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일생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9

여자의 일생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9

$12.27
저자

기드모파상

저자:기드모파상

1850년프랑스노르망디에서태어났다.어릴때부터어머니의친구였던플로베르에게문학수업을받았다.파리에서법률을공부하다1870년프랑스-프로이센전쟁이발발하자자원입대했다.전쟁으로재산을날리는바람에전후엔정부부처에서일하며돈을벌었고,그러다가플로베르의소개로에밀졸라를비롯한당시파리의자연주의파문인들을사귀게되었다.그리고에밀졸라가주축이되어엮은단편집<메당야화>에‘비곗덩어리’를발표하며일약문단의스타가되었다.



역자:이동렬

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하고프랑스몽펠리에대학에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서울대학교불어불문학과교수를역임하고현재서울대학교명예교수로있다.저서로『스탕달소설연구』,『문학과사회묘사』,『프루스트와현대프랑스소설』,『빛의세기,이성의문학』등이있고역서로『고리오영감』,『적과흑』,『좁은문?전원교향곡』,『여자의일생』,『소설과사회』,『말도로르의노래』등이있다.

목차

여자의일생9

작품해설351

작가연보365

출판사 서평

19세기프랑스문학을주도한기드모파상의대표작이자첫번째장편소설『여자의일생』이민음사세계문학전집으로출간되었다.1883년출간되어문단과대중모두의호평을받은『여자의일생』은한선량한귀족여인이살아가며마주하는인생의굴곡을간결하면서도서정적인문체로그려낸수작이다.
스탕달과프루스트를비롯한프랑스문학사의주요작품을연구한문학박사이자서울대불어불문학과명예교수인역자이동렬은원전주의에입각한이번새번역에서불필요한의역을절제한것은물론,자연주의계열작가로국한되면서가려졌던모파상의섬세하며서정적인문장의미감을온전히살렸다.민음사세계문학전집판『여자의일생』은인간삶을관조하는모파상문학의깊은주제의식과더불어모파상문학에담긴현대적감수성과미학적완결성을새로이깨닫는계기를마련해줄것이다.

『레미제라블』이후최고의프랑스소설.-레프톨스토이
모파상은간결한문체이면에휴머니티를간직한작가다.?《타임스리터러리서플리먼트》

▶한여인의굴곡진인생을통해인간삶의진실을통찰한소설
모파상이서른세살때쓴첫장편소설『여자의일생』은노르망디시골을배경으로꿈많고선량한한귀족여인의일대기를담은소설로,오늘날모파상의소설중가장많이읽히는작품이다.어린시절작가가아버지어머니의별거와이혼등평탄하지못한부부관계를바라보며모티프를얻은이작품에는꿈많던한소녀가한남자의아내가되면서겪게되는인생의좌절과고통이적나라하게묘사되어있다.소설은잔느가수녀원기숙학교에서나오는1819년5월을시작점으로삼십여년을다루는데그기간은칠월혁명이나국가체제변화등굵직한역사적사건과는무관하며,공간적배경은노르망디시골이다.모파상은현실감각있고노련한인물대신활동공간과만나는사람들이제한되고,타인과세계에대해환상과기대만이가득한여인을주인공으로삼음으로써,그녀가겪는인생우여곡절의비극을더욱강조한다.

수도원학교를갓졸업해감미로운사랑을고대하는잔느앞에외모가수려한귀족청년쥘리앵이나타난다.둘은순조롭게결혼하여푀플성에자리를잡지만쥘리앵은점차잔느를무심하고냉담하게대한다.잔느는인색하며천박한남편의실체를깨닫고성에서고적한일상을보내던중,이웃인백작부인과가까운친구가된다.얼마지나지않아쥘리앵과백작부인의불륜을목격한잔느는외아들인폴에게남은애정전부를쏟는다.
순진하며방어능력없는한여성이영락해가는이이야기는모파상의염세주의적세계관을잘보여준다.그러나시종일관염세주의의어두운그림자가드리운이작품이발간당시3만부가까이팔릴정도로대중적인기를구가하고,오늘날에도수많은장르로각색되며사랑받는이유는작가의인간에대한애정과연민이독자를절망의심연으로빠뜨리지않는무게중심역할을하기때문이다.혹심한시련을몇차례겪어도잔느는다시금기운을차리며,새로운희망과애정의대상을찾는다.“인생이란사람들이생각하는것만큼그렇게좋은것도그렇게나쁜것도아닙니다.”라는작품말미의대사가말해주듯『여자의일생』에는인간삶을환상이나과장없이바라보는작가의성숙한시선이담겨있다.단순한애정이나염오를넘어,여러사건을겪으며부딪히고변화하는등장인물의감정선은인간에대한모파상의날카롭고도따스한통찰을보여준다.

