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문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2

개선문 2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2

$15.66
Description
사랑의 도피와 일탈이 사치가 아닌 평화이고 안전이고 기쁨이고 축제였던 불안의 시대를 그리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제332권 『개선문』제2권. 2차 대전 발발 무렵, 프랑스 파리 개선문 근처 몽마르트의 싸구려 호텔에서 살아가는 망명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의 대표작이다. 니체, 괴테, 귄터 그라스 등 독일 문학의 대표작들을 연구, 번역해 온 장희창 교수의 완역판으로 출간되었다. 나치스를 피해 파리에 숨어 사는 라비크와 아름다운 여배우 조앙 마두의 사랑을 중심으로, 하루하루 희망 없이, 하지만 의연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그리고 있다.

전운이 감도는 유럽의 마지막 피난처, 프랑스 파리. 불안과 절망으로 그곳에서 특히 여권과 신분증명서 없이 전전긍긍하는 유럽 피난민들은 그 어떤 희망도 위안도 없이 내던져져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베를린 종합병원에서 외과의로 일하던 독일인 라비크는 게슈타포에 쫓기는 두 친구를 숨겨 주었다가 체포되고, 애인인 시빌은 하케의 고문으로 죽는다. 강제수용소에서 탈출해 파리로 망명한 그는 불법체류를 하며 대리 수술로 생계를 유지하고, 신분이 드러나면 추방되고 기회를 보아 다시 밀입국하기를 반복한다. ‘라비크’는 그의 세 번째 이름이다. 하케에게 복수하고자 하는 것, 그것이 그의 목표이자 삶의 이유다.

센 강 위에 놓인, 개선문에서 가장 가까운 다리 알마, 그곳에서 라비크는 조앙 마두를 처음 만난다. 위태롭고 공허해 보이는 아름다운 여자. 파리에서 이방인처럼 살아가던 라비크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에도 얽매이지 않는 순진무구한 조앙 마두에게 친숙함을 느낀다. 그녀와의 만남으로 라비크도 조금씩 변한다. 언제 떠나도 무리가 없도록 집도 가구도 물건도 소유하지 않는 라비크는 안정된 삶을 한 번쯤 그려보는데…….
저자

에리히마리아레마르크

저자:에리히마리아레마르크

1898년독일베스트팔렌의오스나브뤼크에서태어났다.뮌스터대학교재학중에징집되어1차대전에참전했다.서부전선에투입되었으나부상을입어후방으로이송되었고퇴원한지얼마되지않아종전을맞았다.이후임시직교사,경주용자동차운전사,스포츠잡지기자및편집인등다양한일을하며글을썼다.데뷔작『꿈의다락방』(1920)이후참전체험을바탕으로쓴『서부전선이상없다』(1929)가폭발적인반응을일으키면서전세계에이름을알렸다.1932년나치스의탄압을피해스위스로거처를옮겼으며1939년부터9년간미국에망명해있다가스위스로돌아왔다.양차대전의혼란기를배경으로한『개선문』(1946),『생명의불꽃』(1952),『사랑할때와죽을때』(1954),『검은오벨리스크』(1956)등의작품을남겼다.특히『사랑할때와죽을때』에서는2차대전에서가장치열한전선이었던독소전을배경으로전쟁의참혹함을고발하고인간성을회복할것을호소했다.이작품은5년후영화로도만들어졌으며레마르크자신이조연으로출연해화제가되기도했다.1967년에독일정부로부터십자훈장을받았으며,같은해심장병으로로카르노의병원에입원했고1970년사망했다.



역자:장희창

서울대학교언어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독어독문학과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동의대학교독어독문학과교수로재직중이다.지은책으로독서평론집『춘향이는그래도운이좋았다』가있고,옮긴책으로귄터그라스의『양파껍질을벗기며』(공역),『암실이야기』,『양철북』,『게걸음으로』,『나의세기』(공역),레마르크의『개선문』,『사랑할때와죽을때』,괴테의『색채론』,『파우스트』,에커만의『괴테와의대화』,니체의『차라투스트라는이렇게말했다』,후고프리드리히의『현대시의구조』,안나제거스의『약자들의힘』,베르너융의『미메시스에서시뮬라시옹까지』,카타리나하커의『빈털터리들』,부흐홀츠의『책그림책』등이있다.

목차

개선문2

작품해설
작가연보

출판사 서평

■두번의전쟁,유럽의마지막피난처파리,그리고개선문
―그곳에희망은있는가?

개선문은파리시내샤를드골광장에있다.콩코르드광장에서2킬로미터쯤곧게뻗은대로의끝에있는샤를드골광장은,방사형으로뻗친열두개의도로모양이별같아서에투알광장이라고도불린다.개선문은그한가운데우뚝솟아있다.그리고개선문바로아래에는전쟁에서사라져간무명용사들의묘가있다.승리를상징하는개선문과죽음이서린무명용사의묘.역사속의승자와패자가한자리에있다.

