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2차 세계 대전이 끝나가던 1945년 1월 발트해, 독일 여객선 빌헬름 구스틀로프호는 피란민 및 병사 9000여 명을 태우고 어뢰정 뢰베호 단 한 척의 보호만 받으며 바다로 나간다. 그리고 러시아 잠수함이 발사한 어뢰 세 발을 맞고 침몰한다. 아비규환 속에 ‘여자와 아이 먼저’라는 암묵적 규칙은 무너지고 각자의 생존만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다. 선장 넷을 비롯해 1000명 남짓만이 살아남은 이 사고의 희생자 대부분은 여성과 어린 아이들이었다. 역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지만, 이 비극적 참상의 전모는 거의 밝혀지지 않은 채 역사의 무덤 속에 매장되어 있었다.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 이러한 사건들을 바라볼 때, 혹은 뚜렷한 정치적, 이념적 목적을 가지고 이러한 사건들을 언급할 때, 우리는 객관성을 잃거나 사건 속에 숨은 진실을 놓치기도 한다. 구스틀로프호 침몰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민간인들의 죽음, 여성과 아이 들의 희생 등 그 엄청난 수치(數値)를 내세워, 이 사건은 독일 사회 내에서 신나치주의를 확산시키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었다. “평생을 바쳐 독일 시민 사회의 정신적 위기 상황을 진단해 온 작가” 귄터 그라스는, 그러한 흐름이 독일의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우려했다. 죽음은 “단순히 자료로만 활용”될 수 없으며, 정치적으로 이용될 바에 제대로 알고 역사의 한 장에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라스의 생각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게걸음으로』를 쓸 결심을 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올바른 역사 인식 없이 이러한 사건들을 바라볼 때, 혹은 뚜렷한 정치적, 이념적 목적을 가지고 이러한 사건들을 언급할 때, 우리는 객관성을 잃거나 사건 속에 숨은 진실을 놓치기도 한다. 구스틀로프호 침몰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민간인들의 죽음, 여성과 아이 들의 희생 등 그 엄청난 수치(數値)를 내세워, 이 사건은 독일 사회 내에서 신나치주의를 확산시키고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었다. “평생을 바쳐 독일 시민 사회의 정신적 위기 상황을 진단해 온 작가” 귄터 그라스는, 그러한 흐름이 독일의 우경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우려했다. 죽음은 “단순히 자료로만 활용”될 수 없으며, 정치적으로 이용될 바에 제대로 알고 역사의 한 장에 기록되어야 한다는 것이 그라스의 생각이었다. 이것이 바로, 그가 『게걸음으로』를 쓸 결심을 한 이유가 되었을 것이다.
게걸음으로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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