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모독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관객모독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6

$10.00
Description
전통적 연극의 형식과 관습을 거부한 문제작!
치열한 언어 실험을 통해 글쓰기의 새로운 영역을 연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페터 한트케의 초기 희곡 『관객모독』. 새롭고 독창적인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1966년 초연 때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고, 오늘날까지 널리 공연되고 있는 작품이다. 어떤 사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거나 무대 위에서 보여주는 대신, 오직 ‘언어’에 집중한 작품으로, 시간, 장소, 행위의 통일, 그리고 감정 이입과 카타르시스 같은 전통적 연극의 요소들을 뒤엎고 내용과 형식에서 분리된 언어 자체의 가능성을 실험한다.

무대 위 등장인물은 배우 넷뿐이고, 줄거리나 사건도 없다.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직접 말하고 배우와 관객, 무대와 객석, 연극과 현실 사이의 경계는 사라진다. 급기야 배우들은 관객들을 “여러분” 대신 “너희들”이라 부르며 거친 욕설을 퍼붓는다. 그리고 “이것은 연극이 아닙니다.”라는 과격한 말로 계속 관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관객과 배우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존재하며,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사건 같은 것은 없다. 관객들은 무대 위 연기를 보는 대신 배우들이 끊임없이 쏟아 내는 말을 직접 들으며, 허구가 아닌 현실로서 새로운 연극을 체험한다.
1977년 국내 초연된 후 삼십여 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한국 연극계를 뒤흔든 『관객모독』은 도발과 파격 그리고 실험이라는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희곡이다. 페터 한트케의 희곡들은 언어극이라 일컬어지며 언어를 중요한 주제로 다루는데, 비슷한 리듬과 박자가 반복되고 변주되는 음악처럼, 형식을 바꿔 가며 계속 이어지던 대사들이 극 막바지에 이르러 욕설로 바뀌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부음으로써 현대 사회의 허위와 위선을 조롱하고 풍자한 부분은 이 작품의 절정이라 할 수 있다.
저자

페터한트케

1942년오스트리아케른텐주그리펜에서태어났다.유년시절의대부분을문화적으로척박한벽촌에서보내며일찍부터전쟁과궁핍을경험했다.그라츠대학교에서법학공부를하다가4학년재학중에쓴첫소설『말벌들』로1966년에등단했다.그해미국서개최된‘47그룹’회합에참석한한트케는당시서독문단을주도했던47그룹의‘참여문학’에대해맹렬한공격을퍼부으면서이목을끌었다.한국에서도꾸준...

목차

관객모독

작품해설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줄거리도사건도없는희곡아닌희곡

무대위등장인물은배우넷이전부고극을이끄는줄거리나사건은없다.배우들은관객을향해직접말하고배우와관객,무대와객석,연극과현실사이경계는사라진다.급기야배우들은관객들을“여러분”대신“너희들”이라부르며거친욕설을퍼붓는다.이것을과연희곡이라고부를수있을까?「관객모독」에서배우들은이렇게말한다.

여러분이아직들어본적없는것은여기서도듣지못할것입니다.여러분이아직본적없는것은여기서도볼수없을것입니다.여러분이이곳극장에오면늘보았던것을여기서는전혀볼수없을것입니다.여러분이이곳극장에오면늘들었던것을여기서는전혀들을수없을것입니다.(17쪽)

이것은연극이아닙니다.여기서는이미일어났던사건이반복되지는않습니다.여기서는지금이있을뿐입니다.현재가있을뿐입니다.오직한번있을뿐입니다.(32쪽)

연극을보기위해극장에온관객들의기대는여지없이무너지며“이것은연극이아닙니다.”라는과격한말은계속관객의심기를불편하게한다.보통연극에서는무대위배우들이어떤사건을재연하거나배역을연기하고관객들은그것을조용히바라본다.관객은연극의시공간을현실세계와분리해서인식하고,연극을관람할때만큼은무대위세계를마치실제세계처럼여기며작품속사건과인물들에빠져든다.고대그리스이래로서양연극을규정해온감정이입,카타르시스같은개념들은바로이런상황을전제로한다.

하지만「관객모독」에서관객과배우는같은시간,같은장소에존재하며,관객에게감동을주는사건같은것은없다.관객들은무대위연기를보는대신배우들이끊임없이쏟아내는말을직접들으며,허구가아닌현실로서새로운연극을‘체험’한다.

▶다양한언어실험이돋보이는혁신적작품

한트케의희곡들은‘언어극’이라일컬어지며언어를중요한주제로다룬다.한트케는「나는상아탑에산다」라는글에서연극이“현실을그대로묘사하거나현실이아닌것을현실로착각하게끔하지”않고,“오직현실에서쓰이는단어와문장”으로만이루어져야한다고주장했다.이러한원칙에따라한트케는「관객모독」에서어떤사건을구체적으로서술하거나무대위에서보여주려하지않으며,오직언어에집중한다.

여러분은생각없이앉아있습니다.여러분은아무것도생각하지않고앉아있습니다.여러분은함께생각합니다.여러분은함께생각하지않습니다.여러분은어떤생각에얽매이지않습니다.여러분의생각은자유롭습니다.우리는이렇게말하면서여러분의생각을파고듭니다.(19쪽)

「관객모독」의대사에서의미를발견하기는어렵다.서로앞뒤가맞지않는대사들도쉽게찾아볼수있다.하지만유사한문장구조와단어들이반복되면서묘한리듬감이생겨난다.마치비슷한리듬과박자가반복되고변주되는음악처럼,대사들은형식을바꿔가며계속이어진다.극막바지에이르러서대사는욕설로바뀐다.

“전쟁광들아,짐승같은인간들아,공산당떼거리들아,인간의모습을한짐승들아,나치의돼지들아.”(60~61쪽)

배우들은자신들이누군가를겨냥해욕하는것이아니라단지사람들이일상에서쓰는욕설을말하고이로써청각이미지를만들어낼뿐이라고이야기한다.욕설중상당수는독일의나치과거에대한비판을연상시키기도하지만관객들에게는정신없이쏟아지는욕설의의미를하나하나따져볼여유가없다.“내희곡은단어와문장으로만구성되었고,중요한것은의미가아니라그단어의다양한사용”이라는말처럼,한트케는「관객모독」에서의미와분리된언어가어떻게사용될수있는지실험함으로써독창적인희곡작법을제시한다.

▶파격과실험의미학,한트케의문학세계를잘보여주는대표희곡

「관객모독」은1977년국내초연된후삼십여년동안꾸준히무대에오르며한국연극계를뒤흔들었다.과격하고전위적이며논쟁적인이작품이한국관객들에게좋은반응을얻을수있었던것은기존의고정관념을깨부수는파격과신선함때문이었다.안정적이고완결된형식에안주하지않고계속해서새로운실험을향해나아가는작가한트케의열정이관객들에게도큰호응을얻었던것이다.

「관객모독」은2012년12월6일일흔번째생일을맞이한대가한트케의독창적이고실험적인문학세계를대표하는작품이자그출발점이라할수있다.전통극의형식을뒤엎고사회와예술의통념에욕설을퍼부음으로써현대극에충격을안긴「관객모독」은도발과파격그리고실험이라는표현에가장잘어울리는희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