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방 · 악마와 선한 신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닫힌 방 · 악마와 선한 신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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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장폴 사르트르의 대표 희곡『닫힌 방 악마와 선한 신』. 지옥에 갇힌 세 사람의 갈등을 그린 「닫힌 방」은 사르트르의 작품 중 가장 연극적이면서도 가장 참여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데, 시사 문제보다는 사르트르의 철학과 밀접한 작품이기에 비평계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다. 「악마와 선한 신」은 16세기 독일 농민전쟁을 배경으로, 신과 내기를 벌여서 악당에서 사제로 변신하며 ‘절대 악’과 ‘절대 선’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그려 보인다.
저자

장폴사르트르

저자:장폴사르트르

1905년파리에서태어났다.두살때아버지를여의고외조부슬하에서성장했다.프랑스고등사범학교에서철학을전공했으며1929년에는교사자격시험에수석으로합격했다.1939년2차세계대전발발로참전해포로가되었다가1941년수용소에서석방되었다.1945년《현대》를창간해참여문학을주창하고실존주의를대표하는지식인으로명성을날렸다.후설현상학의영향아래쓴『자아의초월성』(1936)을시작으로『존재와무』(1943),『변증법적이성비판』(1960)등을저술한철학자이자소설『구토』(1938),『자유의길』(1954)의저자이며,『문학이란무엇인가』(1947),『집안의천치』(1970)등으로문학비평에서도한획을그은20세기를대표하는사상가이다.다양한정치평론은물론열편의희곡도남겼으며자서전『말』을집필했다.1964년에노벨문학상수상을거절했다.1980년사망하여몽파르나스묘지에안장되었다.



역자:지영래

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를졸업하고프랑스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으며현재고려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집안의천치―사르트르의플로베르론』,

목차

닫힌방7
악마와선한신85
작품해설325
작가연보363

출판사 서평

■대표적인실존주의사상가,참여문학의기수,혹은‘위대한극작가’

오늘날독자들에게사르트르는『구토』를쓴소설가이자『존재와무』를쓴철학가로잘알려져있으며노벨문학상을거부한일화나시몬드보부아르와의계약결혼등에대해보다더많이이야기되는인물이다.
하지만사실사르트르의이름이우니나라에본격적으로알려진것은바로연극을통해서였다.해방후실존주의철학이국내에막소개되기시작하던시기에한국전쟁이발발했고,전쟁이한창이던1951년에부산에서극단‘신협’이사르트르의희곡「더러운손」(1948년)을「붉은장갑」이라는제목으로무대에올려대성황을이루었던것이다.당시공연연출을맡았던이진순에따르면“「붉은장갑」은전시피난중에도불구하고극장밖까지인산인해로관중이몰릴”정도로연일초만원이었고각일간지에서호평을받았다고한다.(이진순,「한국연극사2」,『한국연극』,1978.2,52쪽)

프랑스에서또한사르트르라는‘거장’을‘대중에게친숙한’작가로만들었던것은정작그의희곡들이었다.사르트르는1940년겨울독일군에게잡혀있던포로수용소에서「바리오나」라는연극을만들어공연을했고,수용소에서풀려난후1943년「파리떼」를시작으로1965년까지이십삼년동안두편의각색작품을포함하여모두열편의희곡을정식으로발표했다.또한1943년부터당시프랑스에서는유일하게‘정치연극’이라는문제를제기하기도했는데1950년대에들어서면서는사르트르의희곡들이그사상의핵심을총체적으로잘드러내보여주는장르로기억되면서,그는당대의의대한극작가중한사람으로평가받기에이른다.
그러나1960년대부터사르트르의작품은관람하거나상연하는연극이라기보다오히려읽는연극으로인식되었다.브레히트적인연출방식이지배적이던1955년에서1965년까지의시기에,사르트르자신이희곡에대한새로운기법적혁신을등한시한까닭도있고또당시관객들에게는사르트르가연극에서다루는형이상학적주제들이구세대적인요소로보이기도했던것으로평가된다.1968년5월혁명의영향으로프랑스에서잠시정치연극이부활했을때,「악마와선한신」,「네크라소프」등이재상연되어반향을일으키기도했다.그리고1980년대이후사르트르의연극들은정치연극으로서보다는,한위대한철학자이자극작가의작품으로서고전의반열에이름을올리며프랑스는물론세계각국에서상연되고있다.

■「닫힌방」,전세계에서끊임없이상연되는대표희곡

1943년가을에집필된「닫힌방」은사르트르연극중에서가장유명하고,가장성공적이라평가받는작품이다.1944년5월당시떠오르던신예연출가레이몽룰로가무대에올린후지금도프랑스는물론세계각지에서지속적으로상연되고있다.1982년미국한도시에서는한해동안서로다른「닫힌방」이무려다섯편(프랑스어공연두편과영어공연세편)이나상연되었다고한다.1944년3월한문학잡지에「타인들」이라는제목으로처음실렸던이작품은1945년갈리마르출판사에서출간되었고,2004년집계에의하면이후약240만부가팔렸다고한다.
지옥에갇힌세사람의갈등을그린「닫힌방」은사르트르의작품중가장연극적이면서도가장참여적이지않다는평가를받는데,시사문제보다는사르트르의철학과밀접한작품이기에비평계에서도큰호평을받았다.처음에는오랜폭격을피해지하실에갇힌상황이배경이었다가곧영원한지옥속에갇힌세주인공들로주제가바뀌는데,한때가르생역을카뮈가맡아연습하기도했다.

