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5

코스모스 -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35

$12.15
Description
곰브로비치가 들려주는 기괴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인 듯 보이는’ 독특한 종류의 소설『코스모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을 그로테스크한 환상의 세계로 펼쳐 낸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마지막 작품이다. 곰브로비치 자신이 “스스로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 주는 소설”이라 정의하기도 했던 이 작품은, 작가 자신과 이름이 같은 주인공이 마주하는 그로테스크한 상황과 사람들, 그로부터 생겨나는 기묘한 감정들을 묘사하면서 20세기 사상들을 반영하고 또 동시에 해체하는 철학 소설이다.

화자인 ‘나’(곰브로비치와 마찬가지로 이름이 ‘비톨트’이다.)는 푹스와 함께 자코파네라는 한적한 곳의 외딴 집에서 하숙을 하게 된다. 특별한 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곳이지만 비톨트의 눈에는 모든 것이 낯설고 기이해 보인다. 숲에서 발견한 목매달린 참새와 집주인 레온의 딸 레나의 새하얀 다리, 하녀 카타시아의 윗입술에 난 상처는 점점 그의 무의식 속으로 스며들어 그를 불안하게 한다. 비톨트의 편집증과 불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사로잡고, 그의 무의식은 조금씩 균열되기 시작하며, 결국 머릿속에서 나와 행동으로 이어지는 지경에 이르는데…….
저자

비톨트곰브로비치

저자:비톨트곰브로비치

1904년폴란드남부의마워시체에서부유한변호사의아들로태어났다.독실한가톨릭집안의뜻에따라귀족적인가톨릭학교를거쳐바르샤바대학교에서법학을전공했다.법학에흥미가없던차에대학졸업후프랑스파리로건너가철학과경제학공부를시작했지만곧집안의반대에부딪혀중단하고귀국했다.

변호사개업을준비하는틈틈이작품을쓰기시작해서1933년첫작품집『미성숙한시절의회고록』을출간했다.평단의비난과대중의지지를동시에받으며작가의길을결심하고희곡「부르고뉴의공주이보나」와첫장편『페르디두르케』를발표했다.1939년아르헨티나에대한기사를쓰기위해부에노스아이레스에도착한다음날2차세계대전발발소식을듣고귀국을포기했다.그후그의작품은나치에의해긴판금에들어갔다.지방신문사와은행을전전하며생계를꾸리면서두번째장편『트란스아틀란틱』을완성했다.1933년부터잡지《쿨투라》에관여하면서경제적사정이나아지자다시전업작가로돌아섰다.1957년폴란드자유화운동의결과일시적으로검열이약화되면서몇몇작품들이출간되었지만정치적성향을이유로다시금서로묶여1960년대중반까지판금되었다.그러나그의작품은고국폴란드에서와는달리30개언어로번역,소개되면서국제적인명성을얻기시작했다.

세번째장편『포르노그라피아』를발표한후1963년포드재단의기금을받아아르헨티나를떠나베를린으로이주했다.네번째장편이자마지막작품이된『코스모스』를발표하고1968년노벨문학상후보에올랐다.1969년프랑스방스에서별세했다.



역자:최성은

한국외국어대학교폴란드어과를졸업하고,폴란드바르샤바대학교에서폴란드문학박사학위를받았다.거리곳곳에서문인의동상과기념관을만날수있는나라,오랜외세의점령속엥서도문학을구심점으로민족의정체성을지켜왔고,그래서문학을뜨겁게사랑하는나라인폴란드를‘제2의모국’으로여기고있다.현재한국외국어대학교폴란드어과에서교수로재직중이며,2012년폴란드정부로부터십자기사훈장을받았다.옮긴책으로올가토카르추크의『방랑자들』과『태고의시간들』을비롯하여『끝과시작-쉼보르스카시선집』과『충분하다-쉼보르스카유고시집』,『쿠오바디스』,『코스모스』,『흑단』,『헤로도토스와의여행』등이있으며,『김소월,윤동주,서정주3인시선집』과『흡혈귀―김영하단편선』,『마당을나온암탉』등을폴란드어로번역했다.

