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문학사의새로운전기를마련한치누아아체베
권력이라는정치적유혹속에서펼쳐나가는올바른개인들의투쟁
혼란가운데에피어나는희망의새싹을통해화합을꿈꾸다
?아체베는아프리카문학의아버지이다.―《가디언》
?아체베는『사바나의개미언덕』에서아프리카인의경험적이데올로기와정치적의제에대한이야기를통해독자를인간의보편적지혜속으로이끌고들어간다.―《워싱턴포스트》
현대아프리카의모습을세계에알리는작가치누아아체베
서구세력의침입이후이어진군부독재의참상을낱낱이펼쳐내다
“아프리카문학의수립자”이자나이지리아출신의세계적인작가치누아아체베.그가『모든것이산산이부서지다』,『더이상평안은없다』,『신의화살』로이루어진‘아프리카3부작’이후이십여년동안침묵하다발표한『사바나의개미언덕』(1987)이민음사세계문학전집333번으로출간되었다.서구식민제국주의지배에맞닥뜨린아프리카사람들의전통이무너지는과정을그려온그는,『사바나의개미언덕』에서서구세력이물러난다음새로건설된국민국가에서벌어지는이야기를펼쳐보인다.
아프리카의거대하고황량한초원지대를가리키는‘사바나’는이소설의배경인‘캉안’이라는가상의아프리카국가를뜻한다.또‘개미언덕’은그황량한초원위에탑처럼꿋꿋이서서역사를기억하고기록하는집단을상징한다.이작품에서아체베는서구세력의품에서갓벗어난신생민주국가‘캉안’에서벌어지는민족지도자들의고민과권력의유혹,암투,그리고독재로인한갈등을크리스,샘,이켐이라는세친구의행보와함께엮어나간다.
케냐작가응구기와시옹오가“그의작품에서는아프리카의목소리가영어로옮겨가는것을느낄수있다.”라고말했듯,치누아아체베가아프리카민중의영혼을담아세계인에게전달하는이야기는강력한힘을갖고독자의마음에큰울림을남긴다.
부조리에맞서연대하는과정,그리고놓치지않는희망
『사바나의개미언덕』의배경인가상국가캉안은아프리카국민국가건설의과정에서진통을겪는전형적인포스트식민주의국가이다.그동안아프리카국가들이서구식민주의에예속되어겪는갈등을그려왔던아체베는,이소설속에서20세기후반서구세력에해방되어새로운독립국가를수립한이후국가운영을해나가는과정에서발생하는비민주적문제에주목했다.
크리스,샘,이켐은국가장학생으로뽑혀영국으로유학까지다녀온엘리트이자오랜친구이다.샘은귀국한후정치적야욕에흔들려쿠데타를일으켜일인자로올라섰고,크리스는그정권아래에서공보처장관,이켐은주요언론사편집장을맡았다.군인출신으로권력의최고위치에올라선샘은초반에는내각구성에대해크리스에게조언을요청하는등국가운영을민주적으로해나가는듯했으나점점독재자로서군림하기시작하고,그압박아래에서내각역시부패하기시작한다.크리스는점점변해가는샘의모습에위기의식을느끼고,언론사편집장인이켐역시정부에입바른말을하지못하도록강요받으면서갈등이점점심해진다.
결국이켐은정부의계략에의해편집장자리에서사퇴하고강연에서한말을트집잡혀공안에끌려가살해된다.예상치못한폭력적인상황이벌어지자크리스와주변인물들이함께연대하여방법을모색해나간다.크리스의애인인비어트리스,죽은이켐의애인인엘레와,이켐의강연을듣고감동받은학생회장이매뉴얼,그리고평소이켐을존경해왔던택시기사등성별,사회적위치와직업이서로다른이들이모여이켐의죽음이헛되지않기위해각자의자리에서노력하는모습이이어진다.
권력에대한본능적인욕망과암투,서로다른계층간의반목,전통과현재의대립,종교간의관용부재,정치이념투쟁등작품속에서드러나는다양하고도복잡한문제는인간역사와문명에편재한문제들이다.아체베는혼란을겪고있는캉안이라는나라의한가운데로독자를이끌고들어가등장인물이이런문제를헤쳐나가는과정을손에땀을쥐게만들만큼생생하게묘사한다.
지식인의역할에대한고민끝에발견한‘여성’의가치
작품전면에드러나는것은엘리트지식인3인방의캐릭터와행보이다.특히돌변해버린샘에대항해크리스와이켐은조국의미래에대해각자의자리에서고민하고토론하며방법을모색해나간다.낙후된조국의현실과아직깨어나지못한민중에대한안타까운마음,밝은미래를위해치열하게고민하는모습은특히인상적이다.그러나정부의눈밖에난이켐이계략에의해허무하게죽고크리스가정부에의해쫓기게되면서이들의노력은빛을잃는듯해보인다.여기서크리스의연인인비어트리스와이켐의연인인엘레와의역할이빛을발한다.재정부수석비서관인비어트리스와서민출신으로시장에서장사를하는엘레와라는두여성등장인물은서로교육수준이나사회적지위는다르지만,크리스와샘의조력자로서남성이보지못하는맹점을지적하는역할을한다.특히그녀들이가진생명을품고화합하는능력은아체베에게중요한테마로작용한다.
아체베는이전에발표한소설에서정치적구도속에서여성의능력과역할에대해인색하다는비판을받은바있지만,『사바나의개미언덕』에서는정의와희망의나라를키워나가는데있어생명을품고상생하는역할로서의여성의이미지를제시하며소설의의미를다진다.엘레와가이켐의아이를출산하면서마련한명명식자리는이소설이가진메시지를한번에보여주는함축적인장면이다.캉안에서이름을짓는것은으레남성(아버지)의몫이었지만,엘레와의아이를위한명명식에서는가까운지인들이모두모여여성이주축이되어이름을지어준다.또한서로다른종교를가진이들이함께노래부르며춤추면서,성별과계층,종교를떠나화합하는자리를만든다.이들은아이에게“길은결코닫히지않을것”이라는뜻의‘아마에치나’라는이름을지어주면서,여성들은비록정의를위해헛되어싸우다스러지더라도결코멈추지않고나아갈것을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