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교육 1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2

감정 교육 1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2

$14.00
Description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혁명가일 뿐 아니라 20세기 이후 모더니즘 문학과 누보로망의 선구자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대표작이자 자전적인 소설 『감정 교육』. 섬세하고 무기력한 한 청년의 생애를 음악적이며 균형 잡힌 문체로 그려 낸 걸작이다. 프랑스 몽펠리에 대학교에서 플로베르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수여 받은 역자 지영화는 불필요한 의역을 절제함으로써 사실주의 계열 작가로 국한되며 가려졌던 플로베르의 리듬감 있는 문체를 오롯이 살렸다. 『감정 교육』은 인생을 선형적이며 일차원적으로 보지 않는 플로베르의 심오한 세계관과 더불어 플로베르 문학에 담긴 세련된 균형과 실험적 미학을 맛볼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

귀스타브플로베르

저자:귀스타브플로베르

1821년프랑스북부도시루앙에서태어났다.의사인아버지의영향으로어려서부터고통과질병,죽음의분위기를체득하며인간에대해깊은관심을품었다.소년시절읽은『돈키호테』에매료되어글쓰기에흥미를느끼고몇몇단편소설을습작했다.파리의법과대학에등록했으나적성에맞지않아낙제했다.간질로추정되는신경발작을계기로학업을그만두고루앙으로돌아와요양하며집필에전념했다.이때부터십자가의고행에비유되는글쓰기가시작되었다.『감정교육』의첫번째원고와『성앙투안의유혹』을이즈음썼다.1856년에『마담보바리』를완성해《르뷔드파리》에연재했다.작품의일부가선정적이고음란하다는이유로작가와잡지책임자그리고인쇄업자가기소당하지만무죄판결을받았다.이후문학적명성과대중적인기를함께얻으며『살람보』,『감정교육』,『순박한마음』등을발표했다.내용과형식이분리되지않는생명체처럼완결된작품을꿈꾸다1880년5월미완의작품『부바르와페퀴셰』의원고를책상위에남긴채뇌내출혈로사망했다.카프카는플로베르의글쓰기를소설가의전범으로칭송하고문학의수도승으로섬겼으며,플로베르의풍요롭고도실험적인스타일은이후도래한모든문예사조의씨앗이되었다.



역자:지영화

프랑스몽펠리에대학교에서프랑스현대문학전공으로학사및석사과정을마치고,귀스타브플로베르의『마담보바리』와『살람보』에대한연구로최우수성적으로박사학위를취득했다.현재한신대학교,서울예술대학교등에출강하고있으며삼안엔지니어링소속알제리현지코디네이터및통역원으로근무한다.

목차

1권
1부7
2부(상)161

2권
2부(하)7
3부73
작품해설295
작가연보313

출판사 서평

▶프루스트에서페렉까지현대문학의거장들이꼽은위대한소설

플로베르는한문장에서같은자음의어절이겹치지않되끝음절의모음을반복하는방식으로운율감을살려신선하고아름다운문장을써냈다.그리하여극히구체적이고냉철한표현으로자칫건조하게느껴질수도있는소설의흥미를보존한것이다.문체의미학이두드러진원서를번역서로옮기면서소실되는미감을최대한지켜내는방법은결국원전에충실한길이라고판단한역자지영화는하나의형용사를옮기는데도작가의본의를해치지않고자역어선택에신중을기했다.

세네칼은질문을받자자기는절대극장에가지않는다고선언했다.펠르랭은화구상자를열었다.
“이게전부네거야?”서기가물었다.
“물론이지!”
“저런!별나네!”
그러고는수학가정교사가루이블랑의책을뒤적거리는탁자위로몸을수그렸다.

-『감정교육1』86쪽

인명이나주인공과의관계를나타내는단어,지시대명사가아닌주체의직업을마치인칭대명사처럼쓰는플로베르의의도적작법이돋보이는부분으로,현재우리나라에번역되어있는판본들에는‘그’나인명으로교열되어있는경우가대다수다.이작품에서한인물은그저개인에한정되지않고각각의계층과직업군,당파를대표하는인물로기능하는기호학적코드이기에이번민음사세계문학전집판에서는‘화가’,‘예술가’,‘공화주의자’,‘사업가’,‘회사원’,‘가정교사’등을인칭대명사로대체하지않고그대로살렸다.

“하나의사물에어울리는단어는하나다.”라며일물일어설을주장했던플로베르의엄정한단어선택은그를사실주의의선구이자자연주의의영적시조로확고하게자리매김시켰지만,『감정교육』의문체에서보이는리듬감과음악성은그를사실주의계열작가로국한할수없는확실한증거가된다.“플로베르의초라하고어설픈자식”이라고자처했던프란츠카프카는『감정교육』을처음부터전부큰소리로읽었으며끝날때까지밤이고낮이고쉬지않았다고했는데,이는이작품이눈으로보는책을넘어서입으로발음하고귀로들어야하는소설임을잘말해주는일화다.또한조르주페렉은자신의작품『사물들』에『감정교육』의몇몇장면과구절,삼박자리듬의글쓰기를차용해실음으로써『감정교육』의음악적인미학을본받고자했다.
또한나보코프는“귀스타브플로베르없이는마르셀프루스트도제임스조이스도없다.”라고말했고푸코는“플로베르이후말라르메가,그다음에는조이스,카프카,파운드,보르헤스가가능해졌다.”라고했으며로브그리예는“플로베르와카프카를읽지않았다면소설을쓰지않았을것이다.”라며자신과플로베르를동일시했고프루스트는『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에『감정교육』과닮은점이많다면서종종자신을‘프레데릭’이라고소개했다.사르트르는심지어1500쪽이넘는플로베르의전기를집필했다.
소설의주제나소재뿐아니라소설이라는장르의근본적인형식에대한플로베르고심의흔적이남아있는『감정교육』은단순히사실주의문학가에갇히지않고현대문학의원류로서플로베르가후대작가들에게사랑받는이유를이해하게하는작품이다.