거인처럼치솟은개선문은안개속으로자취를감추며,위로는우울증에빠진하늘을떠받들고,밑으로는무명용사의묘에서창백하게타오르는불길을지켜주는듯했다.무명용사의묘는황량함속에서인류최후의묘지처럼보였다.
―「개선문」에서

『개선문』은2차대전발발무렵,프랑스파리개선문근처몽마르트의싸구려호텔에서살아가는망명자들의이야기를그린소설이다.그무렵파리시내의풍경은불안과절망으로가득하며,그중에서도특히여권과신분증명서없이전전긍긍하는유럽의피난민들은그어떤희망도위안도없이내던져져하루하루를살아가고있다.이들은자신이속한쪽이승자가되면짐을꾸려돌아가고,패자가되면다시돌아온다.호텔방에걸린액자속인물들도그때마다교체된다.파시스트와공화주의자는번갈아가며호텔을드나든다.
베를린종합병원에서외과의로일하던독일인라비크는게슈타포에쫓기는두친구를숨겨주었다가체포된다.라비크의애인인시빌은하케의고문으로죽는다.라비크는강제수용소의병원에서탈출하여파리로망명하고,불법체류를하며대리수술로생계를유지한다.그는신분이드러나면추방되고,기회를보아다시밀입국하기를반복한다.‘라비크’는그의세번째이름이다.우연히마주친하케에게복수하고자하는것,그것만이그의목표이자삶의이유였다.조앙마두를만나기전까지는.

■사랑,우정,꿈을좇는평범한사람들
―그곳에서도,삶은계속된다

센강위에놓인,개선문에서가장가까운다리알마,그곳에서라비크는조앙마두를처음만난다.위태롭고공허해보이는아름다운여자.파리에서이방인처럼살아가던라비크는그어떤이데올로기에도얽매이지않는순진무구한조앙마두에게친숙함을느낀다.조앙은“술을마실때면술이전부,사랑할때면사랑이전부,절망할때는절망이전부,그리고잊을때면모든걸잊는”여자다.그녀와의만남으로라비크도조금씩변한다.언제떠나도무리가없도록집도가구도물건도소유하지않는라비크는안정된삶을한번쯤그려본다.자신을심하게부려먹는악덕의사뒤랑에게평소보다많은돈을달라고요구하고,조앙과함께휴양지로여행을떠나기도한다.“불안의시대에사랑의도피와일탈은사치가아니라평화이고안전이고기쁨이고축제”였다.

이두사람의사랑을중심으로,파리개선문아래에선언제사라져도아무렇지도않을,그저평범하고평범한사람들이살고있다.라비크의친구이자러시아피난민인모로소프는귀족집안출신이지만파리에서는클럽의문지기노릇을한다.그는그런자신의현실을받아들이며,항상라비크곁에서그를돕고지지한다.이우정은라비크에게큰위안과힘이된다.교통사고를당한후어머니와둘이서살아가기위해,두다리를잘라달라는소년도있다.이소년은보험금으로우유가게를차릴수있게되었다며해맑게웃는다.성병에걸려몸을팔수없게되고남자친구에게두들겨맞지만하루하루에충실하기에떳떳한유곽아가씨들.이들은라비크삶의무게를덜어주고밝게비춰주는친구들이다.뒤랑같은의사들은수술비에집착하고환자들의생명을경시하지만,그곁에서조용히일하는간호사들은환자가떠나면서주고간선물하나에감격하고행복해한다.역자장희창교수는,바로이들이야말로이작품에“따뜻한기운을발산”하며,“여기에등장하는착한인물들이다무명용사들”이라고평한다.

단순한것들만우리를절대로속이지않아.행복은아무리낮은곳에서라도시작할수있는법이야.
―「개선문」에서

■광기와폭력,고통과불안의시대는끝나지않았다
―절망한가운데에서야말로삶의순간순간은더욱소중해진다

전세계를휩쓴전쟁이후냉전시대를거치고도,세계각지에서는아직도분쟁과기아,폭력과고통이계속된다.인간들이존재하는한이러한역사는끝나지않을것만같다.레마르크의말처럼,모든것을반복하는것은우리자신이며(“모든게반복이에요,왜그럴까요?”“아무것도반복되지않아요.우리자신이반복할뿐이지.그게전부야.”―「개선문」에서)지난1925년발병한‘불안’이라는집단병증은아직도계속되며우리들의삶을황폐하게하고있는듯하다.(“그건불안이란거야.지난1925년이래의질병이지.아껴서저축한돈으로평화롭게늙어갈수있다고는이제아무도믿지않아.”―「개선문」에서)

라비크가보기에당대는‘통조림의시대’다.그들은“걸어다니는소파,화장대,금고,임대계약서,월급쟁이,냄비,수세식화장실”이자“걸어다니는정신병원”이다.신문은“아무것도생각할필요가없게”만들며,만사는“미리짜놓은것이자미리씹어놓은것이고미리느낀것뿐”이다.열기만하면되는‘통조림’인것이다.“편한삶이아니라값싼삶”이다.오늘날과별반다를것없어보인다.
현실이이러하기에,그속에서살아숨쉬는,작지만꺼지지않는삶의순간순간은더욱빛나고소중하다.라비크가결국조앙에대한사랑을깨닫듯이,가난하고고달픈이웃들의삶을묵묵하게보살펴주듯이,그리고전쟁에따라이리저리떠도는삶이지만언젠가는서로다시만날것을기약하듯이말이다.작품해설에서역자가밝혔듯“레마르크는갔지만『개선문』은남았고,라비크와조앙의사랑,모로소프와의우정은따뜻한불씨로더욱생생하게살아남았다.『개선문』은사랑과우정과친절이야말로인간성의꺼질수없는불길임을증언하는작품이다.”

산다는건다른사람을잡아먹는걸세.우리모두는서로를잡아먹고있는거지.이따금씩번쩍이는선의의불꽃,이걸내다버려선안돼.삶이곤경에처했을때그게우리에게힘을주는거야.
―「개선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