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6

라쇼몬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단편선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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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선『라쇼몬』. 이 책에 수록된 총 열네 편의 작품들은 이지적이고 합리주의적인 단편 안에 인간의 심연과 예술에 대한 열망을 선명하게 투영하고 있다. 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작품은 단편소설이 보여 줄 수 있는 영역을 최대로 확장한다. 헤이안 시대의 어두운 밤거리에 횡행하는 괴담(「라쇼몬」), 호화로운 귀족 저택 뒤편에서 벌어진 참극(「지옥변」) 등 일본 설화와 고전을 차용한 역사물에는 인간의 내면을 통찰하는 명철한 사색이 깃들어 있으며, 일본 초기 기독교와 고대 신앙이 충돌하는 순간(「신들의 미소」), 새로운 개화 문물에 대한 사람들의 당혹(「다네코의 우울」) 등 이전의 세계가 사라지고 본 적 없는 세계가 침투하는 과정이 그려진 작품들에는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고뇌하는 근대 지식인의 우울이 엿보인다. 또한 정신 착란과 신경 쇠약에 대한 공포(「묘한 이야기」), 인간 심리가 빚어낸 현실 속 비현실(「꿈」) 등이 드러난 환상 소설은 천재의 불안한 심리를 뛰어난 형식미로 묘사하고 있어 다방면에서 빛났던 그의 천재성을 증명하고 있다.

북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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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아쿠타가와류노스케

일본근대문학을대표하는작가.1892년도쿄의서민지역인시타마치에서태어났다.외가에양자로들어가두이모가그를양육하는환경에서자랐다.도쿄제일고등학교를거쳐도쿄제국대학영문학과에입학해차석으로졸업했다.기쿠치칸,구메마사오등과재학생시절동인지『신사조』를발간해『라쇼몬』『코』등의단편을발표했는데나츠메소세키로부터단편『코』가절찬을받으며일약다이쇼시대문단의총아로...

목차


마죽
라쇼몬
묘한이야기
다네코의우울
엄마

흙한덩이
지옥변
거미줄
두자춘
신들의미소
덤불속
갓파
작품해설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삶과죽음의경계에서구원을희구하는인간들

쇠퇴해가는도시의무너져가는성문위,연고없는시체가쌓인어둡고으스스한공간에서갈곳을잃은남자는‘선’와‘악’의두얼굴을만나고(「라쇼몬」),지고의예술작품을그려내기위해평생을바친화공은가장추한것과가장비극적인것에조우하게되며(「지옥변」),어두운풀숲에서일어난살인사건의수수께끼는호쾌한도둑의입에서,아름다운여인의입에서,억울한혼백의입에서저마다다른실체를드러낸다.(「덤불속」)
아쿠타가와류노스케가그리는세계는시시각각변화하며진실과거짓의경계가흐려지는장소이다.그가묘사한세계안에서고민하고기대하고기뻐하고좌절하는인간군상은읽는사람으로하여금암중모색가운데살아가는자신의모습을보는듯한공감을이끌어낸다.죽은사람이사십구일간을떠돈다는‘중유’에서헤매는듯한인생,그안에서진정한‘인간다움’을발견해내는예리한통찰은그의작품에삶의본질을바라보는‘인간적인시선’을더하고있다.

그때누군가살금살금내곁으로다가오는자가있다.나는그쪽을보려고했다.하지만내주변에는어느새흐린어둠이자욱하다.누군가,그누군가는보이지않는손으로가만히내가슴의단도를뽑았다.동시에내입속에는다시한번피가넘쳐흐른다.나는그로써영원히중유(中有)의어둠속으로가라앉고말았다…….
―「덤불속」에서

한편,아쿠타가와류노스케는‘중유’에서살아가면서도구원을바라는인간을보여준다.지옥의밑바닥에서극락을향하는거미줄을붙잡으려애쓰는도둑간다타(「거미줄」),끝도없는부가가져온허무에좌절하여신선의세계를꿈꾸는두자춘(「두자춘」)과같이그의작품에등장하는인물들은아무것도확실하지않은세상속에서계속더나은무엇인가를바라본다.