▶오늘날까지정신분석학과심리학텍스트로읽히는영원한고전

기본적으로청년의미성숙한사랑을다룬로맨스소설이자교양소설임에도,『감정교육』은1848년혁명과나폴레옹쿠데타등굵직굵직한역사적현장의분위기를온전히재현하는데성공한작품이다.플로베르특유의과장이없고세밀하며적확한문장으로담아낸19세기중반의풍경에감동한피에르부르디외는이작품을두고“사회학적실험의장”이라했으며,에밀졸라는자신이“읽어본유일한역사소설”이라고했다.

돌격의북소리가울렸다.날카로운외침,승리의함성이일었다.끊임없는법석에군중은동요했다.프레데릭은두집단사이에낀채매료되어한껏즐기며꼼짝도하지않았다.쓰러지는부상자,쓰러져누워있는사상자들도실제로다치고죽은사람들처럼보이지않았다.그는마치공연한편을보는느낌이었다.물결치는군중한가운데사람들머리너머로검은연미복차림에벨벳안장달린하얀말위에앉은노인이보였다.그는한손에는푸른색나뭇가지를,또한손에는서류한장을들고있었는데,그것들을고집스럽게흔들어댔다.마침내자기말을듣는사람이없자그는돌아갔다.

-『감정교육2』78쪽

1848년2월혁명의분위기가잘드러난대목이다.역사적현장의결정적인장면을프레데릭은“마치공연한편”처럼감상한다.플로베르는역사적장면을생략하거나축소하지않고사실적으로전달하되,그현장의중심에서진두지휘하는지도자가아니라그저거리를배회하는주변적인인물을주인공으로설정함으로써이작품을역사적이되역사소설에한정되지않고연애소설이되개인적경험영역안에머물지않는소설로안착시킨다.더하여프레데릭모로의부족한행동력과우유부단한성격에서비롯된무위도식의일상은커다란시대적급류와극명히대비되면서갈곳없는젊은세대의불안정성을부각하는역할을한다.
『감정교육』은또한각계각층을대변하는여러등장인물을내세워그들각자의입장과처지를대변함으로써엇갈리고충돌하는그들의욕망을다양한양태로보여주어당대세대갈등의지형도를효과적으로그리고있다.지방의유서깊은가문출신주인공프레데릭을비롯,부르주아자크아르누와사업가유산계급당브뢰즈부부,공화정을주장하는소부르주아이자프레데릭의오랜친구델로리에,창녀로자네트브롱등오륙십명을상회하는등장인물각자가사회적코드로기능한다.19세기중반젊은세대의‘정신적초상화’로서『감정교육』이지금까지도정신분석학과심리학,사회학적측면에서끊임없이연구되는텍스트로평가받는이유이다.

▶문학적완숙기에완성한플로베르미학의결정판

『감정교육』은플로베르가청년시절구상하여『마담보바리』의성공으로문학적절정기에이르렀을때소설의미래에대한고민을담아완성한대표작이다.이작품은영웅과는거리가먼평범하고소심한주인공,교훈과선악판단을배제한서술,음악적이고균형잡힌문체로모더니즘과누보로망작가들에게소설이나아가야할방향을보여준현대문학의모태다.어느섬세하고무기력한청년의이십칠년생애를담은『감정교육』은플로베르의미학이집약된걸작이자불안한현대를살아가는우리모두의초상이다.
19세기역사적격동기파리를배경으로섬세하며우유부단한한청년의성장을그린이소설은자전적성격이가장짙은작품이다.작가가열다섯살무렵트루빌해안으로떠난휴가에서만난슐레젱제의부인엘리자푸코에대한첫사랑의추억에서모티프를얻은이작품에는호기심과야망으로가득찬한젊은이가사랑과우정등여러정서적관계와역사적사건들을통해겪는감정의파동과세상에대한인식변화의흐름이자연스럽게그려져있다.
소설은열여덟살프레데릭모로가배위에서연상의여인마리아르누를만나사랑에빠지는장면을시작점으로약삼십년시간을다룬다.프레데릭은혈기왕성한또래젊은이들과1848년혁명,나폴레옹쿠데타등을겪지만이러한역사적사건에서멀찌감치떨어진채아르누부부의집을드나들며내밀한연정을키워간다.감수성이풍부하고다방면에재능이있지만주관이약하며끈기가부족한주인공은예술혼을적극적으로추구하지도,정치적으로입신하지도못하며주변을겉돌기만할뿐이다.보답없는아르누부인과의사랑에괴로워하던그는창녀로자네트,귀부인당브뢰즈,시골처녀루이즈같은여성들에게서위로받으려하지만덧없는사랑에상처만깊어진다.급기야사업실패로재정이악화된아르누일가가파리를떠남으로써아르누부인과의사랑은불가능한영역으로남고만다.
플로베르는『감정교육』의전신이라할수있는「광인의수기」를1838년쓰고그로부터육년후『11월』을,1845년『감정교육』의첫번째원고를써내는데,그이후로도구상과집필,퇴고를반복하여지금우리가알고있는『감정교육』을1869년에이르러서야발표했다.전작들에서낭만주의적인요소를철저하게걷어내고완성한최종판『감정교육』은,“프루스트는두루마리종이에끝없이덧붙이기위해,플로베르는도로빼고지우기위해스스로를가뒀다.”라는롤랑바르트의말처럼,십자가의고행으로곧잘비유되는플로베르특유의엄격하고완벽한글쓰기의본질을보여주는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