목차

코스모스7
작품해설295
작가연보351

출판사 서평

▶곰브로비치의『코스모스』처럼소설이라기보다는‘소설인듯보이는’독특한종류의소설이있다.곰브로비치는프로이트의정신분석학과마르크스주의,그밖에다양한사상들에정통한작가이다.하지만그러한기존의사상들에대해줄곧회의적인성향을고수하면서,작품의골격이구축되고만들어지는단계에서바로그것을해체해버림으로써분석적이면서동시에유물론적인전혀새로운유형의소설을창조해냈다.―장폴사르트르

▶소설이란독자와의역동적대응관계에의해창출되는의미생성과정이라고믿었던곰브로비치야말로모더니즘시대의대표적인작가이며,동시에포스트모더니즘시대를예시한선구자였다고단언할수있을것이다.(「작품해설」중에서)

■기묘한웃음,아름다움뒤의허상,쓰디쓴조소로가득한철학소설

화자인‘나’(곰브로비치와마찬가지로이름이‘비톨트’이다.)는푹스와함께자코파네라는한적한곳의외딴집에서하숙을하게된다.특별한점이라고는찾아볼수없는곳이지만비톨트의눈에는모든것이낯설고기이해보인다.숲에서발견한목매달린참새와집주인레온의딸레나의새하얀다리,하녀카타시아의윗입술에난상처는점점그의무의식속으로스며들어그를불안하게한다.곰브로비치의모든작품에서공통적으로발견되는“불완전한의식,미완성의정신세계”는『코스모스』에서도주요한모티프로사용되었다.겉으로보기에는평범하기그지없는세계는인물들의무의식속에서점점“낯설고,모호하고,기괴하며,음험하기까지”한상황으로변해간다.

내게있어『코스모스』는검고어두운,그무엇보다검고어두운작품이다,소용돌이와홍수를동반한시커먼조류와같다고나할까,수천가지부스러기를품에안은채솟구쳐오르는검은물줄기,그리고그물줄기를바라보는인간,물줄기를주시하다가어느틈에그속에휩쓸려버린인간,하지만어떻게든이해하고,의미를찾기위해,그리고이모든조각들을결합시켜보려고안간힘을쓰고있는인간……어둠과공포,그리고밤.거대한욕망과타락한사랑으로얼룩진밤.(「작품해설」중에서(『유서.곰브로비치와의대화』))
비톨트는레온의집에서사소하지만결코쉽게넘겨버릴수없는일들을경험한다.그는어둠과적막이내려앉은집안에서갑작스럽게울려퍼지는,무언가를부서져라내리치는소리나담벼락에매달아놓은막대기같은것들에집착하면서,현실을있는그대로받아들이지못할뿐아니라그너머에또다른무언가가있을것이라짐작하면서찾으려애쓰기시작한다.그가세계를받아들이고인식하는과정이『코스모스』의주된흐름이며,그것은다시말해이야기가쓰이는과정이라고할수있다.번역자인최성은교수(한국외국어대학교폴란드어과)는이에대해“소설을창작하면서동시에소설의창작에관한진술을시도하고있는것”이라고평하고있다.

매끄럽지못하고,인위적이라고?이렇게말하는사람들은『코스모스』가비극적인사랑과같은일관된스토리를전달하는일반적인의미의소설이아니라는사실을파악하지못한것이다.이것은스스로스토리가만들어지는과정을보여주는소설이다.다시말해하나의이야기가생성되는과정,현실이실체로드러나는과정에관한소설인것이다.
이소설은어떤현실이우리의생각속에서비록서투르고,온전치못하지만,조금씩그형태를갖추어나가는일련의과정을그리는데초점을맞추고있다.(중략)그런의미에서본다면『코스모스』는집필과정에서스스로탄생된작품이라고할수있다.(「작품해설」중에서(『유서.곰브로비치와의대화』))
비톨트의편집증과불안은시간이흐를수록그를사로잡고,그의무의식은조금씩균열되기시작하며,결국머릿속에서나와행동으로이어지는지경에이른다.레나에대한집착은그녀의고양이에게로미치게되고,레나부부의침실창문을훔쳐본어느밤,그는그고양이에게손을뻗기에이른다.모두함께떠난소풍에서만난신부(神父),그가입은카속,그가먹는모습까지도비톨트의신경을건드린다.곰브로비치의다른작품속인물들과마찬가로,비톨트역시“타인과어울리기위해쓴가면과자신의내면에감춰진자아의균열사이에서발생하는비극적인불균형에맞서맹렬하게저항”하지만결국그갈등은자기자신마저집어삼킬지경까지그를밀어붙인다.그러나그는그모든것이폭발하기직전에다른현실,다른위기를맞이한다,또다른세계에서.곰브로비치는“문학이란아마도다른모든예술장르를통틀어가장열려있고,가장자유로운장르일것이다.문학속에서는모든것을할수있다.”라고말한바있다.그는자신의소설속에서“가장자유롭게”인간과세계,그리고그관계에대해극단적인실험을감행했고,기괴하고혼란스러운이야기를유머러스하게창조해냈다.

그래서나는웃음을터뜨렸다.나는들판을가로질러그들이있는곳으로걸어갔다.참새는매달려있고,나는걸어간다.막대기는매달려있고,나는걸어간다.나는고양이를매달았고,걸어가고있다.루드빅은매달려있고,나는걸어간다.(본문중에서)