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의현대성을창조한불우의천재
전위적이고해체적인글쓰기로한국현대문학사를개척한실험적소설
식민지근대한국의위기를살아낸사람들의혼란스럽고불안한내면심리와
뿌리뽑힌도시인,소외된지식인의불안,공포,절망에대한치열한탐구
“나는죽지못하는실망과살지못하는복수,이속에서호흡을계속할것이다.나는지금희망한다.그것은살겠다는희망도죽겠다는희망도아무것도아니다.다만이무서운기록을다써서마치기전에는나의그최후에내가차지할행운은찾아와주지말았으면하는것이다.무서운기록이다.펜은나의최후의칼이다.”
스무살젊은나이에쓴첫번째소설이자유일한장편소설,「십이월십이일」에서이상은이렇게말했다.그에게있어“무서운기록”이자“최후의칼”인‘소설쓰기’는당시한국사회가직면했던현실의위기와그위기를살아내야했던우리들의불안,공포,절망의표현이었다고할수있을것이다.
‘천재’,‘광인’,혹은‘모던보이’라고불리우는이상은시인으로도잘알려져있지만실험적구성과파격적문체를통해식민지근대한국과그시기를살아낸사람들의혼란스럽고불안한내면심리를형상화한훌륭한소설가이기도하다.이상은사회존재기반,삶의배경없이추상적으로만존재하는소설속등장인물들을통해,뿌리뽑힌도시인과소외된지식인의억압된충동,그리고감추어진욕구를폭로하며그들의무의식을처절하게드러내고자했다.어떤특정이념에기대지않은채단지자신만의특이한시각과생각에충실한‘소설쓰기’는이상의모더니스트적면모와더불어시대의예술철학에도전한천재적재능을거침없이보여준다.
실험성과전위성으로인해오늘날에도다양한비평담론과논쟁을야기하는이상의소설은그문학적존재자체만으로도여전히현실에대한엄청난충격이자도전이라고할수있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