「닫힌방」은호텔급사처럼보이는수수께끼같은인물의안내를받아전혀지옥처럼보이지않는한장소로세영혼이차례로들어오면서시작된다.신문기자였던가르생과우체국직원이었던이네스,그리고부유한유한마담에스텔이다.창문도출구도없이모든것이박탈된상황이그나마이들이지옥의영벌을받고있는상황임을드러내준다.극이서서히진행되면각자의고백을통해서그들의과거와죽은사연이밝혀지고,각각이품은욕망과비밀이서로얽히고충돌하면서,출구없는방에서이들의공존은지옥그자체가되고만다.결국세사람은가르생의입을통해표현되는“지옥은바로타인들”이라는명제를재차확인한다.

사르트르자신의고통스러웠던사랑(보부아르와의삼각관계)이라는개인체험이나부도덕한부르주아집단의가식에대한반발,혹은독일점령하에감금생활을하던프랑스인들의전시체험을극화한것이라고도평가받는「닫힌방」은그러나무엇보다도사르트르철학의연극적표현으로평가받는다.『존재와무』에서사르트르가말한인간현실의존재론적구조와그실존의의미,특히‘대타존재로서의인간’을연극을통해구현한것이다.「닫힌방」에서는바로‘타자의시선’이지옥의형벌도구가되어어둠이나꿈,휴식이부재하는닫힌공간에서언제까지나‘나’를쳐다보며‘나’의존재를훔쳐가는타인들과함께하는곳,그곳이바로‘지옥’인것이다.

■「악마와선한신」,작가가가장좋아하는작품이자그사상의총체

「악마와선한신」은사르트르가장주네에대한글을쓰던1951년초에집필을시작한작품이다.극단에서연극을가르치던시절세르반테스의연극「행복한건달」(1615)에서영감을얻었다고한다.이작품에서사르트르는16세기독일농민전쟁을배경으로,신과내기를벌여서악당에서사제로변신하며‘절대악’과‘절대선’사이에서갈등하는주인공을그려보인다.1951년6월앙투안극장에서루이주베의연출로무대에올려졌는데이듬해3월까지거의일년동안성황리에상연되면서대중적으로성공을거두었다.‘읽기위한작품인지공연을위한작품인지’규정짓기애매한이작품은사르트르의희곡중에서가장해석의여지가많은작품으로꼽힌다.

파렴치함과잔인함으로독일전역을공포에떨게하는최고의장수괴츠와어쩔수없이손을잡은대주교는자신의통제에서벗어난상황에고심한다.괴츠는형을배반하고대주교편에붙어,반란을일으킨보름스마을을공격하려고포위중이다.한편보름스의농민봉기를주도하는나스티가주교를살해하고,주교는죽어가면서사제하인리히에게성문열쇠를맡긴다.하인리히는괴츠를찾아가열쇠를건네줄테니사제들을살려줄것을제안하고,거의동시에나스티도괴츠를찾아와가진자의꼭두각시노릇대신같은처지의가난한자들편에서도시에입성할것을설득한다.신의의지를놓고신학토론을벌인끝에괴츠는스스로‘악’을포기하고‘선’을따르겠다는내기를제안한다.하지만신에복종하고선에귀의해살아가는것도쉽지않고,결국괴츠는자신의모든행위가자기자신으로부터나왔으며신은인간의일에무관심하고,그러므로신은존재하지않는다고선언한다.

사르트르가쓴열편의희곡중첫역사극에해당하는이작품은이처럼16세기초독일농민전쟁시기의여러인물들과사건을배경으로하지만,실제역사적사실들과는많은차이가있다.사르트르자신도기회가있을때마다등장인물들이역사속에위치하는것은사실이지만전혀역사적인물이아닌순수창작임을누차강조한다.「악마와선한신」출간당시가톨릭계는이작품이신의죽음을증명하려고했다며강렬한비판을가하지만사르트르는“만일철학자인자신이무신론을증명하고자했다면,어떤증명도불가능한희곡을쓸일이아니라철학논문을썼을것”이라고응수했다.이작품을통해서그가표현하고자한바는신학적인메시지가아니라오히려정치적인것이었다고그는말한다.
종교개혁과농민전쟁시대의독일은2차세계대전후세상이뒤바뀌고있음을불안해하는프랑스사회전반의분위기를대변하며,16세기독일땅에서의대귀족과소귀족,고위성직자와말단성직자,부르주아와농민의대립을통해서1950년대프랑스의사회적동요,양극화된세상의출현,핵무기의공포등으로혼란스러운시대상황을담아내고그속에서참여하고행동하는것이어떤것인지를그린이작품은2013년오늘날한국에서살아가며이작품을읽는우리독자들에게도그의미가전혀다르진않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