▶간결한문체와아름다운풍경묘사로소설미학의완결을이룬작품
모파상은장편보다는단편소설로우리에게익숙한작가다.그러나작가가육년간쓴장편소설『여자의일생』은단편소설의미덕을넘어서서이야기를읽는본질적인재미를일깨워주는작품이다.『여자의일생』의간결하고군더더기없는상황묘사와장황하거나복잡하지않은문장은자연주의문학의전형적인특징으로볼수있지만,이작품에는예상외로서정적이며현대적인감수성이담겨있다.『여자의일생』은‘오직문체의힘만으로지탱되는무(無)에관한책을쓴다’는플로베르의이상을그의제자모파상이성공적으로구현한작품으로,이러한감수성은특히모파상의고향이자작품배경인노르망디풍경묘사에서두드러진다.노르망디의산과들,바다는인물심정에따라다채롭게그려지며작품을입체화한다.

그들은해뜰무렵에출발하여머지않아하나의숲,자줏빛화강암숲을마주하고멈춰섰다.뾰족한바위봉우리들,바위기둥들,바위종탑들이이룬숲으로,오랜세월바람과바다안개에깎이고쏠려빚어진놀라운형상을보여주고있었다.높이가300미터에이르는가늘고둥글고비틀리고꼬부라지고기형적이며예상밖의환상적인갖가지형태를한이기암괴석들은나무나풀,짐승이나기념물같기도하고,승복을걸친수도승,뿔이달린악마,엄청난날짐승,또는괴물무리같기도하고,기상천외한어떤신의의지로화석으로변한악몽속동물집단같기도했다.(104쪽)

쥘리앵과처음으로관능적애정을확인하게된잔느에게펼쳐진세계는역동적이며신선한것이다.기암괴석의다채로운형태와웅장한규모는잔느가기대하는결혼생활처럼오묘하며생경한미지의것으로그려진다.그러나결혼에환멸을느끼고난뒤그녀가바라보는노르망디풍경은음울하며정적이고죽음에가깝게묘사된다.마치인상주의회화와같이포착된순간의풍경들은주인공심리를반영하며그녀운명을예고하는역할을하는동시에작품의서정적인분위기를환기함으로써『여자의일생』의미학을완성한다.

▶모파상소설의자연스러운흐름과섬세한문장을살린번역
스탕달과발자크를비롯,프랑스문학사에있어주요작품을연구한문학박사이자서울대불어불문학과명예교수인역자이동렬은원전주의에입각하여적확한단어와표현을선택하는것은물론,소설의자연스러운흐름과모파상문체의말맛을살리는유연한번역으로극중정서를탁월히전달한다.

“저는데지레르코크라고하는뎁쇼.”이름만으로는아무것도알수없어서남작이물었다.“용건이뭐요?”(……)“신부님이저한테이문제로몇말씀하셨는뎁쇼…….”그러더니너무많이털어놓아자신의이익을해칠까봐두려운지입을다물었다.(……)노르망디식교활한습관이몸에밴그남자는혼란을느끼며곧불안을드러냈다.그는의심에차서좀더힘찬목소리로대답했다.“경우에따라서할수도안할수도있겠죠,경우에따라서말이죠.”(……)“신부님말씀대로면데려가죠.그러나쥘리앵씨말대로면나는안데려가요.”(191쪽)

가령잔느의아버지페르튀데보남작이피코신부에게서미혼모로잘리의남편감으로노르망디토박이농부데지레르코크를소개받아그를처음대면하는위장면에서는‘신중함’,‘내숭’,‘간사함’등을뜻하는원문의cautele을“교활”이라는단어로옮겨,지참금을조금이라도손해보지않으려고잔머리를굴리는르코크의이해타산에밝은기질을분명하고직관적으로표현했다.원문의노르망디방언을한국의특정지역방언으로옮기지않으면서도,종결어미‘-뎁쇼’를적절히사용하여르코크의서민적인구어투말씨를살린문장은인물의또렷한개성을부각하여소설읽기에재미를더한다.
또“잔느는자기가슴이이달밝은밤처럼속삭임으로가득차서활짝열리는것같았고,가벼운떨림으로그녀를에워싸고있는밤짐승들을닮은수많은막연한욕망이갑자기가슴에서들끓어오르는것같았다.어떤친화감이그녀를이생생한시와결합해주고있었다.그리고밤의부드러운하얀빛속에서그녀는초인적인전율이질주하는것을느꼈고,행복의숨결과도같은알수없는어떤희망이고동치는것을느꼈다.(25~26쪽)”와같은문장들에서보듯,풍부한비유와현재형시제를살린번역은고조되는인물의감정을부드럽게표현하는것은물론원문에담긴시적정취를생생히전달한다.
역자는“스탕달,발자크,플로베르,졸라같은19세기프랑스의대표적소설가들에비해서모파상의문학사적비중은약간낮게취급되어온”(355쪽,「작품해설」에서)게사실이나『여자의일생』은“19세기어떤소설들보다도소설적재미와소설미학적완결성을갖추고있으며,일찍부터프루스트를예고하는현대적감수성을배태하고있고,무엇보다도프랑스적기질을잘구현한작품”(356쪽,「작품해설」에서)이라고말한다.민음사세계문학전집판『여자의일생』은인간삶을관조하는모파상의주제의식과함께자연주의계열작가로국한되면서가려졌던모파상문학의섬세하며서정적인표현을음미하고모파상문학에담긴현대적감수성과미학적완결성을새로이깨닫는기회를선사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