자유의몸이되었을때도스토예프스키는그야말로극우보수주의자(슬라브주의자)가되어있었다.또한초기작에서는거의찾아볼수없었던신과구원의문제가이후작품들에서화두로등장한다.
『죄와벌』은그가자유의몸이된후에발표한두번째작품이다.전작인『지하로부터의수기』가상대적으로짧은중편소설에가까웠던반면,『죄와벌』은도스토예프스작품세계가절정에이른대작이다.또한『지하로부터의수기』에서새로운인물유형과이야기전개방식을선보이면서미학적,시학적실험을했다면,『죄와벌』에서는그소설기법이만개하여인간의가장깊은곳에숨겨진심리가낱낱이파헤쳐진다.번역자인김연경은“도스토예프스키의작가인생을조망할때『지하로부터의수기』(1864)가변태와탈각(脫殼)의순간을보여준다면『죄와벌』(1866)은그이후의모습이진면목을드러낸첫소설이다.”라고평가했다.
이작품은전체6부와에필로그로구성되는데,1부에서이미라스콜니코프는살인을저지르고,그이후에는그가왜그런범죄를감행했는지를밝히는과정이이어진다.특히다른누구보다라스콜니코프자신이범죄동기가무엇이었는지스스로고민하고갈등하는모습이주로그려진다.그는“나는사람을죽인것이아니다,원칙을죽인것이다!”“그러니까나는나폴레옹이되고싶었고그때문에사람을죽였어…….”“내가과연노파를죽인걸까?나는나자신을죽인거야,노파가아니라!”“나는그냥죽였어.나자신을위해,나하나만을위해죽인거야.”라고되뇌이며,실제로끝까지자신의범죄를뉘우치지않는다.그가괴로워하는이유는자신의이론에오류가있었다는것,판단착오를했다는것,그것이다.
이“고매한살인자”라스콜니코프는“성스러운매춘부”소냐를만나면서고해성사에가까운고백을하게된다.그녀는그에게없던‘삶’을,‘이론’이아닌삶을가져다준다.소설의마지막장까지그는성경을펼치지못했고(않았고),자신이저지른죄에대한속죄혹은구원을얻었는지는모호하다.그러나『죄와벌』이“한청춘이겪는‘환멸과좌절’의기록”이라면,소설이끝난후두청춘,라스콜니코프와소냐에게는환멸과좌절을넘어선‘삶’이남아있을것이다.

『죄와벌』이매력적인것은인물이든작가든그들스스로설정한특정한‘선’(혹은‘벽’)과그것을넘어서려는의지사이의긴장때문이다.작가는“스비드리가일로프?절망,가장냉소적인/소냐?희망,가장실현불가능한”(『죄와벌』작가노트)이라는메모를남겼다.라스콜니코프의몽상과환멸은이양극단의팽팽한줄다리기때문에아름다운것이다.강렬한소설에싱거운사족처럼붙은에필로그와영원히쓰이지못한후속편도마찬가지이다.근대의미망이라고할수있는‘이성의광기’를‘영성’으로극복하려는의지야말로도스토예프스키의소설을이끌고가는보이지않는원동력인것이다.(「작품해설」중에서)

보다젊고감각적인,그리고정확한번역으로다시읽는도스토예프스키
이책의번역자인김연경은서울대학교와모스크바국립사범대학교에서도스토예프스키연구로박사학위를취득한젊은학자이다.또한21세에등단해소설집『고양이의,고양이에의한,고양이를위한소설』,『내아내의모든것』,장편소설『고양이의이중생활』등의작품을발표한소설가이기도하다.젊은학자이자소설가로서김연경은『카라마조프가의형제들』과『지하로부터의수기』에이어『죄와벌』을감각적으로번역해냈다.
특히이번번역에서는그동안라스콜니코프의사상을일컬었던‘초인사상’이라는개념을재정립했다.이것은라스콜니코프가자신의범죄를정당화하는논리를일컬으면서사용했던용어였다.그러나김연경은“‘초인’도,‘초인사상’도『죄와벌』에서는언급되지않는단어이다.‘비범인(非凡人)사상’역시포르피리와라스콜니코프가후자의논문「범죄론」을논하며사용하는개념을토대로만들어진조어이다.(중략)원어자체도극히평범한것이거니와라스콜니코프의사상역시진부할정도로평범한것이라는사실,바로이것이그의절망의핵심이기때문이다.”이에따른고민의결과로,기존의국역본에서‘범인(凡人)’과‘비범인’으로옮겨진러시아어단어는각각‘평범한사람(들)’과‘비범한사람(들)’으로옮기게되었다.작가의의도와등장인물의사유를깊이고민하고반영한결과이다.
또한기존에흔히잘못번역돼오던오류도바로잡았다.도스토예프스키는‘비범한사람’의예로나폴레옹,마호메트,리쿠르고스와함께아테네의정치가이자시인인‘솔론’을꼽았는데,기존번역에서는거의‘솔로몬’으로잘못옮겨왔던것이다.
일본어에서중역하면서이어져오던여러용어들도우리실정에맞게바꾸는시도를했다.예를들면19세기러시아행정구역단위중하나를그동안은일본어번역을참조했던습관대로‘현(縣)’으로옮겨왔는데,이것을‘도(道)’로바꾸었다.또한라스콜니코프의이미지를완성했던‘짙은아마(亞麻)색머리카락’에서‘아마색’을‘황갈색’으로바꾸어이해를보다쉽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