“인간은다들냉정합니다.제가큰부자가되었을때는듣기좋은소리도하고따라다니기도하지만,일단가난해져보세요.상냥한얼굴조차보여주지않습니다.그런것을생각하면설령다시한번큰부자가되어봤자뭐하나하는생각이들더군요.(중략)그러니저는당신의제자가되어선술수업을하고싶습니다.아니,숨기시면안되죠.당신은덕높으신선인이실겁니다.”
―「두자춘」에서

정신이상으로칩거하다요절한생모의그림자에쫓기며평생광기와죽음의문제에천착한아쿠타가와류노스케의작품속에는실제삶에서우러나온지극히사실적인‘인간의고민’이들어있다.불세출의천재성과현실사회의괴리가운데고뇌하던작가가그린인간은끊임없이이상과현실,삶과죽음가운데고뇌하고모색하는우리자신의모습을그대로비춰낸다.비록안개속에서‘미치거나죽음을맞을수밖에없는’인생을살면서도눈을들어구원을희구하는그의작품속인간군상의모습은,독자들에게또한번깊은사색과공감을경험하게할것이다.

■단편문학이도달할수있는가장드넓은경지

실제역사와전통설화에서모티프를차용한역사물,개화기지식인의고뇌를다룬지적인현대물,현실과비현실의구분이파괴되는환상소설,어린이를대상으로한동화에이르기까지,‘일본단편문학의아버지’아쿠타가와류노스케는다종다양한단편을실험하면서도,각작품마다놀라울정도의완성도를보여준다.실험적인소설에서는음울한상상력과유미주의적인문체를선보이며사소설에서는일상의발견을담담한필치로묘사하는등,그는각각의장르에완벽하게부합하는문체와구성을자유자재로구사해보인다.

어느날의일이었습니다.부처님께서는극락의연못가를혼자서한가로이거닐고계셨습니다.연못속에피어있는연꽃은모두옥처럼하얗고한가운데박힌금색꽃술에서는말할수없이고운향기가끊임없이주위에넘쳐나고있습니다.극락은마침아침나절인가봅니다.
―「거미줄」에서

나는궐련을피워가며내삶에스스로도전혀모르는시간이존재한다는사실을생각하지않을수가없었다.이런생각은나에게불안하다기보다는오히려오싹한것이었다.나는어젯밤꿈속에서한손으로그녀를목졸라죽였다.하지만그게꿈이아니었다면…….
―「꿈」에서

일찍이스승인나쓰메소세키로부터“문학계에유례없는작가가될것”이라는극찬을받은아쿠타가와류노스케의천재성은작품의다양성과완성도를통해확실히입증된다.이책에수록한열네편의작품들은그가남긴약150여편의단편가운데에서도각장르를대표할만한걸작들로,작가가도달한단편문학의넓은지평을한눈에조망할수있다.광범한작품세계와완벽한형식미,정밀한기교를모두갖춘아쿠타가와류노스케문학의정수를담은이단편선을통하여,우리는시대와세대를초월한명작을만나는전율을맛볼수있을것이다.

■‘천재’라는이름으로기억되는일본문학사의정점

아쿠타가와류노스케는일본근대문학을전위에서이끌며문학사에‘천재’라는이름으로기억되는작가이다.도쿄대학교영문과출신인그는영미문학의영향을받아정연한논리성과뚜렷한필치,무엇보다압도적인필력으로자연주의일색이었던당시일본문단에큰충격을던져주었다.예술지상주의와합리주의에기초하여순수하고문학적인언어로독보적인세계관을피력한그는어떤문학경향이나운동에도속하지않은‘아쿠타가와류노스케’라는독자적장르를창조했다해도과언이아니다.변화무쌍한인간사의본질과그안에서살아가는인간들의고뇌,생의허무와절망,그가운데피어나는희망,그의작품세계를통괄하는주제들은모두인생에대한깊이있는사색에서출발한다.
아쿠타가와류노스케의영묘한문학세계는다자이오사무,기쿠치간,구메마사오등당대문인들에게큰영향을끼쳤을뿐아니라,그의이름을따제정한‘아쿠타가와상’을통해일본신예작가들에게주어지는최고의명예로오늘에이르기까지살아숨쉬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